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951 - 챕터 960

1134 챕터

제951화

한구운의 눈에 이준혁은 늘 세상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따듯함과 아름다움도 이 점잖은 척하는 남자에게 뺏기고 말았다.한구운은 부드럽고 젠틀한 겉모습과는 달리 계략에 능한 편이었다.“왜 쇼라고 생각해요? 형을 형이라고 하는 게 틀린 건 아니잖아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 들어봤죠? 혈연관계는 쉽게 안 바뀌어요.”이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아예 한구운을 공기 취급했다.한구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혼잣말을 늘어놓았다.“원지민 씨도 임신했으니 이제 형님도 대를 이을 수 있게 되었네요. 와이프만 둘이라니, 형만큼 부러운 사람이 없어요. 근데 혜인이는 어떻게 설득한 거예요? 좀 가르쳐줘요. 그래야 나도 앞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잘 달래줄 수 있을 거 아니에요.”한구운은 허심하게 질문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비아냥대는 말투였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누군지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내 와이프는 윤혜인 한 명뿐이야.”이준혁은 두터운 살기를 뿜어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그리고 윤혜인은 내 아내야. 앞으로 한 번만 더 윤혜인의 이름을 입에 올리면 서울에서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해줄게.”한구운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형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내가 아버지 아들인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족보에 못 올라가면 어때요? 그렇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한구운은 한 번의 실패로 결정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남아도는 게 인내심이라 다음 기회에 만전을 기하면 된다.“족보에 오르지 못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지?”이준혁이 하찮다는 눈빛으로 한구운을 힐끔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이선 그룹의 모든 산업이 너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뜻이야. 그리고 너를 끔찍이 아끼는 이천수 씨도 그 산업을 결국 내게 물려줘야 한다는 거야. 너한테 이전한 그 재산도 내가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어.”한구운의 얼굴이 순간 구겨졌다.이 일로 그냥 체면이 조금 구겨질 거라 생각했기에 제일 신경 쓰지 않는 게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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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한구운은 따끔거리는 볼을 살펴볼 새도 없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천수를 바라봤다.이천수도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빈털터리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전에 보유한 해외 자금도 지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이천수는 고개를 돌려 한구운을 외면하며 서글픈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얼른 가자. 그런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아니면 나도 더는 너 같은 아들 필요 없어.”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한구운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는 이천수를 확 밀친 채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이천수의 눈동자에는 분노와 서글픔이 담겨 있었다.주진희가 차갑게 쏘아붙였다.“천수 도련님,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이천수는 창백한 얼굴로 공손하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아저씨, 구운은 제가 잘 단속할게요.”아까 보였던 태도와는 완전 딴판이었다.이준혁은 이천수의 축 처진 뒷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주진희에게 말했다.“아저씨, 서울에 며칠 더 계세요. 제가 서울 구경 시켜드릴게요.”주진희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이제 어르신 보러 가야죠.”이준혁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주진희는 자식이 없었기에 이태수를 가족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산에서 지내는 게 익숙해 시끄러운 곳을 싫어했다.차에 오른 주진희는 밖에 공손하게 서 있는 이준혁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련님, 정말 제가 천수 도련님께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이준혁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만약에 할아버지가 전하라고 한 말씀이 있다면 아저씨가 저한테 말씀하셨겠죠. 그게 아니라 해도 다 할아버지의 뜻이 있다고 생각해요.”“그래, 그래.”주진희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역시 작은 도련님은 어르신이 직접 키운 후계자십니다. 쓸데없는 호기심은 가지지도 않고 해결해야 할 일에 우유부단하지 않으시니 말입니다.”차에 시동이 걸렸다.