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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위태로운 제안: Chapter 1011 - Chapter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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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1화

부승민은 온하랑을 바라보며 답했다.“나보다 낫네.”귀를 쫑긋 세우고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던 부시아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결혼한 지 얼마 안 지났는데 어떻게 벌써 아이를 낳은 거죠?”“결혼하기 전에 이미 아이가 생긴 거야. 이런 걸 속도위반이라고 해.”온하랑이 친절하게 설명하자 부시아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부승민은 걱정이 되어 재빨리 입을 열었다.“시아는 어른이 되어도 절대 이러면 안 돼. 알았지?”벌써부터 딸 걱정하는 부승민을 보니 온하랑은 웃음이 나왔다.부시아는 고개를 들더니 순진한 눈빛으로 물었다.“그런데 삼촌이랑 숙모도 재혼 안 했잖아요.”부승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나랑 하랑이는 다른 사람이랑 달라.”“뭐가 다른데요?”부승민은 온하랑을 힐끗 보고선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시아야, 남동생 생겨서 기쁘지 않아? 우리 저번에 같이 동생 보러 갔잖아.”부시아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답했다.“좋아요.”부시아는 온하랑 품에 안기더니 고개를 들고 눈을 깜빡였다.“그래도 전 숙모가 낳은 남동생이 더 좋아요.”“숙모가 여동생을 낳으면?”“여동생도 좋아요.”미용실에 도착한 부시아는 헤어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일자 앞머리를 갖게 되었다.이마를 덮으니 자연스레 시선은 아래로 쏠렸고 부시아의 크고 똘망한 두 눈동자가 더욱 강조되었다.오똑한 콧날과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까지 더해지니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지경이었다.옆에서 울고 떼쓰는 아이에 비하면 부시아는 말도 잘 듣고 너무 순했기에 헤어디자이너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미용실에서 나온 세 사람은 곧장 KFC로 향했고 부시아는 먹고 싶은 메뉴를 전부 다 시켰다.음식을 기다리던 온하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숙모는 화장실 갈던데 시아도 갈래?”부시아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답했다.“저도 갈래요.”의자에서 벌떡 일어선 부시아는 온하랑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향했다.KFC에는 화장실이 없었기에 온하랑은 부시아를 데리고 표지판을 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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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부시아와 눈이 마주친 외국인 할아버지는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깜짝 놀란 부시아는 재빨리 시선을 거둔 후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이상한 사람이네.’낯선 나라에 오면 모든 게 어색할 법도 한데 외국인 할아버지는 마치 이곳이 익숙한 듯 너무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고 그 어떤 긴장함도 느껴지지 않았다.어린아이의 입장에서 낯선 남자가 갑자기 말을 걸면 무섭기 마련인데 마치 부시아가 겁을 먹지 않는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망설임 없이 다가왔다.심지어 이름을 얘기했을 땐 처음 듣는 사람의 반응이 아니었기에 뭔가 예전부터 부시아를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하지만 부시아는 아무리 생각해도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자신을 바라보던 할아버지의 눈빛을 회상하자 부시아는 순간 알 수 없는 추측이 머릿속에 떠올랐다.KFC를 먹은 후, 온하랑과 부승민은 부시아와 함께 쇼핑했고 저녁은 더원파크힐로 돌아가서 먹었다.그곳의 모든 건 변함이 없었고 두 사람이 이혼하기 전과 똑같았다.저녁을 먹고 나서 세 사람은 함께 동네를 산책했다.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시계를 확인한 온하랑이 대뜸 입을 열었다.“시간이 늦었으니까 이제 돌아가야겠어.”“아니면... 오늘 밤 자고 갈래?”부승민은 기대하는 듯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봤다.그러나 온하랑은 고민도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한편으로는 서운했지만 온하랑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기에 부승민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별장으로 돌아온 온하랑은 입구에서 부승민을 기다렸다.그 시각 부승민은 부시아를 안까지 데려다주고선 차 키를 챙겨 나온 뒤 곧바로 조수석 쪽으로 다가가 차 문을 열었다.“얼른 타.”온하랑이 차에 오르려던 순간 부승민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점점 가까이 다가가더니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갈 거야?”