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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구승훈의 급발진에 강하리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심준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지만.

적어도 자신한테 악의가 없단 건 보아낼 수 있었다.

“대표님 속은 얼마나 깨끗하시길래.”

“적어도 여자 여럿 농락하는 찌질한 사람은 아니야. 약혼자도 여친도 없고. 여자랑 잔 것도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유라도 건드린 적 없어.”

강하리의 입가가 실룩였다.

갑자기 무슨 고백 같은 대답을 들으니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제 저 말의 진실 여부는 그녀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

“잘 알았으니까, 회사 나가는 대로 이직 신청할게요. 반려되면 법적으로 갈 거니까 그렇게 아시고요.”

감정적인 대화는 더이상 나누고 싶지 않았다.

“아, 그리고 계약해지 확인 서류도 빠른 시일 내로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구승훈이 냉소를 지었다.

“왜? 내가 한 번 뱉은 말 번복이라도 할까 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계약은 계약이니까 정규 절차대로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구승훈은 심란했다. 너무나.

위약금 얘기도 사실 보내주기 싫어서 놓는 으름장 같은 거였다.

너무 강경하게 나오는 그녀를 일단 달랠 생각으로 감정 쪽으로는 타협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곁에 두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 화가 풀리면 그때 다시 설득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강하리는 치밀했다.

모든 요소를 다 고려한 빈틈 없는 계획으로 자신을 향해 가드를 올렸다.

그게 구승훈을 미치게 만들었다.

타협이고 뭐고 꽁꽁 묶어서 자신 곁에 붙들어 매고 싶었다.

하지만 강하리의 핼쓱한 얼굴을 보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계약 해지를 번복하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자해를 서슴지 않을 그녀였다.

구승훈의 가슴속에 말 못할 울화가 치밀었다.

이 여자한테 나약해지는 자신 때문일까.

아니면, 이 독한 여자 때문일까.

“일단 몸부터 챙겨.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다 나을 때까지만이라도 돌봐주게 해 줘.”

꾹꾹 눌러 참으며 다시 협상을 시도했지만.

“몸은 나 스스로 알아서 챙겨요. 내일 오전 9시에 노을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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