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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군환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부선월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말했다.최군환은 잔뜩 실망한 눈빛으로 부선월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그저 고집만 세다고 생각했지 이렇게까지 극단적일 줄은 몰랐어. 너 정말 독한 여자였구나!”“군환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한테 왜 이래?”부선월은 억울한 표정으로 최군환을 바라보았다.“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내 앞에서까지 연기하고 싶어?”“... 군환아, 난 정말 네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최군환은 계속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부선월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한 가지만 묻자. 너 베로니카라는 여자 시켜서 무슨 짓 했어?!”잠시 멍 해있던 부선월의 눈빛이 갑자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설마 베로니카에게 시켰던 일을 최군환한테 들킨 걸까?최군환은 당황한 부선월의 표정을 보며 분노에 찬 비소를 흘렸다.“선월아, 부선월. 너 언제 이렇게 잔인해졌니? 온하랑이 배 속에 품고 있는 아이가 승민이 자식인데, 그런 짓까지 할 생각을 했어?!”부선월의 낯빛이 창백해졌다.역시 들킨 것 같았다.“군환아, 내가 다 설명할게...”당황한 부선월이 입술을 달싹이며 어떻게든 변명을 해보려 머리를 쥐어짜 냈지만 이내 최군환에 의해 말이 끊겼다.“무슨 설명? 경호원이 상황판단을 빨리해서 사고를 피했던 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하랑이는 지금쯤 영안실에 누워있었을 거야!”부선월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하니 최군환을 바라보았다.“교통사고? 무슨 교통사고?”“아직도 발뺌하는 거야?!”최군환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부선월의 모습에 크게 실망한 것 같았다.“하랑이가 공항으로 가던 차가 하마터면 마주 오던 밴에 치일 뻔했어. 그 차주는 경찰한테 체포됐고 경찰 조사 결과 베로니카가 지시한 거라고 하던데. 이런데도 너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 거야?!”“이건 정말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난 베로니카한테 온하랑을 교통사고로 다치게 하라는 지시는 내린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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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아아악!”분노에 휩싸인 부선월이 손으로 벽을 힘껏 쳤다.힘겹게 최군환의 마음을 돌려놓았건만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끝나버릴 거라고는 부선월도 예상하지 못했다.베로니카 이 쓸모없는 것!왜 이런 교통사고를 만든 걸까?벽을 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킨 부선월은 발목에서 느껴오는 욱신거리는 통증을 참아내며 경찰서로 향했다.경찰서로 이동하는 길에 부선월은 교통사고의 경위와 온하랑의 상태까지 간단히 파악했다.경찰서에 도착한 부선월은 심문실에서 베로니카를 만날 수 있었다.부선월은 피어오르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곧장 질문을 던졌다.“베로니카, 내가 너한테... 왜 굳이 사람까지 시켜서 온하랑이 탄 차를 친 거야?!”베로니카는 다급히 부선월의 눈을 피했다.“대표님,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제 죄는 인정할 테니까 인제 그만 돌아가세요.”몇 년 동안이나 부선월의 곁에서 함께 일을 하며 항상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해왔던 베로니카인데, 이렇게 갑자기 정신이 나갔다는 핑계를 낸다니. 분명 다른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부선월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베로니카를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그녀는 베로니카의 눈빛 속에 갇힌 죄책감을 본 것 같았다...“베로니카, 솔직히 얘기해. 누가 시킨 거야?!”부선월이 질문을 이어나갔다.“임가희 맞지?!”부선월은 빠르게 포인트를 집어냈다. 베로니카는 분명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었다. 그 목적은 부선월과 최군환의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서겠지!베로니카는 부선월의 말에 눈에 띄게 흠칫하며 어떻게든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자 눈을 내리깔았다.“아니에요, 누가 시킨 일이 아닙니다. 그냥 제가 온하랑 그 여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어요!”베로니카의 말에 더 확신을 가진 부선월이 가볍게 코웃음을 흘렸다.“임가희가 널 어떻게 매수했는지 내가 한 번 맞혀볼까? 협박했나? 아니면 돈으로 유혹한 건가? 보나 마나 전자였겠지. 네 가족들을 인질 삼아 널 협박했을 거야. 맞지?”