온하랑은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숨기려는 듯 재빨리 몸을 뒤로 기대며 피했다.부승민의 시선이 느껴질수록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진 온하랑은 애써 시선을 돌린 채 답했다.“응. 갈 거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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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온하랑은 앵두처럼 빨개진 입술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이제 그만 비켜봐.”“하랑아, 무조건 내 말대로 하라고 강요하지 않을게. 네가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는데 시간을 정해줘. 얼마면 되는지.”부승민은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서는 온하랑을 향한 애틋함과 확고함이 느껴졌고 허리를 쓰다듬는 손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온하랑도 그 열기가 느껴지는 듯 온몸의 신경이 허리에 집중되어 안절부절못했다.차마 부승민의 눈을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 이리저리 시선을 피했다.“일단... 나 좀 놔줘.”“싫어.”부승민은 뻔뻔하게 더 가까이 다가가 밀착했고 마치 온하랑을 몸속으로 넣으려는 듯 꽉 껴안았다.“대답하면 놓아줄게. 시간 얼마 정도 줄까?”온하랑은 화를 내며 부승민을 째려봤다.“알았어. 10년이야. 됐지? 이제 나 좀 풀어줘.”현재 이엘리아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인 건 맞지만 다시는 강남에 나타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게다가 부시아가 부승민의 아이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 아무런 걱정없이 긍정적으로 이 일을 바라보는 건 불가능했다.온하랑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시골에서 지낼 때 자연스레 여러 가지 소문을 듣게 되었다. 당시 옆집에 살았던 할머니의 따님이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혼남과 결혼했다. 남자와 전처 사이에는 서너 살된 아들이 있었는데 양육권이 남자 쪽에 있어 그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할머니는 아이가 아직 어리기에 잘 챙겨주고 보살펴주면 친모자보다 더 돈독한 사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전처는 아이와 놀러 간다는 핑계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고 엄마를 만날 때마다 흔들렸던 아이는 결국 두 사람의 재결합을 원하며 떼를 썼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할머니의 따님이 현실을 알아차렸을 땐 세 식구는 이미 이혼하기 전으로 돌아가 화기애애하게 지내고 있었다.물론 그 남자는 부승민이 아니고 그 아이도 부시아가 아니었지만 온하랑은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부승민이 이엘리아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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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온하랑은 심상치 않은 부승민의 눈빛을 보고선 입술을 깨문 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4년.”“4년?”“됐어. 그럼 3년. 더 이상은 안돼.”온하랑은 부승민의 옷깃을 잡고 화를 내며 명령하다시피 말했다.“한 달.”그 말에 깜짝 놀란 온하랑은 욕설을 퍼붓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건 안돼.”부승민은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안고 별장의 거실 쪽으로 걸어갔다.문이 열려있었기에 별장 안의 따스한 조명이 마당을 밝게 비췄고 거실과 가까워질수록 부시아와 안문희의 대화 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렸다.만약 이대로 부승민에게 안긴 채로 별장으로 들어간다면 너무 수치스러워서 부시아와 안문희를 볼 면목이 없을 것만 같았다.온하랑은 재빨리 부승민의 어깨를 내리치며 말했다.“부승민! 뭐 하는 거야. 이제 그만해.”부승민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바로 입구에 멈춰 문 쪽으로 밀어붙이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이제 다시 한번 얘기해 봐. 시간 얼마 줄까?”“두...”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승민은 또다시 다가왔다.“나 이제 지쳤어. 그만해.”온하랑은 발버둥 치며 부승민의 입술을 깨물었고 순간 피비린내가 입안 가득 진동했다.하지만 부승민은 고통을 느낄수록 더욱 흥분했다.“차가 왜 아직도 있는 거지? 삼촌이랑 숙모 아직 안 갔나?”그때 마침 거실에서 부시아의 목소리와 함께 그들 쪽으로 다가오는 듯한 발걸음 소리도 들려왔다.온하랑은 심장이 터질 듯 온몸이 얼어붙어 꼼짝달싹 못 했다.부시아는 차가 아직 마당에 세워져 있는 걸 보고 궁금해서 밖으로 나오는듯했다.발걸음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이제 몇 걸음이면 문에 다다르는 것 같았다.부승민은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품에 안긴 앙증맞은 온하랑의 체구를 느끼며 팔을 조였다. 그 후 박력 있게 입맞춤하더니 큰손으로 그녀의 옷자락을 파고들어 이리저리 휘저었다.두 볼이 붉어지며 머리가 하얘진 온하랑은 발버둥 치는 대신 모든 걸 부승민에게 맡겼다.