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52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30 19:00:00
“아아악!”

분노에 휩싸인 부선월이 손으로 벽을 힘껏 쳤다.

힘겹게 최군환의 마음을 돌려놓았건만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끝나버릴 거라고는 부선월도 예상하지 못했다.

베로니카 이 쓸모없는 것!

왜 이런 교통사고를 만든 걸까?

벽을 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킨 부선월은 발목에서 느껴오는 욱신거리는 통증을 참아내며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로 이동하는 길에 부선월은 교통사고의 경위와 온하랑의 상태까지 간단히 파악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부선월은 심문실에서 베로니카를 만날 수 있었다.

부선월은 피어오르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곧장 질문을 던졌다.

“베로니카, 내가 너한테... 왜 굳이 사람까지 시켜서 온하랑이 탄 차를 친 거야?!”

베로니카는 다급히 부선월의 눈을 피했다.

“대표님,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제 죄는 인정할 테니까 인제 그만 돌아가세요.”

몇 년 동안이나 부선월의 곁에서 함께 일을 하며 항상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해왔던 베로니카인데, 이렇게 갑자기 정신이 나갔다는 핑계를 낸다니. 분명 다른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부선월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베로니카를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녀는 베로니카의 눈빛 속에 갇힌 죄책감을 본 것 같았다...

“베로니카, 솔직히 얘기해. 누가 시킨 거야?!”

부선월이 질문을 이어나갔다.

“임가희 맞지?!”

부선월은 빠르게 포인트를 집어냈다. 베로니카는 분명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었다. 그 목적은 부선월과 최군환의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서겠지!

베로니카는 부선월의 말에 눈에 띄게 흠칫하며 어떻게든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자 눈을 내리깔았다.

“아니에요, 누가 시킨 일이 아닙니다. 그냥 제가 온하랑 그 여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어요!”

베로니카의 말에 더 확신을 가진 부선월이 가볍게 코웃음을 흘렸다.

“임가희가 널 어떻게 매수했는지 내가 한 번 맞혀볼까? 협박했나? 아니면 돈으로 유혹한 건가? 보나 마나 전자였겠지. 네 가족들을 인질 삼아 널 협박했을 거야. 맞지?”

베로니카는 예전부터 부선월의 비밀스러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1053화

    병원 병실.임가희가 병실을 떠나자 온하랑은 양현수에게 베로니카의 신원을 조사해볼 것을 지시했다.그녀는 전혀 부선월을 용의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이엘리아를 따르는 사람들, 예를 들면 앨리스 같은 사람이 벌인 짓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양현수가 다시 병실로 돌아와 한 서류 자료들을 온하랑에게 건네주었다. 베로니카의 기본적인 신상정보와 인간관계들이 적혀있는 서류였다.온하랑은 곧장 인간관계가 적힌 페이지로 서류를 넘겨보았다. 서류를 넘기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부선월이라는 이름에 온하랑은 입술을 깨물었다.온하랑은 다시 서류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으며 결론을 내버렸다. 베로니카의 인맥에서 부선월을 제외하면 온하랑과는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었는데 굳이 그런 짓까지 독단적으로 꾸몄을까?그러니까... 부선월이 시킨 짓이라는 건가?온하랑은 부선월이 자신을 계속 싫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선월은 그저 자신과 부승민의 사이를 갈라놓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는데 왜 갑자기 이런 초강수까지 두면서 온하랑의 목숨까지 앗아가려고 하는 걸까?최근 들어 부선월의 미움이라도 산 적이 있었나?설마 부승민과 부선월이 그날 저녁에 그런 식으로 불쾌한 이별을 맞이한 것에 대한 분노를 온하랑에게 풀려고 했던 건가?하지만 베로니카는 이미 자백을 끝냈고 경찰 측에서도 베로니카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는 증거를 못 찾았던 탓에 사건은 이렇게 종결되고 말았다.병원 관찰이 끝나고 퇴원한 온하랑은 곧장 비행기를 타고 강남으로 돌아왔다.필라에 있을 때부터 양현수가 모든 일을 부승민에게 전해주고 있었다.온하랑에게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다는 것을 전해 들은 부승민은 일찍 공항에 나와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온하랑이 입국장을 나오는 것을 발견한 부승민은 곧바로 달려가 위아래로 그녀를 살펴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다.”온하랑의 손을 잡은 부승민이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문질렀다.“하랑아, 네가 당한 일에 대한 

