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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그의 말에 적어도 열몇 명은 놀라서 자리에 주저앉았다.아래층에서 남도훈이 스포츠카를 몰고 달려왔다.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나았다. 양희지가 결혼했던 과거도 받아들인 남도훈이었으니, 다른 남자에게 몹쓸 짓을 당한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이럴 때야말로 여자가 가장 나약한 순간이다. 관심의 눈빛, 간단한 위로 몇 마디면 양희지는 분명 크게 감동하고 앞으로 그에게 성과 마음을 다할 것이다.“도련님, 오셨어요!”조윤미가 급히 마중을 나갔고 남도훈은 급 연기에 돌입했다.“윤미 씨 전화 받고 바로 달려왔어요. 오는 길에 아버지에게 전화해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어요.”“방법이 있을까요?”조윤미가 급히 물었다.방법이 있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남도훈은 뻔뻔하게 말을 지어냈다.“서해 시 전체에서 서경철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초대 지하세계의 왕인 경태 삼촌이라고 하셔서, 전화 한 통 넣어달라고 부탁했어요.”감옥살이하는 것도 아니고, 허풍은 누구나 떨 수 있었다.당시 공규석과 서경철이 어려웠을 때, 경태 삼촌이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이유로, 두 사람은 늘 경태 삼촌을 고마워하고 존경하고 있었다.“그럼 너무 잘됐네요. 역시 중요한 순간에는 도련님밖에 없어요. 저희 양 대표님이 도련님을 알게 된 건 정말 천운이에요. 염무현 그 쓰레기 입에서 나오는 말은 진실이 하나도 없어요!”조윤미가 중얼거리고 있는데, 문 앞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그가 안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양희지였다!“어떻게 저 자식이?”남도훈은 화들짝 놀랐다.‘멀쩡하게 천하 그룹에서 걸어 나온다고? 어떻게 이럴 수 있지?’서경철은 염무현과 피맺힌 원한이 있었으니 절대 쉽게 염무현을 용서할 수 없었고, 더욱이 양희지를 데려가게 내버려 둘 리도 없었다.염무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직 멍한 상태인 조윤미에게 양희지를 맡기고는 간단히 몇 마디 하려는데, 조윤미가 갑자기 흥분하며 소리쳤다.“도훈 도련님, 우리 대표님을 구해주셔서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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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남도훈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네 아버지가 뭐라 했는지 어디 한번 말해봐.”염무현이 비웃으며 말했다.남도훈은 고개를 빳빳이 세우더니 여전히 뻔뻔하게 말했다.“아버지가 경태 삼촌에게 전화해서 희지 씨를 풀어줬다고 하네.”“거짓말. 어서 진실을 말하지 못해?”염무현은 이렇게 뻔뻔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한 번도 아니고, 번번이 남의 공을 가로채면 앞으로 들통나는게 두렵지도 않을까?조윤미가 불쑥 나섰다.“염무현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도훈 도련님의 공이 아니면 설마 당신 덕이겠어요? 그저 운이 좋아 대표님을 위층에서 데려온 것뿐이면서. 도훈 도련님 아버지의 도움이 없었다면, 당신은 이미 위에서 죽었을 거예요!”“도훈 도련님에게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말을 왜 요상하게 해요. 정말 인간 됨됨이가 이상하네요! 게다가 이 일은 당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하마터면 우리 양 대표님을 해칠 뻔해 놓고,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그런 말을 하는 거죠?”남도훈은 너그러운 척하며 손을 내저었다.“그만 해요, 됐어요. 저는 희지 씨를 구하려던 거지 이 자식을 구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그저 운이 좋아 덕분에 살아난 것뿐이니, 저도 이 자식 감사 인사 따위는 필요 없어요.”조윤미는 더 흥분해서 말했다.“들었죠? 이게 바로 남자의 도량이에요. 무현 씨와 도련님 사이의 이 거대한 차이가 눈에 보이시나요? 조금의 염치라도 있다면 고맙다고 인사하세요.”양희지마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염무현, 너 진짜 너무 했어!”“내가 너무해?”염무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희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너 진짜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전에도 별로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사리 분별은 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속이 좁아터져서 염치도 없는 사람이 된 거야? 너무 실망이야.”설명하려던 염무현은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겨우 몇 마디 했다고 토라진 거예요? 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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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하지만 너무 순조로웠다.