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55화

작가: 이한나
카메라가 탈칵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카메라가 부서진 기자는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기도 전에 얼굴을 굳히고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달밤 작업실에서 사람을 쳤다.”

이 말에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까만 구두를 신은 이준혁은 망가진 카메라를 살포시 지르밟으며 남자의 멱살을 부여잡고는 주훈의 품에 내팽개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짜 기자가 딸려 들어온 것 같은데 경찰에 넘겨.”

멱살을 잡힌 남자가 멈칫하더니 억울하다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 기자에요. 진짜 기자예요. 당신이 가짜라고 하면 가짜에요?”

주훈이 남자의 외투를 벗기자 팔뚝에 새긴 청룡 문신이 드러났다.

남자가 다급하게 어깨를 감싸더니 난동을 부렸다.

“왜 내 옷을 찢고 그래요? 사람 살려.”

다른 사람들이 같이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달밤 작업실에서 사람을 때린다. 사람 살려.”

덕분에 주훈은 더 구별하기 쉬워졌다. 얼른 손을 내밀어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을 짚으며 보디가드에게 처리하라고 했다.

옷을 벗겨보더니 기자는 무슨 죄다 청룡과 백호 문신을 한 날라리였다.

남은 기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도 업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채팅방에서 소식을 듣고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가짜 기자가 섞여 있을 줄은 몰랐다.

무슨 목적으로 기자로 위장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이준혁은 매서운 눈빛으로 현장에 나와 있는 사람들을 빙 둘러보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

“누가 보냈어요?”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진짜 기자들은 눈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이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기자들이 얌전하게 대답했다.

“대표님, 너그럽게 봐주세요. 저희도 채팅방에 올라온 글 때문에 홀려서 온 거예요.”

이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왔으니 취재하세요.”

“아니요. 아무것도 취재하지 않겠습니다.”

이준혁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가짜 뉴스는 취재하면서 진짜는 왜 취재할 생각을 안 해요?”

기자들이 넋을 잃었다.

“원지민 씨 배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56화

    이준혁은 전화를 끊고 나서도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윤혜인이 그의 팔짱을 끼고 물었다.“아주머니셔요?” 지난번에 이준혁이 약에 대해 설명해줬을 때 문현미가 원지민에 의해 몰래 약을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윤혜인은 소름이 돋았다.‘어쩐지 아주머니의 요즘 행동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고 느껴지긴 했어.’이준혁이 말했다.“응. 넘어지셨대. 좀 가봐야겠어.”“나도 같이 갈까요?”이준혁은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그럼 같이 가자.”두 사람은 곧바로 이씨 집안 고택으로 향했다.이 집에 다시 들어서자 윤혜인은 가슴이 찡해졌다.예전에 윤혜인은 자주 와서 이태수를 만나곤 했었다. 이곳에 들어서니 어쩐지 그가 더욱 그리워졌다.대문을 막 들어서자마자 이준혁은 문 앞에 서 있는 원지민을 보았다.원지민은 창백하고 병약한 얼굴로 이준혁을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졌다.“준혁아, 돌아...”하지만 이준혁이 뒤에 있는 윤혜인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자 원지민은 말문이 막혔다.곧 그 눈빛에는 분노가 들끓었다.그녀는 일부러 배를 내밀었고 본래 크지 않은 배는 크게 부풀어 보였다.윤혜인은 그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특히 이곳이 고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원지민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방법을 정말 잘 알고 있었고 그 효과는 탁월했다.“네가 여기 왜 있어?”이준혁의 얼굴에 있던 초조함은 그녀를 보자 차가운 표정으로 변했다.그리고 온몸에서 소리 없는, 그러나 사람을 저절로 멀리하게 만드는 냉기가 흘러나왔다.원지민은 그 냉기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난 계속 어머님 곁에 있었어...”“됐어. 이제 가도 돼.”이준혁은 이렇게 말하고 윤혜인의 손을 잡아 원지민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원지민을 마치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처럼 대하며 말이다.지난번 약 사건 이후, 이준혁은 계속 사람을 시켜 문현미를 몰래 지키게 하여 원지민이 그녀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문현미는 약을 원지민이 준 것이 아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57화

