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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1041 - 챕터 1050

1272 챕터

제1041화

온하랑이 고민에 잠긴 그때 편집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었다.이번 출장 촬영은 전부 마무리 되었고 이제 편집만 남았으니 각자 작업하고 최종본을 제출하라고 했다. 편집은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기에 그 말인즉 귀국해도 된다는 얘기였다.하지만 곧이어 편집장이 또 문자를 보내왔다. 금융잡지사에서 인터뷰 관련하여 긴급 촬영이 잡혔는데 사진작가가 필요하다고 했다.“페이, 이번 한 번만 도좌워. 시간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그래. 취재하는 전문 기자들도 있고 화이트도 그 자리에 있으니까 넌 사진 몇 장만 찍으면 끝나.”온하랑은 흔쾌히 동의했다.편집장은 끊임없이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인터뷰 대상자의 정보와 촬영 주소를 보내왔다.이번 촬영은 스튜디오가 아닌 인터뷰 대상자의 사무실인 비어 빌딩 15층이었다.인터뷰 대상자의 이름은 빈센트 윌슨이고 어느 한 회사의 회장님이라고 한다.온하랑은 그 이름을 본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재빨리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세상은 역시나 너무 좁았다.빈센트 윌슨이 곧 부시아의 외할아버지인 그 윌슨이었다.믿기지 않을 정도로 공교로운 상황에 온하랑은 온몸이 얼어붙었다.‘지금이라도 못한다고 연락해 볼까?’아침 식사 후 온하랑은 화이트 일행을 만나 비어 빌딩으로 향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일찌감치 기다리고 있는 온하랑의 모습을 본 금융 잡지 편집장 화이트는 어이가 없었다. 지난번 찰스 인터뷰에 무례함을 범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이번에도 함부로 행동하여 윌슨을 언짢게 만든다면 다시는 함께 일하지 않을 거라고 마음먹었다.비어 빌딩에 도착하자 프런트 직원과 윌슨의 여비서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여비서는 그들은 대기실로 안내하며 다짜고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회장님께서 아직 도착하지 않아 잠시만 이곳에서 기다려주세요.”“알겠습니다.”화이트가 답했다.비서는 커피를 그들에게 타 주고선 재빨리 사무실로 가서 다른 비서에게 물었다.“에리브릴, 오늘 일정 회장님께 말씀드렸어요?”윌슨이 Z 국 출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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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2화

“우웩...”거절하고 싶은 건 부시아가 아니라 앨런이었다.부시아는 고통스러워하는 앨런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앨런 삼촌이 몸 안 좋으니까 저도 갈래요.”“그럼 할아버지랑 같이 회사로 갈까? 일 끝나면 할아버지랑 계속 같이 노는 거야.”“얼마나 걸려요?”“오래 안 걸려. 30분 정도?”“그럼 같이 갈래요.”부시아는 윌슨과 함께 회사로 향했다.오매불망 윌슨을 기다리고 있던 여비서는 그를 보자마자 감격을 금치 못했다.“회장님, 드디어 오셨네요. 인터뷰 관계자분이 꽤 오랜 시간 기다리셨어요.”그 시각 온하랑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30분 넘게 기다렸다. 그들은 카메라와 녹음 장비를 수차례 조정하고 인터뷰 원고를 수십번 외웠지만 윌슨은 나타나지 않았다.기다리다 못한 화이트가 비서에게 물을 때마다 그녀는 시찰 나갔다는 이유로 시간을 끌었다. 차마 손녀랑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말을 입 밖에 꺼낼 수가 없었다.윌슨은 사무실로 걸어가며 말했다.“사무실로 오시라고 해. 시간은 30분이라고 미리 얘기했지? 그동안 카롤이랑 라운지에서 놀고 있어. 간식이랑 아이패드도 챙겨가고.”“알겠습니다.”부시아는 에이브릴과 함께 라운지로 향했고 여비서는 대기실로 들어가 온하랑과 기타 관계자분들을 안내했다.“회장님께서 시찰을 마치고 돌아오셨습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한 무리의 사람이 비서를 따라 사무실로 걸어갔고 그 와중에 비서는 잊지 않고 강조했다.“30분밖에 시간이 없으니 인터뷰는 최대한 서둘러 주세요.”“알겠습니다.”화이트가 말을 이었다.“촬영이 끝나고 회장님께 식사 대접을 하고 싶은데...”“죄송합니다. 회장님께서는 다른 일정이 있으십니다.”“아쉽게 됐네요.”그 시각 윌슨은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상체는 금방 갈아입은 셔츠와 정장 차림이었는데 하체는 캐주얼한 츄리닝을 입고 있었다.비서는 기자들을 안내하며 화이트의 말을 단번에 잘랐다.“그럼 시작하시죠.”기자도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윌슨 옆 소파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안녕하세요.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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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3화

