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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1021 - 챕터 1030

1272 챕터

제1021화

더원파크힐.부승민은 통유리 창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자동차가 시야에 들어오자 부승민은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거실을 빠져나와 현관으로 향했다. 마침 연도진도 중앙 잠금장치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부승민은 곧바로 자동차 뒷좌석 문을 열어 부시아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삼촌.”부시아는 엉덩이를 한쪽으로 빼며 부승민의 목에 팔을 감았다. 하지만 아이의 노력이 무색하게 부승민은 부시아를 안아 들자마자 엉덩이를 한 대 내리쳤다.“힝...”부시아는 서러운 표정으로 부승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왜 때려요, 삼촌?”부승민은 아이를 흘겨보더니 차 문을 닫으며 말했다.“왜일 것 같아?”부시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부승민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넌 집에 들어가서 보자.”말을 마친 부승민이 연도진을 바라보며 냉랭한 음성으로 말했다.“오늘 같은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네요.”연도진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저 차창만 내린 채 말했다.“다음엔 연락 드릴게요. 그럼 저는 따로 볼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시아야, 안녕.”“외삼촌, 잘 가요.”부승민은 부시아를 안고 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부시아는 부승민의 어깨에 몸을 기댄 채 연도진의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거실로 들어서자 부시아가 몸을 비틀며 말했다.“삼촌, 이제 저 내려주세요.”하지만 부시아는 아이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는 소파에 앉더니 아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부시아의 엉덩이를 두 번 내리쳤다.당황한 부승민이 울음을 터뜨렸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만 치는 것처럼 우렁차게 울어댔다.“흐아앙, 삼촌...”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서러웠다.“뭘 잘못했는지는 알겠어? 다음에 또 혼자 막 돌아다닐 거야?!”부승민이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저... 저 혼자 어디 안 돌아다녔어요...”부시아가 작은 목소리로 변명을 늘어놓자 아이의 엉덩이에 또 두 대의 매가 떨어졌다.아이가 입술을 삐죽이며 상황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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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다음부턴 어딜 가든, 누구랑 있든 다 아빠랑 숙모 아니면 도우미 할머니한테 얘기해.”“네.”“그래, 이제 이리 와서 앉아봐.”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아이의 동그란 머리통을 바라보던 부승민은 부시아에게 손짓했다.“외할아버지께서는 어떤 분이셨어? 잘 해주셨어?”“외할아버지 정말 좋은 분이셨어요.”부시아는 호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부승민에게 흔들어 보였다.“외할아버지께서 선물로 주셨어요.”“벌써 매수당한 거야?”부승민이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어떻게 그래요?”부승민의 말을 들은 부시아가 까치발을 들고는 웃는 얼굴로 애교를 부렸다.“전 절대 다른 사람한테 안 넘어가요. 아빠가 짱이에요! 근데 뭐라도 뜯어낼 게 있으면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죠!”부승민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어린아이의 코를 꼬집었다.“이 욕심쟁이 같으니. 그리고, 외할아버지께서 따로 뭐라고 하셨어?”부승민은 윌슨이 강남에 온 이유가 단지 부시아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서만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부시아는 고개를 들어 부승민을 슬쩍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외할아버지께서 아빠랑 얘기해보라고 하신 게 있었어요. 며칠 뒤면 저를 필라로 데려가서 외할머니도 만나고 거기서 잠깐 지내고 싶으시대요.”잠깐 지낸다니?아예 못 돌아오게 하려는 게 아니고?“넌 가고 싶어?”부승민의 질문에 부시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외할아버지가 아주 잘 대해준 것은 맞지만 어쨌든 한 번밖에 못 만나본 사람이고 필라도 부시아에게는 낯선 곳이었다. 차라리 삼촌 곁에 남아 유치원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게 부시아에게는 훨씬 행복했다.“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돼. 아빠가 여기 있잖아.”부승민이 화제를 전환했다.“저녁은 먹었어?”“먹었어요.”“그럼 얼른 숙모한테 전화 드려. 아직도 너 걱정하고 있을 거야.”“네.”