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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화

“내 질문은 여기서 끝이야, 연도진 씨. 아니, 윌슨 씨.”

김시연은 무미건조한 대답만을 남긴 채 몸을 돌려 위층으로 향했다.

“...”

연도진은 깊은 한숨만 푹 내쉬었다.

그래도 당장 계약을 파기하고 이 집에서 연도진을 쫓아내지는 않았으니 다행인 걸까?

“시연아, 점심 뭐 먹고 싶어? 내가 아주머니한테 말씀드려볼게.”

“입맛 없어, 안 먹어!”

“...”

...

온하랑은 부시아와 함께 다이닝룸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웃고 떠들 기분이 아니었던지라 조용히 식사를 마쳤고 온하랑은 부시아를 더원파크힐까지 데리고 갔다.

오늘 휴무였던 부승민은 서재에서 개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두어 번 들렸다.

“아빠, 저 왔어요.”

부승민은 하던 일을 바로 멈추고 대답했다.

“들어와.”

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숙모는? 갔어?”

“네!”

부시아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숙모 화났어요. 외삼촌이 시연 아줌마 남편인 거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 안 알려줬다고.”

부승민은 부시아의 말에 당황한 듯한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일으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럼 지금이라도 따라가야지, 어떻게든 사과를 해야 하니까.”

“핑계잖아요. 제가 보기에 아빠는 그냥 숙모가 보고 싶은 것 같은데요.”

“맞아, 아빠는 지금 숙모가 보고 싶어. 그러니까 전 집에서 도우미 할머니 말 잘 들어야 해.”

부승민이 아이에게 당부하며 방문을 나섰다. 하지만 몇 걸음 못 가 이내 부승민의 걸음이 멈추었다.

온하랑은 문 옆의 벽에 딱 달라붙어 입술을 꽉 깨문 채 부승민을 보며 웃고 있었다.

부시아 이 계집애가 진짜!

“왜 안 들어와?”

부승민이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온하랑의 손을 잡아 서재 안으로 이끌자 부시아의 장난기 어린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온하랑은 소파에 앉으며 등을 소파 등받이에 기댄 채 평온한 표정으로 손톱을 만지작댔다.

“난 지금 네 죄를 물으러 온 거야!”

부승민은 온하랑의 입에서 나올 말을 짐작했는지 부시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부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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