온하랑은 목소리만 들어도 부시아인 걸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돌리자 인형처럼 예쁜 아이가 그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부시아가 근처가 가까이 다가오자 온하랑은 손에 든 카메라를 흔들었다.“시아도 여기 있었어? 숙모는 일하러 왔어.”부시아는 두 눈이 반짝였다.“그럼 이제 일 끝난 거예요? 숙모, 그럼 저랑 같이 놀면 안 돼요?”이때 윌슨이 헛기침하며 사무실에서 나타났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온하랑을 힐끗 보고선 입을 열었다.“카롤, 하랑 씨는 아직 일하는 중이니까 방해하면 안 돼.”윌슨은 두 사람의 접촉이 많아질수록 아이와 이엘리아의 관계가 멀어진다고 생각했다.중간에 끼인 온하랑은 어찌할 바를 몰라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윌슨의 말을 들은 부시아가 입을 삐쭉인 채 울먹이며 서러운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자 그녀는 마음이 약해졌다.“오늘 일은 다 끝났어요. 방해되지 않을 거예요.”부시아는 신이 난 듯 폴짝폴짝 뛰며 윌슨에게 말했다.“그럼 할아버지는 일 계속하세요. 전 오늘 숙모랑 놀게요.”그 말에 윌슨은 짜증 섞인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봤다.‘왜 매번 끼어들고 난리야.’온하랑은 윌슨의 표정을 못 본 척하더니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시아는 제가 데려갈게요. 저녁에 집까지 바래다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온하랑이 윌슨의 뜻을 모를 리가 없다.그런데 그걸 안다고 해서 무조건 윌슨의 뜻을 따라줘야 하는 건 아니다.이엘리아와 부시아가 가까워지길 바라는 모양인데 더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을 생각은 하지 않고 굳이 온하랑과 멀어지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만약 이엘리아가 바뀌지 않는다면 설령 온하랑이 부시아와 멀어진다 한들 이엘리아를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화이트는 표정이 어두워졌다.사실 그들의 대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듣고 보니 이 꼬맹이는 윌슨의 외손녀였고 온하랑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인 걸 알아챘다.‘눈치가 없는 건가? 회장님은 아이를 데려가는 걸 원하지 않잖아. 어휴, 또 미운털 박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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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4화