부시아가 깡충깡충 뛰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 부승민은 휴대폰을 꺼내 연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도진이 전화를 받자마자 부승민은 다른 말을 다 생략하고 본론부터 바로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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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연도진은 윌슨의 비하 섞인 말에도 아무런 동요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이런 이유로 저를 부르신 거라면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네 여동생 풀어줘라. 그럼 내가 이엘리아 데리고 바로 필라로 돌아갈 테니까.”윌슨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연도진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말했다.“그건 안됩니다. 이 사건을 이런 식으로 처리한 것도 외삼촌 체면 살려드린 거고, 지금 당장 이엘리아 석방 시키고 싶으시다면 외삼촌한테 직접 얘기하세요.”“이놈이...”연도진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윌슨을 뒤로하고 방을 나섰다.차 문을 열고 올라탄 연도진은 바로 시동을 거는 대신 먼저 김시연에게 전화를 걸어 몇 마디 당부했다. 최근 며칠 동안은 꼭 조심하고, 절대 혼자 외출하지 말고, 어딜 가든 꼭 매니저와 함께 다니라는 말을 전했다.김시연은 연도진의 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왜? 무슨 일 있어?”연도진이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이엘리아 아버지가 강남으로 왔어.”“이엘리아 아빠가 나한테 해코지라도 할까 봐 걱정돼?”“혹시 모르니까 조심하는 게 좋잖아. 그 사람이 어떤 짓을 할지 아무도 예측을 못 하니까 조심해야지.”연도진이 대답했다.예전부터 이엘리아가 괴롭혀왔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윌슨은 그런 일에 신경을 쓴 적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엘리아가 처음으로 처벌을 받고 구치소로 들어갔다. 그러니 연도진은 윌슨이 혹시라도 김시연에게 보복하려 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게다가 윌슨은 이미 자신과 김시연의 관계를 알고 일부러 앞에서 언급까지 했으니 연도진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알았어, 조심할게.”김시연은 연도진이 이미 이엘리아의 가족을 알고 있는 만큼 그가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경고하는 것도 단순한 우려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엘리아의 가족 모두가 앙갚음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연도진이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당부하는 것이리라 생각했다.김시연이 또다시 불평을 늘어놓았다.“오늘 오후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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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김시연은 어쩌면 이엘리아의 아버지에게 약간의 염치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신의 딸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의식을 하고 자신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모델의 메이크업이 끝나자 김시연은 모델에게 먼저 촬영장으로 가라고 지시하고는 화장실로 향했다.여자 화장실의 문턱을 막 넘어서는 순간, 그녀는 곁눈질로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예전의 기억 때문에 겁을 먹어버린 김시연은 곧장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누군가 김시연의 뒤로 다가와 그녀의 입을 가로막고는 김시연의 목덜미를 가격했다. 목덜미를 맞는 순간, 김시연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기절해버렸다.얼마나 지났을까. 김시연이 눈을 떴다.눈앞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하지만 김시연은 곧바로 자신이 어두운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눈이 가려져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몸은 밧줄로 꽁꽁 묶여있었고 두 손도 뒤로 묶여있었다.김시연은 자신이 어디로 끌려왔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어떤 강한 바람이 자신의 귀를 스치며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는 것을 느꼈다.10월의 강남에는 아직 더운 기운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지금 그녀를 감싸는 가을바람은 시원함을 넘어 차가움까지 느껴졌다. 그 때문에 김시연은 약간의 추위를 느꼈다.이런 바람은 도시에서 거의 느낄 수 없었다.아마도 지금 자신은 외곽 지역에 있는 것 같았다.김시연은 누군가에게 틈을 내어줄 정도로 방심해버린 게 후회되었다.이번... 이번에도 연도진이 자신을 구해줄 수 있을까?김시연의 마음은 좌절과 절망으로 가득 찼다.이엘리아의 아버지가 자신의 목숨까지 뺏으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것은 확신할 수 없었다.어쩌면 김시연의 팔이나 다리를 잘라버릴지도 모른다.