    최신 업데이트 : 2024-08-31
  • 위태로운 제안   제1054화

    게다가 당근 모양으로 된 기구도 함께 있었다.“...”김시연은 재빨리 선물 상자를 다시 닫고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두었다.결혼식 날이 되자 예약해두었던 호텔은 눈부시게 화려했고 수많은 하객들로 북적였다.서정훈과 그의 딸 서이안의 등장으로 예식장은 더욱 활기찼다.김웅은 서정훈을 보자마자 서둘러 악수를 건네며 인사했다.“여기까지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김씨 가문의 영광이네요!”“과찬이십니다. 오늘은 사적인 자리니까 편하게 대해주시죠. 우선 김시연 씨의 백년해로를 기원합니다.”“덕담 감사합니다.”서정훈의 예의 있는 답변에 김웅은 너무 기쁜 나머지 웃는 표정 그대로 얼굴 근육이 굳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여기 제 딸 이안이를 소개해 드리죠.”김웅의 시선은 서정훈에게서 바로 서이안에게 옮겨졌다.큰 키에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서이안은 경멸 어린 냉랭한 시선으로 김웅을 내려보았다.김웅은 순간적으로 급하게 결혼식을 올리게 된 이유를 떠올리고는 뒤늦게 정신을 차려 서이안에게 웃어 보였다.“이렇게 용모도 단정하시고 눈동자에도 생기가 가득하신 것이 정말 영특해 보이시네요. 역시 서 의원님 따님이십니다!”“아빠, 여기 너무 시끄러워서 그러는데 먼저 들어가 볼게요.”서이안은 그 말만을 남긴 채 혼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너무 신경 쓰지는 마시죠. 제 딸 성격이 원래 저래서, 단정이고 영특이고 방해만 안 되면 다행입니다.”“솔직한 성격인 거죠. 요즘 시대에 저런 성격 보기 드물죠.”“...”“의원님, 이쪽으로 오시죠.”김웅이 급히 서정훈과 서이안을 자리로 안내했다.온하랑은 무대와 가까운 자리를 선택해 영상통화로 부시아에게 식장 내부 구조를 보여주고 있었다.부시아가 감탄했다.“와, 너무 예뻐요! 저도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너무 아쉬워요.”“괜찮아, 네가 돌아오면 같이 시연 아줌마네 신혼집 놀러 가자. 200억짜리 별장이래. 엄청 커.”“우와! 너무 좋아요! 숙모, 결혼식 언제 시작해요?”“금방이야.”결혼