이준혁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저씨, 조심히 들어가세요.”주진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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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이천수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참담하게 말했다.“아빠가 너를 인정하지 않은 게 아니야. 아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을 거야.”한구운의 분노가 조금 사그라들자 이천수가 얼른 설명했다.“아빠 한 번만 믿어줘. 시간을 준다면 반드시 네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여줄게.”한구운이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그 늙은이가 뭐라고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축 늘어진 거예요?”이천수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한구운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한구운은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주먹을 더 꽉 움켜쥐었다.이천수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나도 방법이 없어서 일단 타협한 거야. 아니면 내가 고생해서 쌓아온 부를 다 잃게 되는데 무슨 수로 다시 일어나?”쾅.굉음에 이천수가 화들짝 놀랐다.한구운이 오른손으로 차창을 내리쳤다. 차창은 금세 금이 갔고 손에는 퍼런 멍이 들었다.“아들, 아들.”이천수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내 앞에서 당장 사라져요.”한구운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차에 올라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전속력으로 도로를 달리고 있었지만 마음속의 화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왜. 도대체 왜...’한구운은 이천수와 조금은 통하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천수는 한 번도 그의 편에 서준 적이 없었다....윤혜인이 활동 현장에 나와 있는데 이준혁이 전화를 걸어왔다.“회사 일은 해결했어.”그는 그저 간단하게 이렇게 말했다.윤혜인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그쪽에서 난동을 부리지 않던가요?”이준혁은 윤혜인이 물어본 사람이 누군지 알고 덤덤하게 말했다.“아니.”그렇게 잠깐 더 대화를 나누다가 윤혜인이 이렇게 말했다.“누가 부르네요. 먼저 일하러 가볼게요.”“그래. 저녁에 보자.”윤혜인히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오늘 빨리 못 들어갈 수도 있어요. 끝나고 본부장님이 하실 말씀이 있대요.”“많이 늦으면 데리러 갈게.”“준혁 씨도 늦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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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윤혜인이 화들짝 놀라며 나가려 했지만 남자가 들어올 때 센서를 건드리지 않아 엘리베이터 문이 정상적으로 닫혔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야구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는 윤혜인의 곁에 바짝 붙어 섰다.윤혜인은 꼿꼿이 선 채 온몸으로 그 남자를 경계했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윤혜인의 시선은 엘리베이터 화면을 향해 있었지만 곁눈질로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전혀 경계를 늦출 수가 없었다.윤혜인은 남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걸 발견했다.회관의 엘리베이터는 CCTV 사각지대가 없었다. 남자가 CCTV를 힐끔 쳐다봤다.시간이 두 배로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가 드디어 지하 1층에 도착했다.윤혜인은 다리가 뻣뻣하게 굳은 것 같았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려도 남자는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마치 윤혜인이 먼저 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윤혜인은 딱딱하게 굳은 다리를 이끌고 밖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듯한 기척을 느꼈다.차까지 열 걸음 조금 넘게 남았고 기사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윤혜인은 걸음을 재촉하며 겨우 두 걸음 내디뎠는데 누군가 어깨를 꾹 눌렀다.온몸이 그대로 굳어버린 윤혜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팔꿈치를 뒤로 날렸다.뒤에 있던 사람이 몸을 살짝 비켰다. 윤혜인은 이 틈을 타서 차로 달려갔지만 뒤에 있던 사람이 낮은 소리로 불렀다.“혜인아...”윤혜인이 고개를 돌려보니 이준혁이 서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윤혜인은 이준혁의 품에 폭 안기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준혁 씨...”윤혜인의 떨림을 느꼈는지 이준혁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왜 그래?”윤혜인이 남자가 따라오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무도 없었다.