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98화

”표정이 왜 그렇지? 정주현의 차 옆 자리엔 잘도 앉더만.”

“…….”

강하리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피곤해 보이네. 수면 부족인가?”

“…….”

아예 눈을 꼭 감아버린 강하리.

참자. 참아야 한다.

저 깐족거림이 양아치 뺨치는 인간이 아직 내 대표님이다.

왜 피곤한지 몰라서 물어, 라고 빼액 외치고 싶었다.

갑작스레 잡힌 출장 때문에 관련 서류들을 준비하느라 날 새다시피 했으니까.

우우우웅-.

비행기 이륙 소리와 함께, 걷잡을 수 없는 졸음이 몰려왔다.

강하리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구승훈의 눈길이 그녀의 얼굴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눈 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윽고 커다란 손으로 강하리의 머리를 받쳐, 조심스럽게 자신의 어깨에 내려놓았다.

강하리가 깼을 때 비행기는 이미 착륙해 있었다.

승객들이 분주하게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자신은 옆 남자의 넓은 어깨에 머리를 기대…….

잠깐!

강하리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몸에는 어느샌가 수트 상의 한 벌이 덮어져 있었다.

그 남자한테 선물했던 바로 그 수트.

문득 강하리는 지금 이 순간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3년동안, 몸에 배어버릴 정도로 익숙한 광경.

매번 함께 출장갈 때마다 기대던 넓은 어깨.

매번 잠에서 깨면 자신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던 수트 상의.

그리고, 그 모든 게 깨져버린 지금.

아름답던 기억의 파편들이 날카롭게 목구멍에, 가슴에 파고든다.

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옷, 감사해요.”

“말로만?”

부르퉁한 남자의 목소리.

강하리는 대답이 없었다.

흥, 콧방귀를 뀐 구승훈이 일어나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강하리는 캐리어를 내려 끌고 그 뒤를 따라갔다.

출구를 나서자마자 갑자기 엄습하는 추위.

보경시의 연말은 혹한기였다.

훅 들어오는 찬 바람에 강하리가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바로 그때, 두툼한 외투가 어깨에 내려앉았다.

외투에 배어 있는 깊은 우드향이 강하리의 코 끝을 간질였다.

“얌전히 걸치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