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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강하리는 가슴이 아려왔다.

그걸 꾹 참고, 고개를 들어 꼿꼿하게 구승훈을 노려보았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구승훈의 눈동자에 강하리의 모습이 비쳤다.

일말의 감정의 일렁임이라도 캐치하고 싶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실망과 결연함만 그득 차 있을 뿐.

“문 열어주시죠.”

남자의 손가락이 강하리의 입술에 다가갔다. 강하리가 목을 틀어 피했다.

허공에 손가락이 그대로 멈춰선 구승훈.

한참 지나서야 헛웃음을 터트렸다.

“마음고생 참 많았겠네, 강 부장. 일말의 감정도 없으면서 나와 3년을 잤으니.”

“다 대표님이 잘 가르친 덕이죠.”

강하리가 냉랭하게 대꾸했다.

한 번 뿐이 아니었다. 그저 거래일 뿐이라고, 감정 따윈 섞지 않겠다고 구승훈이 일러준 게.

그러고는 말로, 행동으로 그걸 지켜왔었다.

홀대와 버림 속에서 강하리가 구승훈을 향한 감정은 조금씩 깎여갔고.

마음이 점차 식어갔다.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대가가 너무나도 컸다.

더이상 좋아할 엄두가 안 날 만큼 말이다.

강하리의 말이 구승훈의 심기를 건드렸다. 몹시 불편했다.

얌전하고 말 잘 듣던 강하리는 어디 가고.

온 몸에 가시를 꼿꼿이 세운 고슴도치 한 마리가 곁에서 캬르릉대고 있다.

싫었다. 짜증이 났다.

“꼬박꼬박 대드는 꼬라지 하고는.”

“대표님과는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말 시키시니까요. 우린 끝났다고요. 끝났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요?”

“끝나면 다야?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넌 고분고분 내 곁에 돌아올 수밖에 없어.”

강하리는 목이 꺽 막혔다. 고개를 푹 숙였다.

저건 부인할 수가 없다.

강력한 수단과 권세 앞에서 그녀는 그저 개미 같은 존재일 뿐.

구승훈이 작정하고 앞길을 막는다면 그녀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몸부리칠 거다.

그녀도, 그녀 주위 사람들도, 지옥을 맛보게 될 거다.

강하리가 고개를 쳐들었다.

눈가가 벌개진 채, 구승훈을 꼿꼿하게 노려보았다.

“차라리 날 죽여요.”

구승훈이 움찔했다.

그 말에서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져서였다.

단식으로 저항하던 그 결연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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