너무 신경질적인지 모르겠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본 그 남자 몸에서 나던 진한 향기가 내국인과는 달랐고 외국인에게서 나는 향기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뒤에 없으니 아마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찾으러 온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 이때 까만 세단 하나가 옆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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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카메라가 탈칵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카메라가 부서진 기자는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기도 전에 얼굴을 굳히고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달밤 작업실에서 사람을 쳤다.”이 말에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까만 구두를 신은 이준혁은 망가진 카메라를 살포시 지르밟으며 남자의 멱살을 부여잡고는 주훈의 품에 내팽개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짜 기자가 딸려 들어온 것 같은데 경찰에 넘겨.”멱살을 잡힌 남자가 멈칫하더니 억울하다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나 기자에요. 진짜 기자예요. 당신이 가짜라고 하면 가짜에요?”주훈이 남자의 외투를 벗기자 팔뚝에 새긴 청룡 문신이 드러났다.남자가 다급하게 어깨를 감싸더니 난동을 부렸다.“왜 내 옷을 찢고 그래요? 사람 살려.”다른 사람들이 같이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달밤 작업실에서 사람을 때린다. 사람 살려.”덕분에 주훈은 더 구별하기 쉬워졌다. 얼른 손을 내밀어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을 짚으며 보디가드에게 처리하라고 했다.옷을 벗겨보더니 기자는 무슨 죄다 청룡과 백호 문신을 한 날라리였다.남은 기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들도 업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채팅방에서 소식을 듣고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가짜 기자가 섞여 있을 줄은 몰랐다.무슨 목적으로 기자로 위장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이준혁은 매서운 눈빛으로 현장에 나와 있는 사람들을 빙 둘러보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누가 보냈어요?”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진짜 기자들은 눈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이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기자들이 얌전하게 대답했다.“대표님, 너그럽게 봐주세요. 저희도 채팅방에 올라온 글 때문에 홀려서 온 거예요.”이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왔으니 취재하세요.”“아니요. 아무것도 취재하지 않겠습니다.”이준혁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가짜 뉴스는 취재하면서 진짜는 왜 취재할 생각을 안 해요?”기자들이 넋을 잃었다.“원지민 씨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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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화

이준혁은 전화를 끊고 나서도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윤혜인이 그의 팔짱을 끼고 물었다.“아주머니셔요?” 지난번에 이준혁이 약에 대해 설명해줬을 때 문현미가 원지민에 의해 몰래 약을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윤혜인은 소름이 돋았다.‘어쩐지 아주머니의 요즘 행동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고 느껴지긴 했어.’이준혁이 말했다.“응. 넘어지셨대. 좀 가봐야겠어.”“나도 같이 갈까요?”이준혁은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그럼 같이 가자.”두 사람은 곧바로 이씨 집안 고택으로 향했다.이 집에 다시 들어서자 윤혜인은 가슴이 찡해졌다.예전에 윤혜인은 자주 와서 이태수를 만나곤 했었다. 이곳에 들어서니 어쩐지 그가 더욱 그리워졌다.대문을 막 들어서자마자 이준혁은 문 앞에 서 있는 원지민을 보았다.원지민은 창백하고 병약한 얼굴로 이준혁을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졌다.“준혁아, 돌아...”하지만 이준혁이 뒤에 있는 윤혜인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자 원지민은 말문이 막혔다.곧 그 눈빛에는 분노가 들끓었다.그녀는 일부러 배를 내밀었고 본래 크지 않은 배는 크게 부풀어 보였다.윤혜인은 그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특히 이곳이 고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원지민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방법을 정말 잘 알고 있었고 그 효과는 탁월했다.“네가 여기 왜 있어?”이준혁의 얼굴에 있던 초조함은 그녀를 보자 차가운 표정으로 변했다.그리고 온몸에서 소리 없는, 그러나 사람을 저절로 멀리하게 만드는 냉기가 흘러나왔다.원지민은 그 냉기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난 계속 어머님 곁에 있었어...”“됐어. 이제 가도 돼.”이준혁은 이렇게 말하고 윤혜인의 손을 잡아 원지민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원지민을 마치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처럼 대하며 말이다.지난번 약 사건 이후, 이준혁은 계속 사람을 시켜 문현미를 몰래 지키게 하여 원지민이 그녀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문현미는 약을 원지민이 준 것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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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화

