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09화

작가: 재인
강하리는 대답이 없었다. 입만 벙긋하면 이 남자가 또 화르륵 타오를 거니까.

하지만 구승훈은 할 말이 남은 모양.

“아침밥 맛있었어?”

“네. 대표님은 아침 뭐 드셨어요?”

엉겁결에 강하리가 대답하고 보니, 구승훈이 썩은 표정이다.

내가 밥이 넘어갈 것처럼 보여? 라고 말해주는 듯한.

아차 싶었다.

“강 부장은 참 순진한 여자야. 고작 아침밥 한 끼에 좋아죽는 걸 보면.”

더 한층 시큼텁텁해진 구승훈의 말투.

누군 3년 간의 감정을 갈무리하느라 죽을 맛인데.

강하리는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지금부터 구승훈의 업무 관련 외 질문은 사절하기로 했다.

그때 마침 마중나온 부드러운 인상의 협력사 비서실장.

“구 대표님, 강 부장님, 오셨어요?”

비서실장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강하리가 웃으며 대답하자, 비서실장이 친근하게 그녀의 곁에 다가갔다.

“처음 뵐 때부터 느낀 건데, 우리 강 부장님은 어쩜 이리도 예쁘실까. 방금 남자친구분 차에서 내릴 때 아침햇살인 줄 알았다니까요.”

“그……. 남자친구가 아니고 그냥 친구예요.”

평소에 서류를 주고받으며 가끔씩 수다도 떤 친분이 있는 비서실장의 너스레에 강하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암요! 남자친구였다면 이마 쓱으로 끝나지 않으셨겠죠. 잘 생기신 분이 어쩜 그리 스윗하기까지 하실까. 우리 강 부장님한테 너무 잘 어울리지 뭐예요.”

옆 구승훈이 썩소를 지었다.

어울리긴 개뿔!

비서실장, 사람 보는 눈이 동태 눈깔이었네. 그렇게 안 봤는데.

강하리는 그런 스타일 안 좋아한다고.

사실 강하리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는 미스터리지만.

여태껏 자신이 강하리 스타일이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지금은 영 모르겠다.

저렇게나 매정하게 자신을 버리는 걸 보면.

생각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나고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게 강하리에게 고스란히 보였다.

또, 또 시작이다. 또!

“정 실장님, 진짜 그런 사이 아니에요.”

다시 한 번 정정했지만.

“압니다. ‘아직은’ 아닌 거죠.”

비서실장, 정은숙이 눈까지 찡긋한다.

이거야 원, 해명할수록 역효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10화

    ”강 부장님, 남자친구분 데리러 오셨어요.”정 실장의 목소리에 협상회를 마치고 서류를 정리하던 강하리가 흠칫했다.회의장 밖에 심플한 정장 차람으로 우월한 기럭지를 자랑하는 주해찬이 보였다.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임원들마다 남자 여자 할것 없이 힐끗거릴 정도.“조 대표님, 죄송하지만 먼저 가 봐야 될 것 같아서요.”강하리가 미안한 얼굴로 조 대표를 돌아보았다.조 대표가 은근슬쩍 구승훈을 돌아보았다.두 사람의 수상한 관계를 알고있는 조 대표였다.딱 봐도 그림이 나왔다. 이윤을 양보할테니 식사자리 마련에 협조 좀 해달라는 은밀한 부탁까지 받은 마당인데.그랬는데. 지금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강 부장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단 칼에 거절한다?밖에 남자친구란 사람은 또 뭐고?설마 구 대표님이 여자 뺏긴 건가? 천하에 구 대표가?담담한 표정과는 달리, 구승훈의 속에는 천불이 일어나고 있었다.‘저 낄끼빠빠를 모르는 새X가.’기어코 회의장에 돌아오냐.꺼지라고 좀!“강 부장, 그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애써 평온한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지만.이미 조 대표의 눈은 가십거리를 포착한 파파라치의 그것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이윤도 양도받고 구 대표님 연애사도 라이브로 직관하고.이거 이거, 웬 떡이냐.그러다가, 막 회의실에 들어서는 주해찬과 눈이 마주쳤다.‘히익! 주씨 가문 도련님??’조 대표는 삽시에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보경시에서 조용하기만 한 주씨 가문이지만.잠잠한 호수가 더 깊듯, 그 실력이 어마어마한 가문이었다.외교부 해찬 도련님 얘기도 익히 들어온 터라 너무 잘 알고 있었다.뿌리부터 될성부른 다이아 미스터.명문가 위 명문가의 후계자.그런 분이라면 구 대표와의 경쟁구도가 너무나도 합리적이었다.대신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했다.‘아, 이럴 줄 알았더라면 넙적 받아먹는 게 아닌데.’구승훈의 영향력이야 전국에 퍼져 있다지만.적어도 보경시에서만큼은 주씨 가문에 한 수 접어줘야 했다.그만큼 보경시에서 주씨 가문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11화

