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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선배.”

“응?”

“나 때문에 불편한 자리에 나오느라 애쓰지 마요.”

“애쓴 거 아닌데. 네가 간다니까 가고싶어서 그런 거야.”

주해찬이 다시 강하리를 돌아보았다.

“하리야. 나는 그저.”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

“네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을 뿐이야. 너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 때문이야.”

“선배는 내 과거에 대해 알아요?”

강하리가 쓰거운 웃음을 흘렸다.

“알고 나면 여태 나한테 해 줬던 게 전부 시간 낭비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걸요.”

“과거가 어떻든 나한테는 중요한 게 아냐. 나는 그저 네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고 싶을 뿐이거든. 언제든 네가 돌아서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강하리가 또 웃었다.

그래도.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것들도 있으니까.

“내 과거가 선배 앞길을 가로막는 가시 덤불이 될 수도 있단 생각, 안 해보셨어요?”

“그 가시 덤불을 헤치고 나가지 못 한다면, 그건 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고.”

주해찬이 에누리없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리고 하리 너는 점점 더 빛이 날 거야. 언젠가는 이 선배가 다가가기 힘든 높이까지 올라가겠지.”

강하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놔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외교부를 한 바퀴 빙 둘러본 두 사람은 바로 저녁에 있을 국제박람회 개막식장으로 향했다.

저녁 일정이 바쁘게 흘러갔고.

개막식을 마치고 간단하게 배를 채운 두 사람이 호텔에 돌아오니 어느덧 밤 열한 시.

강하리를 호텔 로비에 데려다 준 주해찬이 돌아서려는 순간.

어둑어둑한 저쪽 구석에서 빛나는 빠알간 담뱃불과, 냉랭한 빛을 뿜는 구승훈의 눈길이 시야에 들이닥쳤다.

미간을 확 좁힌 주해찬이 다시 강하리의 팔을 잡았다.

“하리야, 나 잠시 올라가서 앉았다 가도 돼?”

강하리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해찬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고, 구승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저 여자가! 이 밤중에 외간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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