노정명의 시선이 진서준의 허리춤에 있는 천기 옥패로 향하는 순간, 노정명은 흠칫하면서 눈을 빛냈다. 그러나 그 빛은 곧 사라졌고 노정명은 곧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진서준은 노정명의 표정 변화를 전부 눈에 담았다. 그는 내심 기뻐했다.“우선 제자들의 시체부터 처리해. 난 이분과 나눌 얘기가 있다.”노정명이 갑자기 말했다.권해철은 순간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노정명이 진서준을 공격하려는 건 줄로 알았다.“사부님, 이 일은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탓하려면 저를 탓하세요!”노정명은 차갑게 호통을 쳤다.“내가 언제 손을 쓰겠다고 했니? 넌 어서 떠나. 잠시 뒤에 너와 결판을 낼 거다.”천경문 등 사람들은 조금 의아했다. 그러나 이것은 노정명의 명령이었기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어서 곧바로 그곳을 떠났다.“윤진 씨, 윤진 씨는 누렁이의 상처부터 살펴봐요.”진서준이 갑자기 허윤진에게 말했다.“네, 조심해요.”허윤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힐끗 본 뒤 몸을 돌려 떠났다.“노정명, 각주님을 뵙습니다!”노정명은 진서준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이면서 정중하게 말했다.진서준은 조금 전 노정명의 작은 변화를 보았었다. 노정명도 아마 천기각의 사람일 테니 놀랄 건 없었기에 진서준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예의 차리실 필요 없습니다.”노정명은 허리를 편 뒤 공손하게 물었다.“각주님, 구창욱 씨 몸은 어떠십니까?”“어르신이요? 아주 정정하십니다.”구창욱이 감옥에서 술을 마시고 닭고기를 먹던 모습을 떠올린 진서준은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감옥에서 그렇게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사람은 구창욱이 유일할 것이다.“저희 사부님과는 어떻게 아시게 된 겁니까?”진서준이 노정명을 바라보며 물었다.“저와 구창욱 씨는 수십 년 전 알게 되었습니다.”노정명은 계속해 설명했다.“저도 구창욱 씨의 가르침을 받아서 이 정도 실력을 얻게 된 겁니다. 2년 전 구창ㅇ욱 어르신께서는 직접 화령문에 온 적도 있습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달라
“금지 구역 내부에는 구창욱 씨가 직접 설치한 진법이 있습니다. 그걸 파괴하는 건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진서준도 노정명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일단은 하루 쉬고 다음 날 다시 가보려고 했다....서울 허씨 일가 별장.“아줌마, 서라 씨 평소 집에 늦게 들어오나요?”허사연은 조희선을 바라보았다.“아니, 평소에는 별로 외출하지 않아. 외출한다고 해도 날이 저물기 전에는 꼭 돌아와.”조희선도 이상함을 느꼈다.이미 저녁 열 시가 되었는데 진서라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아줌마, 서라 씨 언제 별장을 떠났죠?”허사연이 물었다.“네 시쯤이었던 것 같아.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가 전화를 받더니 급하게 나가더라고.”조희선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설마 서라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건 아니겠지?”진서준은 오늘 떠났다. 만약 진서라가 오늘 위험에 처한다면 조희선은 진서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아줌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진서라 씨를 찾아보라고 할게요!”허사연은 곧바로 강성철과 도진수에게 연락하여 진서라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했다.동시에 허사연은 회사 사람들까지 동원했다.하지만 이때 진서라는 이미 서울에 있지 않았다. 그녀는 유지수가 파견한 사람들에게 납치당했다.“서라야, 오랜만이야.”두 사람은 유지수의 별장에서 만났다.당시 유지수와 진서준이 연애할 때 진서라와 유지수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었고 진서라는 유지수를 굉장히 존경했었다.앞으로 그녀의 올케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진서준이 유지수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될 줄은 몰랐다.유지수는 진서준이 감옥에 간 뒤로 곧바로 그와 헤어지고 이지성과 만났다.현재 진서라는 유지수가 죽도록 미웠다.“유지수 씨, 절 놓아주는 게 좋을 거예요. 우리 오빠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 큰일 나요.”진서라는 유지수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진서준은 서울에 있지도 않은데 네가 납치당한 걸 어떻게 알겠어?”유지수는 웃으며 말했다.