심지어 터질듯한 본인의 심장 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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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차 안은 쥐 죽은 듯한 정적만 맴돌았다.부승민은 신호등 빨간불을 틈타 고개를 돌려 온하랑을 바라봤다.그 시각 온하랑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차에 탄 이후로 이 자세를 유지하며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부승민은 멋쩍은 듯 코를 만지작거리더니 도심 속 먹자골목을 지나며 물었다.“야식 먹을래?”온하랑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부승민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차는 어느새 클래식 캐슬의 지하 주차장에 멈춰 섰다.온하랑은 말없이 안전벨트를 풀고 곧장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아 마지못해 부승민을 바라봤다.부승민은 온하랑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하랑아, 아직도 화났어?”“문 열어. 나 내릴 거야”싸늘하게 말하는 온하랑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지 부승민은 그녀에게 다가가 큰 손으로 턱을 움켜쥐고 또 입을 맞췄다.“너 정말...”온하랑은 그를 노려보며 입술을 닦았다.“화 풀릴 때까지 계속 뽀뽀할 거야.”그 말을 들은 온하랑은 재빨리 몸을 뒤로 젖혀 차창에 기댔다.“나 화난 거 아니야.”부승민은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화가 난 게 아니라 이 상황이 부끄러웠던 온하랑은 시선을 놀리며 침착하게 말했다.“얼른 문 열어줘. 들어가서 쉬고 싶어.”“앞까지 데려다줄게.”부승민은 차에서 내린 뒤 반대쪽으로 걸어가 조수석의 문을 열며 다른 한 손으로 온하랑이 머리를 부딪치지 않도록 막아줬다.“됐어. 이제 가.”18층에 도착하자 온하랑은 부승민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손님인데 안 들여보내 줘?”기대하는듯한 부승민의 모습에 온하랑은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 같은 소릴 하고 앉았네.”온하랑은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닫았고 부승민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다.막 걸음을 옮기려고 움직였을 때 문이 다시 열렸다.부승민은 의아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온하랑을 바라봤다.“후회했어?”“아니거든? 나 며칠 뒤에 필라시로 출장 가. 미리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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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시아는 왜 안 보이지?”“혼자 어디 가던데.”“...”이 꼬맹이가 정말!부승민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시아는 워낙 똑똑한 아이니까 딱히 별일은 없을 거야. 오해일지도 몰라.”“응,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알려줘. 일단 너 볼 일부터 봐.”온하랑이 대답했다.온하랑이 간다고 해도 별로 도울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차라리 부승민이 있는 게 그녀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식사를 마친 후 온하랑은 거실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면서 현관에서 무슨 인기척이라도 있을까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휴대폰도 노트북 옆에 두고 언제든지 연락을 받을 준비를 마쳤다.마음속으로 계속 부시아를 걱정하고 있던 탓에 온하랑은 전혀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일을 하다 말고 수시로 휴대폰을 들어 알림창을 확인했다.원장이 온하랑에게 전화를 건 지는 이미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부시아가 온하랑에게 갈 것 같지는 않았다.그럼 아이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한 시간이 더 지났지만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더 기다릴 수 없었던 온하랑은 휴대폰을 들어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승민이 전화를 받자마자 온하랑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시아 어디 있는지는 알아냈어?”“아직.”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피곤함이 느껴졌지만, 부승민은 계속해서 온하랑을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경찰들도 찾고 있고 내가 푼 사람들도 다 같이 시아 찾는 중이니까. 의원님께서도 소식 전해 들으셨으니까 시아한텐 아무 일 없을 거야.”“알겠어,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부승민의 답변에 온하랑이 전화를 끊었다.부시아의 친아버지인 부승민보다 아이의 행방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집으로 돌아온 김시연이 거실에 앉아있는 온하랑을 발견하고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온하랑은 김시연에게 사실대로 얘기해주었다.온하랑에게서 부시아의 얘기를 들은 김시연도 소파에 앉았다.