베로니카는 예전부터 부선월의 비밀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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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병원 병실.임가희가 병실을 떠나자 온하랑은 양현수에게 베로니카의 신원을 조사해볼 것을 지시했다.그녀는 전혀 부선월을 용의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이엘리아를 따르는 사람들, 예를 들면 앨리스 같은 사람이 벌인 짓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양현수가 다시 병실로 돌아와 한 서류 자료들을 온하랑에게 건네주었다. 베로니카의 기본적인 신상정보와 인간관계들이 적혀있는 서류였다.온하랑은 곧장 인간관계가 적힌 페이지로 서류를 넘겨보았다. 서류를 넘기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부선월이라는 이름에 온하랑은 입술을 깨물었다.온하랑은 다시 서류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으며 결론을 내버렸다. 베로니카의 인맥에서 부선월을 제외하면 온하랑과는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었는데 굳이 그런 짓까지 독단적으로 꾸몄을까?그러니까... 부선월이 시킨 짓이라는 건가?온하랑은 부선월이 자신을 계속 싫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선월은 그저 자신과 부승민의 사이를 갈라놓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는데 왜 갑자기 이런 초강수까지 두면서 온하랑의 목숨까지 앗아가려고 하는 걸까?최근 들어 부선월의 미움이라도 산 적이 있었나?설마 부승민과 부선월이 그날 저녁에 그런 식으로 불쾌한 이별을 맞이한 것에 대한 분노를 온하랑에게 풀려고 했던 건가?하지만 베로니카는 이미 자백을 끝냈고 경찰 측에서도 베로니카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는 증거를 못 찾았던 탓에 사건은 이렇게 종결되고 말았다.병원 관찰이 끝나고 퇴원한 온하랑은 곧장 비행기를 타고 강남으로 돌아왔다.필라에 있을 때부터 양현수가 모든 일을 부승민에게 전해주고 있었다.온하랑에게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다는 것을 전해 들은 부승민은 일찍 공항에 나와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온하랑이 입국장을 나오는 것을 발견한 부승민은 곧바로 달려가 위아래로 그녀를 살펴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다.”온하랑의 손을 잡은 부승민이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문질렀다.“하랑아, 네가 당한 일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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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게다가 당근 모양으로 된 기구도 함께 있었다.“...”김시연은 재빨리 선물 상자를 다시 닫고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두었다.결혼식 날이 되자 예약해두었던 호텔은 눈부시게 화려했고 수많은 하객들로 북적였다.서정훈과 그의 딸 서이안의 등장으로 예식장은 더욱 활기찼다.김웅은 서정훈을 보자마자 서둘러 악수를 건네며 인사했다.“여기까지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김씨 가문의 영광이네요!”“과찬이십니다. 오늘은 사적인 자리니까 편하게 대해주시죠. 우선 김시연 씨의 백년해로를 기원합니다.”“덕담 감사합니다.”서정훈의 예의 있는 답변에 김웅은 너무 기쁜 나머지 웃는 표정 그대로 얼굴 근육이 굳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여기 제 딸 이안이를 소개해 드리죠.”김웅의 시선은 서정훈에게서 바로 서이안에게 옮겨졌다.큰 키에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서이안은 경멸 어린 냉랭한 시선으로 김웅을 내려보았다.김웅은 순간적으로 급하게 결혼식을 올리게 된 이유를 떠올리고는 뒤늦게 정신을 차려 서이안에게 웃어 보였다.“이렇게 용모도 단정하시고 눈동자에도 생기가 가득하신 것이 정말 영특해 보이시네요. 역시 서 의원님 따님이십니다!”“아빠, 여기 너무 시끄러워서 그러는데 먼저 들어가 볼게요.”서이안은 그 말만을 남긴 채 혼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너무 신경 쓰지는 마시죠. 제 딸 성격이 원래 저래서, 단정이고 영특이고 방해만 안 되면 다행입니다.”“솔직한 성격인 거죠. 요즘 시대에 저런 성격 보기 드물죠.”“...”“의원님, 이쪽으로 오시죠.”김웅이 급히 서정훈과 서이안을 자리로 안내했다.온하랑은 무대와 가까운 자리를 선택해 영상통화로 부시아에게 식장 내부 구조를 보여주고 있었다.부시아가 감탄했다.“와, 너무 예뻐요! 저도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너무 아쉬워요.”“괜찮아, 네가 돌아오면 같이 시연 아줌마네 신혼집 놀러 가자. 200억짜리 별장이래. 엄청 커.”“우와! 너무 좋아요! 숙모, 결혼식 언제 시작해요?”“금방이야.”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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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부시아와 윌슨이 휴대폰 화면 앞에 모여 결혼식을 보고 있었다.금방 약을 먹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던 서희수는 늙은이와 어린아이의 집중한 것 같은 뒤통수를 발견하자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다.