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351 - 챕터 360

1202 챕터

제351화

허사연은 11시에 오션호텔 매니저의 전화를 받았다.전화 내용은 심해윤이 호텔에 식사하러 온다는 것이었다.심해윤은 신분이 매우 특별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었고, 또 어젯밤에 진서준이 서현욱을 때렸는데, 허사연은 이 기회를 빌려 진서준 대신 상황을 해명하고 싶었다.하지만 호텔에 오니 프런트 직원이 그녀에게 진서준이 왔다고 알렸다. 그래서 급히 찾으러 온 것이다.“바쁜데 방해될까 봐.”진서준이 다가가 허사연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허사연은 진서준을 흘겨보고는 긴장된 표정으로 조희선을 바라보았다.허사연이 자기 어머니 앞에서 긴장하는 것을 보고, 진서준은 그녀가 이전보다 더 귀엽게 느껴졌다.“아주머니, 서라 씨, 저희 호텔 요리는 괜찮았나요?”“좋았어요.”조희선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다행이에요. 입에 맞으시면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팀에 시켜서 보내드릴 수 있어요.”허사연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너무 번거로워요. 평소에 서라가 집에서 밥 해주면 돼요. 근데 사연 씨가 오랫동안 우리 집에 오지 않았네요.”지난번 오해가 풀린 후 조희선은 허사연이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고, 심지어 진서준과 허사연이 올해 바로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하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결혼을 너무 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녀도 안다.“저 오늘 저녁 시간이 있습니다.”“그럼, 오늘 저녁에 우리 집으로 놀러 와요. 서준한테 차로 데리러 가라고 할게요.”허사연의 말에 조희선은 희색이 만면했다.지금 조희선이 가장 바라는 것은 가족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이는 것이다.“저녁에 윤진을 도와주러 가야 해요.”진서준이 허사연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냈다.“그 계집애가 또 뭘 도와달래요?”허사연은 허윤진네 학교에서 무도회가 열리는 것을 몰랐다. 알았다면 절대 진서준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작은 일이에요. 금방 끝나요.”진서준은 가서 허윤진과 춤을 추면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서준 씨, 심 처장님이 위층에 계시니까 우리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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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정태호가 급히 말했다.“그럼, 심 처장님을 방해하지 않고 이만 가보겠습니다...”말하고 나서 정태호는 심지어 잔에 든 술도 마시지 않은 채 그냥 돌아섰다.정란과 기타 몇 명은 내키지 않았지만 정태호의 뒤를 따라 슬그머니 룸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정란 일가가 떠나간 후 심해윤은 성난 목소리로 공준호를 꾸짖었다.“아들한테 사람을 데리고 와서 술을 권하라고 시키다니. 주임 자리를 내놓고 싶어요?”심해윤은 연세가 좀 있지만 아직 노안이 오지는 않았다.공민찬과 공준호가 그렇게 닮았는데, 심해윤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처장님, 잘못했습니다. 화내지 마십시오.”공준호는 놀라서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방금 확실히 생각이 짧았다.심해윤이 기분 좋으니 자기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정란 일가는 풀이 죽어 룸에서 나오다가 그때 마침 술잔을 들고 오는 진서준, 허사연과 마주쳤다.굉장히 미인인 허사연을 보고 공민찬과 정민 두 사람은 눈이 번쩍 뜨였다.“진서준, 넌 뭐 하러 왔어?”정란은 허사연을 보지 못하고 방금 빈정상한 것을 진서준에게 분풀이했다.진서준이 코웃음을 쳤다.“술을 권하러 가지 않았어? 왜 벌써 나오는 거지? 설마 심 처장님이 반기지 않던?”“헛소리하지 마. 우리 방금 심 처장님께 한 잔 올렸어. 처장님이 이따 우리 방에 오시겠다고 했어.”대단한 미인 허사연 앞이라 정민은 미친 듯이 허풍 떨기 시작했다.모르는 사람들은 정민 일가가 정말 심해윤과 술을 마신 줄 알겠다.정씨 집안 사람들은 아무도 정민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고 모두 침묵했다. 스스로 체면 깎는 일은 할 수 없으니까.진서준은 정민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즉각 알아챘다.“술잔에 담긴 술은 심 처장님이 직접 따라주신 거라고 말할 거야?”진서준이 정민의 손에 들린, 술이 가득 찬 술잔을 가리키며 코웃음을 쳤다.자기 술잔에 술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정민은 멍해졌다. 이런 망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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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방금 공민찬이 데려온 사람들 때문에 공준호는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그런데 또 낯선 사람 두 명이 심해윤에게 술을 올리겠다고 한다. 