“같이 기다려줄게. 시아한테 아무 일도 없길 빌어야지.”이엘리아가 극도로 혐오하는 탓에 그녀의 딸인 부시아에게도 약간의 반감이 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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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연도진은 태연하게 영어로 윌슨에게 “Father”이라고 부르며 부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시아가 왜 여기 있어?”부시아는 윌슨을 한 번 쳐다보더니 대답했다.“외할아버지께서 데리고 오셨어요.”“너희 아빠는 알아?”부시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안 무서워? 저 아저씨가 인신매매범이면 어쩔 뻔했어? 너 팔려가면 어쩌려고?”연도진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안 무서워요.”부시아는 진지하게 윌슨을 바라보더니 손가락을 살살 깨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외할아버지는 전혀 인신매매범처럼 안 보여요.”“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는 법이야. 나쁜 사람이 얼굴에 ‘나쁜 사람’이라고 써 붙이고 다니지는 않거든. 앞으로는 절대 이렇게 따라오면 안 돼, 알겠지?”부시아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윌슨이 연도진을 힐끗 쳐다보고는 차갑게 냉소를 흘리더니 시선을 부시아에게 돌렸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자신의 손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카롤, 정말 할아버지랑 같이 필라로 돌아가지 않을 거니?”윌슨의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에 연도진이 흠칫 놀라더니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윌슨은 분노만 가득 안은 채 Z 국으로 왔지만 손녀를 처음 본 순간, 아내를 똑 닮은 작은 여자아이에게 사랑에 빠졌다.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데다가 2개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부시아를 보자마자 역시 윌슨 가문의 아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떤 감정들은 소통으로 형성되는 것이다.만약 부시아가 윌슨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눈앞의 이방인을 무서워만 했다면 윌슨이 아이를 지금처럼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이렇게 보면 이엘리아는 대체 누굴 닮은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외모나 지능 모두 윌슨과 서희수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윌슨과 서희수 모두 수십 년 전 명문대를 졸업했다. 그의 동창들 대부분이 이미 연구 분야에 종사하고 있었고 이미 교수나 학자가 된 사람들도 많았다. 정치계에서도 윌슨의 동창들은 대부분이 고위직에 올라 있었다.외딴곳에 홀로 떨어진 카이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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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부시아가 깜짝 놀라더니 다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어떻게 그래요? 외삼촌은 외삼촌이고 아빠는 아빠예요. 아무도 제 마음속에서 아빠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어요.”“이 일은 카롤 네가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구나.”부시아의 단호한 모습에 윌슨은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섰다.“외할아버지는 며칠 후면 떠날 거야. 나는 네가 나와 함께 필라로 가서 외할머니를 만났으면 좋겠어. 외할머니도 분명 널 아주 마음에 들어할 거야. 만약 네가 거기서 한동안 지내고 나서도 돌아오고 싶어 한다면 그땐 외할아버지가 다시 널 이곳으로 데려다줄게, 어때?”부시아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이 일은, 제가 아빠랑 따로 상의해봐야 해요.”윌슨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알겠다. 그럼 외할아버지랑 같이 저녁이나 먹자. 다 먹고 나면 외삼촌이 너 데려다줄 거야. 외할아버지는 시아가 나에게 만족스러운 답변을 주길 바란단다.”“노력해볼게요.”윌슨도 더 말을 얹지 않고는 옆에 있던 백인 비서를 힐끗 쳐다보았다.비서는 윌슨의 눈빛을 읽고 곧바로 호텔 메뉴판을 가져왔다.“카롤, 뭐 먹고 싶어?”윌슨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부시아는 진지하게 메뉴판을 들여다보다가 자신의 좋아하는 요리 몇 가지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아이는 공손한 태도로 윌슨에게 메뉴판을 넘겨주었다.“외할아버지, 이제 외할아버지께서 고르실 차례예요.”“좋아, 좋아. 정말 기특하구나, 카롤.”이렇게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외손녀를 데리고 간다면 그 늙은이들이 어찌 감히 윌슨을 비웃을 수 있을까!윌슨의 외손녀는 그 늙은이들의 손자들보다 백 배는 뛰어났다.윌슨은 자신의 몫까지 주문을 마치고 나서야 옆에 앉아있던 사람의 존재를 떠올렸다.그는 고개를 들어 덤덤한 눈빛으로 연도진을 바라보다가 메뉴판을 던져주며 딱딱하게 말했다.“뭐 먹을지 알아서 골라.”부시아는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윌슨과 연도진을 한 번씩 번갈아 바라보았다.