서울 병원 안.부시장 서정훈은 심해윤과 함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을 응접하고 있었다.서정훈과 심해윤 두 사람이 직접 응접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신분이 간단치 않을 것이었다.“남 선생님, 저희 못난 아들 꼭 잘 치료해 주십시오!”서정훈은 남경석을 바라보며 정중하게 말했다.“서정훈 씨,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건 의사로서 당연한 일인데요.”남경석은 덤덤히 웃었다.서정훈과 심해윤은 매우 기뻤다. 그들은 진서준처럼 좋은 신의를 또 만났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어진 남경석의 말에 두 사람은 당황했다.“하지만 저희 성약당에는 치료를 하면 반드시 치료비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전 성약당의 장로지만 장로인 저도 그 규정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남경석은 태연하게 말했다.“선생님 말씀대로 제가 두둑이 준비해 놓겠습니다.”서정훈은 그 말에 사실 굉장히 불쾌했다.사람을 치료하기도 전에 돈부터 달라니.그러나 병원을 생각해 보면 꽤 일리 있는 것 같기도 했다.“네,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선물을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서정훈은 곧바로 비서에게 연락하여 예전에 샀었던 비싼 술과 미리 준비해 둔 6,000만 원을 가져오라고 했다.6,000만 원이면 두 사람의 몇 년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이내 비서가 도착했다.“남 선생님, 이 술은 제가 삼십 년 넘게 소장한 술입니다. 엄청 비싼 술은 아니지만 보기 드문 술입니다. 그리고 이건 진료비입니다. 부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서정훈은 그것들을 남경석의 앞에 놓았다.남경석은 볼품없어 보이는 선물을 보더니 표정이 바로 달라졌다.“서정훈 씨, 저희 성약당의 규칙을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그 질문에 서정훈은 당황했다.그는 성약당의 규칙을 정말로 몰랐다. 심지어 성약당이라는 것도 부영권을 통해 알게 된 것이었다.“모릅니다. 제게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서정훈이 말했다.남경석은 말은 하지 않고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그 손가락을 본 순간
서정훈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그는 서현욱의 뺨을 두 대 세게 때렸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그렇게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으니 이 꼴이 된 거라고!”“아버지, 절 때려 죽어도 제 병은 낫지 않으니 얼른 가서 돈이라도 빌리세요!”서현욱이 울면서 말했다.“여보, 허씨 일가를 찾아가서 돈을 빌려볼까요?”심해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현욱과 허성태는 사이가 꽤 좋은 편이었다.비록 허씨 일가는 돈이 모자라지 않았고 2억은 그들에게 절대 큰 숫자가 아니었다.서정훈은 비록 화가 났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기에 허성태에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이 빌어먹을 놈, 병이 나은 뒤에도 또 밖에서 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면 때려서 죽일 줄 알아!”서현욱을 한 대 세게 걷어찬 뒤 서정훈은 서둘러 비서에게 허씨 일가로 가자고 했다.가는 길에 서정훈은 미리 허성태에게 연락했다.“성태야, 자고 있던 건 아니지?”서정훈이 물었다.서정훈은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서정훈에게서 걸려 온 전화라서 안 받을 수가 없었다.“아니, 무슨 일 있어?”허성태가 서둘러 물었다.“다른 건 아니고 개인적인 부탁을 하나 하고 싶은데...”서정훈이 말했다.“개인적인 일? 어떤 일 말이야?”허성태는 보기 드문 일이라며 속으로 혀를 찼다.그와 서정훈은 십 년 넘게 우정을 유지해 왔는데 서정훈은 단 한 번도 사적인 일로 그를 찾아본 적이 없었다.“만나서 얘기해. 이제 곧 너희 집에 도착할 거야.”“그래, 마중 나갈게.”전화를 끊은 뒤 허성태는 서둘러 옷을 입은 뒤 허사연을 불렀다.“왜 그래요, 아빠?”허사연은 지금까지 진서라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한 상태라 기분이 조금 좋지 않았다.“정훈 아저씨가 곧 우리 집에 도착할 테니 나랑 같이 마중 나가자.”허성태가 말했다.“네? 정훈 아저씨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우리 집에는 웬일이래요?”허사연은 깜짝 놀랐다.“모르겠어. 개인적인 일이라고 하던데.”부녀 두 사람은 별장 입구에 도착해서 서정훈이 도착하기를