그런 모습을 상상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김시연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깼어?”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들어보니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같았다.김시연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누구세요?”“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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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눈이 가려지니 온몸의 감각은 더욱 예민해졌다.매서운 바람이 귓가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몸이 중력에 의해 빠르게 밑으로 떨어지자 김시연은 저도 모르게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몸의 아드레날린이 순식간에 솟구치더니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빠지더니 피가 순간적으로 머리에 몰리는 것 같았다.그럴수록 공포는 더더욱 극도로 치달으며 혼이 나갈 것만 같았다.김시연은 마치 누군가 비명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기라도 한 듯 입에서는 계속 비명만 흘러나왔다.그녀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눈을 감는 것도 잊은 채 생리적인 눈물이 흘러나와 김시연의 눈을 가린 검은 천을 적셨다.그 순간.몸이 허공에서 잠깐 멈춘 것 같았다.바닥에 닿았다고 생각한 김시연은 느껴지지 않는 고통에 의아해하다가 갑자기 위로 튀어 오르는 몸에 깜짝 놀랐다.“꺄악-”김시연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일정한 높이에 다다르자 다시 급속도로 추락했다.그러다가 다시 위로 튀어 올랐다.다시 빠르게 떨어졌다.그리고 또다시 위로 튕겨 올라갔다.김시연의 심장은 그녀의 몸처럼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 같았다.단 몇 초 만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몇 번 뛰어오른 김시연은 공중에 매달린 상태로 이리저리 힘없이 흔들렸다.혼이 완전히 빠져나갔다가 다시 육체로 들어온 김시연은 여전히 공포에 휩싸여 심장이 쿵쿵 뛰었다.하지만 적어도 오늘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어쩌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만한 좋은 소식이었다.알고 보니 그 남자는 김시연을 죽이려던 게 아니라 번지점프를 시킨 것이었다. 몸에 묶인 줄도 사실은 안전장치였다.한동안 계속 공중에서 흔들리던 김시연은 자신의 몸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고 있음을 느꼈다.이렇게 올라가면 그 남자는 김시연을 어떻게 대할까?김시연이 속으로 추측하기 시작했다.손가락이나 발가락이라도 하나 잘라내려고 할까?아니면 손이나 발을 자르려나?그것도 아니라면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할까?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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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알겠다.아마 경찰에 신고해도 별 소용 없을 것이다.김시연의 몸을 감싸고 있던 모든 줄이 다 풀렸다.직원이 대답했다.“손님, 이제 먼저 돌아가셔도 됩니다.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연도진 님한테 연락 드리겠습니다.”“네.”연도진이 김시연을 부축하며 말했다.“가자.”김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디다가 다리가 풀려버려 그만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연도진은 재빨리 그녀를 잡더니 김시연을 안아 올리며 말했다.“조심해, 내가 안고 내려갈게.”“응.”김시연은 두 팔을 연도진의 목을 감았다. 그녀의 두 손목이 빨갛게 눌려있었다.“시연아.”“응?”“밀려서 떨어질 때 무서웠어?”“무서웠어.”“그런데 지금은 엄청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네?”지난번 밀가루 공장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연도진은 김시연이 혹시라도 너무 놀라버려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다.“버티고 있는 거야, 억지로.”김시연은 순식간에 감정을 터뜨리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녀는 이마를 찌푸리며 이를 악물었다.“으아아아악, 짜증 나. 도진아, 나 지금 다리에 힘 다 풀렸어. 난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젠장! 떨어지는데 정말 육체랑 혼이 분리되는 느낌이었단 말이야. 유언도 못 남겼는데. 아직도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만져봐...”김시연이 어린 마음에 말했다.“난 네가 너무 놀라서 어디 잘못된 줄 알았잖아. 이제 괜찮아. 돌아가서 푹 쉬자.”“넌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누가 나한테 전화를 걸었어.”연도진은 복잡한 표정으로 힘겹게 말을 꺼냈다.일하던 도중 연도진은 앨런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윌슨 쪽에 무슨 일이 생긴 줄로만 알고 있던 연도진은 앨런이 불러주는 주소를 들어버렸다. 수화기 너머의 앨런은 이 주소로 김시연은 데리러 오라는 말을 남겼다.