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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보름 남짓이 못 본 사이 한수민은 몰라보게 변해버렸다.온몸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간병인의 부축 하에서 간신히 걸어왔다.현장 기자들 안중에 한수민은 더는 소문이 자자한 무용가가 아니었다.후회와 참회의 마음으로 법정에 나선 한수민은 움푹 꺼져 들어간 두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친딸인 윤소현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한수민의 눈빛과 마주친 윤소현의 얼굴에는 그에 대한 혐오감과 놀라움만 쓰여 있을 뿐,다른 감정은 전혀 없어 보였다.“한수민은 왜 왔어?”그녀가 비서에게 물었다.“그건 모르겠어요.”비서가 고개를 살살 흔들면서 대답했다.“쓸모없는 놈!”한수민은 윤소현을 향한 눈길을 박민정 쪽으로 돌리더니 끝내 박민정의 얼굴에 머물고 말았다.박민정은 여전히 냉정했다. 그의 눈동자는 고요한 호숫물처럼 아무런 파문도 없었다.한수민의 가슴은 칼로 도리는 듯 아팠다.자신에 지나간 세월에 박민정에게 끊임없는 상처만 주지 않았더라도 이런 눈빛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정민기가 그녀의 곁을 지나서 박민정한테 다가서 말했다.“제가 도착했을 때 이미 양쪽 싸움이 붙었어요. 그래서 두 사람을 차에 태워서 데려왔어요.”“네, 수고했어요.”박민정이 머리를 끄덕하면서 말했다.정민기는 자리를 찾아서 앉고, 재판은 바로 시작됐다.한수민은 이혼소송을 제출하면서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요구했다. 이어서 그녀는 자기가 입원하고 있는 사이 윤석후의 불륜 증거를 제출했다.윤석후가 계속 사실을 부인하려고 발버둥질했지만, 호산 그룹 법무팀의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기에 윤석후는 결국 깡그리 지고 말았다.판사는 당장에서 이혼 판결을 내리고, 윤석후의 재산 절반을 한수민에게로 줄 것으로 판결 내렸다.재판이 끝난 뒤윤소현은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그녀는 당장 달려 나가서 유남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우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 호산 그룹에 왜 한수민의 소송을 돕는 거예요?”재판 결과를 알고 있는 유남우는 사무실의 의자에 앉아서 창밖의 빌딩을 보면서 대답했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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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한수민의 입에서 자신을 배려하는 말이 나왔다는 점이 박민정은 너무 가소롭게 느껴졌다.“우리한테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말을 마친 박민정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차에 올라서 떠나갔다.그녀는 오늘 뜻밖의 일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생각 밖으로 잠잠했다.한데 눈만 감으면 한수민의 가냘픈 말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계절이 바뀌고 있으니, 너랑 아기랑 다 건강을 잘 챙기고…’그녀는 방금 앞에 서 있던 한수민이 진심인지, 아니면 여전히 허위적인지 분별을 할 수 없었다. 아무튼 한수민이 준 받은 상처는 한평생 아물 수 없을 것이다.박민정은 그 누구보다도 한수민을 증오했다.“도착했습니다.”정민기의 말소리에 박민정은 어렴풋한 사색 속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두원 별장에 도착했다.오늘따라 유남준도 일찍 돌아왔다. 소파에 앉은 채 그녀한테 물었다.“어떻게 됐어?”“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한수민이 재판에서 이겨서 뜻대로 이혼하고 재산까지 절반 가졌어요.”박민정이 옆에 다가와 앉으며 대답했다.한수민이 소송을 걸어 얻은 돈을 윤소현한테 주지는 않을 것이고, 아마도 박민호에게 줄 계획일 것이다.그렇다면 그 돈이 다시 박씨 가문에 돌려준 셈이지.