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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미안해요, 선배.”

차 안.

한참동안 말이 없던 강하리가 입을 열었다.

어느모로 보나 빠진 구석 하나 없는 주해찬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 때문에 구승훈에게 비하당한 게 속상했다.

“뭐가 미안해. 구승훈이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웃으며 대답하는 주해찬의 따뜻한 목소리에 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 따위가 뭐가 좋다고.’

자신이 주해찬에게 어울리는 여자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만큼 높은 곳에 서 있는 선배였으니까.

강하리가 말이 없어졌지만, 주해찬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다 보였다. 아직 지난 감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급할 건 없었다. 3년이나 기다렸는데, 몇 년쯤 더 기다린다고 해도.

“저녁 먹었어?”

“아직이요.”

“그럼 우선 밥 먹으러 가야겠네.”

“대충 요기만 하면 돼요. 편의점 가서 컵라면이나 먹으려고 했는데.”

주해찬이 문득 차를 세우고 내렸다. 옆에 아직 불이 켜진 디저트 가게가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해찬이 디저트 가게에서 나왔고, 손에는 케익 한 조각이 들려있었다.

‘어, 저건?’

강하리의 눈이 반짝 빛났다.

학생시절, 중독됐단 소리를 들을 정도로 사족을 못 쓰던 초코케익.

구승훈과 함께일 때 한 번도 못 먹어봤던.

주해찬이 그걸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가슴 한 구석에서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뭔가가 차올랐다.

받아들어 한입 베어문 강하리는 저도 모르게 함박 웃음을 지어버렸다.

기억 저 편, 잊혀졌던 맛이 미각을 깨웠다.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고 목구멍이 간질여졌다. 그 정도로 맛있었다.

‘저렇게나 행복하게 웃는다고?’

뒷쪽 택시에서 지켜보는 구승훈은 죽을 맛이었다.

초코케익 좋아하는 걸 알았더라면 한 트럭이라도 사줄 수 있었는데.

‘3년동안 나는 뭐 한 거지?’

어쩌다가 이렇게 남의 데이트나 훔쳐보는 변태 같은 꼬라지가 됐냐고.

주해찬의 차가 어느 호텔에 들어섰다.

“여기 심씨 가문이 경영하는 호텔이야. 여분으로 비워두는 방이 언제든 있으니까, 앞으로 보성에 출장 오면 준호한테 바로 전화하도록.”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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