    최신 업데이트 : 2024-08-31
  • 위태로운 제안   제1055화

    부시아와 윌슨이 휴대폰 화면 앞에 모여 결혼식을 보고 있었다.금방 약을 먹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던 서희수는 늙은이와 어린아이의 집중한 것 같은 뒤통수를 발견하자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다.“뭘 보길래 그렇게 진지하게 봐요?”“아무것도 아니야...”부시아가 고개를 들어 윌슨의 말을 가로막았다.“저희 숙모 친구 결혼식 보고 있어요, 외할머니. 외할머니도 와서 같이 보실래요? 신랑이 외삼촌이랑 닮은 것 같아서요...”그 말을 들은 서희수가 다가와 휴대폰 화면에 나온 신혼부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신랑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한 서희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이거 연도진 아니야?아들이 밖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엄마인 서희수가 모를 수 있다니.서희수는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윌슨을 바라보았다.윌슨은 서희수에게 진정하라는 듯한 눈빛만 보낼 뿐이었다.서희수는 입술을 깨물며 부시아의 곁에 앉아 함께 그 결혼식을 보기 시작했다.김웅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연도진에게 김시연의 손을 넘겨주었다. 진한 포옹을 나눈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꽃길을 따라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결혼반지를 서로에게 끼워주러 걸어갔다.“시아야, 외할아버지한테 물 한 잔만 떠다 줄래?”윌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윌슨의 심부름에 부시아가 몸을 일으켰다.서희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윌슨을 바라보았다.반지를 교환한 두 사람은 선서를 시작했다.“연도진 군은 여기 있는 김시연 양을 아내로 맞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사랑하고 존중하며 존경하고 배려하면서 일생을 같이할 것을 맹세합니까?”“맹세합니다!”“김시연 양은 여기 있는 연도진 군을 남편으로 맞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사랑하고 존중하며 존경하고 배려하면서 일생을 같이할 것을 맹세합니까?”“...맹세합니다.”연도진의 열정 어린 시선에 김시연이 눈을 피했다.분명 둘이 하는 것도 위장 결혼이었고 이 결혼식도 그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김시연의 심장은 쉴 새 없이 쿵쿵 뛰었다.“네, 이

    최신 업데이트 : 2024-08-31
  • 위태로운 제안   제1056화

    부승민이 입술을 삐죽이며 온하랑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하랑 씨도 나한텐 생명이야. 아니, 내 생명보다 더 중요해.”“허.”휴대폰과 가까이 있었던 부승민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휴대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생중계를 보고 있던 부시아, 윌슨과 서희수의 귀에 부승민의 목소리가 똑똑히 때려 박혔다.부시아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 목소리는 아빠 목소리인데요!”“...”사회자가 다시 물었다.“신부는 신랑의 진심 어린 말에 어떤 대답을 하고 싶으신가요?”“그동안 모든 걸 다 감싸줘서 고마웠어. 앞으로 우리가 모든 순간을 함께 할 거라고 믿어.”한 마디만 남기고 재빨리 마이크를 내려놓는 김시연의 모습에 당황한 사회자가 물었다.“더 없으신가요?”“네, 없습니다.”김시연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그저 형식적인 결혼식이라고만 생각했던 김시연은 멘트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연도진이 이렇게 긴 멘트를 할 것이라고 누가 감히 상상했을까!“...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다음 순서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결혼식이 끝나고 신랑 신부가 퇴장하자 본격적인 식사 시간이 시작됐다. 온하랑은 부시아에게 작별 인사를 간단히 건네고는 영상통화를 종료했다.서희수는 부시아를 거실에서 혼자 놀도록 내버려 두고 따로 볼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며 윌슨을 위층으로 불러내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좀 해봐요.”서희수는 연도진의 고백이 진심에서 우러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평소 냉정하게 철저히 표정을 숨기며 살던 아들이 한 번이라도 이렇게 감정을 드러냈던 적이 있었나?“아직도 모르겠어? 시연 양은 도진이가 한국에 있을 때 사귀었던 여자 친구야. 필라에 온 이후에도 계속 시연 양만 생각했고. 그러다가 시연 양이랑 다시 사귀겠다고 작년부터 계속 강남으로 가더라고.”윌슨이 김시연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연도진이 필라에 온 지 2년이 지난 후였다.가족의 정이라는 것을 오랜 시간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탓에 윌