    점심식사 약속이 흐지부지 파산되어 버렸다.조 대표는 주해찬이라도 따로 식사 약속을 잡고 싶었지만, 당사자는 별로 생각 없는 눈치였다.같이 회의장을 나서는 세 사람과 그들을 배웅하러 따라나선 조 대표.앞 쪽에서 강하리와 주해찬이 오순도순 국제박람회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구승훈은 그들 뒷쪽에서 청승맞게 담배를 태워대며 따라가고 있었다.“강 부장님이 대표님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만.”앞 쪽 둘을 바라보며 조 대표가 낮은 소리로 말을 걸어왔다.“그러게요. 저도 그런 줄 알았거든요.”구승훈이 냉소를 지었다.정주현을 막았더니 주해찬이 나타나고.산 넘어 산이다.주해찬은 정주현과는 달랐다.정주현 때문에 강하리에게 화가 난 이유는, 정주현이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란 게 더 컸었다.여자를 물 흐르듯 갈아치우는 정주현에게 강하리가 가 봤자, 얼마 못 가 밀려날 게 뻔했으니까.그걸 강하리도 아는 눈치인데도 자꾸 들러붙으니 구승훈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도 했다.하지만 그만큼 두 사람을 떼어놓기가 쉽다는 반증이기도 했다.주해찬은 아니었다. 약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남자였다.외모나 능력, 평판,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고.강하리에게 일편단심으로 진지했다.강하리를 바라보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무엇보다도, 강하리도 그게 싫은 눈치는 아니었고.성큼성큼, 구승훈이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강 부장, 오늘 오후 항공편으로 돌아간다.”강하리가 우뚝 멈춰 구승훈을 돌아보았다.“저 내일 돌아갈 거니까 대표님 먼저 들어가 보시죠.”“오늘은 무슨 일인데?”“이따 저녁에 국제박람회에 가 봐야 해서요.”“그럼 내일 같이 돌아가. 그 국제박람회인가 뭔가 하는 거, 나도 흥미가 좀 생겨서.”“하양이 걱정 마시고, 바쁘실 텐데 먼저 들어가 보시죠.”주해찬이 웃으며 강하리 쪽 차 문을 열어주었다.‘또, 하양이.’구승훈의 주먹에 꽉 힘이 들어갔다.강하리를 태운 뒤 운전석에 타려는 주해찬을 향해 냉소를 날렸다.“그러는 해찬 도련님은 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12화

    ”선배.”“응?”“나 때문에 불편한 자리에 나오느라 애쓰지 마요.”“애쓴 거 아닌데. 네가 간다니까 가고싶어서 그런 거야.”주해찬이 다시 강하리를 돌아보았다.“하리야. 나는 그저.”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네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을 뿐이야. 너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 때문이야.”“선배는 내 과거에 대해 알아요?”강하리가 쓰거운 웃음을 흘렸다.“알고 나면 여태 나한테 해 줬던 게 전부 시간 낭비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걸요.”“과거가 어떻든 나한테는 중요한 게 아냐. 나는 그저 네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고 싶을 뿐이거든. 언제든 네가 돌아서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강하리가 또 웃었다.그래도.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것들도 있으니까.“내 과거가 선배 앞길을 가로막는 가시 덤불이 될 수도 있단 생각, 안 해보셨어요?”“그 가시 덤불을 헤치고 나가지 못 한다면, 그건 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고.”주해찬이 에누리없다는 말투로 대답했다.“그리고 하리 너는 점점 더 빛이 날 거야. 언젠가는 이 선배가 다가가기 힘든 높이까지 올라가겠지.”강하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놔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어느덧 해가 저물었다.외교부를 한 바퀴 빙 둘러본 두 사람은 바로 저녁에 있을 국제박람회 개막식장으로 향했다.저녁 일정이 바쁘게 흘러갔고.개막식을 마치고 간단하게 배를 채운 두 사람이 호텔에 돌아오니 어느덧 밤 열한 시.강하리를 호텔 로비에 데려다 준 주해찬이 돌아서려는 순간.어둑어둑한 저쪽 구석에서 빛나는 빠알간 담뱃불과, 냉랭한 빛을 뿜는 구승훈의 눈길이 시야에 들이닥쳤다.미간을 확 좁힌 주해찬이 다시 강하리의 팔을 잡았다.“하리야, 나 잠시 올라가서 앉았다 가도 돼?”강하리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해찬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고, 구승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저 여자가! 이 밤중에 외간남자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13화

