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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고의적인 의도가 다분한 정주현의 말투.

구승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고 정주현을 마주 향해 섰다.

“주현 도련님께서 우리 강 부장과 이렇게 친했었나? 남 여자 눈독 들이지 말라던 경고는 귓등으로 들은 거고?”

강하리가 뭐라고 한 마디 하려는 찰나.

“남의 여자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에비뉴가 아닌, 우리 ‘대양 그룹’의 미모의 싱. 글, 강 부장님을 불렀을 뿐인데.”

햇살처럼 환한 얼굴로 정주현이 또박또박 반박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너님 여자가 아니라고 쐐기를 박는 듯, 대양 그룹과 싱글에 특별히 더 악센트를 넣으면서.

강하리가 입술을 짓씹었다.

얼굴에 찬 서리가 쫙 깔린 구승훈이 강하리를 돌아보았다.

“대양 그룹과 계약하려던 거였어?”

차가운 음성이 잇새로 새어나왔다.

강하리가 고개를 들어 구승훈의 차가운 눈길을 마주 보았다.

“제시한 조건이 꽤 좋아서요. 저 돈 필요한 거 아시잖아요. 안 갈 이유가 없죠.”

“주현 도련님께서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인데.”

구승훈의 눈길이 점점 더 서늘해졌다.

“누가 에비뉴에서 강 부장의 이직을 허락한다 그랬지?”

“지금 말씀 번복하시겠다는 건가요?”

강하리가 구승훈을 노려보았다.

구승훈의 입가가 느슨하게 위로 휘어졌다.

“번복이라니. 내가 언제 승낙을 했다고.”

“하지만 이직 신청은-.”

“부장직 이상 이직은 대표이사 심의 절차가 있단 걸 잊은 모양이군.”

그러고는 정주현을 돌아보았다.

“아니면, 주현 도련님께서 위약금을 대신 물어주겠다는 건가?”

“이게 에비뉴에서 사람 붙잡아 두는 방식인가요? 참 저질이네요.”

정주현이 쯧, 혀를 찼다.

“까짓 거, 대양이 물어줍니다. 저희 대양 그룹은 그 정도로 쪼잔하진 않아서요.”

그러고는 구승훈을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

구승훈의 눈에서 분노의 불씨가 튀어올랐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날카롭게 부딪쳤다.

“저기, 두 분 먼저 들어가 보세요.”

구승재가 급급히 두 사람 사이에 막아섰다.

강하리는 정주현을 잡아끌어 밖으로 향했다.

저만치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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