“뭘 보길래 그렇게 진지하게 봐요?”“아무것도 아니야...”부시아가 고개를 들어 윌슨의 말을 가로막았다.“저희 숙모 친구 결혼식 보고 있어요, 외할머니. 외할머니도 와서 같이 보실래요? 신랑이 외삼촌이랑 닮은 것 같아서요...”그 말을 들은 서희수가 다가와 휴대폰 화면에 나온 신혼부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신랑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한 서희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이거 연도진 아니야?아들이 밖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엄마인 서희수가 모를 수 있다니.서희수는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윌슨을 바라보았다.윌슨은 서희수에게 진정하라는 듯한 눈빛만 보낼 뿐이었다.서희수는 입술을 깨물며 부시아의 곁에 앉아 함께 그 결혼식을 보기 시작했다.김웅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연도진에게 김시연의 손을 넘겨주었다. 진한 포옹을 나눈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꽃길을 따라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결혼반지를 서로에게 끼워주러 걸어갔다.“시아야, 외할아버지한테 물 한 잔만 떠다 줄래?”윌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윌슨의 심부름에 부시아가 몸을 일으켰다.서희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윌슨을 바라보았다.반지를 교환한 두 사람은 선서를 시작했다.“연도진 군은 여기 있는 김시연 양을 아내로 맞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사랑하고 존중하며 존경하고 배려하면서 일생을 같이할 것을 맹세합니까?”“맹세합니다!”“김시연 양은 여기 있는 연도진 군을 남편으로 맞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사랑하고 존중하며 존경하고 배려하면서 일생을 같이할 것을 맹세합니까?”“...맹세합니다.”연도진의 열정 어린 시선에 김시연이 눈을 피했다.분명 둘이 하는 것도 위장 결혼이었고 이 결혼식도 그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김시연의 심장은 쉴 새 없이 쿵쿵 뛰었다.“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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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부승민이 입술을 삐죽이며 온하랑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하랑 씨도 나한텐 생명이야. 아니, 내 생명보다 더 중요해.”“허.”휴대폰과 가까이 있었던 부승민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휴대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생중계를 보고 있던 부시아, 윌슨과 서희수의 귀에 부승민의 목소리가 똑똑히 때려 박혔다.부시아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 목소리는 아빠 목소리인데요!”“...”사회자가 다시 물었다.“신부는 신랑의 진심 어린 말에 어떤 대답을 하고 싶으신가요?”“그동안 모든 걸 다 감싸줘서 고마웠어. 앞으로 우리가 모든 순간을 함께 할 거라고 믿어.”한 마디만 남기고 재빨리 마이크를 내려놓는 김시연의 모습에 당황한 사회자가 물었다.“더 없으신가요?”“네, 없습니다.”김시연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그저 형식적인 결혼식이라고만 생각했던 김시연은 멘트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연도진이 이렇게 긴 멘트를 할 것이라고 누가 감히 상상했을까!“...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다음 순서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결혼식이 끝나고 신랑 신부가 퇴장하자 본격적인 식사 시간이 시작됐다. 온하랑은 부시아에게 작별 인사를 간단히 건네고는 영상통화를 종료했다.서희수는 부시아를 거실에서 혼자 놀도록 내버려 두고 따로 볼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며 윌슨을 위층으로 불러내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좀 해봐요.”서희수는 연도진의 고백이 진심에서 우러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평소 냉정하게 철저히 표정을 숨기며 살던 아들이 한 번이라도 이렇게 감정을 드러냈던 적이 있었나?“아직도 모르겠어? 시연 양은 도진이가 한국에 있을 때 사귀었던 여자 친구야. 필라에 온 이후에도 계속 시연 양만 생각했고. 그러다가 시연 양이랑 다시 사귀겠다고 작년부터 계속 강남으로 가더라고.”윌슨이 김시연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연도진이 필라에 온 지 2년이 지난 후였다.가족의 정이라는 것을 오랜 시간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탓에 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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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쟨 이미 힘이 너무 막강해졌어. 