연도진은 아무것도 물을 겨를 없이 곧장 앨런이 불러준 주소로 달려갔다.김시연은 밀리기 전 남자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내 여동생을 건드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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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BX 그룹 이사회 사무실.비서가 부승민에게 회사 내선으로 전화를 걸었다.“회장님, 윌슨 씨가 접견실에 도착하셨답니다. 지금 시간 괜찮으실까요?”부승민은 손목시계와 옆에 있던 스케줄표를 확인해보더니 덤덤한 태도로 말했다.“10분 뒤에 회의가 있으니까 잠시만 기다리라고 전해주세요.”“알겠습니다.”전화가 끊기자 비서는 커피 두 잔을 타 자본주의적 미소를 지으며 접견실로 들어섰다. 그녀는 차분하게 윌슨과 앨런의 앞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었다.“윌슨 씨, 회장님께서는 지금 회의 중이시라 커피부터 천천히 마시면서 기다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윌슨은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를 흘깃 보고는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흥, 이 녀석이.앨런이 비꼬기 시작했다.“그렇게 바쁜 와중에 우릴 만날 시간까지 따로 내준 찰스 씨한테 참 고마워해야겠네요.”비서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못 알아들은 척 계속 말을 이었다.“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두 분께서 따로 필요하신 게 있다면 그때 불러주십시오.”앨런이 물었다.“회의는 언제 끝납니까?”“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회장님께선 회의가 끝나는 대로 곧 오실 겁니다.”앨런은 뭐라 더 말을 얹으려 했지만 윌슨이 비서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인제 그만 나가보세요.”비서는 구원의 손길이라도 만난 듯 빠른 걸음으로 접견실을 빠져나갔다.앨런이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찰스 씨가 우릴 대놓고 무시하는 겁니다.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부승민이 감히 이런 식으로 그들을 무시하는 이유가 설마 여기가 강남이라는 사실을 믿고 그러는 것일까?한국어 속담에 그런 말이 있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만약 여기가 필라시였다면 부승민은 감히 윌슨에게 절대 이런 짓을 할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윌슨은 태연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부승민이 원하는 게 바로 이런 태도야. 네가 정말 여기서 나가버린다면, 그건 부승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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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이쪽입니다. 따라오시죠.”비서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웃음을 억눌렀다.윌슨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부시아의 워치로 전화를 걸었다.마침 휴식시간이라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던 부시아는 조용한 자리를 찾아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외할아버지?”“그래, 카롤. 지금 뭐 하고 있니?”“친구랑 시소 놀고 있었어요.”“외할아버지가 갑자기 보고 싶어서 전화했단다. 카롤은 외할아버지 안 보고 싶니?”“저도 외할아버지 보고 싶어요.”부시아가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 외할아버지는 정말 매일 매일 시아가 보고 싶단다. 하지만 아쉽게도 너희 아빠가 널 데리고 필라로 가는 걸 허락하지 않더구나.”“괜찮아요. 외할아버지께서 다음에 강남 또 놀러와서 카롤 만나시면 되죠.”부시아가 대답했다.그러자 워치에서는 윌슨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네 아빠 설득하러 BX 본사까지 찾아왔단다. 하지만 너희 아빠가 외할아버지를 만나주지를 않는구나. 할아버지가 손녀랑 좀 가깝게 지내보겠다는데 그걸 막으려고 하다니. 카롤도 외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했으니 분명 같이 필라로 가고 싶겠지. 너희 아빠가 마음대로 막았을 거야. 흥, 참으로 답답하지 그지없구나!”부시아가 어딘가 불편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외할아버지, 아빠는 그냥 제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괜찮다. 외할아버지가 너희 아빠 꼭 설득할 테니까. 곧 있으면 외할아버지랑 같이 필라로 갈 수 있을 거다.”“... 저기, 외할아버지!”“그럼 얘기 끝난 거로 하고 외할아버지는 아빠 만나러 갔다 오마. 뚜- 뚜-”부시아는 수화기 너머의 통화 종료음을 들으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외할아버지가 정말 아빠를 설득해버리면 어떡하지?!!회의가 드디어 끝났다.비서가 다시 접견실로 와 두 사람에게 말했다.“윌슨 씨, 회장님께서 회의 끝나셨답니다. 지금 바로 회장실로 모실게요.”“그래요.”