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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가전제품들, 인테리어 소품들, 식기들까지.

모두가 강하리가 알심들여 골라온 것들이었다.

구승훈과의 행복한 일상을 꿈꾸면서.

‘다 망상이었지.’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렇게 우스울 수가 없다.

“버리세요. 좋아하는 것도 그때 뿐이지, 지금은 그저 쓰레기에 불과하니까요.”

구승훈은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어떻게 되어먹은 여자가 뭘 해도 씨알도 안 먹혀.

입술을 일직선으로 꾹 다문 채 강하리를 노려보았다.

강하리는 눈 앞에 이 남자가 또 슬슬 화가 치민다는 걸 직감했다.

한시 빨리 나가고 싶었다. 이 자가 또 미친 짓을 저지르기 전에.

“이제 문 좀 열어주실 수-.”

“창문 박살내고 기어나가시든가!”

꽥 소리지르는 구승훈. 강하리가 흠칫 놀랐다가 남자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구승훈, 이렇게 유치한 사람이었나?

그러더니 신고있던 하이힐을 벗어, 뾰족한 굽으로 유리창을 후려쳤다.

구승훈은 가슴이 철렁했다.

차 유리가 아까와서가 아니었다. 강하리의 모습에서 꼭 자신을 벗어나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보여서였다.

강하리는 유리창을 몇 번이고 내리쳤지만, 힘이 부족한 탓에 유리창은 끄덕도 없었다.

“그만 쳐. 사는 데 데려다줄게.”

결국 백기를 든 구승훈.

“문만 열어주신다면 고맙겠네요.”

구승훈이 대답 대신 운전석에 몸을 욱여넣더니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로터스가든.

차가 멈춰서자마자 강하리가 도망치듯 차에서 내렸다.

구승훈은 착잡한 얼굴로 멀어져 가는 강하리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몇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구승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바로 그 때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일이지?”

“오빠, 와서 나랑 같이 있어주면 안돼? 나 흉터 남을까 봐 너무 무섭단 말야. 오빠…….”

울먹이는 송유라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작게 흐느끼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최상의 의사에 최상의 약이야. 흉터 안 남으니까 걱정 말고.”

울음소리에 마음이 살짝 누그러 든 구승훈이 부드럽게 달랬다.

하지만 핸드폰 저 편, 송유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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