허사연은 원래 성약당 장로를 찾아서 진서준 어머니의 다리 치료를 부탁드릴 생각이었다.성약당 장로가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한다면 진서준은 돌아온 뒤에 분명 무척 기뻐한 것이다.“아저씨, 그 사람 정말 성약당 장로 맞나요?”허사연이 서둘러 물었다.“맞아. 내 비서가 직접 고양시에 있는 한씨 집안을 찾아서 모셔 온 사람이야.”서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장로가 아저씨 아들의 병을 치료하고 나면 조희선 아줌마 다리 치료를 부탁드려도 될까요?”서정훈은 허사연이 말한 조희선 아줌마가 누군지 몰라서 물었다.“그분은 누구시니?”“진서준 씨 어머니세요. 아줌마는 2년 전 빌어먹을 놈들에 의해 두 다리를 다치셨어요. 진서준 씨도 치료할 수 없다고 해요.”허사연이 말했다.“이번에 서준 씨가 서울을 떠난 것도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약재를 얻기 위해서예요.”허사연의 설명을 들은 서정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그래도 되지. 돌아간 뒤에 그 남 선생님께 얘기해 둘게.”서정훈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하지만 아마 거액의 진료비를 요구할 거야. 마음의 준비를 해둬.”허사연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아줌마의 다리를 치료할 수만 있다면 돈은 얼마나 들든 상관없어요!”허사연이 그렇게 말하자 서정훈은 웃으며 허성태의 어깨를 두드렸다.“사연이가 서준 선생님이랑 남다른 사이인가 봐!”허성태도 웃으며 말했다.“둘 사이 일에 나는 끼어들지 않아.”어른들이 그렇게 장난을 치자 허사연은 얼굴이 아주 붉어졌고 곧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우리 집 그 불효자는 언제쯤이면 사연이처럼 좋은 여자를 만날지 모르겠어. 그렇게 된다면 나도 우리 아내도 죽을 때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서정훈은 자기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그는 서현욱이 이번 병으로 인해 조금은 달라지기를 바랐다.곧 허씨 일가 경호원이 검은색 캐리어를 들고 왔다.“안에 2억이 들어있습니다.”“성태야, 정말 너무 고마워. 이 돈은 내가 최대한 빨리
허사연은 사실 많이 화가 났지만 서정훈이 가차 없이 서현욱의 뺨을 힘껏 때리는 걸 보고 별말 하지 않았다.뺨을 맞은 서현욱은 많이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곁눈질로 허사연을 훔쳐보고 있었다.“남 선생님, 여기 2억입니다. 확인해 보세요!”서현욱이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뒀다.남경석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와 함께 온 제자가 캐리어를 열었다.안에 든 현금을 본 남경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이제 아드님 병을 치료해 줄게요.”그들은 병실 앞에 도착했다. 남경석은 일단 다른 사람들은 다 나가게 한 뒤 서현욱과 함께 둘만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바지 벗어요.”서현욱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바지를 벗었다.남경석은 쭉 살피고는 서현욱의 맥을 짚었다.맥이 정상인 걸 확인한 뒤 남경석은 체내의 강기를 이용해 다시 찾기 시작했다.남경석은 이번에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강기 같은 기체가 서현욱의 하체에 있는 경맥을 막은 것 같았다.그래서 서현욱의 하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이걸 치료하려면 반드시 막힌 경맥을 뚫어야 했다.“참아요. 지금부터 치료 시작할 겁니다.”서현욱은 서둘러 눈을 감은 뒤 이를 악물었다.남경석이 체내의 강기를 이용하자 서현욱은 자신의 체내에 아주 강렬한 기류가 날뛰고 있음을 느꼈다.기류가 움직이는 속도는 아주 빨랐다. 심지어 화끈거리는 느낌도 느껴졌다.그 기류는 바로 남경석의 강기였다.“흐...”서현욱은 아파서 얼굴을 사정없이 일그러뜨렸지만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좋아하는 여자가 병실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허사연에게 자신의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정작 허사연은 그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남경석의 강기가 진서준이 남긴 영기와 부딪혔을 때, 마치 화성과 지구가 충돌하는 것 같았다.계속 참고 있던 서현욱은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그 비명을 들은 서정훈과 심해윤은 병실 밖에서 초조해졌다.“여보, 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죠?”심해윤이 긴장한 듯 말했다.“그럴 리 없어.
