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윌슨은 백화점에서 부승민이 부시아, 온하랑과 함께 쇼핑하는 화목한 모습을 목격했다. 윌슨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부시아를 데려가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그건 안됩니다.”“왜 안 된다는 거야?”“우선 진정하시고요. 몇 가지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따님이신 이엘리아의 성격으로만 따졌을 때 시아를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나요? 두 번째, 윌슨 씨께서 시아를 아낀다고 해도 연세가 있으신데 바쁜 일정 속에서 시아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실 수 있으실까요? 세 번째, 업무를 정리하고 시아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신다고 해도 아이와 세대 차이가 있으신데 부모 같은 애정을 쏟아부으실 수 있을까요? 신중히 생각해보신다면 시아에게 뭐가 최선인지 아실 겁니다.”윌슨은 지금 한국어 듣기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었다. 마음속에서 반쯤 번역을 해내다 보니 인내심이 바닥 나버렸다.“말이 너무 많군. 카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하지 않겠나? 일단 필라에서 한동안 지내도록 하고 그때 가서 아이가 다시 돌아오고 싶다 하면 내가 직접 데리고 올게.”“시아는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혼자 필라로 가게 된다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 겁니다.”“내가 있지 않은가? 내가 잘 돌봐주면 되는 거지.”부승민이 가볍게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어르신, 혈연으로 따지면 어르신께서는 부시아의 외할아버지가 맞지만, 아이에게는 그저 한 번밖에 못 본 낯선 사람입니다.”“정 걱정된다면 자네도 함께 가세.”윌슨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내가 카롤을 강제로 필라에 억류해둘까 봐 무섭나? 아니면 카롤이 나와 함께 가면 다시는 못 돌아오게 될까 무서운 건가? 자신이 없어?”“어르신, 저를 자극하려 하셔도 소용없으실 겁니다. 그런 수법, 저한테는 통하지 않습니다.”“그럼 카롤한테 전화해서 직접 선택하게 하면 되겠군! 만약 카롤이 나와 함께 가길 원한다면 자네도 나와 내 손녀의 사이를 가로막을 자격이 있을 것 같나?”“저는 시아 보호자입니다.”“그래서 내가 오늘 직접 협
최신 업데이트 : 2024-08-2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