게다가 당신 오빠도 도진이 편을 드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다고 묶어서 데려올 수는 없잖아.”윌슨이 무기력하게 말했다.연도진의 성장 속도는 엄청났다. 자신의 곁에서만 자랐다면 윌슨은 분명 그 모습에 흡족해했을 것이다.연도진은 훌륭한 후계자였으니 말이다.여동생도 아낄 줄 알았고 어머니에게도 효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모든 부분에서 윌슨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사람이었다.연도진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가문의 사업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능력으로 회사 내의 입지를 굳히고 본인의 라인을 타려는 사람들까지 만들어놓았다. 그 후로부터 윌슨은 연도진에게 마음에도 없는 일을 시키기 점점 어려워졌다.마치 나는 법을 배운 독수리가 혼자 사냥을 시작하듯 연도진이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출장 핑계를 대며 자주 강남을 드나들면서부터였다.그 사실을 알면서도 윌슨은 그저 묵인해주었다.서희수는 테이블 옆에 앉아 카메라에 잡혔던 서정훈의 모습을 떠올리며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도진이 예전에는 이렇게 제멋대로 구는 애가 아니었는데. 오빠도 갑자기 한심해졌어요. 어떻게 도진이가 그렇게 제멋대로 구는 걸 내버려 두고만 있는 거죠?! 지금 당장 전화해서 돌아오라고 해야겠어요!”서희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똑똑한 연도진이 어떻게 이렇게 멍청한 생각을 할 수가 있지?이건 명백한 사기였다!연도진도 자신의 정체를 평생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기 마련이었다.그때가 되면 김시연은 연도진을 용서해줄 수 있을까?서희수는 며느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진심으로 이엘리아를 받아들이고 시누이와 며느리가 원만하게 지내주길 바랐다. 그 탓에 서희수는 연도진과 앨리스의 결혼을 주선하고 싶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연도진이 앨리스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아 그마저도 포기하고 말았다.만약 김시연이 평범한 강남 여자였다면 서희수도 별다른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이미 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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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서희수의 머리가 지끈거렸다.“...”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이엘리아의 성격은 다시 바로 잡을 수 없게 된 탓에 서희수의 걱정은 더욱 깊어졌다.이엘리아가 이번 사건을 통해 교훈을 얻고 조금 자제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다른 용건 없으시면 끊겠습니다, 어머니.”그렇게 말하면서도 연도진은 서희수가 더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수화기에서 뚜뚜 들려오는 신호음을 들으며 서희수가 한숨을 내쉬고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어떻게 됐어?”윌슨이 물었다.“안 돌아오고 싶다고 했겠지?”“도진이 말 들어보니까 결혼에 대해서 우리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양이에요.”서희수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됐어요. 자식 복이 없는 거겠죠. 이엘리아가 돌아오면 당신이 잘 타일러 보세요.”연도진은 효자가 맞았다. 서희수가 아플 때, 그는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간호해주었고 평소 그녀의 말에 반대 의견을 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순종적인 태도 속에도 항상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존재했고 둘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었다.연도진이 몇 년 동안이나 김시연을 잊지 못했다는 것을 보면 감정이 꽤나 깊은 모양이었다. 모자 관계가 완전히 틀어질까 항상 전전긍긍하는 서희수가 어떻게 연도진에게 헤어질 것을 강요할 수 있을까?“왜, 또 머리 아파?”...결혼식이 끝나고 하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연도진은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김시연과 함께 신혼집으로 돌아왔다.“힘들어 죽겠네.”김시연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기지개를 켜며 하품했다.“나 좀 잘 테니까 도착하면 깨워줘.”오늘 아침, 김시연은 무려 새벽 3시에 기상했다!결혼식 한 번 하기 정말 힘들었다!“그래, 좀 자.”연도진이 다정한 눈빛으로 김시연을 바라보았다.김시연은 그런 연도진의 눈빛을 무시한 채 눈을 감았다. 순간 연도진이 결혼식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네가 이미 날 잊고 잘살고 있을까 봐. 그래서 억지로 차갑게 굴면서 비열하게도 마음을 숨겨왔어...”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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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왜? 