심해윤이 이번에도 그가 부른 줄 안다면 그의 주임 자리는 날아갈지도 모른다.“심 처장님과 아는 사이입니다.”진서준이 한 손으로 문을 잡고 닫지 못하게 했다.공준호는 진서준의 말을 믿을 리 없었다. 그의 눈에는 그저 줄 대러 온 사람들로 보였다.하지만 공준호가 아무리 힘을 써도 룸의 문은 돌담에 막힌 듯 끄떡도 하지 않았다. 공준호는 진서준을 무섭게 쏘아보더니 성난 목소리로 경고했다.“당장 손을 놓아요. 심 처장님이 오시면 용서를 빌 기회도 없어요.”진서준이 되물었다.“제가 왜 용서를 빕니까? 제가 심 처장님을 건드린 것도 아닌데.”공준호는 진서준의 말에 놀랐다. 멍청한 척하는 건지, 정말 멍청한 건지 모르겠다.그냥 고위 관료도 아니고 서울시 부시장 부인의 식사 자리에 쳐들어가는 것은 범죄는 아니지만 그 결과가 범죄보다 훨씬 더 무섭다.식사하던 심해윤 일행도 이상 상황을 감지하고 공준호에게 물었다.“공 주임님, 문 앞에 서서 뭐 해요?”심해윤의 질문에 공준호는 급히 둘러댔다.“호텔 직원이 한사코 술을 올리겠다고 하는데 거절하는 중입니다.”공준호는 심해윤이 절대 뇌물을 받지 않는 청렴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외식할 때도 그녀는 호텔에서 어떤 혜택도 받지 않는다.역시나 심해윤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직원한테 우리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하고 보내세요.”“들었죠? 심 처장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을? 우리는 술이 필요 없으니 얼른 가세요.”공준호는 진서준을 향해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진서준이 시큰둥하게 말했다.“지금 우리를 들여보내지 않으면, 잠시 후에 우리를 모시러 와야 할걸요.”“웃기시네. 모시러 간다고? 당신들 누군데? 위에서 내려온 고위 관료라도 돼?”공준호는 하찮게 여기며 진서준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자 진서준은 문을 잡고 있던 손을 내리고 공준호에게 문을 닫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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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정란 일가는 배꼽을 잡고 눈물까지 흘리며 웃어댔다.“진서준, 우리를 웃겨 죽일 셈이야? 심 처장님이 너를 맞으러 나온다고? 이왕이면 더 크게 허풍 떨지 그래!”“심 처장님이 정말 나오면 앞으로 네가 시키는 일은 다 할게.”정민이 코웃음을 쳤고, 조정연도 같이 빈정거렸다.“감옥 갔다 온 사람이 다르긴 다르다. 아무 말이나 내뱉어.”정씨 일가의 말에 허사연은 분노가 치밀어올랐지만 진서준의 허풍이 좀 지나치긴 했다. 그녀는 진서준을 편들고 싶어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진서준은 휴대폰을 켜더니 침착하게 심해윤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그때 룸에서 식사하고 있던 심해윤은 휴대폰 벨 소리를 듣고 꺼내 보았다.진서준에게서 온 전화인 것을 확인한 심해윤은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급히 휴대폰을 들고 구석으로 갔다.다른 사람들은 심해윤의 동작을 보고 어느 고위 관료의 전화인 줄 알고 모두 입을 다물었다.“심 처장님, 지금 오션호텔에서 식사 중이시죠?”“네, 설마 진 선생님도 여기 계셔요?”진서준의 질문에 심해윤은 처음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곧이어 반가워하며 물었다.진서준이 서정훈의 목숨을 구했는데, 아직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했다.진서준도 지금 오션호텔에서 식사하고 있다면 심해윤은 직접 술잔을 들고 가서 술을 권하고 싶었다.“네, 그리고 제 여자친구가 처장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진서준의 여자친구가 자기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에 심해윤은 좀 당황했다.“어느 룸에 계셔요?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처장님이 계신 룸 밖에 있어요.”“네? 문밖에 있다고요? 그럼 왜 안 들어오세요?”심해윤은 말하고 나서 갑자기 공준호를 돌아다보았다.그녀는 방금 문을 두드린 사람이 호텔 직원이 아니라 진서준과 그의 여자친구였다는 것을 알아챘다.순간 심해윤은 공준호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심해윤의 서늘한 눈빛에 공준호는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는 자기가 어쩌다 또 심해윤을 건드렸는지 전혀 몰랐다.“어떻게 된 건지 알았어요. 잠시만요. 곧 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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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모든 사람이 진서준이 허풍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심해윤과 아는 사이인 것도 그런데 진서준을 대하는 심해윤의 태도는 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심해윤이 누구인가? 서울시 부시장의 부인이고, 본인도 인사처 처장이라는 요직을 맡고 있다.대부분 인사 발령이 인사처 책임자인 그녀의 손을 거친다.