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문철, 네 체면을 봐서 지금까지 쭉 참고 있었거든. 근데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임지환은 추문철을 바라보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이 기괴한 모자에게 진절머리가 났다는 게 그의 속내였다.“홍희야, 미안해!” 임지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추문철은 도홍희 앞에 다가섰다. 놀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추문철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도홍희의 얼굴에 왼쪽과 오른쪽으로 연속으로 따귀를 날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아한 기품을 자랑하던 귀부인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부어올랐다.“추문철, 적당히 해. 사람이 얄미운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여자잖아. 나도 여자와 똑같은 수준으로 대응하기는 싫어.” 임지환은 셔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추문철은 임지환의 말을 듣고 도홍희에게서 손을 떼고 조용히 임지환 뒤에 섰다.“임지환, 두고 봐! 오늘 널 죽이지 않으면 내가 짐승처럼 벌벌 기어서 이 병원을 나갈 거야!” 도홍희는 분노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오늘 반드시 임지환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굳게 맹세했다.“아줌마, 여기는 병원이야. 그렇게 요란하게 떠들면 다른 환자들이 쉬는데 방해가 돼.” 임지환은 연기를 내뿜으며 차분하게 말했다.“임... 임 선생님, 여기 병실에서는 금연입니다.”병원 원장 심창진이 용기를 내 조심스럽게 말했다.임지환은 그 말에 순간 당황한 듯 담배를 껐다. “미안하네요, 내가 병원에서 금연이라는 규정을 깜빡했군요.”“심 원장, 왜 이렇게 까다로운 규칙을 들이대요? 임 대사님이 담배를 피우고 싶다면 그냥 피우게 해요!” 유진헌이 꾸짖으며 시장에서 유통하지 않는 고급 담배를 임지환에게 내밀며 틈타 아첨했다. “임 대사님, 이거 피우세요. 이 담배는 맛이 참 좋아요.”“넌 제법 눈치는 있군. 하지만 아쉽게도 따르지 말아야 할 사람을 따라다니고 있어.”임지환은 유진헌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배를 받아들이며 말했다.“임 대사님,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앞으로 저는 임 대사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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