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면 김웅의 입가에 물집이 생겼는데 이게 다 회사에서 잘 돼가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든가 같은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회사는 대형 식품공장과 협업해 직원들의 작업복을 제공해주기로 했지만 공장에 보낸 샘플이 화학 성분에서 기준 미달 판정을 받아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었다. 공장 측에서는 회사가 원가 절감을 위해 저급한 원단을 사용했다며 엄청난 불만을 표출하고는 협업을 중단하려고 들었다.계약 금액이 상당했던 만큼 이 엄청난 바이어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김웅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김웅은 거실에서 사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이 일을 언급했다.“혹시 C도에 있는 네츠인 식품공장인가요?”연도진이 물었다.“맞아, 거기야. 여러 브랜드가 그 공장이랑 협업 중이라 규모가 꽤 커.”그래서인지 위생 관련해서는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엄격했다.“거기 대표님 성씨가 주 씨였죠, 아마?”“맞아.”김웅의 눈빛이 반짝였다.“혹시 알아?”“그 대표님한테 주현우라고 하는 아들이 있거든요. 제 대학교 친구예요.”연도진이 말했다.“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내일 제가 그 친구랑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서 어떤 말이라도 전해볼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그래, 그래. 도진아. 부탁 좀 할게.”김웅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연도진이 자신의 사위로 들어온 것이 더욱 만족스러웠다.“같이 나가만 준다면 그 모든 금액은 내가 책임질게.”“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걸요.”김시연이 김연자와 함께 방에서 나오며 둘의 대화를 엿듣고 무심코 물었다.“무슨 일이야?”“그러니까 그게...”김웅이 김시연에게 간단히 설명해주며 연도진을 마치 친아들 대하듯 바라보며 말했다.“도진이 좀 봐라, 인맥 얼마나 좋니.”김시연이 눈썹을 들썩이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연도진을 바라보았다.이런 우연이 다 있다고?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연도진은 그저 옅은 미소만 짓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점심 식사를 마치자 김연자는 신혼부부인 두
김시연은 그를 바라보더니 정색하며 물었다.“남 보기 부끄러운 물건이 뭔데?”“그건 네가 더 잘 알겠지.”연도진은 안경을 벗으며 말을 이었다.“정교하고 디자인이 예쁜 상자인 걸 보니까 결혼 축하 선물인 것 같은데 이것만 별장으로 옮기지 않은 게 이상하단 말이야. 설마...”“설마 뭐?”김시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다른 남자가 준 선물인데 내가 볼까 봐 숨겼던 거야?”할 말을 잃은 김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도진을 째려봤다.“맞아. 다른 남자가 준 거야.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서 넌 절대 보면 안 되거든.”연도진은 흥미롭다는 듯이 눈썹을 올렸다.“편지에 뭐라고 적혔어? 결혼한 걸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연락하자는 그런 식상한 말이겠지? 그래도 눈치있는 남자네.”김시연은 헛웃음이 나왔다.“내 매력이 엄청난 걸 모르는구나? 결혼해도 연락 끊지 말자고 나한테 애원하는 편지야.”김시연은 옷을 정리하면서 말을 이었다.“평생 사람 눈에 띄지 않는 내연남으로 살아도 좋으니 한 달에 두 번만 만나달라고 하네? 그거면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는데?”연도진이 아무 말 하지 않자 김시연은 개어 놓은 옷들을 트렁크에 넣고선 캐비넷 앞에 서서 도발하는 눈빛을 보냈다.그러자 연도진은 곧바로 다가와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 넣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한달에 두번? 그럼 남편은 한 달에 몇 번씩 만족시켜 줄 거야?”뼛속까지 파고드는 간지러움에 김시연은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뭐라는 거야...”“한 달에 몇 번씩 할 거냐고 물어보잖아.”“우리 각방 쓰기로 약속했잖아... 나한테 접근하지 마...”김시연은 심장이 너무 뛰어 숨이 안 쉬어질 지경이었다.그러나 연도진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고 김시연의 손목을 꽉 잡고선 입술을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유혹했다.