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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이천수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참담하게 말했다.

“아빠가 너를 인정하지 않은 게 아니야. 아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을 거야.”

한구운의 분노가 조금 사그라들자 이천수가 얼른 설명했다.

“아빠 한 번만 믿어줘. 시간을 준다면 반드시 네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여줄게.”

한구운이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

“그 늙은이가 뭐라고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축 늘어진 거예요?”

이천수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한구운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한구운은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주먹을 더 꽉 움켜쥐었다.

이천수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나도 방법이 없어서 일단 타협한 거야. 아니면 내가 고생해서 쌓아온 부를 다 잃게 되는데 무슨 수로 다시 일어나?”

쾅.

굉음에 이천수가 화들짝 놀랐다.

한구운이 오른손으로 차창을 내리쳤다. 차창은 금세 금이 갔고 손에는 퍼런 멍이 들었다.

“아들, 아들.”

이천수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내 앞에서 당장 사라져요.”

한구운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차에 올라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전속력으로 도로를 달리고 있었지만 마음속의 화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왜. 도대체 왜...’

한구운은 이천수와 조금은 통하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천수는 한 번도 그의 편에 서준 적이 없었다.

...

윤혜인이 활동 현장에 나와 있는데 이준혁이 전화를 걸어왔다.

“회사 일은 해결했어.”

그는 그저 간단하게 이렇게 말했다.

윤혜인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쪽에서 난동을 부리지 않던가요?”

이준혁은 윤혜인이 물어본 사람이 누군지 알고 덤덤하게 말했다.

“아니.”

그렇게 잠깐 더 대화를 나누다가 윤혜인이 이렇게 말했다.

“누가 부르네요. 먼저 일하러 가볼게요.”

“그래. 저녁에 보자.”

윤혜인히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오늘 빨리 못 들어갈 수도 있어요. 끝나고 본부장님이 하실 말씀이 있대요.”

“많이 늦으면 데리러 갈게.”

“준혁 씨도 늦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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