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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유남준은 그 자리에 목석처럼 굳어졌다.

“잉꼬부부도 7년째의 권태기에 접어들어 갈 수 있다고 해요. 당신과 나는 결혼한 지 7년이 되지만 진정으로 같이 생활한 지는 일 년조차 넘기지 않았어요. 근데, 벌써 무미건조하나요?”

박민정의 입김이 유남준의 가슴에 뜨겁게 닿았다.

유남준은 간지러움을 억지로 참으면서 말했다.

“이러지 마.”

유남준의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거칠어졌다.

박민정은 턱을 위로 살며시 들고 귀 방울까지 빨개진 유남준의 얼굴을 그윽하게 지켜보았다.

그가 입으로는 어떤 거짓말을 하더라도 몸은 성실하다.

“당신 진짜 저랑 이혼 할 샘인가요?”

“음.”

유남준이 둣걸음 치면서 그녀를 몸에서 밀어내려고 했다.

박민정은 일부러 ‘앗!’ 하며 뒤로 넘어지는 시늉을 마치기 바쁘게 유남준은 잽싸게 그녀를 도로 안아 당기였다.

그러다 당황해서 또다시 밀어냈다. 그리고 또 안아 당기였다.

이에 재미를 본 박민정은 또다시 앞으로 달려가 유남준을 꼭 안았다.

“더 이상 나를 밀어내지 말아요. 전 당신의 아기를 가진 임신부예요. 당신이 밀어서 아기가 잘못되면 저를 원망하지 말아요.”

유남준은 지금처럼 속수무책 인적이 없었다.

“말 좀 들어. 이 상황에서 이혼이 우리에게 제일 좋은 선택이야.”

비로소 박민정은 유민준이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걸 확인 했다.

지금 그녀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박민정은 유남준을 꼭 안은 채 말했다.

“유남준 씨, 지금 내 말을 잘 들어요. 오늘 당신이 나랑 이혼하면 다시는 되돌리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깐 잘 생각해 보고 말해요.”

‘절대로 후회 안 해!’

유남준은 자신이 수술을 받은 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 꼭 다시 박민정을 되찾아올 타산이었다

“그래.”

유남준은 속에 없는 말을 해버렸다

박민정은 곧 돌아버릴 직전이었다.

“여봐요, 남준 씨! 당신은 대체 나한테 뭘 숨기고 있어요? 당신이 앞을 못 봐도 상관없는데 또 뭘 나한테 숨기려 해요?”

박민정은 지금 왕짜증이 났다. 이런 유남준이 진짜 얄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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