“계약서에 관계를 가지면 안된다는 조건은 없었어.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함부로 방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김시연은 한참 동안 머리를 굴리며 핑계를 생각했다.“그게... 방에 있는 이불도 잊지 말고 빨아달라고요. 시간 날 때마다 와서 잘 거예요.”“그걸 말이라고 하니?”“신혼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 모르죠? 그러지 말고 같이 별장에 들어가서 사실래요?”“그런 건 나중에 확인해도 늦지 않아. 그리고 신혼인데 둘만의 시간을 보내야지.”“뭐 어때요. 별장에 방이 엄청 많아요.”“아무튼 지금은 아니야. 너도 이제는 결혼했으니까 제멋대로 굴면 안 돼. 뭔가를 결정할 때는 도진이의 입장도 고려해 봐. 도진이는 분명히 너와 단둘이 살고 싶어 할 거야.”김시연은 죄책감에 시선을 돌렸다.그렇게 한참 동안 자질구레한 일을 캐물으며 시간을 끌다가 김연자가 귀찮은 듯 밖으로 내쫓자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다.방으로 돌아온 김시연은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내리더니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안쪽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으나 서재 문이 열려 있었다. 연도진은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팔을 올린 채 웃으며 물었다.“뭐 하는 거야? 누가 보면 도둑인 줄 알겠어.”김시연은 대꾸조차 하지 않고 남은 옷마저 정리했다.오후 4시쯤 두 사람은 별장으로 돌아왔다.이것저것 정리하던 김시연은 친구 허윤진이 보내온 카톡을 받았는데 친구들이랑 클럽에서 만나자는 내용이 담겨있었다.허윤진이 바로 토끼와 당근세트를 선물해 준 신부 들러리중 한 명이었고 아버지 친구의 딸이라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다.저택에서 겪었던 일이 떠오른 김시연은 연도진이 또 함부로 할까 봐 걱정되어 별장에 머물고 싶지 않았고 말 한마디만 남기고선 클럽으로 향했다.클럽에 도착한 김시연은 허윤진의 집중 공격을 당했다.“시연이 왔네? 결혼 생활은 어때? 관계에는 문제없지? 아참, 내가 준 선물은 써봤어?”허윤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밝고 활기찬 허윤진은 평소 일에만 몰두하여 남자 친구를 사귈 틈이 없었다. 외로움을 느낄 때는 주로 파트너를 찾아서 해결했고 달마다 사람을 바꿔가며 만났기에 그쪽으로는 경험이 아주
허윤진도 입을 열었다.“에이, 말도 안 돼. 도진 씨 엄청 신사적인 사람으로 보이던데?”“밖에서는 다 그렇지. 시연이가 술에 취해 누워있는데 그걸 참을만한 남편이 어디 있냐.”친구 한 명이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손목에 찬 시계를 벗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난 두 사람이 오늘 관계를 가진다에 시계를 건다.”유명 브랜드거나 한정판 시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1억의 가치는 있었다.“난 오늘 밤 안한다에 가방을 걸게.”허윤진은 오늘 들고온 아기자기한 핸드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난 잔다에 한 표.”또 누군가는 목걸이와 시계를 함께 걸었다.“난 안 잔다에 한 표.”그렇게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내기에 참여하게 되었다.그 시각 술 취한 척 소파에 누워있던 김시연은 모든 대화를 듣게 되었고 순간 귀를 의심했다.처음부터 작정하고 술이 먹이는 친구들의 모습에 차라리 취한척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지금껏 연기를 했던 것인데, 친구라는 인간들은 시답잖은 일로 내기를 하고 있으니 참 어이가 없었다.허윤진은 김시연이 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수다 떨며 술을 마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연도진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네. 들어오세요.”“그럼 실례하겠습니다.”연도진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허윤진은 피곤함에 찌든 연도진의 얼굴을 보고선 웃음이 나왔다.“죄송해요. 오랜만에 시연이를 만났더니 다들 기분이 좋은지 술을 많이 마셨어요.”“괜찮아요.”연도진은 소파에 누워있는 김시연에게 다가가더니 단숨에 그녀를 번쩍 안았다.“그럼 시연이랑 먼저 가보겠습니다.”“조심히 가세요.”그가 룸에 나서기 전에 두 사람이 오늘 밤 관계를 가진다에 한 표를 걸었던 친구가 입을 열었다.“아참, 시연이가 실수로 옷에 술을 쏟았어요. 많이 끈적일 텐데 이제 꼭 갈아입혀 주세요.”“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연도진이 답했다.‘이것들이 다음에 걸리기만 해봐...’김시연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친구들은
