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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예상했던 대로 구승훈이 미간을 좁힌다.

“우리 둘 사이 일에 왜 자꾸 송유라는 끌어들이는 거지?”

데자뷰 저리가라 할 익숙한 레퍼토리다.

엄한 사람 멕인다는 듯한 핀잔 섞인 저 말투.

‘내가 끌어들이고 싶어서 끌어들이는 거냐고.’

날이 갈수록 버라이어티해지는 수작질로 자꾸 언급하게 만든 장본인이 누군데.

가만히 있는다고 멈출 송유라도 아니고.

구승훈과 엮여있는 한, 점점 더 심해질 거다.

“송유라와 상관이 없다고요? 셀프최면 거는 게 재밌으세요? 송유라를 입 밖에 내지 않으면 대표님의 그 무책임함이 가려질 거라고 생각하세요?”

싸늘한 눈빛만큼이나 차가운 말투가 구승훈의 눈과 가슴을 쿡 찔렀다.

그 한기에 꽁꽁 얼어버린 심장이 발치에 툭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 뜻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뱉은 말이었다. 급 후회가 밀려왔다.

잠시 멈췄던 구승훈이 힘없이 한 마디 물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해주면 되는데?”

강하리가 침묵에 빠졌다.

좀 의외였다. 구승훈의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

하지만 곧 힘주어 또박또박 말했다.

“고의상해죄,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거예요. 나쁜 짓을 했으니 벌은 받아야죠. 대표님은 가만히 보고만 계시면 돼요.”

구승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직도 안 잊었어?”

“안 잊은 게 아니라 안 잊혀지는 겁니다.”

아직도 눈만 감으면 끔찍했던 기억이 번뜩번뜩 튀어나오는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귓가에 맴도는데.

그 모든 걸 저지른 장본인이 발 편히 뻗고 자게 놔둘 수가 있을까.

하지만 구승훈은 여전히 망설이는 눈치.

강하리를 놓치기도 싫었지만, 그렇다고 송유라를 나몰라라 할 수도 없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버릇처럼 몸에 배어버린, 송유라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나도 끈덕졌다.

“그러잖아도 송유라한테서 멀어지느라 노력하는 중이야. 그러니까-.”

“그래 봤자 일 나면 한걸음에 달려가실 거잖아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강하리가 냉소를 흘렸다.

뒷말은 뻔했다. 그러니까 뭐? 적당한 선에서 그치라는 거겠지.

‘웃기지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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