의혹을 품은 채 그들은 위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왔을 때 김범식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아가씨를 보호해!”순간 모든 사람이 우르르 몰려들더니 공혜리를 가운데에 에워쌌다.인원수로 따지면 공혜리 쪽은 절대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고, 상대방의 땅에서 이렇게 돌진하는 것은 스스로 그물에 뛰어드는 격이었다.김범식의 경계심 가득한 얼굴에는 걱정이 앞섰다. 일단 시작하면 조금의 이득도 볼 수 없는 싸움이었다.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상대방의 백여 명의 사람들은 제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자세히 살펴보니 하나같이 겁에 질린 듯 얼굴이 하얗게 상기된 채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왔어요?”사무실에서 염무현의 목소리가 들렸다.공혜리는 화색이 돌더니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을 급히 밀어내고 그에게 달려갔다.함정일까 봐 두려웠던 김범식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막았지만, 공혜리가 재빠르게 피했다.“휴!”김범식은 한숨을 쉬고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염무현이 나타난 이후로 공혜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와 관계된 일이라면 공혜리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예전에는 매사에 냉철했고, 뛰어난 지능을 가져 아버지 공규석 못지않게 모든 면에서 뛰어난 그녀였다.언젠가 이 모든 후과를 감당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지금의 공혜리는 빙산처럼 차가운 얼음공주가 아니라, 연애에 정신이 팔린 보통 여자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김범식은 속으로, 공혜리가 염무현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앞의 광경에 놀라 또 한 번 멍해졌다.“이거 뭐야... 서씨 가문의 4대 천왕, 8대 금강, 그리고 서경철은 대체 왜 이러고 있어?”김범식은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먼저 도착한 공혜리도 경악하고 말았다.이 순간, 그녀는 마침내 둘째 삼촌 공규석의 근심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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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말이 끝나자 염무현의 심념(心念)과 함께 4대 천왕과 8대 금강이 잇달아 쓰러지더니 일곱 개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다!“철퍼덕!”열두 구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불가사의한 표정으로 하나같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그 모습에 공혜리는 아연실색했고, 피를 보는데 익숙해진 김범식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김범식에게 살인은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두려워하는 점은 이 열두 명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알 수 없는 두려움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염무현은 그들의 이마에 바늘을 꽂고 있었을 뿐,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었다.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염무현이 놀라운 침술로 사람을 구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그래서 두 사람의 인식 속에 침술은 병을 치료하는 것이지, 살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이 열두 사람 중, 절반 이상의 실력이 모두 김범식보다 뛰어났고, 백전백승의 지독한 인물이었다.바늘 하나로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하는 것도 이상한데, 소파에 앉아 있던 염무현이 도대체 어떻게 그들의 목숨을 앗아갔을까?지금까지 공혜리와 김범식이 염무현을 존경한 건, 감사하는 마음뿐 아니라 그의 뛰어난 의술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두려움으로 변했다.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두려움!염무현은 4대 천왕과 8대 금강을 소리 없이 제거했으니, 공씨 가문 정도를 멸망시키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염무현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전에 김범식은 염무현이 마스터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추측했지만, 스무 살 남짓한 그가 마스터 경지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염무현은 틀림없는 마스터였다!공혜리는 경악한 나머지 그에게 더욱 흥미를 느꼈다.