    ”방금 구승훈을 봤어. 또 너한테 집적거릴까 봐 같이 올라온 거야.”엘리베이터 안, 주해찬이 사실대로 털어놓았다.맹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강하리.“방에 녹차 티백이랑 커피밖에 없던데, 밤에 그거 마시면 잠이 안 오지 않을까요?”엉뚱한 강하리의 대답에 주해찬이 멍해졌다가 곧 눈치를 챘다.하양이는 진짜 완전히 구승훈을 놔 줄 생각이구나.“나는 녹차는 괜찮아. 홍차라면 몰라도.”“언제 한 번 차 끓여줄게요 선배. 저 다도 좀 배웠거든요.”“오, 그래? 우리 할아버지께서 요즘 다도에 푹 빠져 계신데, 언제 한 번 소개시켜 줘야겠다.”도란도란 대화를 이어가던 중,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둘이 내렸다.그리고.바로 옆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구승훈과 맞닥뜨렸다.“대표님? 어쩐 일로?”자동반사적으로 찌푸려지는 강하리의 미간.“어, 어젯밤 사건도 있고 해서 여기로 옮겨왔어.”구승훈이 씩 웃으며 강하리의 방 바로 옆 방을 가리킨다.“우리 회사 에이스, 강 부장이 불이익 당하는 건 못 참지.”“네. 고. 맙. 네. 요.”기계적으로 대답한 강하리가 구승훈을 휙 지나쳐, 카드키를 대고 방으로 들어갔다.따라 들어가려는 주해찬을 막아선 구승훈.“얌전한 고양이가 먼저 부뚜막에 올라간다더니. 어제까지만 해도 강하리 명예 들먹이시던 분이 이건 좀 아니지.”야유와 경고가 섞인 말에 주해찬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맘껏 말하라지. 지금 저 느낌 아니까.‘잠깐, 어젯밤 사건? 불이익?’“선배, 들어와서 문 닫아요!”날선 목소리와 함께 강하리가 주해찬을 잡아끌었다.쾅!문이 닫혔고, 그 앞에 덩그러니 남겨진 구승훈의 얼굴에 차가운 서리가 피어났다.“저기 손님? 혹시 재떨이 필요하시면-.”찌릿!날카로운 눈길에 다가오던 직원이 줄행랑을 놓았다.방 안.티백을 담은 컵에 더운물을 붓는 강하리를 응시하는 주해찬의 표정이 어둡기만 했다.“하리야, 어젯밤 무슨 일 있었어?”“……고이선이 찾아왔었어요. 잡아먹을 기세로.”주해찬의 미간이 확 좁혀졌다.“그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14화

    ”어이쿠야! 젊은 총각, 여기서 뭐 혀?”건너편 방에서 나오던 한 아주머니가 기겁한 소리를 내질렀다.방 앞에 우뚝 서 있는 시커먼 인영에 한 번 놀라고, 그림 같은 구승훈의 얼굴에 또 한 번 놀랐다.구승훈이 말 없이 미간만 좁힌다.“여자친구랑 다툰 겨?”알겠다는 표정을 지으시는 아주머니.말을 섞고싶지 않았지만, 여자친구란 말에 저도 모르게 구승훈의 고개가 끄덕여졌다.“여자친구 화 났으믄 어여 사과부터 혀야지, 정승처럼 서 있기만 하면 우짤겨?”“녹록지 않은 애라서요. 여자친구가.”“그럴수록 대차게 밀어붙여야 하는 겨. 여자친구 놓치지 않을라믄.”마침 그때, 강하리의 방 문이 열렸고, 두 사람이 방을 나섰다.구승훈에게 핀잔을 주던 아주머니가 황당한 얼굴로 주해찬을 빤히 바라보았다.곧 이어 복잡한 눈길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얼굴은 반반한 총각이 참 안됐구먼.”구승훈을 쫒겨난 세컨드 쯤으로 보는 눈길이었다.“…….”구승훈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내가 남친이라고! 저 자식이 아니라!”……를 외치기도 전, 아주머니가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조심해서 들어가요, 선배.”고개를 끄덕인 주해찬이 구승훈을 돌아보았다.“구 대표님은 여기서 뭐 하십니까?”“뭐 하면 어쩔 겁니까?”기분이 기분인 만큼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그런 구승훈에게서 불길함을 감지했는지, 주해찬이 강하리를 돌아보았다.“도어락 잘 잠그고. 이상한 사람이 문 두드리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 알았지?”그 말에 구승훈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저게 지금 누구 들으라고.그러건 말건 주해찬은 구승훈을 지나쳐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버렸다.“하나만 묻자.”막 방으로 들어가려는 강하리를 구승훈이 막아섰다.“주해찬이 사귀자고 하면 사귈 거야?”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시도는 해보고 싶어요. 평범한 삶이란 걸 살아보고 싶거든요.”구승훈의 가슴 속, 간당간당하던 뭔가가 와장창 깨졌다.순간 나도 너한테 평범한 삶을 살게 해줄 수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하지만 목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15화