부시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엄청 잘해줘요.”원하는 게 있으면 무조건 들어줬다.하지만 그렇게 지극정성을 쏟아도 부시아는 마음 한구석에 남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다행이네. 어디 가고 싶은데 없어? 뭐 하고 놀까?”“다 좋아요.”온하랑과 함께 있는 거라면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어도 즐거웠다.한참을 고민한 끝에 온하랑은 양현수에게 부탁하여 인근 마을로 가서 자연 풍경도 구경하고 동물원과 식물원도 방문했다.식물원에서 나오다가 공교롭게 임가희를 만났는데 그녀는 혼자였다.임가희는 그들을 발견하고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하랑아, 놀러 온 거니? 참 공교롭게 이런 곳에서 만나네.”말하면서도 임가희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부시아를 훑어보았다.‘이엘리아의 딸이구나. 어쩐지 예쁘고 똑똑하더라.’부시아는 등골이 오싹한 느낌에 재빨리 온하랑의 뒤로 숨으며 옷깃을 움켜쥐었다.“나쁜 사람. 저리 가요.”“시아야, 무서워하지 마. 숙모랑 저쪽으로 갈까?”임가희를 상대하는 것조차 귀찮았던 온하랑은 못 본 척하며 뒤를 돌아서서 떠났다.부시아는 시도 때도 없이 고개를 돌려 확인하더니 임가희와 꽤 멀리 떨어지고서야 씩씩거리며 말했다.“흥. 또 나쁜 일을 저지르려고 찾아온 거겠죠?”부시아는 기억력이 아주 좋았다. 지난번에 임가희가 온하랑과 자신을 병원으로 끌고 가 강제로 사과하게 만든 일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됐어. 신경 쓰지 마.”“숙모, 그런데 저 사람은 왜 ‘하랑’이라고 숙모를 부르는 거예요?”“시아야, 사실 저 아주머니는 숙모 엄마야.”부시아는 흠칫 놀랐다.“살아계셨어요?”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부시아는 온하랑이 부모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어서 당연히 사망한 줄로 알았다.부시아의 반응에 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응. 살아계셔. 숙모가 엄청 어릴때 재혼해서 사이가 별로 안 좋아. 시아도 신경 쓰지 마.”“아...”부시아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이상한 이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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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온하랑이 사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그 시각 부선월의 손에는 사진 두 장이 들려있었다. 하나는 어느 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교외의 작은 마음에서 찍힌 사진이었다.첫 번째 사진에는 온하랑, 임가희, 최국환 세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인자한 웃음을 짓고 있는 최국환의 옆에는 우아한 분위를 내뿜는 임가희가 앉아 있었고 그들의 맞은편에는 젊고 아름다운 온하랑이 있었다. 세 사람은 마치 한 가족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했다.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로운 사진을 보니 부선월은 눈꼴이 사나웠다.남자에게 버림받고 아들마저 적대시하는 상황에 손녀도 그녀를 버리고 떠났다.오로지 최국환을 위해서 부선월은 모든 가족에게 등을 돌렸으나 임가희는 여전히 사모님 자리에 앉아 있었다.온하랑과 관계를 회복하고 이제 부승민마저도 사돈어른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임가희의 자리는 더욱 확고해졌다.부선월은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늘 그렇듯 그녀는 임가희가 가진 모든 것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다.부선월을 질투심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두 눈으로 사진을 갈기갈기 찢었다.두 번째 사진은 모녀 3대가 식물원에 있는 모습이었다.부선월은 먹이를 노리는 사악한 독사처럼 싸늘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사진 속의 세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빌어먹을 것들. 다 죽었어야 하는데.’임가희는 최국환을 빼앗아 갔고, 온하랑은 부승민을 꼬셔 그들 사이를 망쳐버렸다.심지어 애지중지 키우던 부시아마저 등을 돌렸으니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부선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테이블 위의 모든 물건을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와당탕 소리에 부랴부랴 달려온 비서는 아수라장이 된 바닥을 보고서도 차분함을 유지한 채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부선월은 불안한 마음이 그제야 진정된 듯 한결 차분한 태도로 비서를 바라봤다.“그래? 지금 바로 갈게.”말을 마친 후 부선월은 서둘러 떠났다.비서는 엉망진창이 된 현장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부선월의 기분은 갈수록 걷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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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부선월은 애틋한 손길로 그 옥패를 어루만지며 말했다.“국환아, 네가 이걸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네.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는데 난 아직도 이걸 갖고 있더라.”최국환은 멍하니 부선월의 손에 들려있는 그 옥패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선월이 계속 혼자 중얼거렸다.“난 아직도 기억나는데. 이거 네가 내 생일 선물로 줬던 거잖아. 나한테 이거 만들어주겠다고 남양까지 가서 보름 동안이나 거기 명인님한테 배웠었지.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다 순조롭게 잘 풀리길 바란다면서 말이야. 근데 그거 아니? 내가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불행 중에 제일 큰 불행이 네 옆에 같이 있어 줄 수 없다는 거야...”부선월의 말에 옛 기억이 떠오른 최국환이 입술을 달싹였다.“선월아... 이미 다 지난 일이잖아...”“아니!”부선월은 손을 뻗어 최국환이 뿌리칠 수도 없게 그의 손을 꽉 잡았다.“국환아, 다 지난 일이라고 해도 난 아직 똑똑히 기억해. 우리가 용기만 낸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충분히 행복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부선월이 낮게 울먹였다.“넌 모르겠지, 승민이가 날 얼마나 미워하는지. 엄마도 날 미워하고 아빠도 돌아가셨어. 국환아, 이제 나한테는 정말 너밖에 없단 말이야! 내가 널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이렇게 평생 날 외롭게 둘 거야?”최국환은 목울대가 울렁이는 기분이 들었다.오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 빠른 결단을 내리고 말겠다며 다짐했건만.하지만 지금, 부선월의 눈물로 흐릿한 눈동자를 마주하고 보니 단호함을 지키기란 쉽지 않았다.최국환과 사귄 적이 있던 부선월은 그가 어떤 상황에서 마음이 제일 약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임가희도 최국환 앞에서 불쌍한 척을 하다가 침대까지 함께 올라간 것 아니겠나?!부선월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국환아, 지금 네가 뭘 고민하고 있는지 알아. 너한테 이혼을 강요하는 건 아니야. 나도 서로 얼굴 붉힐 일 만들고 싶지 않거든. 그냥 내가 그동안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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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임가희가 눈썹을 들썩이며 부선월을 슬쩍 쳐다보고는 하이힐을 신은 채 우아한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그 눈빛에 부선월은 임가희가 자신과 최국환의 진짜 사이를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닐 거다. 단순한 착각이겠지.임가희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다 최국환 덕분이었다.만약 최국환에게 버림받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절대 저런 평정심을 유지하지는 못 할 것이다.임가희가 카페에서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부선월이 입을 열었다.“국환아, 왜 아직도 서 있어?”최국환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볼게.”조금 전, 임가희는 분명 온하랑과 약속을 잡았다고 얘기했다.만약 조금 있다가 온하랑이 이곳에서 부승민과 최국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다면 서로 불편해질 게 뻔했다.“나랑 같이 있어 준다고 했잖아...”“다음에, 너도 이제 돌아가.”말을 마친 최국환이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떴다.“...”분노에 휩싸인 부선월이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이를 악물었다.임가희!온하랑!부선월이 순간적으로 뭔가를 떠올렸다.온하랑이 아직 부승민의 아내로 있는 한, 최국환은 온하랑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임가희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부선월은 엄연히 부승민의 어머니인데, 부승민의 인정을 받고 싶다 했던 최국환이면서 왜 그녀가 아닌 임가희와 온하랑 모녀에게만 자꾸 신경을 쓰는 걸까?부승민부터 최국환과 부선월의 화해를 바라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온하랑을 두고 여러 번의 다툼이 있었던 후부터 부선월과 부승민 모자 사이는 점점 악화되어갔다.하지만 부승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내 온하랑은 최국환이 봤을 때, 부승민에게 그 누구보다 중요한 사람이었다.이게 다 온하랑 그 천한 것 때문이었다!부선월이 최국환과 다시 잘 된다면 부승민에게도 완벽한 가정을 선물해줄 수 있었다. 게다가 사업 쪽으로도 최씨 가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인데 부승민은 왜 그토록 반기지 않는 걸까?분명 온하랑이 뒤에서 부추긴 게 틀림없다!온하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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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8화