피곤함이 막 몰려오자, 박민정은 유남준의 팔짱을 끼면서 애교를 부렸다.“매일 저를 회사까지 바래다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오늘 나 혼자 두고 아침 일찍 나갔대요?”그녀도 무심결에 던진 말이지 화나서 한 말이 아니었다.너무 갑작스러운 열정에 놀란 유남준은 말문이 탁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머리를 다독여 주었다.“당신이 좋아하는 프로젝트 몇 건 가져왔는데 한번 봐.”“싫어요… 왜 또 업무에요?”박민정이 한숨을 지었다.‘유남준, 당신은 정말로 인간성이 없는 금수야.’“당신이 이 몇 건의 프로젝트만 완성할 수 있다면 당신의 마케팅 5팀은 절대로 안 쫓겨나.”유남준이 덧붙여 말했다.그는 오늘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김인우한테서 검진을 받았다.이번 주만 지나면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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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뭐라고? 질렸다고?’이 대답을 들은 박민정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유남준을 감쌌던 두 팔을 어디에 둘 줄 몰라 어쩔 바를 몰라 했다.박민정은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깊은숨을 한껏 들이켠 후 말했다.“남준 씨,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니에요?”방금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이혼을 제출하니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런 거 없어.”유남준이 차디찬 눈빛을 보이면서 대답했다.더 이상 유남준과 상대하기 싫다는 듯 박민정은 그와 몇 미터 사이를 두고 앉아서 사색에 잠겼다.드디어, 거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박민정이 계속 침묵을 지키는 것을 보던 유남준이 말을 꺼냈다.“절대로 당신이 섭섭지 않게 할 테니 잘 생각해 봐.”말을 마친 그는 몸을 일으켜서 계단으로 향했다.그 말을 들은 박민정은 당장 달려가서 유남준한테 한바탕 주먹을 휘두르고 싶었다.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박민정은 미심쩍었다. 유남준이 올라간 뒤 급히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 건너편의 서다희가 이내 전화를 받았다.“사모님, 무슨 일로 전화하셨습니까?”“혹시 요즘 유남준 씨한테 무슨 일 없나요?”오늘 대표님이 병원에 가셔서 김인우 의사 만나서 검진받고 다음 주부터 수술받기로 했다.이 일을 그 누구에게도 말 못 하게 했다.만일 수술 결과가 좋지 못하면 박민정 모자가 유씨 가문에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할 걸 예측했다.그래서 먼저 이혼서류를 밟아서 거액의 위자금을 박민정한테로 돌리려고 했다.“대표님께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서다희가 시치미를 뚝 떼며 되물었다.박민정은 이혼과 관련한 말을 서다희 에게 말하기는 머쓱했다.“아니요, 혹시 남준 씨한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 해서요. 이를테면 머리를 어디에 박았다는가…”“그럴 수 없습니다. 대표님께서 항상 안전이 일 위라고 하십니다.”허다희한테서 아무런 가치 있는 정보를 얻을 것 같지 않은 박민정은 전화를 끊었다.어느덧 저녁이 되어 박윤우가 돌아왔다.저녁밥을 먹고 있던 박윤우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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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유남준은 그 자리에 목석처럼 굳어졌다.“잉꼬부부도 7년째의 권태기에 접어들어 갈 수 있다고 해요. 당신과 나는 결혼한 지 7년이 되지만 진정으로 같이 생활한 지는 일 년조차 넘기지 않았어요. 근데, 벌써 무미건조하나요?”박민정의 입김이 유남준의 가슴에 뜨겁게 닿았다.유남준은 간지러움을 억지로 참으면서 말했다.“이러지 마.”