    강하리를 본 안현우의 눈이 반짝 빛났다.강하리에게 접근해보고 싶었지만 하도 싫어하는 티를 내는 바람에 겉돌기만 하던 차였다.“강 부장, 오랜만이네요.”강하리는 묵묵부답.“언제 한 번 제가 밥 사도 될까요?”그 한 마디에 강하리는 토가 나올 것 같았다.“아닙니다. 저는 그럴 자격이 없을 것 같네요.”지나가려는 강하리의 앞을 안현우가 막아섰다. 얼굴에는 착잡한 기색이 어려있었다.“전에 일은 미안해요.”강하리에게 관심이 생길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심한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후회막급이었다. 돌이키기엔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았다.지금 이 뜬금없는 사과도 강하리에게는 그저 생뚱맞은 지랄으로 보일 뿐이었다.“누구랑 왔어?”안현우를 에돌아 지나가려니 이번에는 구승훈이 팔목을 낚아챘다.“참나, 오지랖이 태평양이세요?”강하리가 구승훈의 손을 뿌리치고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정주현의 목소리가 룸 안에서 흘러나왔고.구승훈의 눈이 또 분노로 이글거렸다.좌 주해찬, 우 정주현, 하다하다 이젠 별볼일 없는 안현우까지.셋이 아주 세트로 제 속을 뒤집어놓으려고 작심한 것 같은 기분이다.구승훈의 표정 변화를 안현우는 똑똑히 보았다.‘이거, 강하리 구애가 점점 험난해질 것만 같은데.’쎄하다.구승훈이 강하리에게 마음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재미 삼아 데리고 다니는 여자인 줄 알았다.냉철한 구 대표가 정부에게 감정을 주는 어리석은 짓은 안 할 줄로만 알았다.지금 와서 보니 어느샌가 구승훈이 강하리에게 미친듯이 집착하고 있다.그 집착이 얼마나 커졌는지 제 스스로도 모를 만큼.“안 대표님도 강 부장님한테 푹 빠지셨나요? 우리 강 부장님 참, 인기도 많네요. 안 그래요, 오빠?”송유라의 한 마디가 기름이 되어 구승훈의 분노에 뿌려졌다.“너도 강하리한테 대시할 거냐?”영하로 떨어지는 구승훈의 목소리에 안현우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안 될건 없잖아. 강 부장 지금 싱글이니까.”“일찌감치 접어 둬.”말을 마친 구승훈이 밖으로 발길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16화

    ”오빠……. 어릴 적 오빠랑 나랑 어촌에서 살던 거 기억나요? 그 때 정말 행복했었는데.”구승훈이 미간을 좁히며 뭐라 하려던 찰나 송유라가 말을 이어갔다.“그거 알아요? 오빠가 떠난 뒤로 나는 오빠만 기다렸어요. 오빠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지만.”송유라가 눈물을 흘렸다.어촌에서의 시간이 구승훈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송유라였다.이 정도는 들먹여 줘야 구승훈에게 통할 거다.아니나 다를까, 구승훈의 얼굴이 살짝 펴지더니, 티슈 한 장을 뽑아 건네주었다.“다신 안 버린다고 했지.”송유라가 뛸 듯이 기뻐지던 다음 순간.“하지만 유라야.”구승훈의 목소리가 다시 서늘해졌다.“앞으로 내 앞에선 알량한 수법 따윈 자제해 줬으면 좋겠어. 나도 참아주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열린 송유라의 입이 어쩔 바를 모른 채 뻐금거렸다. 결국 아무 말도 못 한 채 꾹 닫혔다.“일찍 들어가서 쉬어.”*강하리가 문 안에 들어서니 한 상 푸짐하게 차려놓고 기다리는 정주현이 보였다.그녀를 보자 정주현의 눈이 반짝 빛났다.“착륙하면 연락하라고 했잖아요. 데리러 가겠다고.”“아닙니다. 택시가 편했어요.”“미안해요.”강하리가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아셨어요?”정주현이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였다.“고이선이 거기까지 찾아갈 줄은 정말 몰랐어요. 내가 먼저 하리 씨한테 접근한 거라고 일러뒀으니까 다신 찾아가지 않을 거예요.”정주현의 해명에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그렇다면 고맙네요.”정주현은 얼른 지사 오픈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한편, 프라이빗 룸 앞, 살짝 열린 문틈으로 귀를 쫑긋 세운 한 남자가 있었으니.바로 송유라를 돌려보낸 뒤 몰래 다시 돌아온 구승훈이었다.들리는 게 일 얘기 뿐이라 살짝 안심하고 있던 그 때.“주현 도련님, 죄송하지만 저 연성 지사에 입사하지 못할 것 같아요.”“왜요? 고이선 때문이에요 혹시?”정주현이 멍해졌다가 급급히 물었다.구승훈의 미간에도 다시 주름이 졌다.강하리는 담담한 표정이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17화

