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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강하리는 멍한 표정이었다.

시종일관 한 마디도 없었다.

소리 없는 눈물 한 방울이 눈가에서 흘러내렸을 뿐.

드디어 원하던 결말인가.

하지만 하나도 안 기쁜 건 왜일까.

온통 상처만 남긴 둘의 관계.

아주 미약하게나마 섞여있는 달콤함도.

이런 방식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아름답게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었다.

구승훈이 질리면 조용히 사라져 주는 시나리오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그녀가 먼저 떠날 줄은 몰랐다.

구승훈의 눈길이 그녀의 눈물에 멈췄다. 저도 모르게 닦아주려고 손이 올라갔다.

하지만 강하리가 고개를 돌려 비켜버렸다.

구승훈의 손이 허공에 얼어붙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손을 거둬들였다.

“아줌마가 죽 보내왔으니까 조금이라도 먹어.”

구승훈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약은 안 먹어도 돼. 억지로 먹이지 않을게.”

말을 마친 뒤, 뒤돌아 서서 아줌마가 가져온 죽을 그릇에 옯겨담았다.

그릇을 든 손에 뼈마디가 하얗게 튀어올라와 있었다.

다 뜨고 돌아서니, 강하리가 안간힘을 쓰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구승훈이 급급히 그릇을 한쪽에 놓고 강하리를 부축해 일으켰다.

강하리의 입술이 일 자로 꽉 다물어졌다. 소리 없이 옆에 놓인 그릇과 숟가락을 가져와, 조용히 죽을 떠 먹기 시작했다.

1인분이 채 안 되는 죽을 강하리는 30분동안이나 먹었다.

구승훈은 조용히 서서 강하리가 죽을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그녀가 그릇을 놓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앞으로 어떻게 지낼 건데?”

“회사 다니면서 먹고 사는 거죠 뭐.”

“회사는 다 나은 뒤에 나오는 걸로.”

강하리가 멍해졌다가 곧 웃었다.

“구 대표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저 에비뉴에서 이직하려고요.”

“이유는?”

구승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가급적 그쪽이랑 직장에서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싶어서요.”

“지금 나랑 생판 남남이 되겠다는 건가, 강 부장?”

구승훈의 입에서 상처 입은 짐승 같은 으르렁거림이 흘러나왔다.

“끝낼 거면 깨끗이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구승훈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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