병실 문을 열고 서현욱은 크게 소리쳤다.“아버지, 저 나았어요. 완전히 나았어요!”서현욱은 무척 흥분했다. 그는 온 세상에 이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그걸 왜 그렇게 떠들어 대는 거야? 안 창피해?”서정훈은 내심 기뻤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서현욱을 나무랐다.서정훈의 말을 들은 서현욱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곧 허사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연 씨, 남 선생님이 제 병을 고쳐주셨어요...”“치료 끝났으면 꺼져.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서정훈은 서현욱을 걷어차면서 그의 말허리를 차갑게 잘랐다.서현욱도 병원을 떠날 생각이었다. 조금 전 약 두 알을 먹어서 풀 곳이 필요했다.“지금 당장 갈게요!”서현욱은 허사연에게 인사를 건넨 뒤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후다닥 떠났다.“남 선생님, 저랑 어디 좀 가주시겠어요? 남 선생님 도움이 필요한 환자 한 분이 있거든요!”허사연은 서둘러 다가가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돈은 얼마나 들든 문제없어요. 그분 다리만 치료해 주신다면요!”남경석은 허사연을 힐긋 보았다. 옷차림이 남다른 걸 보니 있는 집 자식 같았다.“치료해 줄 수는 있지만 오늘은 안 됩니다.”남경석은 피곤한 얼굴이었다.“조금 전 저 환자의 병을 치료하느라 힘을 많이 뺐거든요. 적어도 하루는 쉬어야 해요.”남경석은 체내의 강기를 거의 다 소모했다. 그런데 지금 허사연을 따라 다른 환자를 치료하러 간다면 기절할지도 몰랐다.허사연은 남경석이 확실히 힘이 없어 보이자 이렇게 말했다.“그러면 연락처 남겨주시겠어요? 내일 다시 연락드릴게요.”“네.”남경석은 제자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라고 한 뒤 병원을 떠났다.허사연은 무척 들떴다.내일이면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사연아, 내가 비서에게 널 바래다주라고 할게.”서정훈이 허사연에게 말했다.“네, 그러면 신세 좀 질게요.”“신세는 무슨, 내가 오히려 신세를 졌지.”서정훈은 쓴웃음을 지었다.서정훈과 허성태의 사이가 좋은 편이라 다행이었다
백 년 이상 수련한 맹수는 영성이 있어 낮은 수준의 수결을 배울 수 있었다.누렁이는 보운산에서 백 년을 지냈고 용혈과를 먹은 적도 있기에 영성도, 깨닫는 능력도 다른 영수들에 비해 훨씬 뛰어났다.진서준이 누렁이에게 가르쳐준 첫 번째 수결은 바로 자신의 몸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공법이었다.이 공법을 통해 누렁이는 자신의 몸집을 조절할 수 있었다. 누렁이는 2미터 크기에서 50cm 크기로 변했다.하지만 무게는 변하지 않는다. 몸집은 작아져도 허윤진은 누렁이를 안을 수 없었다.밤새워 연습한 덕에 누렁이는 드디어 수결을 터득했다.그래서 2m 크기에서 50cm 정도로 줄어들었다.“이렇게 보니까 정말 강아지 같네.”진서준은 누렁이를 보면서 크게 웃으며 말했다.누렁이는 조금 원망스러운 눈길을 했다. 마치 강아지 같은 걸 어떻게 자기랑 비교할 수 있냐는 듯 말이다.진서준은 잠기운이 몰려와서 몸을 돌려 자러 갔다....고양시.유건우, 유지수의 남동생.그는 유씨 가문 회사에서 한 팀의 팀장을 맡고 있었다.그러나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여자 직원들을 성추행하기 일쑤였다.“우리 누나는?”유지수의 별장 문 앞에 도착한 유건우는 경호원 두 명이 문 앞을 지키고 있자 곧바로 물었다.“사모님은 안 계십니다.”“누나가 여기 없는데 너희들은 뭘 지키고 있는 거야?”유건우가 물었다.“안에 아주 중요한 사람이 있거든요. 사모님께서 잘 감시하라고 하셨습니다.”“누군데? 남자야? 아니면 여자야?”“여자입니다.”여자라는 말에 유건우는 곧바로 흥미가 생겼다.“내가 들어가 볼게.”“죄송하지만 사모님께서 절대 그 여자에게 손을 대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한 경호원이 말했다.“알겠어, 알겠어...”유건우는 그들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난 사모님한테 연락할 테니까 넌 유건우 씨를 지켜봐.”낮에 유지수는 두 사람에게 말했었다.혹시라도 진서라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들의 가족까지 전부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저 녀석이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명주시를 떠날 생각인가?”황예은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대표님, 계속 따라갈까요?”비서의 질문에 황예은은 바보를 쳐다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곳 사람이 이렇게 적은데 굳이 진서준에게 들킬 일 있어?”비서는 그제야 자기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차 안에서 기다려.”진서준은 공항에서 거의 세 시간을 기다렸고 오랜 기다림의 끝에 마침내 바이올렛의 비행기가 도착했다.“넌 왜 따라왔어?”진서준은 검은 선글라스를 쓴 허윤진을 보고 의아해했다.“내가 왜 못 오지?”허윤진은 눈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혹시 내가 오면 네 계획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래?”진서준은 어이없어 말문이 막혔다.“전에 말했잖아, 명주시는 안전하지 않다고.”