각방 쓰기 싫어졌어?”연도진이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자뻑.”김시연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 다이닝룸으로 향했다.부엌 밖에 있는 다이닝룸은 정말 넓었다. 바닥에는 정교한 문양의 카펫이 깔려 있었고 가운데에는 거대하고 둥그런 식탁에 열 명도 넘게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놓여있었다.지형 때문에 남쪽에서 들어오는 문은 1층에 위치해 있었고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는 어두운 밤 경치가 보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보일 듯 말 듯 한 강물의 물결이 고요한 달빛에 비쳐 반짝였다.역시 돈 많은 사람이 뭘 좀 즐길 줄 아네.저녁 메뉴는 죽과 반찬 고기 요리와 채소 요리 두 가지였다.소고기 요리와 버섯요리였다.소고기가 육질이 좋은 것이 신선한 게 느껴졌다. 청양고추와 함께 요리한 덕에 강렬한 고추 냄새와 매운맛이 김시연의 입맛을 확 자극했다.그녀는 곧바로 젓가락을 옮겨 옆에 있는 버섯요리를 집어 들어 입안에 넣었다.연도진이 물었다.“맛있어?”김시연이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안에 있던 음식물을 삼키고 말했다.“괜찮네. 네 요리실력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맛있으면 됐어.”김시연은 또 버섯 한 가닥을 집어 집 안에 넣었다.그러다가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그녀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고개를 들어 맞은 편에 앉은 연도진을 노려보았다.김시연은 연도진이 자신에게 다른 목적을 품고 있는 것이라 의심했지만 딱히 증거는 없었다.“왜?”연도진이 젓가락질을 멈추고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김시연은 평온한 연도진을 표정을 발견하고는 이를 악물었다.식사를 마치자 연도진은 몸을 일으켜 젓가락과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김시연이 그 모습에 미안한 듯 말했다.“설거지는 내가 할게.”“괜찮아, 내가 하면 돼. 넌 가서 쉬어.”“그래, 그럼 부탁할게.”“...”주방 정리를 마친 연도진이 나와 김시연에게 물었다.“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래?”“좋아.”김시연은 아직 이 동네를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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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예를 들면 김웅의 입가에 물집이 생겼는데 이게 다 회사에서 잘 돼가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든가 같은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회사는 대형 식품공장과 협업해 직원들의 작업복을 제공해주기로 했지만 공장에 보낸 샘플이 화학 성분에서 기준 미달 판정을 받아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었다. 공장 측에서는 회사가 원가 절감을 위해 저급한 원단을 사용했다며 엄청난 불만을 표출하고는 협업을 중단하려고 들었다.계약 금액이 상당했던 만큼 이 엄청난 바이어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김웅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김웅은 거실에서 사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이 일을 언급했다.“혹시 C도에 있는 네츠인 식품공장인가요?”연도진이 물었다.“맞아, 거기야. 여러 브랜드가 그 공장이랑 협업 중이라 규모가 꽤 커.”그래서인지 위생 관련해서는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엄격했다.“거기 대표님 성씨가 주 씨였죠, 아마?”“맞아.”김웅의 눈빛이 반짝였다.“혹시 알아?”“그 대표님한테 주현우라고 하는 아들이 있거든요. 제 대학교 친구예요.”연도진이 말했다.“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내일 제가 그 친구랑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서 어떤 말이라도 전해볼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그래, 그래. 도진아. 부탁 좀 할게.”김웅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연도진이 자신의 사위로 들어온 것이 더욱 만족스러웠다.“같이 나가만 준다면 그 모든 금액은 내가 책임질게.”“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걸요.”김시연이 김연자와 함께 방에서 나오며 둘의 대화를 엿듣고 무심코 물었다.“무슨 일이야?”“그러니까 그게...”김웅이 김시연에게 간단히 설명해주며 연도진을 마치 친아들 대하듯 바라보며 말했다.“도진이 좀 봐라, 인맥 얼마나 좋니.”김시연이 눈썹을 들썩이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연도진을 바라보았다.이런 우연이 다 있다고?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연도진은 그저 옅은 미소만 짓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점심 식사를 마치자 김연자는 신혼부부인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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