아버지의 일기를 보지 않았다면, 젊은이가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초강력 의술을 가졌다는 사실도 믿을 수 없었을 테고, 단숨에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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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그리고 여자도, 원하는 만큼 드릴게요. 갖고 싶은 여자가 있으시면 제가 바로 납치해서라도 드릴게요!”염무현이 양희지를 위해 혼자 용천에 침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경철은 순진하게 미색으로 상대를 매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유언을 말하라고 했더니, 무슨 헛소리를 지껄여. 귀만 더러워졌네.”염무현은 귀찮은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기어이 말하지 않겠다면 여기까지 하지. 난 분명 기회를 줬다?”말을 마치고 그는 세 손가락을 살짝 앞으로 밀었다.은침이 모두 서경철의 목으로 들어갔고, 날카로운 바늘이 반대편에서 새어 나왔다.서경철은 안색이 굳어지더니 순간 빛을 잃고 눈을 부릅뜨고는 꼿꼿이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었다.김범식은 복잡한 표정으로 연거푸 침을 삼켰고, 자신이 염무현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신기한 수법은 일반 마스터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염무현의 실력에 김범식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공혜리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잃었다. 염무현의 모든 행동들은 그녀의 인식을 훨씬 뛰어넘었다.무엇보다 놀라운 건 염무현의 결단력이었다. 서해에서 알아주는 거물급 인사 서경철을 망설임도 없이 죽이다니.마치 개미 떼를 죽이듯, 일말의 연민도 없이 죽어버렸다.심지어 공혜리는 이 개미 떼들이 염무현의 손에 죽을 수 있는 건 전생에 나라를 구한 복이라는 착각까지 들었다.개미 떼들은 그의 손에 죽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나머지 일은 두 분에게 맡겨도 될까요?”염무현은 협상의 말투로 말했지만, 공혜리와 김범식에게는 큰 부담감이었다!공혜리가 곧바로 대답했다.“네, 문제없어요!”“좋아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염무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공혜리가 용기 내서 말했다.“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여기는 김 팀장님께 맡기면 돼요.”김범식이 다급하게 말했다.“네,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염무현이 고개를 끄덕였고, 공혜리는 경외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의 뒤를 따랐다.김범식은 시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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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월요일 아침. 하늘은 맑게 개었다.3일 연속 궂은비가 계속 내리더니, 마침내 날씨가 개었다.연남, 패밀리 호텔.“저더러 무현이 면접 데리고 가라고요? 제가 왜요?”우예원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마치 염무현이 맹수라도 된 듯 피하기에 바빴다.오피스룩을 입은 그녀는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의 모습이었다. 깔끔하게 재단된 작은 슈트 아래 하얀색 이너셔츠, 두 봉우리가 웅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록한 허리가 받쳐주니 꽤 매혹적이었다.아래는 짧은 스커트와 블랙 스타킹이 완벽 조화를 이루었고 하이힐을 신어 늘씬한 몸매를 자랑했다.염무현은 4년 못 본 우예원이 꽤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변했을 줄은 몰랐다.영양실조가 조금 있긴 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의 염무현이 있는 이상 손쉽게 고칠 수 있었다.그때가 되면 우예원의 몸매는 더욱 완벽해질 것이고, 전문 모델을 뺨치는 수준이 될 것이다.한 식구가 모여 아침을 먹고 있었다. 정은선이 특별히 딸과 염무현의 입맛에 맞게 30분 전에 내려가 사 온 것이다.“넌 무현이 동생이야. 곧 동료가 될 텐데 면접에 데리고 가면 또 어때?”우현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무현이 데리고 회사 분위기도 익히고 직원들과도 인사 시켜. 그리고 앞으로 출퇴근도 같이하도록 해.”우예원은 급해서 정은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엄마!”정은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집에서는 우현민의 말이 곧 법이었다.불만 가득한 우예원의 표정을 보며 염무현은 속으로 말했다.‘염라대왕이랑 함께 출근하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 줄도 모르고! 네가 싫어하면 나도 불쾌하거든?’우예원은 김밥 하나를 집어 들고 힘껏 물며 불만을 터뜨렸다.“그리고 무현이가 출근해야 하는데 계속 친구 집에서 지내는 것도 좋지 않아.”우현민이 말했다.“예원아, 무현이 너희 집에서 지내게 해.”“안 돼요! 절대 안 돼요!”우예원이 황급히 말했다.