“괜찮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윤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서준의 팔을 끌어안으며 자기 품에 밀어 넣었다.진서준은 얼굴색이 살짝 변하며 급히 벗어나려 하자 허윤진은 오히려 더 꽉 안았다.어쩔 수 없이 진서준은 허윤진의 팔을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바이올렛은 주위를 경계하며 살폈다.“다른 곳에서 얘기하자. 여기 사람 많아.”“따라와.”진서준은 두 사람을 주차장으로 안내했다.차 안에서 잠시 졸고 있던 황예은은 진서준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벌떡 자세를 고쳐 앉았다.“세상에, 저 남자가 여자 두 명 데리고 왔네요. 그중 한 명은 심지어 서양 여자네요.”비서는 이 장면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그래서 아까 대표님이 물어봤을 때 저 남자가 제대로 대답을 안 했던 거구나.’비서는 진서준과 함께 온 두 여자가 분명히 진서준과 그렇고 그런 관계일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진서준이 양쪽에 여자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니 황예은은 화가 나기도 했지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더 큰 감정은 서글픔이었다.황예은도 자기 솔직한 감정을 스스로 깨닫지 못했다.“황 대표님, 불륜 현장을 잡으러 가시는 건가요?”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말을 듣자 황예은
한바탕 소동 끝에 황예은의 얼굴 양옆이 홍조로 물들어 술에 취한 사람처럼 보였다.온몸에 진한 향기와 땀이 배어 침대 시트엔 큰 자국이 남았다.항상 도도하고 차가운 모습만 보이던 황예은이 지금 진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원망과 수줍음이 섞여 있었다.진서준조차도 조금은 머리가 띵한 기분이었다.어젯밤에 약 바를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왜 지금은 이런 눈빛으로 진서준을 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런 눈빛으로 진서준을 쏘아보니 마치 진서준이 황예은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다.가장 중요한 건 옆에 있는 비서가 사냥감을 보는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다.정확히 말하면 비서는 진서준이 아니라 진서준의 손에 들고 있는 약을 보고 있었다.이 세상에 더 예쁘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걸 원하지 않는 여자는 있을 수 없었다.그런 마치 남자라면 누구나 다 자기 소중한 부위 사이즈가 늘어나길 원하는 것과 똑같은 도리였다.“왜 아직도 안 나가?”황예은은 돌아누우며 이불을 당겨 몸을 가렸다.이번에 약을 발라줄 때, 진서준은 모든 것을 다 본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거의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이유는 단순했다. 상처 두 곳 중, 하나는 가슴 아래쪽에 있었고 또 한 곳은 허벅지 안쪽에 있었다.진서준이 이 약은 내가 발라야 효과가 있다고 단언하지 않았다면 황예은은 절대로 진서준에게 이런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어젯밤, 진서준이 자기 알몸을 만졌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황예은의 얼굴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진서준도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살짝 죄책감을 느끼며 방을 나갔다.10분쯤 지나자 황예은이 방에서 나왔다.황예은은 새로운 검은색 정장으로 갈아입었지만 한 가지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황예은의 눈부신 가슴 라인은 절대 새 정장으로 가려지지 않았다.그리고 아까와는 달리 황예은의 얼굴에는 더 이상 수줍은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고 차갑고 도도한 표정만 남았다.“네 상처는 이제 다 치료했어. 다른 일이 없으면 난 이만 가볼게.”황예은이 사무실에
“네, 알겠습니다.”비서는 벗은 옷을 다시 주워 입기 시작했다.비서가 옷을 다 입자 황예은은 진서준을 방으로 불렀다.가운은 황예은의 풍만하고 매혹적인 몸매를 전혀 감출 수 없었다.그 몸매를 슬쩍 본 진서준은 아랫도리에서 불타는 느낌이 솟기 시작했다.“젠장, 내가 언제 이렇게 변했지?”진서준은 속으로 자기를 욕하고 곧바로 청심주를 속으로 읊었다.다행히 그 불타오르는 욕망이 곧바로 내려가기 시작했다.“먼저 등 쪽부터 처리하자.”진서준은 평온하게 말했다.황예은은 침대에 엎드려서 수건을 천천히 허리까지 내리며 그녀의 부드럽고 윤기 나는 등을 드러냈다.황예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서준은 이전에 목욕탕에서 목욕할 때, 그곳 직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이렇게 좋은 등을 보면 컵 마사지를 해주지 않으면 아쉽죠.”비서는 세 가지 감정이 섞인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봤다.긴장함과 호기심 그리고 부끄러운 세 가지 감정이었다.비서는 진서준과 황예은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다.이런 방식으로 즐기는 건 비서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진서준은 손가락에 약을 묻혀서 황예은의 상처 부위에 가볍게 눌렀다.“으윽!”