부시아의 옆에 있던 윌슨은 깜짝 놀랐다.“...!”그가 작게 속삭였다.“숙모는 일도 해야 하니까 바쁘잖니.”온하랑은 모깃소리처럼 들려오는 윌슨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신을 무슨 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구는 윌슨의 모습이 우스웠다.“숙모는 또 일해야지. 너도 얘기했었잖아.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가 잘 챙겨주신다고. 그분들이랑 며칠만 더 지내면 되는 거 아니야?”온하랑도 충분히 부시아를 데리고 나가 같이 놀아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부승민과 윌슨 사이에 맺은 약속을 본인 마음대로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알겠어요. 조금 아쉽네요. 시연 아줌마 결혼식엔 참석 하고 싶었거든요. 숙모, 저 대신 시연 아줌마한테 신혼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꼭... 퍽...”수화기 너머로 온하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둥 같은 굉음과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끊겨버렸다.부시아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숙모! 숙모, 무슨 일이에요?”전화가 아직 끊기지 않은 덕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계속 쿵쿵거리는 소리와 여러 어수선한 잡음들이 들려왔다. 하지만 온하랑의 목소리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숙모?! 외할아버지, 설마 숙모한테 교통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온하랑이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 있다는 것을 아는 부시아가 잔뜩 긴장한 채 윌슨의 팔을 잡고 말했다.“외할아버지, 어떻게 해야 하죠? 숙모가 너무 걱정돼요!”윌슨이 아이를 달래며 말했다.“카롤, 일단 진정하렴.”그는 전화를 앨런에게 넘겨 무슨 일인지 조사해보라는 명령을 내렸다.10분 정도 지나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온하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아야? 아직 들려?”“숙모?! 숙모 괜찮아요? 깜짝 놀랐잖아요!”부시아가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 작은 사고가 있었는데 지금 병원 가는 길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괜찮다니까 다행이에요. 어느 병원으로 가는데요? 지금 보러 가고 싶어요.”“...!!”결국... 막을 수 없는 건가.걱정하던 일이 결국 일어나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도 온하랑의 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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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9화