이렇게 대단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 지금 진서준을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고 있다.정란은 자기 팔을 힘껏 꼬집었다. 강렬한 통증은 그녀에게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다만 정란은 이해할 수 없었다. 진서준은 감옥에 갔다 온 범죄자인데, 어떻게 심해윤한테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공민찬이 맨 먼저 정신을 차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처장님, 사람을 잘못 보신 게 아닙니까? 이 사람은 옥살이한 적이 있습니다.”심해윤은 진서준의 신분을 조사해 본 적이 없어 그가 옥살이한 적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그래서 공민찬의 말을 듣고 그녀도 놀랐다.하지만 반응이 빠른 심해윤은 이내 쌀쌀하게 말했다.“내가 아직 사람을 잘못 볼 정도로 눈이 침침하지 않아요.”이 와중에 아들이 심해윤의 심기를 건드리자, 공준호는 그를 발로 걷어차서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심해윤의 싸늘한 시선을 느낀 공민찬은 옷이 젖을 정도로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방금 너무 놀라 이성을 잃고 그런 쓸개 빠진 소리를 했던 것이다.“죄송합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됐어요. 가던 길 가세요.”더 이상 공민찬 일행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심해윤은 진서준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진 선생님, 우리 들어가요.”“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사연의 손을 잡고 먼저 룸에 들어갔다.허사연은 그렇게 얼떨떨하게 진서준에게 끌려 룸으로 들어갔고, 의자에 앉은 후에야 제 정신이 돌아왔다.“서준 씨, 심 국장님을 어떻게 알아요? 저는 왜 몰랐죠?”허사연이 놀란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오늘 아침에 알게 돼서 미처 말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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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좋은 사람은 오래 살아야 마땅했다.“아, 서정훈 부시장님께서는 깨셨어요?”진서준이 물었다.“네. 깨셨어요. 아니면 제가 이곳에서 밥 먹고 있을 일도 없겠죠.”심해윤이 말했다.“진 선생님. 처음에는 제가 선생님 의술을 믿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희 남편이 깨어난 순간 선생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제야 알았습니다.”서정훈의 상태가 호전된 후, 심해윤은 진서준에게 할 말이 많았다.하지만 정작 만나니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태어나서 다른 사람을 이 정도로 칭찬하는 건 처음이었다.심해윤이 진서준을 존경하는 모습에 다른 사람들은 그제야 진서준이 서정훈의 생명 은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허사연은 진서준이 서정훈을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했지만 워낙 사람이 많아서 물어보기가 그랬다.하지만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서씨 가문에서 서정훈의 생명 은인한테 무슨 짓을 할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이분은 저의 여자친구 허사연 씨입니다. 이 호텔이 바로 저의 여자친구의 것입니다.”진서준은 심해윤에게 허사연을 소개해 주었다.“심 처장님, 안녕하세요.”허사연은 긴장된 모습이었다.허씨 가문이 아무리 돈 많다고 해도 권력 있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렇지 않으면 서현욱이 자꾸 치근덕거릴 때 진작에 사람을 고용하여 혼쭐을 내줬을 것이다.“안녕하세요. 허사연 씨 참 대단한 것 같네요. 젊은 나이에 이렇게 큰 호텔을 경영하시고.”심해윤이 감탄했다.“그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을 뿐입니다.”허사연이 말했다.“아버님이 허성태 씨세요?”심해윤이 물었다.“맞습니다.”허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랑 제 남편은 사연 씨 아버님이랑 친구나 다름없습니다. 전에 함께 식사도 했었습니다.”심해윤이 웃으면서 말했다.허성태란 서울의 갑부 중의 한 명이자 서정훈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그때는 허사연이 어려서 이들 부부한테 소개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나중에 허사연이 가업을 물려받고 나서는 허성태의 건강이 악화하여 더욱 소개해 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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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정란이 바로 대답했다.“서준이 심 처장님이랑 식사하고 있어요!”조희선은 진서준이 심해연과 아는 사이인지 몰랐는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조정연은 조희선을 보더니 눈을 빙그르르 돌렸다.