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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구승훈이 집어준 요리가 앞접시에 수북이 쌓였다.

짜증이 확 치밀었지만, 강하리는 꾹 참았다.

정양철 회장 앞에서 구승훈을 깔 수 없었으니까.

이쪽을 향한 정양철의 시선이 자신을 콕콕 찌르는 것만 같았다.

이쯤하면 대양으로의 이적도 물 건너간 것 같았다.

구승훈과 얽힌 여자를 대양에서 들이려고 할 턱이 없었으니.

그런데 의외로, 한참 뒤 정양철 회장이 대양과의 계약 얘기를 꺼냈다.

구승훈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정 회장님은 아들을 극진히도 아끼시네요.”

“허허, 우리 아들내미 잘 좀 부탁드립니다.”

구승훈의 말 속에 숨겨진 뼈를 모른 척, 정양철이 사람 좋게 웃었다.

여러모로 불편한 식사가 그렇게 끝났고, 일동이 룸에서 나왔다.

정양철이 정주현에게 강하리를 데려다 주라고 지시했다.

구승훈이 자기가 데려다 주겠다고 자진해 나섰지만.

“아닙니다. 대표님은 유라 씨를 데려다 줘야 하니까요.”

강하리가 딱 잘라버렸다.

마침 송유라가 복도 저 쪽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걸 본 구승훈이 미간을 좁히는 사이, 강하리는 정주현과 함께 멀어져갔다.

“주현 도련님은 남이 버린 장난감을 잘도 주우시네요.”

송유라와 마주치자, 셋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송유라가 중얼거렸다.

강하리의 발걸음이 멈춰섰고, 정주현이 픽 웃었다.

“누가 누굴 버린 건지 잘 모르시네요. 장난감 구도에도 들어보지 못하셔서 그런가.”

말빨로 밀릴 정주현이 아니었다. 송유라의 얼굴이 하얘졌다 새파래졌다를 반복했다.

“……아무 여자나 들였다가 뒤통수 맞으실까 봐 귀띔해드리는 것 뿐이에요.”

“그래서 기피하는 부류가 있죠. 예를 들면 송유라 씨 같은.”

겨우 한 마디 뱉은 송유라를 또 가뿐히 눌러버린 정주현.

“다신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쪽 이마에 흉터, 좀 많이 징그러워서요.”

결정타를 날리고는 강하리를 에스코트하며 유유히 걸어나갔다.

남겨진 송유라는 영혼이 빠져나간 듯 그 자리에 굳어있다가,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어찌나 화가 났던지, 잇몸이 다 간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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