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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구승훈이 얼떨떨한 표정이었다가 곧 냉소를 지었다.

웃기는 여자네.

계약 해지 서류를 받기도 전에 날 차단해?

[보면 전화해.]

톡을 보낸 뒤, 핸드폰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지만 회신이나 전화는 없었다.

조용하기만 한 핸드폰. 대화창도 감감무소식 그 자체였다.

구승훈은 또다시 열불이 치밀기 시작했다.

누를래야 누를 길이 없었다.

겨우 놓아주려고 마음먹었건만.

그게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사실 강하리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것 쯤은 너무 쉬웠다.

당장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강하리에게는 구질구질하게 보일 게 뻔했다.

알량한 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참나, 그 여자 하나 없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핸드폰은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구승훈은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여전히 조용하기만 한 핸드폰.

구승훈은 강하리와의 톡 내역을 거칠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몇 줄 안되는 메시지들. 둘이 톡으로 나눈 대화가 거의 없었다.

비서를 통해 찾거나, 집에서 바로 용건만 전달하곤 했으니까.

일상 토크 같은 건 해본 기억조차 없다.

구승훈은 갑자기 기분이 확 잡쳤다.

나랑 나눌 얘기가 이렇게도 없었나?

다른 사람들과도 이런 식인 건가?

아마 아닐 거다.

친구와는 너무나도 즐겁게 수다 떨던 강하리다.

문득, 둘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강하리가 한동안 톡을 자주 보내던 게 생각났다.

외출했다가 귀엽게 생긴 구름 송이를 봤다고.

맛있는 요리 조리법을 새로 배웠다고.

이것저것 사진도 많이 보냈고, 그날 기분도 공유했었다.

그때마다 자신은 어떻게 회신했던가?

기억을 짜내 봤지만, 없었다.

아마 안 했을 거다.

구승훈의 시점에서 그것들은 아무 가치가 없는 잡담에 불과했으니까.

심지어 이런 쓸데없는 건 보내지 말라고 화를 냈을 수도 있었다.

구승훈은 깊은 주름이 만들어진 미간을 엄지와 검지로 꾹 집었다.

그러다 벌떡 일어서 외투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밖에 나간 구승훈이 구승재에게 전화했다.

“승혁이 쪽은 얼마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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