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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하리야, 괜찮아?”

손연지의 격정스런 말투.

한 시간째 욕실에 짱박혀 있다 겨우 나온 강하리를 향해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개한테 물려서.”

“……구승훈이 또 찾아갔었어?”

“마주쳤는데 억지로 끌려갔어.”

“저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손연지가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구승훈이 여자가 없어서 너한테만 집적대는 건 아닐 거고. 혹시 진짜 너 좋아하게 된 거 아니야?”

“퍽이나. 있을 땐 먼지 취급 하다가 없어지니까 매달리는 건 뭔데.”

손연지의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났다.

참 여러모로 답이 없네, 구승훈.

……

그 뒤로 며칠은 거짓말처럼 구승훈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왜 그런지는 강하리는 하나도 안 궁금했지만.

그 대신 강하리가 매일 마주한 건, 산더미처럼 밀려 들어오는 일이었다.

대타로 오기로 한 부장은 아직이고, 연말이 다가오다 보니 업무 양이 말도 안 되게 늘어나고 있었다.

덕분에 강하리는 일정이 차다 못해 넘쳐나는, 알찬(?) 마지막 한 달을 보내야만 했다.

정주현의 식사 요청도 번번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해 집에 도착하면 밤 열한 시를 훌쩍 넘겼으니까.

모처럼 정시 퇴근한 어느날, 막 퇴근 카드를 찍으려는 강하리애게 구승재의 전화가 걸려왔다.

“강 부장, 묻고싶은 게 있는데.”

“네, 얘기하세요.”

“통화로 하긴 좀 그렇고, 어디 같이 식사라도 하면서…….”

싫어요, 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누르고 승낙했다.

요즘 들어 사내에서 만나기만 하면, 뭔가 할 얘기가 있는 것처럼 입을 벙긋거리던 구승재였다.

무슨 얘기가 나올지는 대충 생각해도 짐작이 갔다.

강하리와 구승훈 사이를 가장 응원하는 사람이기도 했으니까.

구승훈과 끝났다는 걸 철저하게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강하리는 회사 건물을 나와 승재가 주소를 보내온 근처의 한 음식점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막 주문을 마치는 구승재가 보였다.

“강 부장이 단 거 좋아한다고 형이 그래서, 달착지근한 맛 위주로 시켰어요.”

겸연쩍게 웃는 구승재.

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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