“언니, 서준이 잘 나가는 것 같은데 우리 집안도 좀 도와줘. 친척이잖아.”공민찬 역시 애원하는 눈빛으로 조희선을 쳐다보았다.진서준이 심해윤 앞에서 자신을 조금만 칭찬하기만 해도 앞길이 창창해질 것이 뻔했다.“그래요. 서준이한테 좀 말해주세요. 어차피 심 처장님이랑 아는 사이잖아요.”정태호 역시 덧붙였다.“우리 정민이도 내년이면 졸업인데 처장님께 말 좀 해서 인사처에 일자리 좀 알아봐 주면 안 돼요?”진서준을 무시하던 정란 일가가 이제는 부탁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하지만 부탁한답시고 말하는 말투가 건방지기만 했다.조희선은 진서준이 심해윤과 어떤 사이인지 몰랐기 때문에 난처하기만 했다.“서준이한테 말해봐.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조희선은 고개를 흔들면서 공손하게 거절했다.정란은 이 말을 듣자마자 이렇게 말했다.“서준이 엄마잖아. 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그래?”정란 일가는 방금 진서준의 태도에서 자기 가족을 싫어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그렇다면 진서준을 설득할 만한 사람은 조희선뿐이었다.조정연이 순간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언니, 우리는 물보다도 진한 피를 나눈 자매야. 잘 돼서 나 잊어서는 안 되지. 부모님이 하늘에서 보고 계시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조정연은 조희선의 마음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돌아가신 부모님을 핑계로 댔다.조희선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아무리 전에는 무시당했다고 해도, 자매 사이에 똑같이 돌려주면 별반 다름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이때 진서라가 나서서 말했다.“엄마, 이 일은 오빠한테 물어봐야죠!”이 말에 조희선은 갈대 같은 마음을 다시 붙잡게 되었다.“서진이 오면 서진이한테 말해봐.”다 성사된 마당에 진서라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정란 일가는 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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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서로 눈치만 보는 정란 일가 중에서 그래도 정태호의 눈치가 가장 빨랐다.“마음대로 시켜. 얼마 나오든 상관없으니까.”“정말요?”진서준이 물었다.“미리 말씀드리는데 이렇게 하신다고 해도 도와드릴 마음이 없어요.”정태호가 웃으면서 말했다.“오늘은 밥 먹자고 부른 거야. 친척 사이에 도와주고 말고가 어디 있어!”말은 이렇게 했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었다.정태호는 진서준이 그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그래요. 다른 말 하기 없기예요!”진서준은 메뉴판을 보면서 가장 비싼 페이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 페이지에 있는 요리들 다 주세요!”정태호 일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한 페이지를 다 시켰다고? 그러면 얼마야? 천만 원도 모자라겠는데?’더욱이 정란 일가는 이미 배부른 상태라 다 못 먹으면 낭비였다.하지만 이미 입 밖에 내뱉은 말이라 되돌릴 수가 없었다.“이렇게 많이 시켜도 괜찮죠?”진서준이 정태호를 보면서 물었다.“괜찮아. 이 정도는 괜찮아...”정태호가 이를 악물면서 대답했다.한 페이지만 주문했기 다행이지 다른 페이지도 주문했다면 정말 감당이 안 됐을 뻔했다.진서준이 또 한마디 했다.“버거우시면 제가 계산해도 됩니다.”정태호는 그가 심해윤을 안다고 해도 밥값을 계산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정말 돈이 많았다면 조희선이 휠체어 신세를 지게 하는 대신 좋은 의사한테 부탁해서 치료했을 것이다.하지만 정태호는 조희선의 다리가 분쇄성 골절이라 신경이 이미 죽은 상태라는 것을 몰랐다. 영골이 없으면 아무리 대단한 의사라고 해도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할 수 없었다.권해철과 함께 스승님을 만나러 가기까지 두 날밖에 남지 않았다. 내일만 지나면 진서준은 권해철과 출발해야 했다.직원이 메뉴판을 들고 나가자 정태호가 웃으면서 말했다.“서준아, 내년이면 정민이도 곧 졸업인데 너 심 처장님이랑 친해? 혹시 우리 정민이 일자리 좀 알아봐달라고 하면 안 될까? 돈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이모부한테 말해. 2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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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정란 일가의 입에서 혈육 간의 정을 들으니 역겹기만 했다.만약 정말 이 관계를 중히 여겼다면 조희선이 다리가 부러졌을 때 병문안 정도는 와야 했다.심지어 조희선이 직접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을 때 무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진서준은 이런 냉혈 인간들에게 마음이 약해지지 않으려고 했다.가는 정 오는 정이라고 했다.