    병실 앞에 도착하니 문 앞에서 초조하게 서성이는 간병인 아줌마가 보였다.“무슨 일이 있은 거예요?”강하리가 미간을 좁혔다. 아줌마의 얼굴에 벌건 손자국까지 나 있었던 것.“아니 글쎼 아가씨 아버님이요. 여태껏 코빼기도 비치질 않다가 잔뜩 취해 나타나서는 다짜고짜 병실에 들어가려고 하지 뭐예요. 그거 막다가 손찌검까지 당하고 결국 밀려났는데, 따라 들어가 보니까 세상에, 호흡기 전원 끄더라니까요. 돈 낭비하느니 빨리 죽는게 낫다고 중얼거리면서요. 의사선생님 불러오니까 그새 사라졌더라고요.”강하리의 얼굴에 찬 서리가 내려앉았다.사라졌던 강찬수 그 인간이 갑자기 나타나서 난동을 부릴 줄은 몰랐다.“미안해요 아줌마.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요.”간병인 아줌마에게 오만원 권 몇 장을 쥐어주자 아줌마가 한사코 거절하면서 몇 마디 당부를 남기고 떠났다.병실에 들어가니 막 검진을 마친 담당 의사가 강하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간병인 아주머니가 제때 불러주셔서 다행히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일은 어머님이나 다른 환자분들에게도 안 좋으니까,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아버님과 잘 소통해주시기 바랍니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강하리가 바삐 고개를 끄덕였다.의사가 나간 뒤, 강하리는 병상 위 창백한 정서원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기억 속 너무나도 예뻤던 엄마의 얼굴이 너무나도 야위어 있었다.강하리는 말없이 한동안 서 있다가 병실을 나섰다.정주현은 저 켠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고, 언제 왔는지 구승훈이 문 옆에 서 있었다.“또 강찬수야?”서늘한 구승훈의 목소리.“네. 다행히도 엄마는 괜찮으세요.”구승훈을 본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강하리가 순순히 대답했다.통화를 마친 정주현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순간, 핸드폰이 또다시 울리기 시작했다.“여긴 괜찮으니까 두 분 다 들어가 봐요.”“어머님이 괜찮다니까 다행이네요. 저는 진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연락해요, 하리 씨.”정주현이 시끄럽게 울려대는 핸드폰을 노려보

최신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4화

    두 사람 관계에 있어서 누가 봐도 을인 모습이었다.사무실에 있던 몇몇 기자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에비뉴와 정안그룹이 강하리 명의로 되어 있다고?그렇다면 강하리 혼자서도 B시 재벌과 맞먹는 것 아닌가.여러 기자가 모두 멍한 표정으로 구승훈을 바라봤다.구씨 가문의 권력자 구승훈이 자신은 아내 덕분에 먹고 사는 놈이라고 말하다니, 그것도 제법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그러면 강 대표님이 구 대표님과 송유라 씨 사이에 개입했다는 건...”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제가 우리 강 대표님과 언제 만났는지 아세요?”기자는 고개를 저었고 구승훈은 오른손 손가락으로 왼쪽 약지에 낀 반지를 살며시 돌리면서 시선을 내리깔고 웃었다.“아홉살 때 만났어요. 그 여자가... 제 삶의 유일한 구원이었죠.”구승훈은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자기야, 미안해. 오랜 세월 많이 힘들었지? 오늘 여기서 맹세할게. 나 구승훈은 평생 강하리의 것이란 걸.”강하리는 화면 속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코끝이 시큰거렸다.개자식, 인터뷰만 할 것이지 왜 저런 말을 해서는.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구승훈의 말에 그녀의 마음속에 작게나마 남아있던 불편함이 말끔히 사라졌다는 걸.인터넷에 그 많은 루머들이 떠돌아다녀도 언제나 그녀를 감싸줄 사람이 있었다.구승훈의 인터뷰는 곧 화제성을 끌어모았고 강하리를 욕하던 사람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댓글 창에는 축복의 글이 가득했다.강하리는 휴대폰에 달린 축복의 댓글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고 구승훈의 목소리에는 미소가 묻어났다.“강 대표님, 나 보고 싶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오늘 밤 일찍 돌아가서 맛있는 거 해줄게.”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맛있는 음식만 있어?” 강하리는 멈칫했다.“또 뭘 원해?”“다리. 자기야, 한번 해보자.”강하리는 이를 갈며 그냥 전화를 끊었고 구승훈은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3화

    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정양철은 죽었지만 애초에 그가 강하리 어머니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이대로 알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시점에 정양철과 관련된 또 다른 단서가 나올 줄이야.“확실해요?”“물론이죠.”구승훈은 전화를 끊고 심준호에게 연락했고 그와 대화를 마친 뒤 밖을 향해 말했다.“시작하지.”잠시 후 비서가 기자 10여 명을 데리고 구승훈의 사무실로 들어왔다.나문빈이 홈페이지를 정상으로 되돌리자 강하리를 욕하던 사람들은 모두 SNS로 옮겨갔고 과거 여러 번 검색어에 오르며 욕을 먹었던 흑역사도 전부 밝혀졌다.SNS에서 누군가가 돈으로 사주했는지 갈수록 심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안예서는 점점 더 고조되는 SNS의 화제성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약서를 하나하나 처리하는 강하리를 보며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대표님, 이걸 제대로 밝힐 방법을 찾아야겠어요.”강하리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그럴 필요 없어. 욕하다 지치면 자연스레 그만두겠지.”안예서가 다소 우울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설득하려는 그녀는 이미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안진 그룹 총괄팀장과 약속 잡아줘.”안예서는 다소 무력한 한숨을 내쉬며 뒤돌아 사무실을 나섰다.그녀가 사무실을 나간 뒤에야 강하리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고 손가락이 SNS 아이콘 위에서 잠시 멈칫하다 클릭했다.하지만 들어가서 보니 그녀를 욕하는 내용은 사라지고 안예서가 말했던 것들도 전부 보이지 않았다.대신 라이브 방송 하나가 떠서 클릭해 본 강하리는 깜짝 놀랐다.구승훈이었다.뒤에 비치는 장소는 그의 사무실 같았다.남자는 검은 셔츠를 입은 채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손가락엔 어느새 반지를 끼고 있었다.자세히 보면 그녀가 끼고 있는 반지와 같은 모델이지만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크지 않을 뿐이었다.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에 낀 반지로 시선을 옮겼고 그 시각 왠지 모르게 인터넷에서 자신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 다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졌다.무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2화