방금 거절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진지했다.함께 출근하는 것을 끝까지 반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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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우예원은 자신이 입만 열면 손해라는 것을 알고, 부모님과 계속 싸우는 것도 무의미해서 방향을 바꾸었다.“일단 면접에 합격하면 다시 얘기하죠.”“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해요. 요즘 우리 회사 신입 직원에 대한 요구가 아주 높아서, 낙하산으로 들어오려던 사람들 전부 면접에서 떨어졌어요.”염무현이 면접에서 떨어져 돌아오게 되면, 우현민도 더 이상 뭐라고 말하기 민망할 것이다. 자기가 추천한 사람이 자격 미달인 건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우예원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은 도대체 왜 염무현을 아끼시는지, 그녀의 눈에는 장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인데 말이다.우현민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무현이는 분명 합격할 거야!”“무현아, 첫인상이 중요하다.”우현민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지금 입고 있는 옷은 적합하지 않구나. 새 옷을 사러 갈 시간은 없으니 체형이 비슷한 내 옷을 입고 가거라. 아직 개봉하지 않은 셔츠가 몇 벌 있어.”염무현은 속으로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흔쾌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감사해요, 역시 삼촌 생각이 깊으시다니까요.”10여 분 후, 우예원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멀었어? 더 늦으면 지각이야. 아니면 나 먼저 간다?”“됐어!”염무현은 방에서 나왔다. 정장을 입은 그의 모습은 확 달라졌다.잘생긴 외모, 범상치 않은 분위기, 그야말로 직장 엘리트의 표본이었다!하지만 우예원은 그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다. 비록 전과 다른 것을 발견했지만 그저 속으로 중얼거렸다.‘옷만 번지르르하게 차려입으면 뭐해. 속은 쓰레기인데!’“빨리 가자!”우예원은 화려한 뒷모습을 남긴 채 먼저 앞장서서 나갔다.염무현은 두 어르신을 향해 말했다.“그럼 저 가볼게요. 삼촌, 제 걱정 마시고 학교에 수업하러 가세요.”“그래, 가보거라.”우현민은 활짝 웃었다.아래층, 가로변.우예원은 스쿠터를 타고, 긴 다리를 90도로 구부려 땅을 짚고 말했다.“미안하지만, 교통 법규상 사람을 태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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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난 분명히 말했다? 혜리 그룹은 절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회사가 아니야. 우리 아빠가 미리 손을 써두었다고 해도 능력이 없으면 바로 퇴출이야.”차가 혜리 빌딩 아래층에 주차되고, 우예원이 문을 열면서 차갑게 말했다.그녀는 미리 염무현에게 예방 주사를 놓는 것이었다. 면접에서 떨어진다면, 염무현의 능력 한계로 회사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니 절대 다른 사람을 탓하면 안 된다고 말이다.남자들은 모두 자존심이 강했으니, 염무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만약 떨어진다면 다시 우현민을 찾아가 부탁하기 부끄러울 것이다.“그리고, 나랑 같이 왔다고 말하지 마! 인사팀은 6층에 있으니까 혼자 가고.”우예원은 긴 다리를 뻗어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떠났다.염무현은 피식 웃었다. 당연히 계집애와 따지지 않았고 혼자 로비에 들어섰다.벽에 걸린 커다란 포스터는 바로 공혜리 본인의 사진이었다. 얼음장 같은 얼굴에 지적인 큰 눈망울을 자랑하고 있었다.아래에는 한 줄의 소개가 있었다.‘혜리 그룹 대표, 공혜리’“이런 우연이 다 있네?”염무현은 약간 복잡한 웃음을 지었다.사실 처음 우예원의 입에서 혜리 그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의심을 하긴 했었다.하지만 공혜리가 지금 SJ그룹의 수장인 것을 고려해 그저 이름만 같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만약 공혜리가 자신의 회사에 염무현이 지원한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염무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6층에 올라갔고, 마주 오는 젊은 여직원에게 물었다.“죄송하지만, 인사팀이 어디죠?”“저쪽이요. 면접 보러 오셨어요?”여직원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눈앞의 잘생기고 예의 바른 남자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염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제가 인사팀 직원이에요. 절 따라오시면 돼요.”여직원은 열정적으로 앞장서서 걸었다.한편, 우예원이 있는 영업팀.“예원 여신님, 왔어요?”도명철은 마치 큰일이라도 한 듯 신비롭게 말했다.