연도진의 평온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접었다.“오기 전에 이미 먹고 왔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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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부시아가 장난스럽게 웃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에서 시킨 저녁 식사 메뉴가 하나씩 도착해 테이블 위에 놓였다.부시아는 작은 손을 뻗어 에그타르트 한 조각을 들어 윌슨에게 건넸다.“외할아버지, 에그타르트 드세요.”“알겠다, 카롤 정말 기특하구나.”윌슨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도 얼른 먹으렴. 자꾸 할아버지한테만 신경 쓰지 말고.”“외할아버지, 이 샐러드도 진짜 맛있어요, 한 번 드셔보세요...”“이 치즈도 진짜 고소해요, 외할아버지. 한 입 드셔보세요...”“...”“...”윌슨은 이제야 왜 부승민이 아내와 떨어져 지낼 위험도 감수하며 이 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는지 이해했다.저녁 식사가 끝날 때쯤, 윌슨은 귀여운 외손녀의 달콤한 말에 온종일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옆에 있던 비서 앨런이 속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윌슨 가문의 수장으로서 윌슨은 항상 엄하고 단호한 이미지였다. 그는 오직 아내와 이엘리아의 앞에서만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친아들 카이사르조차도 윌슨의 미소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이엘리아의 딸이 윌슨을 이토록 기쁘게 만들 줄은 상상도 못 했다.앨런은 동정 어린 시선으로 옆에 있던 연도진을 바라보았다.저녁 식사 후, 부시아는 돌아가려 했지만 윌슨은 계속 아쉬워하는 눈치였다.하지만 부승민이 이미 사랑스러운 외손녀의 마음속에서 미처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위치를 선점해버린 탓에 어쩔 수 없었다.기특하고 사랑스러운 외손녀는 외할아버지의 슬픈 표정을 보자 바로 그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외할아버지, 나중에 카롤이 보고 싶어 지면 언제든 보러 오세요.”그 말에 윌슨은 더더욱 부시아를 보내기 싫어졌다.“카롤, 돌아가서 아빠랑 잘 상의해보렴. 네가 필라에서 잠깐 사는 게 어떤지 말이야.”윌슨은 “상의”라는 단어를 썼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심을 끝낸 상태였다. 만약 부승민이 거절한다면 직접 그를 찾아가 “상담”을 해볼 생각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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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왜 이렇게 낯이 익지?왜 시연 아줌마랑 닮은 것 같지?!외삼촌은 필라 사람이지만 외외종 할아버지는 강남 사람이었다. 그러니 외삼촌이 여기서 중학교에 다니다가 김시연을 만났을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았다.아이는 휴대폰 키패드에 번호를 입력하며 물었다.“외삼촌, 중학교 어디 나오셨어요?”연도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부시아가 똑똑한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지만 아직은 어린아이가 맞는 것 같았다.이 질문을 한 아이의 의도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였다.연도진은 아직 김시연에게 자신의 정체를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다.“저먼타운 페이즈 스쿨. 왜?”이 학교는 필라시 최고의 명문 학교 중 하나였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사진 속 여자가 김시연을 닮은 것은 단지 우연이었나보다.아이가 말을 마치는 순간 전화가 바로 통했다.수화기 너머에서는 부승민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삼촌, 저예요.”부시아가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저희 외삼촌 전화번호예요. 지금 외삼촌이 저 데리고 집으로 가는 중이에요.”익숙한 목소리에 부승민의 긴장이 풀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간단한 대답만 했다.“그래, 아빠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전화 통화를 마치자 부승민은 유치원과 경찰에게 부시아의 소식을 알리고 온하랑에게도 따로 전화를 걸었다.부시아가 외삼촌과 함께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온하랑은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온하랑이 휴대폰을 내려놓자 김시연이 물었다.“시아 찾았대?”“응, 외삼촌이랑 같이 있었대. 유치원 하교하자마자 외삼촌이 데리고 간 모양이야.”김시연은 한 사람이 미워지면 그 주위 사람들까지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니 이엘리아의 오빠에게도 호감이란 전혀 없었다.“하여간 매너도 없다! 무슨 말도 없이 애를 데려가. 전화 한 통 안 해주고 괜히 걱정만 했잖아.”온하랑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 급한 일이 있었나 보지?”온하랑은 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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