진서준은 그 정도로 마음이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저는 도와드리지 않을 거라고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이 한 끼는 제가 살게요.”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이들의 체면을 깎아내렸다.이에 정태호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서준아, 정말 우리를 모른척할 거야?”“친척이라고 할 자격이나 있으세요?”진서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먼 친척보다 이웃이 낫다는 말이 맞는가 보네요.”조희선이 진서준을 급히 말리면서 난처한 표정으로 정태호에게 말했다.“마음에 두지 마. 서준이도 어려운 점이 있어서 그럴 거야.”“됐어. 도와주기 싫으면 말라고 해. 그따위 도움 필요 없어! 처장님과 친하다고 눈에 뵈는 게 없네.”정란은 진서준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내가 말하는데, 넌 우리가 없었으면 이런 밥 한 끼도 먹지 못했어!”허사연이 듣고서 피식 웃고 말았다.그녀는 이 호텔의 주인이었기 때문에 먹고싶은대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다.“왜 웃는데? 무슨 고생을 사서 하려고 서준이를 따라다녀!”정란은 허사연을 향해 소리쳤다.여자는 자기보다 예쁜 여자를 보면 질투심이 생기기 마련이었다.정란은 자기보다 예쁜 허사연을 보자마자 질투심이 폭발하고 말았다.허사연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이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다.“내가 웃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 그 입 좀 닥쳐. 아니면 이 호텔을 벗어나지 못하게 할거니까.”“웃겨. 네가 뭔데 우리를 이 호텔에 잡아두겠다고 하는 거야?”정란은 가소롭기만 했다.“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맞았네. 전과자 주제에 어떤 여자친구를 사귀겠어. 유흥업소에서 몸이나 파는 창년이겠지.”진서준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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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조희선이 다급하게 설명했다.“아니에요. 이 사람들이 먼저 사연이를 때리려고 해서 제 아들이 손댔을 뿐이에요.”정란이 허사연을 창년이라고 욕했을 때 조희선도 많이 화났다.허사연을 며느릿감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괴롭힘을 받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래서 아까 진서준이 사람을 때릴 때 별로 말리지도 않았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 사람들 우리 내쫓지 못해요.”진서준이 허허 웃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뒤이어 정란 일가가 지켜보는 앞에서 경호원들이 허사연에게 허리숙여 인사했다.“사장님!”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정란 일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 년이 이 호텔 사장이었다니!’“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부르면 들어와.”허사연이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네!”경호원들은 그대로 뒤돌아 밖으로 나가서 방문을 닫아버렸다.방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정태호는 이 호텔이 허씨 가문의 소유인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서준이 여자친구가 바로 허씨 가문의 따님?’건드린 사람이 허씨 가문의 따님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정태호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오해... 오해야...”정태호는 휴지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고 더는 진서준 앞에서 잘난 척할 수가 없었다.돈과 권력을 모두 쥐고 있는 진서준 앞에서 잘난 척하는 것은 죽으려고 작정한 거나 다름없었다.“오해요? 방금 저보고 이 호텔을 벗어나지 못하게 할 거라고 하신 거 아니에요?”진서준이 웃으면서 말했다.“장난친 거였어. 친척끼리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어!”정태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저는 당신들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연기 그만하세요.”진서준이 냉랭하게 말했다.“앞으로 더는 연락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만 가보셔도 좋아요.”진서준은 더는 이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오늘 조희선과 진서라를 데려온 것은 조정연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정란 일가에게 자신이 더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함이었다.진서준의 단호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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