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02화

한수민의 입에서 자신을 배려하는 말이 나왔다는 점이 박민정은 너무 가소롭게 느껴졌다.

“우리한테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말을 마친 박민정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차에 올라서 떠나갔다.

그녀는 오늘 뜻밖의 일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생각 밖으로 잠잠했다.

한데 눈만 감으면 한수민의 가냘픈 말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계절이 바뀌고 있으니, 너랑 아기랑 다 건강을 잘 챙기고…’

그녀는 방금 앞에 서 있던 한수민이 진심인지, 아니면 여전히 허위적인지 분별을 할 수 없었다. 아무튼 한수민이 준 받은 상처는 한평생 아물 수 없을 것이다.

박민정은 그 누구보다도 한수민을 증오했다.

“도착했습니다.”

정민기의 말소리에 박민정은 어렴풋한 사색 속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두원 별장에 도착했다.

오늘따라 유남준도 일찍 돌아왔다. 소파에 앉은 채 그녀한테 물었다.

“어떻게 됐어?”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한수민이 재판에서 이겨서 뜻대로 이혼하고 재산까지 절반 가졌어요.”

박민정이 옆에 다가와 앉으며 대답했다.

한수민이 소송을 걸어 얻은 돈을 윤소현한테 주지는 않을 것이고, 아마도 박민호에게 줄 계획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돈이 다시 박씨 가문에 돌려준 셈이지.

피곤함이 막 몰려오자, 박민정은 유남준의 팔짱을 끼면서 애교를 부렸다.

“매일 저를 회사까지 바래다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오늘 나 혼자 두고 아침 일찍 나갔대요?”

그녀도 무심결에 던진 말이지 화나서 한 말이 아니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열정에 놀란 유남준은 말문이 탁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머리를 다독여 주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프로젝트 몇 건 가져왔는데 한번 봐.”

“싫어요… 왜 또 업무에요?”

박민정이 한숨을 지었다.

‘유남준, 당신은 정말로 인간성이 없는 금수야.’

“당신이 이 몇 건의 프로젝트만 완성할 수 있다면 당신의 마케팅 5팀은 절대로 안 쫓겨나.”

유남준이 덧붙여 말했다.

그는 오늘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김인우한테서 검진을 받았다.

이번 주만 지나면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