황예은은 순간 차가운 숨을 들이마시며 신음을 냈다.약이 아픈 게 아니라 너무나 차가워서였다.마치 한겨울 눈이 내리는 날, 갑자기 누군가 목에 눈 뭉치를 던져 넣은 것처럼 너무나 차가웠다.이건 혹시 특별한 애무 방식인가?비서는 여전히 의심을 가득 품고 또 엉뚱한 생각을 했다.황예은의 등에는 상처가 두 군데 있었다. 진서준은 약을 발라준 뒤, 손바닥으로 고르게 그녀의 등을 문지르며 약을 완전히 흡수시켰다.그러자 황예은은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진서준이 이 틈을 타 자기를 추행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생겼다.“다른 곳엔 상처가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그러자 진서준이 천천히 설명했다.“이 약은 네 몸에 좋은 거야. 피부가 더 부드럽고 매끄러워질 거야.”어떤 여자도 피부가 더 하얗고 탄력 있게 변하는 걸 원하지 않을 수
“진! 서! 준!”황예은의 얼굴은 눈에 띄게 빨개졌고 그녀의 눈에서는 화가 치솟아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만약 사무실에 두 사람만 있을 때 진서준이 이런 말을 했다면 황예은은 이 정도로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비서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다.진서준이 갑자기 옷을 벗으라는 건 일부러 자기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 아니겠는가?황예은은 자존심이 극도로 강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에게 급하게 해명을 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비서에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으면 아마 다음 날에는 회사뿐만 아니라 명주시 전역에서 황예은이 남자가 생겼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다.분노가 가득한 황예은을 보자 진서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황예은의 예상대로 진서준은 일부러 황예은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다.“왜 소리쳐? 등 뒤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겠다면 난 그냥 가겠어.”진서준은 말을 마친 후, 황예은이 망설일 틈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바로 나가려 했다.옆에 있던 비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두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자극적으로 놀았기에 등 뒤에 상처까지 생긴 거지?평소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황 대표가 이렇게 야생마처럼 열정적인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황예은은 비서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 것이다.“기다려!”황예은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날 따라와.”황예은은 차갑게 말한 후,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무실을 나가려던 순간, 황예은은 다시 돌아서서 비서에게 말했다.“너도 함께 와.”황예은은 굳이 구구절절 해명하고 싶지 않았고 설령 해명한다고 해도 비서가 믿을지 의문이었다.그래서 황예은은 비서가 직접 보고 알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또한, 비서가 함께 있으면 진서준도 도가 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비서는 그 말에 당황해하더니 급히 말했다.“황 대표님, 저도 같이 가는 게 적절할까요?”비서는 이곳에 일하러 온 것이지 그런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비서가 황예은이라는 여성 상사와 함께
그리고 왜 굳이 대한민국으로 도망쳤는지 그 이유는 단순했다.대한민국에는 국안부가 존재해 그 사람들이 함부로 소란을 일으킬 수 없었다.게다가 대한민국에는 진서준이 있었다.“용란 혈수사들이 재난을 겪었다고?”진서준은 멈칫하더니 눈빛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전에 바이올렛은 용란 혈수사 집단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실력은 매우 강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게다가 그들 중에는 지선 급의 존재도 하나 있었다.이렇게 강력한 혈수사 집단이라면 해외에서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조직은 별로 없을 것이다.“맞아, 넌 어디 있어?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난 지금 명주시에 있어. 도착하면 전화해, 마중 나갈게.”진서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휴대폰을 허사연에게 돌려준 후 바이올렛은 떠나려고 몸을 돌렸다.“기다려요, 옷 좀 갈아입어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한테 눈에 띄지 않을 거예요.”허사연이 바이올렛을 말렸다.처음에는 바이올렛의 신원을 확신하지 못했으나 이제 바이올렛이 진서준의 친구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허사연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고마워요.”