윌슨은 조금 전 통화 부시아와 통화했을 때 손녀의 반응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정교하게 잘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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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전날 윌슨은 백화점에서 부승민이 부시아, 온하랑과 함께 쇼핑하는 화목한 모습을 목격했다. 윌슨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부시아를 데려가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그건 안됩니다.”“왜 안 된다는 거야?”“우선 진정하시고요. 몇 가지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따님이신 이엘리아의 성격으로만 따졌을 때 시아를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나요? 두 번째, 윌슨 씨께서 시아를 아낀다고 해도 연세가 있으신데 바쁜 일정 속에서 시아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실 수 있으실까요? 세 번째, 업무를 정리하고 시아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신다고 해도 아이와 세대 차이가 있으신데 부모 같은 애정을 쏟아부으실 수 있을까요? 신중히 생각해보신다면 시아에게 뭐가 최선인지 아실 겁니다.”윌슨은 지금 한국어 듣기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었다. 마음속에서 반쯤 번역을 해내다 보니 인내심이 바닥 나버렸다.“말이 너무 많군. 카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하지 않겠나? 일단 필라에서 한동안 지내도록 하고 그때 가서 아이가 다시 돌아오고 싶다 하면 내가 직접 데리고 올게.”“시아는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혼자 필라로 가게 된다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 겁니다.”“내가 있지 않은가? 내가 잘 돌봐주면 되는 거지.”부승민이 가볍게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어르신, 혈연으로 따지면 어르신께서는 부시아의 외할아버지가 맞지만, 아이에게는 그저 한 번밖에 못 본 낯선 사람입니다.”“정 걱정된다면 자네도 함께 가세.”윌슨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내가 카롤을 강제로 필라에 억류해둘까 봐 무섭나? 아니면 카롤이 나와 함께 가면 다시는 못 돌아오게 될까 무서운 건가? 자신이 없어?”“어르신, 저를 자극하려 하셔도 소용없으실 겁니다. 그런 수법, 저한테는 통하지 않습니다.”“그럼 카롤한테 전화해서 직접 선택하게 하면 되겠군! 만약 카롤이 나와 함께 가길 원한다면 자네도 나와 내 손녀의 사이를 가로막을 자격이 있을 것 같나?”“저는 시아 보호자입니다.”“그래서 내가 오늘 직접 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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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윌슨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부시아, 정말 가고 싶은 거지? 별로 가고 싶지 않으면 아빠한테 솔직히 얘기해도 돼.”부승민이 다시 한번 물었다.부시아가 듣기에는 부승민이 자신을 보내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이 혹시라도 기가 죽을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아이가 대답했다.“아빠, 저는 정말 가고 싶어요. 숙모도 필라 같이 가는 거잖아요? 그러면 거기서 숙모랑도 같이 놀 수 있을 거예요.”“...”부승민은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가기 싫다고 했으면서 애 갑자기 오늘 마음을 바꾼 것인지.일부러 악역을 자처했다가 딸에게 뒤통수라도 맞은 걸까?윌슨은 “아빠”라는 단어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기쁨의 미소가 그의 얼굴에 자리했다. 부시아가 덧붙인 말은 윌슨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부승민이 뭐라 더 말을 얹으려던 순간, 윌슨이 다급하게 먼저 말을 꺼냈다.“좋아, 카롤. 이제 됐단다. 가서 친구들과 놀거라.”윌슨의 목소리에 부시아가 잠시 멈칫했다.“그럼... 아빠, 이제 끊을게요.”부승민이 무슨 말을 더할 수 있을까?수화기에서는 통화 종료를 알리는 음이 “뚜- 뚜-” 흘러나왔다.윌슨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부승민을 바라보았다.“부 회장, 이제 들었지? 카롤 스스로 필라에 가고 싶다고 하지 않나.”잠시 멈칫하던 윌슨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만약 또 방해하려 든다면, 우리 사이는 끝이야.”“...”상황이 어쩌다 보니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부승민은 고개를 숙이고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열흘입니다. 열흘 뒤면 제가 직접 시아 데리러 필라로 갈 겁니다.”“열흘이면 너무 짧지. 한 달.”“이번 달 중순에 시아는 외삼촌 결혼식에 참석할 겁니다.”부승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다면 더더욱 카롤을 돌려보낼 수 없었다.윌슨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애초부터 반대하던 결혼인데 카롤이 참석할 필요가 있나.”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던 두 사람은 결국 부시아를 필라에서 2주간 머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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