유남준의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거칠어졌다.박민정은 턱을 위로 살며시 들고 귀 방울까지 빨개진 유남준의 얼굴을 그윽하게 지켜보았다.그가 입으로는 어떤 거짓말을 하더라도 몸은 성실하다.“당신 진짜 저랑 이혼 할 샘인가요?”“음.”유남준이 둣걸음 치면서 그녀를 몸에서 밀어내려고 했다.박민정은 일부러 ‘앗!’ 하며 뒤로 넘어지는 시늉을 마치기 바쁘게 유남준은 잽싸게 그녀를 도로 안아 당기였다.그러다 당황해서 또다시 밀어냈다. 그리고 또 안아 당기였다.이에 재미를 본 박민정은 또다시 앞으로 달려가 유남준을 꼭 안았다.“더 이상 나를 밀어내지 말아요. 전 당신의 아기를 가진 임신부예요. 당신이 밀어서 아기가 잘못되면 저를 원망하지 말아요.”유남준은 지금처럼 속수무책 인적이 없었다.“말 좀 들어. 이 상황에서 이혼이 우리에게 제일 좋은 선택이야.”비로소 박민정은 유민준이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걸 확인 했다.지금 그녀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유남준을 꼭 안은 채 말했다.“유남준 씨, 지금 내 말을 잘 들어요. 오늘 당신이 나랑 이혼하면 다시는 되돌리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깐 잘 생각해 보고 말해요.”‘절대로 후회 안 해!’유남준은 자신이 수술을 받은 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 꼭 다시 박민정을 되찾아올 타산이었다“그래.”유남준은 속에 없는 말을 해버렸다박민정은 곧 돌아버릴 직전이었다.“여봐요, 남준 씨! 당신은 대체 나한테 뭘 숨기고 있어요? 당신이 앞을 못 봐도 상관없는데 또 뭘 나한테 숨기려 해요?”박민정은 지금 왕짜증이 났다. 이런 유남준이 진짜 얄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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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이튿날아침 일찍 일어난 박윤우는 따끈한 온수 팩을 안고 이불속에 드러누웠다.박민정이 박윤우를 깨워 주려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걸 발견했다.“윤우야…”박민정이 부드럽게 불렀다.박윤우가 살며시 눈을 뜨더니 허약하게 말했다.“엄마…”“아들, 어데 아파?”박민정이 걱정되어 물었다.“엄마, 나 어지러워요…”“얼른 일어나, 엄마가 옷 입혀줄게, 병원에 가자.”애가 어지럽다고 하자, 놀란 박민정은 다급히 서두르기 시작했다.박윤우는 어릴 때부터 백혈병으로 앓고 있었기에 설사 작은 병이더라도 끌면 안 되기 때문이다.“엄마, 나 병원에 가기 싫어요. 그냥 집에서 누워 쉬면 안 돼요?”“안되지, 윤우의 이마에 장국 끓일 수 있겠네…”“나 어제 비 맞아서 그래요. 좀 누워 있으면 금방 나을 것 같아요.”박윤우가 변명했다.유남준이 말소리에 깨어나 방에서 나오면서 물었다.“무슨 일이야?”지금은 아들이 일 순위이다. 박민정은 어제저녁의 불쾌한 일로 유남준을 무시하지 않았다.“윤우 지금 열이 많이 나고 있어요. ““엄마 출근 안 해요? 아빠랑 병원 가게 해줘요.”박윤우가 유남준을 훔쳐보면서 말했다.“윤우가 아픈데 엄마가 어떻게 출근해? 오늘 휴가 내면 되지.”“근데 엄마 어제도 휴가 냈잖아요. 어차피 아빠는 한가하신데…”그러는 박윤우는 문 입구 편에 서 있는 유남준을 올려보면서 말을 이었다.“아빠가 윤우를 병원에 데리고 가줄 수 있지요? 네? ”유남준은 당연히 거절할 리가 없었다.“그래, 민정 씨는 출근해, 윤우는 내가 병원에 데려가면 되지.”유남준이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을 원하는 박윤우를 보고 박민정은 묵묵히 옷을 입혀 유남준에게 안겨 주었다.두 사람이 차에 오르기까지 배웅했다.차에 앉은 유남준은 또 박민정을 보면서 신신당부했다.“어제저녁에 한 얘기, 서둘러 결정해.”박윤우만 이 자리에 없었더라면 당장 유준우를 한 대 갈기고 싶은 심정이다.“어제 무슨 일 인데요?”박윤우가 능청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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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주치의가 박윤우의 전면 검진 보고서를 보니 백혈병 외 감기로 인한 발열 증상은 없었다.“수치가 정상입니다.”‘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박윤우가 다급히 변명했다.