“밖에서는 다 그렇지. 시연이가 술에 취해 누워있는데 그걸 참을만한 남편이 어디 있냐.”“아참, 시연이가 실수로 옷에 술을 쏟았어요. 많이 끈적일 텐데 이제 꼭 갈아입혀 주세요.”김시연은 순간 연도진이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했다.정말로 그가 신사적인 남자인지 아니면 보통 남자와 다를 바가 없는지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았지만 호기심이 이미 이성을 지배해버렸다.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연도진은 어느새 그린 빌리지 지하 주차장에 차를 멈췄고 뒷좌석으로 다가와 그녀를 번쩍 안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김시연은 안방 침대 위에 눕혀졌고 곧이어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간거야? 윤진이의 말이 맞았네.’김시연은 실눈을 뜨고 재빨리 방안을 훑어보았다.‘정말 갔어?’서운함과 안도감의 동시에 밀려온 김시연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바로 그때 옷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김시연은 귀를 쫑긋 세웠다.‘뭐지? 설마 옷 찾는 거야? 갈아입혀 주려는 건 아니겠지?’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발소리가 다가오자 재빨리 눈을 감았다.날씨가 쌀쌀해진 10월 중순. 김시연은 롱스커트와 코트를 입고 나갔고 아래에는 스타킹과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연도진은 잠옷을 옆에 내려놓더니 침대 끝에 앉아 그녀의 신발을 벗겼다.그 후 침대에 다리 한쪽을 걸치고선 김시연의 코트를 벗겨주었고 곧이어 스커트의 단추를 풀었다.김시연은 심란한 마음에 온몸이 경직되었고 불길한 예감이 밀려와 연도진의 행동에 호기심을 가진 과거의 자신을 원망했다.‘아니야... 분명히 나한테 옷 입혀줄 거야.’‘연도진, 얼른 입혀주지 않고 뭐 하는 거야!’김시연은 발가벗겨진 듯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연도진의 시선이 느껴졌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부 벗겨진 게 맞았다.지금 눈을 뜬다면 더욱 난처한 상황이기에 김시연은 계속 잠든 척 하기로 마음먹었다.연도진이 옷을 입혀주는 걸 기다리는수밖에...그런데 그때 쇄골에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며
곧이어 연도진은 구멍 난 스타킹과 속옷을 벗겼다.김시연은 쿵쾅거리는 가슴과 함께 눈을 꼭 감은 채 조용히 연도진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그리고 그녀는 욕실로 향하는 연도진의 발소리를 들었고 바로 물소리도 들려왔다.‘생각보다 깨끗하네.’2분 후 물소리가 멎고 연도진이 욕실에서 나왔다.다시 숨을 죽인 김시연은 조마조마하면서도 마음속에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문득 차가운 촉감이 하체에서 느껴졌고 예상못한 상황에 몸을 부들부들 떨던 김시연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뻔했다.뒤늦게 그녀는 연도진이 수건으로 자신을 닦아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다 닦고 나니 옆에서 바스락거리는 인기척이 들렸다.‘드디어 옷을 벗는 건가?’기대와 달리 연도진은 깨끗한 속옷으로 갈아입힌 후 잠옷을 집어 들고 앞뒷면을 확인하고선 입혀주었다.그뿐만 아니라 조심스럽게 이불까지 덮어줬다.‘뭐야? 이게 끝이야? 뭘 기대했던 거지?’허무함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느껴지자 김시연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발가벗고 있는데도 그냥 간다고? 내 몸매가 그렇게 별로인가? 기분이 너무 불쾌하네. 설마 지금 날 갖고 노는 거야?’김시연은 화를 삭히지 못하고 씩씩거렸다.그 사이 욕실로 갔던 연도진은 클렌징 티슈를 들고나오더니 김시연의 화장을 지워줬다.그 시각 김시연은 이불 밑으로 침대 시트를 꽉 쥔 채 애써 분노를 삼켰다.화장을 지운 후 연도진은 그녀의 얼굴에 에센스를 발라주고선 조용히 안방을 나갔고 순간 방안은 조용해지며 정적이 흘렀다.그제야 실눈을 뜬 김시연은 연도진이 완전히 나간 걸 확인하고선 착잡한 심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몸을 뒤척이며 자세를 바꾸던 중 갑자기 방문이 다시 열렸다.김시연은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고 눈을 감은 채 자는척했다.‘왜 또 들어온 거야.’발소리와 함께 침대 옆으로 다가온 그는 쿵 하며 침대 머리맡 탁자 위에 뭔가를 올려놓고 다시 나갔다.눈을 뜨고 보니 옆에는 텀블러가 놓여있었다.‘센스는 있네.’김시연도 마침 목이 말랐다.다음 날 아침 일찍
