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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구승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인정도 부정도 없었다.

사실 그 자신도 잘 몰랐다. 강하리한테 남은 미련이 도대체 뭔지.

“내가 어떻게 하면 속이 풀리시겠어요? 깨끗이 놔 주고, 다신 내 주위에 나타나지 않으시겠냐고요. 그럴 수만 있다면, 시키시는 건 다 할게요.”

강하리의 팔목을 잡은 구승훈의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너한테 나는, 그저 그런 사람인 거야?”

묵직하고 차거운 음성이 구승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심술 난 거? 맞아. 왜? 네가 중도에서 계약 해지하려고 했으니까.“

“…….”

“내가 네 몸이 망가지든 말든 신경도 안 썼더라면, 계약 해지가 그렇게 순조로울 수 있었을 것 같아?”

겁이 났었다. 강하리가 잘못될까 봐.

그래서 마음이 약해졌었다. 놔 주기로 했다.

그래준 내 마음도 모르고.

양심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

강하리가 할 말을 잃었다.

사실 계약 해지는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자신을 향한 구승훈의 최소한의 배려에 올인한 도박.

하지만 그 배려는, 송유라의 만행을 커버하기엔 택도 없이 부족했다.

“강하리, 그만 하고 우리 화해하자. 응?”

강하리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이쪽을 보지도 않는다.

구승훈의 미간이 좁혀졌다.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아 얼굴을 이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강하리의 눈 속에 꽉 차 있는 고통을.

구승훈은 가슴 한 켠이 찔린 듯 아파왔다.

정주현과 있을 때는 웃음이 떠나질 않던 그녀가, 그와 마주하니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이대로 놔 주고 싶지는 않았다.

강하리를 끌어당겨, 품 속에 안았다.

강하리의 어깨에 코를 박고 탐욕스럽게 숨을 들이마셨다.

여인의 향기가 술기운에 무뎌졌던 말초신경을 짜릿하게 자극한다.

너무나도 그리웠던 체향.

구승훈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걷잡을 수 없이 욕정이 치솟는다. 더불어 소유욕도.

“대양과 계약하지 마.”

“다른 회사도 안돼.”

“계약하는 회사마다 작살내 버릴 거다.”

술냄새가 섞인 거친 숨소리와 함께 우악스런 말을 뱉어내는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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