    구승훈은 휴대폰 메시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밤에 보상해 줄래?]손연지가 왔다며 허튼수작 부리지 말라고 답장하려던 찰나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고 안예서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큰일 났어요.”강하리는 잠시 멈칫했다.“뭔데, 천천히 얘기해 봐.”“오늘 아침 일찍 우리 회사 홍보 사이트가 해킹됐는데 사이트에 온통 대표님이 스폰 받았다는 이상한 댓글이 가득해요.”안예서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고 강하리는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알겠어.”전화를 끊고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니 그녀의 눈에 온통 적나라한 욕설들이 가득 들어왔다.스폰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몸을 대주고 높은 자리로 올라갔다는 말도 있었다.심지어 구승훈과 송유라 관계를 그녀가 망쳤다는 사람도 있었다.송유라가 세상을 떠난 지 거의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의 팬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고 지금 JM의 사이트에도 그들이 가득했다.[내연녀는 내연녀지. 뭐라 해도 해명하지 못해.][그냥 내연녀도 아니고 몸 팔아서 JM 파트너 자리를 꿰찼는데 역겹지도 않아?][JM은 유엔 산하의 번역 회사인데 저런 사람이 대표야?][허, 어떻게 그 자리로 올라갔는지 누가 알겠어. 또 유엔에 어느 높으신 분을 모셨겠지.]강하리는 댓글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휴대폰을 쥐고 있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해버렸다.심호흡하고 안으로 들어가 손연지에게 설명한 뒤 회사로 차를 몰고 가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다.차 안에서 핸들을 잡은 강하리는 문득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이번에도 누가 자신을 노린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어제의 사건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나머지는 진태형의 해명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보아하니 상대는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강하리는 회사에 도착하자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느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곧장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안예서가 반갑게 맞이했다.“대표님, 괜찮으세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1화

    강하리는 차 안에서 잠든 손연지를 바라보다가 노민우의 전화를 받았고 노민우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안함이 묻어났다.“강하리 씨, 손연지한테 연락이 왔어요?”“나랑 같이 있는데 무슨 일 있어요?”노민우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은 나랑 얘기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같이 있어 줘요.”강하리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말을 꺼냈다.“노민우 씨, 연지는 잘 우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공항에 데리러 갔을 때 밤새 운 것 같았어요. 그쪽이 무슨 사정이 있든 연지를 이렇게 울렸으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거예요.”노민우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으면 연성으로 찾아갈 기세로 강하리는 유난히 단호하게 말했다.노민우는 다소 억울했지만 그래도 순순히 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손연지한테 다 설명할게요.”강하리는 손연지를 데리고 그녀와 구승훈의 저택으로 향했고 비몽사몽 눈을 뜬 손연지는 눈앞에 가득 찬 리시안셔스와 정원 뒤편에 있는 성처럼 생긴 저택 건물을 보았다.“세상에, 하리야. 여기가 너 사는 곳이야?”강하리는 그녀의 모습에 비로소 살짝 안도했다.“그런 셈이지.”손연지는 차 문을 열고 곧장 저택으로 향했다.위층과 아래층을 몇 번이나 돌아보더니 갑자기 나와서 강하리를 껴안았다.“자기, 날 먹여 살려줘. 마침 나도 일자리 잃었는데.”강하리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옅어졌다.“일자리를 잃었다니 무슨 말이야?”손연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들떴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우울한 한숨을 내쉬었다. “직업도 없고 일자리도 잃었어. 부모님도 나 때문에 창피당했고.”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렸고 손연지가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대충 짐작할 수 있었기에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었다.“괜찮아, 내가 복수해 줄게.”손연지는 코끝이 시큰거렸다.“하리야, 역시 너밖에 없어. 개자식들은 하나같이 나쁜 놈들이야!”강하리는 손연지를 껴안고 위로하듯 속삭였다.더 이상 구체적인 질문은 하지 않은 채 객실로 데려가 샤워할 수 있도록 욕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0화