“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들어보니 그 녀석 백이 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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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같은 시각, 염무현은 이미 인사팀에 도착해 자신의 이력서를 건네주었다.면접관은 남자 2명, 여자 1명 모두 세 명이었다.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인사팀 팀장 한석준이었고 왼쪽에는 그의 비서, 오른쪽에는 염무현을 데리고 온 여자가 앉아 있었다.염무현은 책상 위의 카드를 보고 그녀의 이름이 하지연이라는 것을 알았다.좌석 배치로 미루어 볼 때, 하지연의 직급은 비서보다 낮은 보통 사원일 것으로 짐작했다.한석준은 염무현을 쳐다보더니 눈가에 이상한 웃음이 번지고 표정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감방에서 4년이나 있다가 금방 풀려난 녀석을 골탕 먹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그는 심지어 도명철이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로 여러 번이나 인사를 했으니 말이다하지만 또 이건 도명철이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그래, 오늘 내가 제대로 혼내주마!’“이름, 나이, 성별, 학력에 대해 말하고 1분 안에 자기소개하세요.”한석준은 이력서를 들고 명령하는 말투였다.말투는 차갑고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면접이 아니라 범죄자를 심문하는 격에 가까웠다.염무현은 그의 태도에 순간 기분이 나빴고 덤덤하게 말했다.“이력서에 모두 있는 내용인데 안 보시나 봐요?”감히 말대꾸를 하다니!혜리 그룹의 급여 수준과 복리후생이 다른 회사에 비해 월등히 높았기 때문에 면접 보러오는 지원자들은 저마다 공손했고, 면접관에게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전과자 주제, 성격은 또 고약하네!’인사팀 팀장으로서 한석준은 자신의 권위가 도발 당했다고 느껴 벌컥 화를 냈다.“탁!”이력서를 탁자 위에 내던진 한석준은 엄하게 소리쳤다.“묻는 말에나 답해. 너에게 질문할 권리 따위는 없어. 알겠어? 감옥에서 그렇게 오래 썩었으면서 이 정도 규칙도 못 배운 거야?”염무현의 눈이 매서워졌다.그의 이력서에는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한석준이 이렇게 단언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누군가 미리 알려줬을 것이다.한석준의 태도로 보아, 그는 지금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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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이 두 사람은 일부러 염무현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연은 한석준에게 너무했다는 눈짓을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하지연은 또 비서를 보았지만, 마찬가지로 그녀를 무시했다.염무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차갑게 말했다.“당신, 확실해?”한석준은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이 건물 모든 공중화장실, 남녀 구분 없이 모두 당신이 책임지고 월급은 50만 원이야.”“빨리 팀장님께 감사하다고 하지 못해요? 팀장님께서는 호의를 베풀어 당신을 회사에 남겨두는 거예요. 다른 회사였으면 전과자를 회사에 들이지도 않았어요!”비서가 큰 소리로 말했다.하지연은 두 사람이 너무 선을 넘었다고 생각되어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팀장님, 청소부는 외주가 책임지고 있어서 저희가 따로 사람을 뽑을 필요는 없잖아요.”전과가 있으면 또 어떤가?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리를 수 있다. 잘못을 알고 고치면 될 일인데, 이렇게 인신공격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한석준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콧방귀를 끼었다.“넌 끼어들지 마. 인사부 팀장은 나야. 내가 알아서 해.”그는 이력서를 집어 들고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이름이 염무현? 그래서 화장실 청소할 거야, 말 거야? 명문대 졸업이면 뭐 대단한가? 현실을 직시해야지. 지금 조건으로는 이게 가장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어.”염무현은 휴대폰을 꺼내더니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랑 계속 얘기할 필요가 없어 보이네.”“나랑 얘기 안 하면 누구랑 얘기할 건데?”한석준은 경멸하며 웃었다.“구원병이라도 부르려고? 널 소개한 그 이사? 솔직히 말하면, 회사에 자리 하나 없는 그 이사분은 회사 내부 문제에 개입할 권리가 없어.”“누구를 뽑는지는 전적으로 내 소관이야!”그를 소개한 이사의 입김이 도명철에 비해 약한 건 사실이었다. 둘 중 한 사람의 미움을 사야 한다면, 한석준은 당연히 회사 일에 잘 참석하지 않는 이사를 선택할 것이다.염무현은 곧바로 공혜리에게 전화를 걸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저는 지금 혜리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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