누구나 이준혁이 윤혜인을 위해 나선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그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못이 박히듯 원지민의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그러자 조금 전 원지민이 내비친 그 자신감도 단번에 무너졌다.이준혁이 직접 입으로 그녀를 외부인이라고 인증한 셈이었으니 말이다.이윽고 문현미가 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려 했다.“아유, 준혁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지민이는 나를 친엄마처럼 생각해. 그러니 이 집도 지민이의 집이랑 같단다.”이 말에 원지민의 굳었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그녀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준혁아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하지만 원지민과 더 이상 얘기할 생각이 없었기에 이준혁은 문현미에게 말했다.“말씀하실 거 있으면 하세요. 혜인이가 못 들을 이야기는 없으니까요.”그의 말에는 윤혜인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 있었다.문현미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준혁이 네가 온진 그룹과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는 바람에 온진 그룹은 주식이 정지되고 심하면 상장 폐지까지 갈 수 있어. 너무 지나치게 행동한 건 아닌지 싶구나... 지민이가 네 아이를 품고 있는 만큼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우리 사이에 체면을 살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그러자 이준혁은 냉담하게 말했다.“엄마, 이번 처벌은 그래도 제가 온진 그룹 회장님 체면을 봐줘서 이 정도인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원지민과 이선 그룹 회장님이 결탁해 이익을 챙긴 것에 대해 우리 이선 그룹 법무부가 원지민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었어요.”원지민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준혁아, 정말 오해야. 그건 내가 아니라 삼촌이 먼저 나를 찾아와 네 뜻이라고 말한 거야. 이 일은 제가 어머님께도 설명했잖아요.”문현미는 그녀를 옹호하며 말했다.“그래, 준혁아, 나도 증명할 수 있어. 지민이는 절대 너에게 다른 마음을 품지 않았어. 아이를 생각해서라도...”“아이요?”이준혁은 피식 냉소를 지었다.“제가 여러 번 말했죠. 원지민이 가진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니에요. 아무리 손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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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화

원지민의 배를 응시하며 이준혁의 눈빛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원지민은 그의 시선에 심장이 크게 뛰었다.“세 달 반?”이준혁은 냉랭한 얼굴로 조용히 되물었다.하지만 원지민의 귀에는 그것이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며 몇 초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이 순간 그녀는 문현미가 몹시 원망스러웠다.‘말하지 않기로 해놓고 이렇게 쉽게 말을 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원지민이 대책을 생각하던 이준혁이 문현미에게 말했다.“엄마, 푹 쉬세요. 이 비서를 여기 두고 갈 테니 무슨 일 있으면 그 사람에게 시키시면 돼요.”이준혁은 아들로서 더 오래 머물러야 할 일이었지만 문현미가 원지민을 곁에 두겠다고 고집하는 이상, 그는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다.게다가 이곳에는 도우미들도 많고 이준혁은 몰래 사람을 시켜 집을 지키고 있었지만 표면적으로도 이 비서만을 남겨두어 원지민이 이곳에서 어떤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방지하려 했다.윤혜인은 공손하게 인사했다.“아주머니, 편히 쉬세요.”그러자 문현미는 눈을 굴리며 대놓고 그녀를 무시하는 표정을 지었다.윤혜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아랫사람으로서의 존중과 예의를 다했으니 문현미가 자신을 좋아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어차피 그들 사이가 더 가까워질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가자.”이준혁은 윤혜인의 손을 잡으며 한층 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그의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함과, 엄지손가락으로 그녀를 살며시 어루만지는 작은 움직임은 마치 윤혜인을 위로하는 듯했다.윤혜인은 눈빛을 반짝이며 이준혁을 향해 미소 짓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자신이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이준혁도 가볍게 미소를 지었고 그의 차가운 얼굴에 생기가 돌며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그리고 이 장면은 원지민의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주먹을 꽉 쥔 채로 원지민의 가슴은 질투로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준혁이 네가 이렇게 그냥 가버리면 어머님은...”