    구승훈은 잠든 강하리의 얼굴을 보며 참지 못하고 다가가 입술에 뽀뽀했다.“자기야, 미안해.”강하리의 속눈썹이 두 번 파르르 떨리더니 굳게 감고 있던 그녀의 눈가가 시큰거렸다.구승훈은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하리를 껴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 줄이야.겨우 반쯤 잠이 들었을 때 문득 강하리의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구승훈, 나도 당신을 지켜주고 싶어.”구승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그대로 꿈속으로 빠져들어 갔다.다음 날 아침, 강하리가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손연지였다.슬쩍 확인한 강하리가 서둘러 전화기를 집어 들자 저쪽에서 손연지의 코 막힌 소리가 들려왔다.“하리야, 이틀만 거기로 놀러 가도 돼?”강하리는 당황했다.“당연하지. 언제 오는데? 내가 데리러 갈게.”“나 지금 B시에 있어.”강하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구승훈은 끙 앓는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몸을 움츠렸다.“자기야, 방금 남은 인생의 행복을 자기 손으로 망칠 뻔한 거 알아?”강하리의 얼굴이 순간 빨개졌다.“구승훈, 괜찮아?”구승훈이 그녀의 턱을 잡고 입술을 깨물었다.“안 괜찮아. 강 대표님이 호 불어줘.”농담하는 걸 보니 괜찮나 보다.“그러게 누가 함부로 뻗으래.”구승훈은 웃으며 그녀의 귀로 다가갔다.“오늘 밤 다리로 해볼까?”강하리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좀 진지하게 굴 수는 없어?”구승훈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망가졌는지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어?”강하리는 손연지 때문에 그와 더 실랑이를 벌이기 싫어 침대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향했다.“손연지, 너 지금 어디 있어?”“아침부터 내 앞에서 애정행각 벌이는 건 좀 아니지 않니?”농담이었지만 손연지의 기분은 여전히 좋지 않았기에 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렸다.“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손연지가 강하리에게 위치를 보냈고 강하리는 서둘러 샤워를 마친 뒤 문을 나섰다.구승훈이 그녀와 동행하려는데 구승재가 갑자기 회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9화

    구승훈의 목울대가 몇 번이나 꿈틀거리다가 겨우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강하리의 손가락을 잡은 채 다소 씁쓸하게 웃었다.“온실 속 화초가 아니야.”소중한 보물이다.이미 자신 때문에 너무 많은 고생을 한 그녀였기에 더는 그녀가 걱정하지 않기를 바랐고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도 더더욱 원치 않았다.그저 그녀가 밝게만 지내길 바랐다. 여초연도, 구동근도, 자신의 몸도 더는 그녀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순 없었다.“자기야, 날 믿는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줘. 잠깐만 기다리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전부 다 솔직하게 말할게. 알았지?”조금만 더 시간을 줘서 정상으로 돌아가거나 완전히 포기하게 됐을 때 모든 걸 이 여자에게 말할 거라고 다짐했다.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미소를 지었다.“알았어.”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걸어갔고 구승훈은 다소 우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강하리가 여전히 속상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구승훈은 안도하는 동시에 마음이 점점 더 씁쓸해졌다.여초연이 대체 얼마나 자신을 미워하는지 모르겠다.어쩌면 그녀의 말처럼 자신이 여초연의 인생을 망쳤으니 본인도 똑같게 망가뜨리겠다고 생각하는 걸지도.하지만 구승훈은 애초에 원하지도 않았고 이대로 그녀의 손에 망가질 생각도 없었다.그녀가 그를 낳은 이상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다.시선을 내린 구승훈이 노민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치료하는 데 협조할게.]노민준은 곧장 전화를 걸었고 구승훈이 발코니로 가서 전화를 받으니 그의 무기력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잘 생각했어. 희망이 없는 건 아니야.”구승훈은 무심하게 대꾸했고 노민준은 약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웬일로 구승훈이 가만히 듣고만 있으니 전화를 끊기 전 노민준이 갑자기 물었다.“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야?”구승훈은 방에서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입꼬리가 무의식적으로 올라갔다.“힘들게 얻은 지금의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겠지.”전화를 끊고 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8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 남아 있어도 기꺼이 노력해 보고 싶었다.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강하리의 말에 심문석은 한심하다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저도 모르게 얼굴엔 웃음이 번졌고 벌써 결혼식 장소까지 고심하고 있었다.“너희 둘이 또 아이를 낳으면 그땐 할아버지가 키우마.”강하리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하게 대꾸하며 넘어갔다.식사를 마치고 떠나려는 구승훈을 보며 강하리가 물었다.“여기 안 있을 거야?”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나 보내기 싫어?”입술을 달싹이며 빤히 상대를 바라보던 강하리는 그의 눈빛에서 그동안 줄곧 그가 회피하던 답을 찾으려는 듯했다.비록 구승훈은 회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빠서 그런 거라고 했지만 강하리는 이 남자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바빠도 이렇게까지 욕구를 참는 사람이 아니었고 관계를 갖지 않아도 늘 그녀를 탐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요 며칠 그녀가 약에 취했을 때를 제외하고 말만 능글맞게 할 뿐이었다.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나랑 연정이가 같이 가도 돼?”멈칫한 구승훈이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더 원하는 거야?”강하리가 웃었다.“응.”구승훈의 미소가 잠시 굳어졌고 그가 거절하기도 전에 강하리의 말이 다시 들렸다.“방금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좀 무서워. 구승훈, 여기 남던지 내가 따라갈게.”강하리가 말을 마치며 허리를 감싸자 구승훈의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이걸 어떻게 거절하나.구승훈은 결국 남기로 했고 그가 이곳에 머물자 백아영은 연정이를 자신의 방으로 곧장 데리고 갔다.구승훈이 나가서 노민준에게 연락하고 돌아왔을 때 강하리는 이미 샤워를 끝낸 뒤였다.얇은 잠옷만 입고 있는 몸에는 구승훈이 새긴 흔적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었다.구승훈은 문 앞에 서서 가슴에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몸이 견딜 수 있겠어?”강하리는 아무 말 없이 화장대 거울로 가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7화