“의사 선생님, 혹시 제가 병원에 오니 병균이 자동으로 죽은 건 아닐까요?”이에 주치의는 껄껄 웃었다. 따라서 얼마간 짐작이 갔다.병실 밖을 나온 주치의는 유남준에게 말했다.“대표님,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는 도련님이 유치원에 가기 싫어서 꾀병하는 것이고, 둘째는 아침에 급히 깨어나면 어지럼증을 나타나는 애들도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면 정상으로 돌아올 겁니다.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유남준은 당연히 두 번째로 추측했다.“괜찮다니 다행입니다.”병실로 돌아온 유남준은 박윤우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아빠, 윤우는 유치원도 가기 싫고, 집에도 가기 싫어요. 아빠가 일하는 곳에 가고 싶어요.”박윤우는 오늘 유남준 뒤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면서 숨겨진 여자가 누군가 꼭 밝혀낼 타산으로 여태껏 연기 했는데 이대로 순순히 돌아갈 리 없었다.“안 돼! 유치원 가든지, 집으로 가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해!”유남준은 오늘 애를 데리고 놀 여유가 없다.“싫어, 아빠~ 윤우 버리지 말고 데리고 가줘요. 난 아빠 따라서 갈래요. 아빠 윤우 말고 딴 아기 생겼나요?”박윤우가 유남준의 넓적다리를 껴안고 눌러앉아서 응석 부렸다.오가는 사람들이 호기심에 찬 시선을 던져왔다.이에 박윤우는 더 신나서 외쳐댔다.“윤우를 싫어하면서 왜 낳았어요?”“지금 저를 버리려고요? 형이랑, 저는 진짜 불쌍한 애들이에요…”박윤우가 눈물 콧물 쥐어짜서 유남준의 바지에 뿌려 놓았다.‘아빠, 진짜 나빠. 우리를 버리려고 하다니.’유남준은 이런 응석둥이 박윤우를 대치하기 제일 힘들어한다. 애가 또 아프지, 손찌검도 할 수 없고.“알았어, 알았어. 그럼 아빠 따라 회사 가되, 절대 까불면 않되. 조용하게 앉아 있어야 해, 알았지?”“네!”박윤우는 언제 울었냐 싶은 듯 뚝 하고 그쳤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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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대표님이 분부하신 이혼 협의서입니다.”강연우가 이혼 협의 서류를 유남준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유남준은 강연우에게 협의 내용을 읽어 달라고 했다.강연우가 협의서 내용을 또박또박 읽어 주었다.“벌써 이혼 서류까지 다 작성했어! 흥!”박윤우가 노기등등하여 ‘탕!’문을 박차고 들어갔다.문소리에 깜짝 놀란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누구야?”유남준이 양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박윤우를 보는 순간 강연우가 거침없이 대답했다.“작은 도련님입니다.”왜냐하면 박윤우가 작은 치수의 유남준 마냥 똑 닮았으니 말이다.“아빠! 진짜로 엄마랑 이혼 하려고요?”박윤우는 두 볼이 볼록해서 화를 냈다.유남준은 강연우에게 먼저 나가보라고 손 저었다.“어린이가 어른들의 일에 참견하고 그러면 못써.”강연우가 나간 뒤, 유준우는 화가 나서 팔짝 뛰는 인형 같은 애를 보면서 말했다.”박윤우는 지금 화가 나서 어쩔 바를 몰라 하면서 생각했다.‘형 말이 맞아, 아빠는 바람둥이야!’“윤우는 아빠를 여태껏 믿었는데, 어떻게 우리 엄마를 배신할 수가 있어요! 내가 크면 꼭 복수할 거야!”박윤우의 자그마한 몸은 분노에 못 이겨 바르르 떨고 있었다.이에 유남준은 화를 낼 대신 보일 듯 말 듯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진짜지? 그럼 얼른 커서 아빠한테 복수해야 해?”유남준은 자기가 그때까지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태연자약하게 대답하는 유남준을 본 박윤우는 화가 상투 밑까지 치밀어 오르는 참,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짜고짜 컵을 들어 유남준을 향해 힘껏 던졌다.‘잘그랑!’컵이 유남준의 어깨를 명중하고 바닥에 떨어져 박살 났다.컵 부서지는 소리에 서다희가 뛰어 들어왔다. 박윤우가 또다시 ‘흉기’를 찾으려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말렸다.