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질문은 여기서 끝이야, 연도진 씨. 아니, 윌슨 씨.”김시연은 무미건조한 대답만을 남긴 채 몸을 돌려 위층으로 향했다.“...”연도진은 깊은 한숨만 푹 내쉬었다.그래도 당장 계약을 파기하고 이 집에서 연도진을 쫓아내지는 않았으니 다행인 걸까?“시연아, 점심 뭐 먹고 싶어? 내가 아주머니한테 말씀드려볼게.”“입맛 없어, 안 먹어!”“...”...온하랑은 부시아와 함께 다이닝룸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웃고 떠들 기분이 아니었던지라 조용히 식사를 마쳤고 온하랑은 부시아를 더원파크힐까지 데리고 갔다.오늘 휴무였던 부승민은 서재에서 개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두어 번 들렸다.“아빠, 저 왔어요.”부승민은 하던 일을 바로 멈추고 대답했다.“들어와.”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숙모는? 갔어?”“네!”부시아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숙모 화났어요. 외삼촌이 시연 아줌마 남편인 거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 안 알려줬다고.”부승민은 부시아의 말에 당황한 듯한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일으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럼 지금이라도 따라가야지, 어떻게든 사과를 해야 하니까.”“핑계잖아요. 제가 보기에 아빠는 그냥 숙모가 보고 싶은 것 같은데요.”“맞아, 아빠는 지금 숙모가 보고 싶어. 그러니까 전 집에서 도우미 할머니 말 잘 들어야 해.”부승민이 아이에게 당부하며 방문을 나섰다. 하지만 몇 걸음 못 가 이내 부승민의 걸음이 멈추었다.온하랑은 문 옆의 벽에 딱 달라붙어 입술을 꽉 깨문 채 부승민을 보며 웃고 있었다.부시아 이 계집애가 진짜!“왜 안 들어와?”부승민이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온하랑의 손을 잡아 서재 안으로 이끌자 부시아의 장난기 어린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온하랑은 소파에 앉으며 등을 소파 등받이에 기댄 채 평온한 표정으로 손톱을 만지작댔다.“난 지금 네 죄를 물으러 온 거야!”부승민은 온하랑의 입에서 나올 말을 짐작했는지 부시아에게 시선을 옮겼다.부시아
Last Updated : 2024-09-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