    구승훈은 걸음을 멈칫하며 뒤돌아 밖을 내다보았다.밖에서는 여전히 이정숙이 진시연의 눈물을 닦아주며 화가 잔뜩 난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승훈은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나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그는 고개를 숙여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가상의 번호로 전송된 사진은 다름 아닌 강하리와 주해찬이 방에서 포옹하는 모습을 찍은 것이었다.사진 한 장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구승훈은 콧방귀를 뀌며 전화를 걸었다.“나문빈 씨, 가상 번호 위치 좀 확인해 줘요.”나문빈은 혀를 찼다.“둘이 날 노예처럼 부려 먹기로 작정한 겁니까?”얼마 전 임명우와의 계약 때문에 화가 난 강하리는 그를 남미로 발령 보내 시장 개척에 앞장서도록 했고 며칠 동안 그는 바빠서 피를 토할 지경인데 이젠 구승훈까지 못살게 굴고 있었다.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내 아내를 화나게 했습니까?”나문빈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임명우가 특별히 강하리와 만나야한다는 조건을 걸었으니 분명 딴마음이 있다는 건데 이걸 구승훈이 알게 되면 그에게 어떤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른다.“흠, 그 번호 보내요. 이런 작은 일은 구 대표님께서 직접 연락할 필요 없이 앞으로 비서 통해서 연락해 주시면 됩니다.”그렇게 말한 뒤 나문빈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고 구승훈은 나문빈과의 통화를 마친 뒤 고개를 들어 진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마침 고개를 돌린 진시연의 두 눈엔 억울함이 가득 차 있었고 구승훈의 눈빛은 점점 더 싸늘해졌다.진시연이 시선을 거두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얼굴에 남아있던 서글픈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누구나 소유욕이 있다.특히 구승훈 같은 남자는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껴안고 있는 걸 용납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지금은 드러내지 않더라도 이 일은 그의 마음속 가시로 박히게 될 것이고 진시연은 이 가시가 뿌리를 내리고 썩기만을 기다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진씨 가문 생일 잔치에서 벌어진 소동은 B시 전역에 퍼졌다.심씨 가문 사람들도 자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6화

    “여사님, 못 때린 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아니면 지금쯤 구급차 부르셔야 했을 거예요. 제 주먹 맛보고 싶지는 않으시겠죠?”이정숙은 너무 화가 나서 눈이 뒤집혔다.“구승훈, 언제부터 네가 우리 진씨 가문 일에 참견했어?”구승훈은 혀를 차며 강하리의 손을 잡아당겨 이정숙 앞에 내밀었다.“보셨죠? 결혼반지. 강하리는 이제부터 제 약혼녀입니다.”구승훈의 말에 이정숙이 당황했고 옆에 있던 진시연은 우는 것도 잊은 채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이정숙은 구승훈에게 말이 통하지 않자 다시 강하리를 돌아보았다.“강하리, 난 네 할머니야!”강하리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나한테 약이나 먹이는 할머니 따위 둔 적 없어요.”이정숙은 깜짝 놀라며 진시연을 흘끗 쳐다보았고 진시연이 달려와서 이정숙의 앞을 막았다.“하리 씨, 어떻게 할머니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어요?”강하리가 비웃었다.“진시연 씨 대신 죄도 뒤집어쓰는데 나는 말도 한 마디 못 하나요?”진시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하리 씨, 지금 나 의심하는 거예요?”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피식 웃었다.“아빠도 날 의심하고 하리 씨도 날 의심하네요. 두 사람은 진짜 부녀 사이고 전 그저 사랑하고 돌봐줄 사람이 없는 고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요. 그냥 나를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고 싶은 거죠? 내가 나갈게요.”이정숙은 그 말에 서둘러 진시연을 껴안았다.“시연아, 그런 말 하지 마.”강하리는 눈꼴신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아 두 사람을 지나쳐 곧장 저택으로 향했다.“누구든 가만 안 둬요.”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진시연을 돌아보았다.“그리고 진시연 씨, 앞으로 내 남자한테서 떨어져요. 매번 남의 약혼자한테 들러붙는데 내연녀라도 되고 싶은 거예요?”진시연의 얼굴이 창백했다.“하리 씨, 아니에요. 난 그저 F대륙에서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낸 사람이라 구승훈 씨한테 고마울 뿐이에요. 하리 씨는 이 정도 일도 이해 못 해주는 건가요?”강하리가 피식 웃었다.“미안한데 난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