“도련님! 그만해요!”“도련님이라 부르지 말아요! 난 당신들의 도련님이 아니에요! 난 박 씨지 유 씨가 아니에요!”박윤우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화가 동했다.자신이 그토록 믿어오던 유남준이 엄마를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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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서다희의 차에 실려 별장에 도착한 박윤우는 박예찬한테 전화를 걸어 고자질했다.“형, 바람둥이 아빠 있잖아, 엄마랑 이혼 하려 해.“뭐라고?”동생의 말을 들은 박예찬은 믿어지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박윤우는 훌쩍거리면서 말했다.“어제저녁에 엄마랑 다투는 소리를 들은 듯했는데 안 믿었어. 근데 오늘 회사에서 이혼 협의서까지 작성했어.”유치원에 있는 박예찬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람이 없는 구석을 찾아서 말했다.“대체 무슨 일인지 똑똑히 말해봐.”박윤우는 요즘 발생한 일들을 자초지종 얘기해 주었다.“형, 나 지금 무척 후회하고 있어. 형 말을 들었을 건데. 아빠는 나쁜 사람이야.”“그래 내가 뭐랬어? 누구도 믿지 말고 형만 믿고 따라와!”박예찬도 화가 부쩍 동해서 말했다.“알았어, 형.”박윤우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형, 아빠는 지금 앞을 못 보는 봉사야. 우리 복수 안 할래? 아빠 돈 깡그리 빼앗을까?”“않되.”박예찬이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왜?”박예찬은 자기가 유남준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말했다.“만일 아빠가 돈 없는 빈털터리라도 되면 또 우리 엄마한테 빌붙을 꺼야. 그니깐 이혼 후 다시 봐.”박윤우가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알았어, 이혼 후에 다시 보지 뭐.”박윤우가 손으로 턱을 고이고 또 말했다.“형, 나 인터넷에 올려서 아빠의 죄행을 다 까밝힐까 봐.“안 돼! 절대 안 돼!”박예찬이 명령하는 어투로 외쳤다.“왜? 왜 안 되는 건데?”박윤우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럼, 바람둥이 아빠를 그대로 둬?“인터넷에 올리면 엄마까지 당할 수 있으니깐 절대 않되. 알았지?”박예찬이 차근차근 타일렀다.“알았어, 형.”형의 말에 일리는 있지만 그대로 참고만 있으려니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였다.무슨 수를 쓰더라도 유남준을 괴롭힐 예정이다.통화를 마친 뒤 박예찬은 은근히 박민정이 걱정되어 전화를 걸었다.호산 그룹.박민정은 일에 몰두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 온통 유남준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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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두원 별장박민정이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기 바쁘게 별장 안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윤우 도련님, 이건 던지면 안 돼요. 이건 사장님이 제일 좋아하는 골동품인데…”‘쟁그랑!’또 하나의 비싼 도자기가 박살 났다. 조각들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졌다.이를 본 박민정이 쏜살같이 달려갔다.박민정이 돌아온 걸 본 가정부들은 구세주를 본 것처럼 기뻐했다.“사모님,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윤우 도련님이 한창 화를 내고 있어요. 아무리 말려도 안 돼요.”‘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무슨 일이지?’박민정은 다급히 안쪽으로 들어갔다.박민정의 뒤를 이어 추경은이 따라 들어왔다.경비원한테 박민정과 함께 온 거라고 뻥 치면서 들어왔다.지금 거실은 물론, 주방, 서재까지 온통 수라장이 되었다.“도련님, 노트북은 물로 씻으면 안 돼요!”