김웅은 연도진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며칠 뒤 회식 자리에서 네츠인 식품공장 담당자는 대표의 지시를 받았고 앞으로 계속 협력해도 문제없을 거라는 말을 전했다.그 소식을 듣고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던 김웅은 곧바로 연도진과 김시연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식사 전 김연자와 김시연은 방에서 수다를 떨다가 또 여행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그럼 콘서트 일은 이제 다 끝난 거지? 너희는 언제 여행 갈 거야?”김시연은 곧바로 답했다.“도진이가 요즘에 많이 바빠요. 그래서 내년 봄쯤에 가기로 결정했어요.”“괜찮네.”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걱정되었던 김시연은 기회를 엿봐서 연도진에게 말했다.“엄마가 물어보면 요즘 바쁘다고 답해. 내가 엄마한테 내년 봄쯤에 여행 갈 거라고 했으니까 너도 그렇게 말하고.”연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역시나 예상대로 식사 자리에서 김연자는 연도진의 일에 대해 물었다.“새로운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어서 시간이 아예 없네요. 나중에 여유가 될 때 가야죠.”김시연은 연도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연도진이 다시 말을 이었다.“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현지 답사하러 다움시로 출장 갈 거예요.”며칠 전에는 김시연이 콘서트 때문에 시간이 없었고 이제는 연도진이 또 출장을 간다고 하니 김연자는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는 게 답답했다.김연자는 기분이 언짢은 듯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시연이랑 같이 가는 건 별로야?”“안 그래도 얘기했는데 싫다고 하더라고요.”김시연은 테이블 밑으로 그의 다리를 세게 꼬집었다.‘언제 나한테 얘기했어!’김연자는 곧바로 김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요즘 스케줄도 없잖아. 왜 싫다고 했어?”신혼부부라면 같이 붙어있고 싶기 마련이다.“저... 며칠 뒤에 제의시로 출장 가요.”김시연은 머리를 쥐어짜 내 그럴듯한 변명을 얘기했다.“다움에서 바로 가도 되잖아?”“메이크업 박스랑 옷도 챙겨야 해서 번거로워요.”“어시스턴트랑 같이 가면 되겠네.”
온하랑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그래? 생긴 게 비슷할 수도 있지.”부시아의 외삼촌 측 이엘리아의 오빠는 분명히 혼혈이다. 연도진은 코가 높고 눈망울이 깊어 외국인과 비슷한 느낌이었기에 두 사람의 눈매가 닮아있으니 부시아가 오해할 만도 하다.부시아는 외삼촌도 어차피 한국에 계시니 시간을 내어 다 같이 밥이라도 먹고 싶었다. 그러나 외삼촌이 온하랑을 싫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개를 저었다.“뭐가 비슷한데?”통화 중이던 부승민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물었다.부시아는 그가 외삼촌을 만난 적 있고 김시연의 결혼식에 직접 갔으니 분명히 알 거라고 생각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아빠, 외삼촌이랑 시연 이모 남편분이 엄청 닮은 것 같지 않아요?”부승민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닮은 것 같다니? 그냥 연도진이잖아.’그는 온하랑과 부시아를 번갈아 봤다. 답을 기다리는 듯 나란히 앉아 눈을 반짝이는 두 사람의 표정이 너무 닮아있어 부승민은 부시아가 그들의 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아빠?”정신을 차린 부승민은 의자를 끌어당기며 온하랑의 옆에 앉았다.“많이 비슷해.”말하면서 그는 온하랑과 부시아의 표정을 관찰했다.혼자만의 착각인 줄 알았는데 부승민의 답을 듣자 확신이 생겼다.“전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온하랑은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생각에 차분한 표정이었다.두 사람은 김시연의 남편인 연도진이 이엘리아의 오빠인 카이사르와 동일 인물임을 모르고 있었다.온하랑은 ‘카이사르’를 만난 적이 없고 부시아는 ‘연도진’을 만난 적이 없다.그렇게 오해는 더 큰 오해를 불러봤다.‘설마 의도적으로 숨긴 건 아니겠지?’한참 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긴 부승민은 연도진이 일부러 숨겼을 거라고 확신했다.김시연의 성격상 이엘리아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싫어했을 텐데 그녀의 오빠와 결혼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순간 첫 만남에 연도진의 혼혈 여부를 의심했을 때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하던 김시연의 모습이 떠올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