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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김시연은 한참 동안 머리를 굴리며 핑계를 생각했다.

“그게... 방에 있는 이불도 잊지 말고 빨아달라고요. 시간 날 때마다 와서 잘 거예요.”

“그걸 말이라고 하니?”

“신혼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 모르죠? 그러지 말고 같이 별장에 들어가서 사실래요?”

“그런 건 나중에 확인해도 늦지 않아. 그리고 신혼인데 둘만의 시간을 보내야지.”

“뭐 어때요. 별장에 방이 엄청 많아요.”

“아무튼 지금은 아니야. 너도 이제는 결혼했으니까 제멋대로 굴면 안 돼. 뭔가를 결정할 때는 도진이의 입장도 고려해 봐. 도진이는 분명히 너와 단둘이 살고 싶어 할 거야.”

김시연은 죄책감에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한참 동안 자질구레한 일을 캐물으며 시간을 끌다가 김연자가 귀찮은 듯 밖으로 내쫓자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다.

방으로 돌아온 김시연은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내리더니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

안쪽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으나 서재 문이 열려 있었다. 연도진은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팔을 올린 채 웃으며 물었다.

“뭐 하는 거야? 누가 보면 도둑인 줄 알겠어.”

김시연은 대꾸조차 하지 않고 남은 옷마저 정리했다.

오후 4시쯤 두 사람은 별장으로 돌아왔다.

이것저것 정리하던 김시연은 친구 허윤진이 보내온 카톡을 받았는데 친구들이랑 클럽에서 만나자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허윤진이 바로 토끼와 당근세트를 선물해 준 신부 들러리중 한 명이었고 아버지 친구의 딸이라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다.

저택에서 겪었던 일이 떠오른 김시연은 연도진이 또 함부로 할까 봐 걱정되어 별장에 머물고 싶지 않았고 말 한마디만 남기고선 클럽으로 향했다.

클럽에 도착한 김시연은 허윤진의 집중 공격을 당했다.

“시연이 왔네? 결혼 생활은 어때? 관계에는 문제없지? 아참, 내가 준 선물은 써봤어?”

허윤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밝고 활기찬 허윤진은 평소 일에만 몰두하여 남자 친구를 사귈 틈이 없었다. 외로움을 느낄 때는 주로 파트너를 찾아서 해결했고 달마다 사람을 바꿔가며 만났기에 그쪽으로는 경험이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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