    최신 업데이트 : 2024-08-31
  • 위태로운 제안   제1057화

    “쟨 이미 힘이 너무 막강해졌어. 게다가 당신 오빠도 도진이 편을 드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다고 묶어서 데려올 수는 없잖아.”윌슨이 무기력하게 말했다.연도진의 성장 속도는 엄청났다. 자신의 곁에서만 자랐다면 윌슨은 분명 그 모습에 흡족해했을 것이다.연도진은 훌륭한 후계자였으니 말이다.여동생도 아낄 줄 알았고 어머니에게도 효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모든 부분에서 윌슨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사람이었다.연도진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가문의 사업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능력으로 회사 내의 입지를 굳히고 본인의 라인을 타려는 사람들까지 만들어놓았다. 그 후로부터 윌슨은 연도진에게 마음에도 없는 일을 시키기 점점 어려워졌다.마치 나는 법을 배운 독수리가 혼자 사냥을 시작하듯 연도진이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출장 핑계를 대며 자주 강남을 드나들면서부터였다.그 사실을 알면서도 윌슨은 그저 묵인해주었다.서희수는 테이블 옆에 앉아 카메라에 잡혔던 서정훈의 모습을 떠올리며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도진이 예전에는 이렇게 제멋대로 구는 애가 아니었는데. 오빠도 갑자기 한심해졌어요. 어떻게 도진이가 그렇게 제멋대로 구는 걸 내버려 두고만 있는 거죠?! 지금 당장 전화해서 돌아오라고 해야겠어요!”서희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똑똑한 연도진이 어떻게 이렇게 멍청한 생각을 할 수가 있지?이건 명백한 사기였다!연도진도 자신의 정체를 평생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기 마련이었다.그때가 되면 김시연은 연도진을 용서해줄 수 있을까?서희수는 며느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진심으로 이엘리아를 받아들이고 시누이와 며느리가 원만하게 지내주길 바랐다. 그 탓에 서희수는 연도진과 앨리스의 결혼을 주선하고 싶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연도진이 앨리스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아 그마저도 포기하고 말았다.만약 김시연이 평범한 강남 여자였다면 서희수도 별다른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이미 이엘

    최신 업데이트 : 2024-09-01
  • 위태로운 제안   제1058화

    서희수의 머리가 지끈거렸다.“...”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이엘리아의 성격은 다시 바로 잡을 수 없게 된 탓에 서희수의 걱정은 더욱 깊어졌다.이엘리아가 이번 사건을 통해 교훈을 얻고 조금 자제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다른 용건 없으시면 끊겠습니다, 어머니.”그렇게 말하면서도 연도진은 서희수가 더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수화기에서 뚜뚜 들려오는 신호음을 들으며 서희수가 한숨을 내쉬고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어떻게 됐어?”윌슨이 물었다.“안 돌아오고 싶다고 했겠지?”“도진이 말 들어보니까 결혼에 대해서 우리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양이에요.”서희수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됐어요. 자식 복이 없는 거겠죠. 이엘리아가 돌아오면 당신이 잘 타일러 보세요.”연도진은 효자가 맞았다. 서희수가 아플 때, 그는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간호해주었고 평소 그녀의 말에 반대 의견을 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순종적인 태도 속에도 항상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존재했고 둘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었다.연도진이 몇 년 동안이나 김시연을 잊지 못했다는 것을 보면 감정이 꽤나 깊은 모양이었다. 모자 관계가 완전히 틀어질까 항상 전전긍긍하는 서희수가 어떻게 연도진에게 헤어질 것을 강요할 수 있을까?“왜, 또 머리 아파?”...결혼식이 끝나고 하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연도진은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김시연과 함께 신혼집으로 돌아왔다.“힘들어 죽겠네.”김시연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기지개를 켜며 하품했다.“나 좀 잘 테니까 도착하면 깨워줘.”오늘 아침, 김시연은 무려 새벽 3시에 기상했다!결혼식 한 번 하기 정말 힘들었다!“그래, 좀 자.”연도진이 다정한 눈빛으로 김시연을 바라보았다.김시연은 그런 연도진의 눈빛을 무시한 채 눈을 감았다. 순간 연도진이 결혼식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네가 이미 날 잊고 잘살고 있을까 봐. 그래서 억지로 차갑게 굴면서 비열하게도 마음을 숨겨왔어...”김

