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언제든 강 부장님을 영입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정주현이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그렇다면 저야 고맙죠.”그렇게 몇 술 뜨지도 않은 저녁 식사 자리가 끝났다.주해찬이 정주현을 호텔에 데려다준 후, 차 안.“요즘 좀 어때? 구승훈이랑은…….”강하리가 잠시 침묵에 빠졌다.솔직히 구승훈 얘기는 하고싶지 않았다.정작 떠날 때가 되니 왠지 가슴이 답답해났다.좋든 나쁘든, 너무 깊숙히 새겨진 기억들 때문일까.“잘 끝나가는 중이에요. 그나저나 선배.”강하리가 급히 말을 돌렸다.“박 교수님께 일 좀 더 달라고 부탁해 줄래요?”“걱정 마. 내가 교수님께 잘 말씀드려 둘 테니까.”운전대를 돌리던 주해찬이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말을 이었다.“사실 나는 네가 통역실에 올인했으면 하거든. 정식 입문이 잘 돼야 일거리도 많아질 거니까. 교수님 곧 퇴직하실 건데, 네가 사업 이어받길 바라고 계셔.”올인하기 싫은 게 아니었다.하지만 구승훈의 지원이 없어지면, 통역실 하나로는 엄마 약값도 모자랐다.송유라와의 소송 비용은 더 말할 것도 없었고.심준호가 도와주겠다고 해서 넙적 공짜로 받아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그러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네요. 돈 벌어야 해서요.”주해찬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도와줄게, 가 입가에서 맴돌았지만, 결국 입 밖에 나오진 못했다.강하리에게 급급히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그녀의 주위에, 그녀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들고 싶었다.손연지네 아파트단지 앞에 도착하자 주해찬이 차를 세웠다.“하리야, 통역실 전담 말인데.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흔한 기회도 아니고, 박 교수님께서 여러 번 꺼낸 얘기기도 해.”강하리가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차에서 내렸다.그때 마침 손연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언제 와? 나 자금 맛있는 거 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얼른 와서 먹어. 아참, 과식은 안돼?”강하리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알았어. 곧 도착해.”“맞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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