바이올렛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탈출하는 길에 실제로 많은 현지 경찰들이 바이올렛을 추적했지만 다행히 바이올렛의 속도가 빨라 도망칠 수 있었다.샤워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바이올렛은 허사연과 작별을 고하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기다려요, 나도 같이 갈 거예요.”허윤진이 작은 가방을 메고 나왔다.“너 뭐 하러 가는 거야?”허사연은 허윤진을 제지하려고 했다.“당연히 이분한테 길을 알려줘야지, 길이라도 않으면 어쩌려고 그래?”허윤진이 당당하게 대답했다.길을 안내하는 것은 그저 구실일 뿐, 사실은 바이올렛을 감시하려는 목적이었다.비록 바이올렛이 47세였지만 외모만 봤을 때 그녀의 성적 매력은 이 여자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다.아까 속옷을 갈아입을 때, 허사연은 본인이 입을 수 있는 가장 큰 사이즈를 꺼내야 겨우 바이올렛이 입을 수 있었다.이런 여자라면 나이가 47이든 57이든 여전히 예쁘고
이 여성은 온몸에 피가 묻은 서양인이었다.시퍼런 대낮에 피범벅이 된 사람이 갑자기 집 앞에 나타나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허사연도 마찬가지였다.게다가 별장 안에는 평범한 일반인인 진서라와 조희선도 있었다.만약 그 둘이 사고라도 당한다면 허사연은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 것이다.“멈춰요!”상대방이 들어오려 하자허사연은 큰 소리로 외치며 제지했다.누렁이와 하얀이도 즉시 달려와 허사연 앞에 서서 이 서양 여성에게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그 여자는 이 두 작은 동물을 보자 발끝에서 알 수 없는 냉기가 솟구쳐 올랐다.여자는 눈앞에 있는 이 온순해 보이는 동물이 자기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난 진서준을 찾으러 왔어요.”여자가 서둘러 이곳에 온 이유를 털어놨다.“당신은 누구예요? 왜 진서준을 찾으려 하죠?”허사연은 전혀 긴장을 풀지 않고 경각심을 높이며 물었다.이때 집 안에서 김연아와 허윤진이 별장 밖 소리를 듣고 나왔다.“내 이름은 바이올렛이고요, 진서준과 친한 친구예요.”이 서양 여성은 바로 얼마 전에 대한민국을 떠난 바이올렛이었다.바이올렛이 피범벅이 되어 여기 나타난 건 용란의 혈수사들이 전멸당했기 때문이었다.“왜 진서준이 당신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죠?”허사연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믿지 않는다는 말투로 물었다.김연아와 허윤진도 한참을 생각해봤지만 진서준이 바이올렛을 언급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혹시 진서준이 외국에서 찾은 애인 아닐까?”허윤진이 갑자기 합리적인 추측을 꺼냈다.“요즘 남자들은 전부 어디서나 제멋대로 씨앗을 뿌리는 놈들이잖아.”허사연은 그 말을 듣자 허윤진의 머리를 툭 쳤다.“서준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바이올렛도 재빨리 해명했다.“난 진서준의 애인이 아니에요. 그냥 친한 친구일 뿐이에요. 이번에 진서준을 찾은 이유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알리려고요.”“잠깐만요, 전화해서 확인할게요.”허사연은 휴대폰을 꺼내어 진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가 내게 부탁할 준비가 됐거나, 아니면 네 동생이 부탁할 준비가 되면 그때 내가 도와줄게.”“부탁할 준비는 안 됐지만 네가 원하는 것 하나는 들어줄 수 있어.”황예은의 말은 남자에게 충분히 상상할 여지를 주는 말이었다.진서준은 그 말에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황예은을 바라보았다.“내가 뭘 원하든 다 들어준다고?”“물론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 말이야.”황예은의 시선은 차갑게 변했다.황예은은 동생을 구하려고 굳이 몸을 팔 정도까진 가고 싶지 않았다.“내가 딱 과한 걸 원한다면 어쩌려고?”진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진서준은 항상 도도한 모습만 보여주는 여자의 성격을 고쳐주고 싶었다.적어도 진서준 앞에서 이렇게 거만한 자태를 유지하는 꼴은 용납할 수 없었다.그러자 황예은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서지은 알게 돼도 괜찮다면 난 받아들일 수 있어.”그 말에 진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한 목소리로 따졌다.“날 협박하는 거야?”“아니,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황예은의 눈에는 작게나마 승리감이 어려 있었다.황예은은 이 방식으로 진서준이 움직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짝!갑자기 조용한 사무실의 정적을 깨는 소리가 울렸다.황예은의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당혹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이 그녀의 눈동자를 지배했다.황예은은 진서준이 갑자기 자기 엉덩이를 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하지만 진서준은 손을 거두지 않고 여전히 황예은의 엉덩이 위에 놓았다.“난 협박당하는 걸 가장 싫어하거든.”황예은은 이를 악물며 분노를 삼켰다.“네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하지만 대답 대신 진서준의 손은 다시 한번 내려쳤다.짝!귀에 익은 소리가 또 울려 퍼졌다.“당연히 알지. 네 엉덩이를 또 치고 있잖아.”진서준은 엉덩이를 치고 나서 태연하게 한 마디 던졌다.황예은의 얼굴은 이제 빨간색을 넘어 거의 핏빛으로 변해 있었다.“인간쓰레기!”황예은의 욕설에 진서준은 다시 한번 손을 올렸고 이번엔 더욱 강하게