    최신 업데이트 : 2024-09-01
  • 위태로운 제안   제1059화

    “왜? 각방 쓰기 싫어졌어?”연도진이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자뻑.”김시연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 다이닝룸으로 향했다.부엌 밖에 있는 다이닝룸은 정말 넓었다. 바닥에는 정교한 문양의 카펫이 깔려 있었고 가운데에는 거대하고 둥그런 식탁에 열 명도 넘게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놓여있었다.지형 때문에 남쪽에서 들어오는 문은 1층에 위치해 있었고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는 어두운 밤 경치가 보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보일 듯 말 듯 한 강물의 물결이 고요한 달빛에 비쳐 반짝였다.역시 돈 많은 사람이 뭘 좀 즐길 줄 아네.저녁 메뉴는 죽과 반찬 고기 요리와 채소 요리 두 가지였다.소고기 요리와 버섯요리였다.소고기가 육질이 좋은 것이 신선한 게 느껴졌다. 청양고추와 함께 요리한 덕에 강렬한 고추 냄새와 매운맛이 김시연의 입맛을 확 자극했다.그녀는 곧바로 젓가락을 옮겨 옆에 있는 버섯요리를 집어 들어 입안에 넣었다.연도진이 물었다.“맛있어?”김시연이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안에 있던 음식물을 삼키고 말했다.“괜찮네. 네 요리실력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맛있으면 됐어.”김시연은 또 버섯 한 가닥을 집어 집 안에 넣었다.그러다가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그녀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고개를 들어 맞은 편에 앉은 연도진을 노려보았다.김시연은 연도진이 자신에게 다른 목적을 품고 있는 것이라 의심했지만 딱히 증거는 없었다.“왜?”연도진이 젓가락질을 멈추고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김시연은 평온한 연도진을 표정을 발견하고는 이를 악물었다.식사를 마치자 연도진은 몸을 일으켜 젓가락과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김시연이 그 모습에 미안한 듯 말했다.“설거지는 내가 할게.”“괜찮아, 내가 하면 돼. 넌 가서 쉬어.”“그래, 그럼 부탁할게.”“...”주방 정리를 마친 연도진이 나와 김시연에게 물었다.“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래?”“좋아.”김시연은 아직 이 동네를 돌아

    최신 업데이트 : 2024-09-01
  • 위태로운 제안   제1060화

    예를 들면 김웅의 입가에 물집이 생겼는데 이게 다 회사에서 잘 돼가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든가 같은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회사는 대형 식품공장과 협업해 직원들의 작업복을 제공해주기로 했지만 공장에 보낸 샘플이 화학 성분에서 기준 미달 판정을 받아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었다. 공장 측에서는 회사가 원가 절감을 위해 저급한 원단을 사용했다며 엄청난 불만을 표출하고는 협업을 중단하려고 들었다.계약 금액이 상당했던 만큼 이 엄청난 바이어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김웅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김웅은 거실에서 사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이 일을 언급했다.“혹시 C도에 있는 네츠인 식품공장인가요?”연도진이 물었다.“맞아, 거기야. 여러 브랜드가 그 공장이랑 협업 중이라 규모가 꽤 커.”그래서인지 위생 관련해서는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엄격했다.“거기 대표님 성씨가 주 씨였죠, 아마?”“맞아.”김웅의 눈빛이 반짝였다.“혹시 알아?”“그 대표님한테 주현우라고 하는 아들이 있거든요. 제 대학교 친구예요.”연도진이 말했다.“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내일 제가 그 친구랑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서 어떤 말이라도 전해볼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그래, 그래. 도진아. 부탁 좀 할게.”김웅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연도진이 자신의 사위로 들어온 것이 더욱 만족스러웠다.“같이 나가만 준다면 그 모든 금액은 내가 책임질게.”“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걸요.”김시연이 김연자와 함께 방에서 나오며 둘의 대화를 엿듣고 무심코 물었다.“무슨 일이야?”“그러니까 그게...”김웅이 김시연에게 간단히 설명해주며 연도진을 마치 친아들 대하듯 바라보며 말했다.“도진이 좀 봐라, 인맥 얼마나 좋니.”김시연이 눈썹을 들썩이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연도진을 바라보았다.이런 우연이 다 있다고?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연도진은 그저 옅은 미소만 짓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점심 식사를 마치자 김연자는 신혼부부인 두

    최신 업데이트 : 2024-09-01

최신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