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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강하리가 순간 뚝 멈췄다.

작정하고 밉보이겠단 듯 비아냥으로 찬 저 말투.

하지만 곧 아무렇지 않게 휴지로 손을 깨끗이 닦은 뒤, 구승훈을 돌아보았다.

“구 대표님 눈에는 내가 가진 건 몸뚱이밖에 없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다른 가치도 보이거든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구승훈의 눈썹이 꿈틀했다.

유유히 곁을 스쳐 지나려는 강하리의 손을 콱 잡았다.

“대양이 네 실무능력만 보고 위약금까지 물어줄 호구로 보여?”

“그러는 구 대표님은 내가 어떻게 대해도 안 도망갈 호구로 보이세요?”

강하리가 구승훈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안 좋아한다면서 이제 와서 질척거리기나 하고.

“그런 뜻이 아니잖아.”

“아, 그래요? 송유라랑 붙어 다니더니 그새 옮으셨나 봐요? 오해 사는 말만 골라서 하는 거요.”

“야! 강하리!”

구승훈이 저도 모르게 꽥 소리질렀다.

“정주현 그 새X가 나보다 나은 게 뭔데.”

“나를 사람으로서 존중해 주는 거요. 부속물이 아니라.”

“…….”

구승훈이 할 말을 잃었다.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하리를 향한 집착에 ‘존중’이란 태그는 없었으니까.

그저 새장 속 카나리아 같은 존재로 여겼을 뿐.

“아, 그리고.”

강하리가 환하게 웃었다.

“대양과는 협력 관계에 그칠 수 있었는데, 대표님 덕분에 이렇게 몸까지 팔려가는 신세가 됐네요. 고마워서 어쩌죠.”

얼굴에 만개한 웃음과는 너무나도 상반되는 냉랭한 음성.

얼어붙은 구승훈을 뒤로 한 채, 강하리가 멀어져갔다.

구승훈은 한참을 꼼짝 않고 그렇게 서 있었다.

이마에 실핏줄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전에 만났을 때까지 들먹였던 위약금.

그건 단지 강하리를 잡아두기 위해 꺼낸 핑곗거리일 뿐이었다.

그게 강하리에게 어떤 무게로 다가갈지는 관심 밖이었다.

대양에서 그걸 물어주면 강하리는 대양에 뼈를 묻어야 할 터.

그야말로 강하리를 꽁꽁 묶어 정주현의 품에 안겨준 셈.

도끼로 제 발등 찍은 격이었다.

한편으론 그걸 감수할지언정 자신 곁을 떠나겠다는 강하리가 야속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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