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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힘없이 화장실 문 손잡이에 몸을 지탱하며 강하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에요. 음식 때문이 아니라 제가 컨디션이 좀…….”

저쪽에 얼굴이 시커매진 구승훈이 보였다.

“강하리, 언제까지 이러는지 두고 보자.”

낮은 웃음소리로 화답하는 강하리.

그제야 아줌마는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의 불꽃이 튀고있단 걸 알아챘다.

구승훈이 떠난 뒤, 아줌마가 강하리를 타이르기 시작했다.

“아가씨. 이러시면 아가씨 몸만 망가지세요.”

“다 이유가 있어서 이러는 거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렇게 강하리는 사흘을 버텼다.

구승훈의 강권에 저항하듯 단식 투쟁을 이어갔다.

그동안 구승훈의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고.

그러면서도 갈 데까지 가보자는 듯 타협하지 않았다.

총성 없는 사흘 간의 전쟁.

“형, 강 부장은 요즘 좀 어때?”

나흘째 되는 날, 얼굴색이 말이 아닌 형에게 구승재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꾸준히 고얀 짓 중이시다.”

구승훈의 냉랭한 말투에 구승재가 멈칫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뭐야. 형이 먼저 잘못했다고 수그려 보는 건 어때?”

“안 한 줄 아냐?”

정말이지, 여자한테 이렇게까지 굽실댄 건 처음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구승훈의 기준에서.

다른 의미로는, 강하리만큼 고집 센 여자가 구승훈에겐 처음이다.

구승재가 속으로 욕을 뱉었다.

형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수그렸는지는 안 봐도 비디오.

“내 말은, 윽박지르지만 말고 차근차근 잘 좀 달래 보라고. 강압적 포스남 컨셉이 모든 여자한테 먹히는 건 아니니까.”

구승훈의 미간이 팍 구겨졌다.

“그 고집불통이 좋은 말로 달랜다고 퍽이나 잘 듣겠다.”

“그건 형 추측일 뿐이잖아.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승재의 말에 구승훈의 눈에 살짝 광채가 감돌았다.

그날 퇴근 후.

구승훈은 액세서리 매장에 와 있었다.

어렴풋하게나마, 강하리가 귀걸이는 안 좋아한다던 기억이 떠올랐다.

꼼꼼히 둘러보며 고르고 골라, 목걸이 하나를 정교하게 포장했다.

지이잉-!

휴대폰이 울렸다.

“대표님! 어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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