황현호는 자기가 이번 일을 정말 어리석게 처리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이 하찮은 경호원 따위가 자기를 욕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다.“한낱 경호원 따위가 주제 파악도 못 하고 감히 날 욕해?”황현호는 진서준을 향해 분노의 목소리로 외쳤다.“지금 당장 사과해. 아니면 너 그냥 자를 테니까!”그때 황예은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진서준 말이 맞아.”“누님, 왜 이 경호원 편을 드는 겁니까?”황현호는 이 상황이 정말 억울했다.황예은 친동생인 자기가 정말 한낱 경호원보다도 더 못한 존재란 말인가?황현호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었다.그때, 진서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박진강이 너한테 가르쳐준 그 무도는 더 이상 배우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며칠 지나면 네가 죽을 거니까.”진서준이 자기가 죽는다고 저주하자 황현호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뭐라고? 뭔 개소리야?”황현호는 진서준에게 다가가서 그의 옷깃을 움켜잡으려 했다.하지만 손목이 반쯤 닿자마자 진서준은 손으로 황현호의 손목을 단번에 잡았다.“아야, 아야! 놔, 이거 놔!”황현호는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믿든 안 믿든 네 맘대로 해, 어차피 죽는 건 너니까 나랑 상관없어.”진서준은 손목을 툭 치며 그를 밀쳐냈다.강력한 힘에 황현호는 휘청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고 결국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황현호는 진서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황예은은 진서준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챘다.진서준의 용존 봉호는 가짜가 아니었고 어젯밤 진서준은 그의 뛰어난 의술을 보여주기도 했다.“진서준, 내 동생 살릴 수 있어?”황예은이 진지한 표정으로 묻자 진서준은 간단하게 대답했다.“살릴 수 있어.”“그럼 살려줘.”황예은이 짧고 단호하게 말하자 진서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너 지금 그게 사람에게 부탁하는 태도야?”거만한 태도로 자기에게 누군가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아보기는 진서준도 처음인 것 같았다.“누님, 부탁하지 마세요. 저 녀석 분명 헛소리하는 거예요.”황현호도 사실
“저년 운이 정말 좋네. 열 명이 넘는 총잡이가 덤벼도 못 죽이다니.”임동식의 눈에는 깊은 원한이 서려 있었다.“동식 형님, 이번에 저 여자를 못 처리했으니 다음엔 더 어려워질 겁니다...”“저 여자가 데려온 그 경호원은 보통 인물이 아니던데요. 박진강조차 그 경호원 상대가 되지 않았잖아요.”“그래서 이번엔 철저히 준비했어. 어제 이미 동남아 킬러 업계에서 유명한 킬러인 독룡에게 연락했어. 이틀 후면 명주에 도착할 거야.”임동식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독룡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자리에 있던 이들의 표정이 변했다.“혹시 그 국제적으로 돈 많은 부자 열댓 명을 죽인 적 있는 부자 킬러 말씀입니까?”“맞아.”임동식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 킬러를 고용하는 건 호랑이와 함께 음식을 나누는 꼴 아닙니까? 제가 듣기로는 과거 그 킬러가 단지 고용주가 심기를 건드린 말을 했다는 이유로 자기 고용주까지 죽인 적도 있다던데요?”자리에 있던 한 노인이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런 살인마와 협력하는 건 사실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임동식도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내 침착하게 말했다.“큰 파도를 헤쳐야 큰 물고기를 얻는 법이야. 위험이 없다면 내가 굳이 그 킬러를 부를 이유도 없었겠지.”임동식의 말에 사람들은 저마다 혀를 끌끌 찼지만 속으로는 두려움도 컸다.독룡이 폭주해 임동식까지 죽여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물론, 임동식이 죽는다면 그들에겐 대표이사 자리를 노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었다.그러나 다들 방금 나눈 대화가 이미 황예은의 사무실에서 황예은이 전부 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황예은은 회의실에 미리 설치해 둔 감시 장비 덕분에 대화를 전부 녹음하고 있었다.“젠장! 어젯밤 총잡이들이 이놈들 짓이었다니!”황현호는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누님, 지금 당장 가서 이놈들 전부 죽여버릴게요.”“앉아.”황예은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만약 임동식 일당을 죽이려 했다면 굳이 황현호가 나설 필요도 없이 황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