가정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박민정이 소리에 따라 뛰어갔을 무렵 노트북이 이미 세면대 물속에 빠져있었다.“박윤우!”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버럭 고함을 질렀다.신나게 집안 물건들을 작살내고 있던 박윤우는 박민정의 고함에 깜짝 놀라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박민정을 올려다보았다.“엄마, 왔어요?”박윤우는 엉거주춤하면서 자그마한 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박민정의 두 눈은 노여움으로 이글거렸다.박윤우는 태어나서부터 몸이 늘 안 좋아 박민정이 애지중지 길러왔다.“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박민정이 돌아오면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저지른 일이었지만, 막상 닥치니 부쩍 당황했다.거짓말하고 싶었지만, 박민정의 두 눈과 마주치는 순간 김빠진 공처럼 풀이 죽어 서 있었다.박민정은 스스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가가서 물었다.“왜 행패 부려?”박윤우는 머리를 떨구고 아무런 변명도 안 했다.이런 박윤우를 지켜보는 박민정은 가슴이 짜릿하게 아팠다.하지만 행패 부리는 애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얘기해 봐.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그제야 박윤우는 말문을 열었다.“엄마, 윤우는 알고 있어요, 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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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알콩달콩하더니 벌써 이혼하다니?’추경은은 유남준이 박민정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니 언젠가는 이혼으로 끝날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웃음이 흘렀다.윤우의 손목을 잡고 서재에서 뛰쳐나오던 박민정은 추경은과 마주쳤다.그녀는 너랑 할 말이 없다는 듯 윤우의 손을 잡고 두원 별장을 떠나려 했다.“어머, 새언니. 이렇게 늦은 밤에 어딜 가려고요?”추경은이 가식을 떨었다.“저리 비켜!”박민정이 쌀쌀하게 쏘아붙였다.“부부싸움에 툭 하면 가출하는 건 애한테 안 좋아요.”추경은의 심보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박민정은 상대도 하기 싫어서 외면했다.박민정은 정민기에게 바로 전화해서 박씨 가문 옛 저택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박민정이 떠난 후 추경은의 입꼬리는 잔뜩 올라갔다.추경은은 컵을 가져와 더운물을 받았다.이를 본 가정부가 말했다.“제가 사장님한테 가져다드릴게요.”가정부는 추경은이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종래로 가사 도우미를 사람으로 취급한 적이 없었다.사모님과 윤우 도련님이 집을 비웠으니 대신 특별히 이 여자를 방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추경은은 두 눈을 부릅뜨며 욕설을 퍼부어 댔다.“넌 뭐야? 꺼져! 이 집에 여주인이 바뀐 거 안 보이냐?”가정부는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얼굴이 두꺼워도 분수가 있어야지요. 사모님과 사장님은 아직 이혼 안 했어요. 그들 사이엔 애들도 있고요.”이에 추경은은 픽 웃었다.“방금 못 들었어? 둘이 내일 당장 이혼 한다고 말했잖아! 어디서 오지랖은! 내가 이 집 여주인이 되면 너부터 해고 할 거야.”말이 끝나기 바쁘게 막아선 가정부를 확 밀쳐내고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그러고는 서재의 문 앞에 서서 노크했다.“누구야?”“오빠, 저예요”그녀는 목청을 가다듬어 말했다.“오빠, 물 좀 마셔요.”지난번의 일을 겪고 난 유남준은 추경은이 준 물을 마실 리가 없었다.“저리 비켜!”말하면서 추경은의 손을 화다닥 밀쳐냈다.더운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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