원지민은 눈이 빨개지며 문현미가 넘어졌는데도 이준혁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내가 왜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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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원지민은 할 말을 잃었다.“계속 내 아이라고 주장하는데 내일 당장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줄게.”“안 돼!”원지민은 소리 지르며 거부했다.“내 아이를 죽이려는 거지? 날 속이려는 거라고! 절대로 그렇게 못 해!”원지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나 이미 검사했어. 이 아이는 분명히 네 아이야.”하지만 이준혁은 차갑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원지민, 내가 네가 내놓은 걸 믿을 것 같아?”그 말에 원지민은 순간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눈이 빨개져 윤혜인을 향해 달려들며 외쳤다.“다 너 때문이야! 너 이미 죽었잖아. 왜 다시 돌아와서 우리 관계를 망치려는 거야?!”그러나 윤혜인은 이미 이준혁의 보호를 받으며 그의 뒤에 숨어 있었다.옆에 있던 이 비서는 원지민의 손목을 단단히 잡으며 조금의 배려도 없이 그녀를 제지했다.원지민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이준혁, 우리 아이는 아들이야. 얘는 이씨 집안의 후계자라고! 넌 네 친아들은 인정 안 하면서 출신이 어떤지도 모르는 잡종을 받아들이겠다는 거야?”이제 그녀에게는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이준혁은 이미 원씨 가문을 철저히 망가뜨리기로 결심했고 원지민에게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그녀는 회사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피하려고 핸드폰을 꺼둔 상태였다.아마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원씨 가문은 파산 신청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는 이씨 집안의 며느리가 될 꿈을 꾸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 꿈에서 완전히 추락해 버린 것이다.이준혁은 원지민과 더 이상 한마디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정말이지 원지민이 히스테리나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그녀는 항상 존재하지 않는 일들을 상상하는 것처럼 보였다.이준혁은 더 이상 원지민을 곁에 두고 증거를 찾으려는 계획을 포기했다.그리고 이런 사람을 문현미의 곁에 두는 것도 너무 위험했다.“이 비서, 원지민 씨를 원씨 가문으로 돌려보내 줘. 거기서 잘 감시하라고 전달해 주고 또다시 미친 짓을 한다면 정신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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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이준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문현미를 한동안 응시하다가 아무 말 없이 윤혜인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원지민은 그들이 모두 떠난 것을 느끼고 나서야 떨리던 몸이 진정되었다.그녀는 문현미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어머님, 고마워요.”문현미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고맙긴 왜 그러니, 지민아.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물론이죠. 이제 슬슬 약 드실 시간이 되었네요. 제가 약 가져다드릴게요.”원지민은 웃으며 말했다.원지민이 나간 후, 문현미는 천장을 바라보며 아침의 일을 곰곰이 떠올렸다.그녀가 머리가 어지러웠던 건 원지민이 준 물을 마신 후였다.그리고 넘어졌던 이유는 잡고 있던 손잡이가 갑자기 풀려버렸기 때문이다.‘왜 손잡이가 풀렸을까...’문현미는 속으로 원지민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또한 원지민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문현미는 원지민을 곁에 두려고 애쓴 것이었다. 최소한 원지민은 지금 자신을 쉽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의심하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원지민이 다시 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문현미는 즉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민아, 너무 무리하지 마라.”“괜찮아요. 저 안 힘들어요.”원지민은 물과 약을 건네며 문현미가 약을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편히 쉬세요. 어머님.”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현미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이선 그룹 대표 사무실.이준혁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잠시 후, 그는 명령을 내렸다.“1월부터 5월까지 내가 밖에 있었던 모든 기록을 가져와. 원지민과 내가 겹쳤던 시간들을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지 조사해봐.”주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이런 조사는 사실 모래 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다. 특히 몇 달 전의 일을 다시 뒤집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잠깐!”주훈이 문 앞에 도달하자 이준혁이 그를 불러 세웠다.이준혁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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