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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강하리가 고개를 들자, 정장 차림으로 꼿꼿하게 서 있는 구승훈이 보였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고요한 눈길로 강하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형, 여긴 어떻게 왔어?”

승재가 벌떡 일어섰다.

어색한 말투, 드디어 왔냐는 듯 빛나는 눈.

강하리에겐 그저 대놓고 “작전 성공”이라고 들렸다.

그러자 구승훈이 기다렸단 듯 옆에 앉는다.

“퇴근길에 지나가다 승재가 보이길래.”

짤막한 대답과 그렇지 않은, 강하리를 향한 눈길 속에 꾹꾹 눌러 담은 그리움.

정말 미치도록 보고싶었다.

모닝회의나 서류 이관을 핑계로 눈도장이라도 찍으려 했지만.

강하리는 작정하고 자신을 피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모닝 회의는 안예서를 대신 보냈고, 서류는 비서실장에게 맡기고 도망치듯 사라지곤 했다.

그래서 미웠다. 화가 났다.

하지만 조바심을 낼 수록 더 멀리 달아날 거란 걸 알기에 꾹 참았다.

그런 구승훈과는 달리, 강하리는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옆에서 전해오는 구승훈의 시선이.

아니, 둘을 감싼 공기마저도 껄끄러웠다.

“저기, 승재 씨.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요.”

구승재가 흠칫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렇게 보낼 거냐고, 뭐라도 좀 해 보라고 구승훈에게 바쁘게 눈짓했다.

“거참, 밥 한 끼도 같이 못 먹나?”

강하리의 손목을 덥석 잡는 구승훈.

“배불러서요. 천천히 많이 드세요.”

하지만 구승훈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정주현 만나러 가는 거야?”

“네, 맞아요. 그러니까 이거 놔 주세요.”

그러자 조롱 섞인 웃음을 날리는 구승훈.

“확실해?”

강하리의 입가가 딱딱하게 굳었다.

이건 또 무슨 수작이지?

“네. 확실합니다.”

문득 강하리 앞에 핸드폰 한 대가 슥 내밀어졌다.

강하리의 눈길이 화면에 멈췄다.

사진 한 장이었다.

정주현이 한 여자과 마주 앉아, 화기애애하게 식사하고 있는.

여자는 강하리가 아는 사람이었다.

심준호의 조카, 고이선.

“여기 끼러 간다고? 진짜?”

강하리가 무덤덤하게 사진에서 눈을 떼었다.

“진짠데요.”

망신살 한 번 뻗쳐 보라는 듯한 구승훈의 비아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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