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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강하리는 창 밖에서 눈길을 떼고 돌아섰다.

하지만 물컵을 쥔 손가락 뼈마디가 하얗게 도드라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제야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 뒤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음날, 노을카페.

심준호가 미리 와 있었다.

준수한 외모의 남자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한 폭의 그림처럼 앉아있는 모습은 모두의 눈길을 끌었다.

“일찍 오셨네요. 잘 부탁드려요.”

강하리가 웃으며 다가가 옆에 앉았다.

그녀을 위 아래로 훑어보던 심준호가 미간을 좁혔다.

“정신 상태는 좋은 것 같은데 몸이 많이 말랐네요. 진짜 단식투쟁 한 거예요?”

뻘쭘해진 강하리가 고개를 숙였다.

“다신 안 그럴게요.”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것만큼 큰 실책은 없는 법이에요.”

심준호가 나무라듯 말했다.

그 말을 마침 걸어오던 구승훈이 들었다.

커피점에 들어설 때부터 구겨져 있던 인상이, 그 소리를 듣자 더 구겨졌다.

“우리 심 변호사님은 업무 능력이 줄었나? 요즘 많이 한가해 보이던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해결해 드릴 자신 쯤은 있습니다. 특히나 계약 해지 같은 업무는요.”

구승훈의 아픈 데를 골라 야무지게 꼬집는 듯한 말투.

구승훈은 욕이 튀어나올 뻔 하다가, 강하리를 힐끗 보고는 애써 참았다.

강하리는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이 자리에 내 편은 없다는 걸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변호사님, 전에 작성 부탁했던 계약해지 증명서는 어디 있나요? 어서 마무리짓고 싶네요.”

“급한 용무 있어?”

구승훈이 강하리를 노려보았다.

“아니. 없는데.”

강하리의 담담한 대답.

구승훈의 표정이 또 구겨지기 전, 심준호가 웃으며 얼른 증명서를 꺼내들었다.

“잘 살펴보시고, 문제 없으면 두분 다 사인해 주세요.”

강하리가 대충 한 번 쓸어보고 사인했다.

반대로 구승훈은 좀처럼 사인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주 토씨 하나까지 샅샅이 확인하겠다는 듯, 한 자 한 자 느릿느릿 읽어나갔다.

강하리는 재촉 대신 구승훈을 내버려 두었다.

재촉하면 그걸로 또 태클 걸고 넘어질 게 뻔했으니까.

느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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