계획된 사고인데 온하랑은 단순한 찰과상만 입었다고?누굴 속이는 거야?누가 일 처리를 그딴 식으로 한단 말인가? 그렇게 간단한 교통사고 하나도 이렇게 실패를 하다니?윌슨이 말했다.“흥, 계좌 확인은 해봤어? 저 여자 자작극 아니고?”“...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앨런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송금 계좌는 베로니카라는 여자의 이름으로 된 계좌였습니다. 부선월의 비서라고 하더군요.”부선월이 누구인지 윌슨도 알고는 있었다. 그녀는 부승민의 친모로서 과거 이엘리아가 방을 잘못 들어간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하고는 경찰 신고까지 못 하게 이엘리아를 속였던 사람이었다.얼마 전 강남에 있을 때도 그 여자가 이엘리아를 데리고 부씨 가문으로 찾아가 부시아를 데려왔다.이런 교활한 여자에게 윌슨은 별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온하랑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이번 교통사고도 온하랑을 제거하려던 부선월의 계략이었을 가능성이 컸다.온하랑이 죽으면 이엘리아에게도 이득이었다.잠시 생각하던 윌슨이 말했다.“이 사건은 더 이상 관여하지 말고, 경찰한테 맡겨.”카롤의 체면을 봐서라도 온하랑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을 예정이었지만 자신과 연관 없는 다른 사람의 일까지 신경 쓸 생각은 없었다.경찰이 조사로 밝혀내면 그만이고 못 밝혀내도 그건 단순히 온하랑의 운이 나쁜 것이었다.“네.”윌슨이 전화를 끊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온하랑을 만난 자신의 외손녀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했다.윌슨은 온하랑의 휴식을 핑계로 부시아를 설득해 간신히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공항에서 온하랑을 배웅하려고 했던 벨라도 그녀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생각보다 무사한 온하랑을 확인하고 나서야 벨라는 뒤늦게 마음을 놓았다....지사에서 업무를 보던 최국환은 갑자기 임가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전화를 받는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임가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군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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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화

임가희가 가까스로 화를 억누르려는 듯 최군환의 팔을 꽉 잡았다.최군환의 얼굴도 급격히 어두워졌다.경찰은 온하랑의 진술을 기록하기 시작했다.“이미 그 베로니카라는 여자는 체포했고 곧 심문 시작할 겁니다. 새로운 정도 나오면 바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네,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당연한 말씀을요.”경찰은 임가희와 최군환을 지나 병실 밖으로 나갔다.임가희는 팔꿈치로 최군환을 툭툭 치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자세히 좀 물어보세요. 누군가가 지시해서 일어난 사고라니, 정말 믿고 싶지 않아요...”“그래.”최군환이 임가희의 말에 대꾸하며 두세 걸음 만에 앞서가던 경찰의 뒤를 따라잡았다.부승민의 아버지로서 부승민이 없을 때 의붓딸 겸 며느리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손자가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그저 두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임가희는 온하랑의 병실로 들어서며 말했다.“하랑아, 지금은 좀 어때? 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듣고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온하랑은 차가운 눈빛으로 임가희를 응시하며 물었다.“아줌마, 갑자기 왜 이러세요?”무슨 다정한 모녀 사이를 연출해내고 싶은 거지?“하랑아, 이러지 마. 엄마는 그냥 네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아.”“그쪽 걱정은 필요 없으니까 이만 돌아가 주시죠.”말을 마친 온하랑은 자신의 경호원인 양현수와 그 파트너를 바라보았다.온하랑의 눈짓에 두 사람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임가희를 병실 밖으로 내보냈다.경찰에게서 사건의 경위에 대해 알아내고 다시 온하랑의 병실로 돌아오던 최군환은 자신에게 걸어오는 임가희를 발견했다.“왜 벌써 나와? 하랑이 몸은 좀 어때? 좀 더 있어 주다가 오지.”임가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큰 문제는 없고 그냥 가벼운 찰과상만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기가 괜찮은지는 좀 더 입원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네요. 조금 피곤해 보여서 우선 혼자 쉬게 내버려 뒀어요.”“그것도 나쁘진 않지.”최군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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