    누구나 이준혁이 윤혜인을 위해 나선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그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못이 박히듯 원지민의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그러자 조금 전 원지민이 내비친 그 자신감도 단번에 무너졌다.이준혁이 직접 입으로 그녀를 외부인이라고 인증한 셈이었으니 말이다.이윽고 문현미가 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려 했다.“아유, 준혁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지민이는 나를 친엄마처럼 생각해. 그러니 이 집도 지민이의 집이랑 같단다.”이 말에 원지민의 굳었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그녀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준혁아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하지만 원지민과 더 이상 얘기할 생각이 없었기에 이준혁은 문현미에게 말했다.“말씀하실 거 있으면 하세요. 혜인이가 못 들을 이야기는 없으니까요.”그의 말에는 윤혜인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 있었다.문현미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준혁이 네가 온진 그룹과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는 바람에 온진 그룹은 주식이 정지되고 심하면 상장 폐지까지 갈 수 있어. 너무 지나치게 행동한 건 아닌지 싶구나... 지민이가 네 아이를 품고 있는 만큼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우리 사이에 체면을 살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그러자 이준혁은 냉담하게 말했다.“엄마, 이번 처벌은 그래도 제가 온진 그룹 회장님 체면을 봐줘서 이 정도인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원지민과 이선 그룹 회장님이 결탁해 이익을 챙긴 것에 대해 우리 이선 그룹 법무부가 원지민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었어요.”원지민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준혁아, 정말 오해야. 그건 내가 아니라 삼촌이 먼저 나를 찾아와 네 뜻이라고 말한 거야. 이 일은 제가 어머님께도 설명했잖아요.”문현미는 그녀를 옹호하며 말했다.“그래, 준혁아, 나도 증명할 수 있어. 지민이는 절대 너에게 다른 마음을 품지 않았어. 아이를 생각해서라도...”“아이요?”이준혁은 피식 냉소를 지었다.“제가 여러 번 말했죠. 원지민이 가진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니에요. 아무리 손주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58화

    원지민의 배를 응시하며 이준혁의 눈빛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원지민은 그의 시선에 심장이 크게 뛰었다.“세 달 반?”이준혁은 냉랭한 얼굴로 조용히 되물었다.하지만 원지민의 귀에는 그것이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며 몇 초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이 순간 그녀는 문현미가 몹시 원망스러웠다.‘말하지 않기로 해놓고 이렇게 쉽게 말을 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원지민이 대책을 생각하던 이준혁이 문현미에게 말했다.“엄마, 푹 쉬세요. 이 비서를 여기 두고 갈 테니 무슨 일 있으면 그 사람에게 시키시면 돼요.”이준혁은 아들로서 더 오래 머물러야 할 일이었지만 문현미가 원지민을 곁에 두겠다고 고집하는 이상, 그는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다.게다가 이곳에는 도우미들도 많고 이준혁은 몰래 사람을 시켜 집을 지키고 있었지만 표면적으로도 이 비서만을 남겨두어 원지민이 이곳에서 어떤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방지하려 했다.윤혜인은 공손하게 인사했다.“아주머니, 편히 쉬세요.”그러자 문현미는 눈을 굴리며 대놓고 그녀를 무시하는 표정을 지었다.윤혜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아랫사람으로서의 존중과 예의를 다했으니 문현미가 자신을 좋아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어차피 그들 사이가 더 가까워질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가자.”이준혁은 윤혜인의 손을 잡으며 한층 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그의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함과, 엄지손가락으로 그녀를 살며시 어루만지는 작은 움직임은 마치 윤혜인을 위로하는 듯했다.윤혜인은 눈빛을 반짝이며 이준혁을 향해 미소 짓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자신이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이준혁도 가볍게 미소를 지었고 그의 차가운 얼굴에 생기가 돌며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그리고 이 장면은 원지민의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주먹을 꽉 쥔 채로 원지민의 가슴은 질투로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준혁이 네가 이렇게 그냥 가버리면 어머님은...”원지민은 눈이 빨개지며 문현미가 넘어졌는데도 이준혁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내가 왜 가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59화

    원지민은 할 말을 잃었다.“계속 내 아이라고 주장하는데 내일 당장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줄게.”“안 돼!”원지민은 소리 지르며 거부했다.“내 아이를 죽이려는 거지? 날 속이려는 거라고! 절대로 그렇게 못 해!”원지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나 이미 검사했어. 이 아이는 분명히 네 아이야.”하지만 이준혁은 차갑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원지민, 내가 네가 내놓은 걸 믿을 것 같아?”그 말에 원지민은 순간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눈이 빨개져 윤혜인을 향해 달려들며 외쳤다.“다 너 때문이야! 너 이미 죽었잖아. 왜 다시 돌아와서 우리 관계를 망치려는 거야?!”그러나 윤혜인은 이미 이준혁의 보호를 받으며 그의 뒤에 숨어 있었다.옆에 있던 이 비서는 원지민의 손목을 단단히 잡으며 조금의 배려도 없이 그녀를 제지했다.원지민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이준혁, 우리 아이는 아들이야. 얘는 이씨 집안의 후계자라고! 넌 네 친아들은 인정 안 하면서 출신이 어떤지도 모르는 잡종을 받아들이겠다는 거야?”이제 그녀에게는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이준혁은 이미 원씨 가문을 철저히 망가뜨리기로 결심했고 원지민에게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그녀는 회사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피하려고 핸드폰을 꺼둔 상태였다.아마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원씨 가문은 파산 신청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는 이씨 집안의 며느리가 될 꿈을 꾸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 꿈에서 완전히 추락해 버린 것이다.이준혁은 원지민과 더 이상 한마디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정말이지 원지민이 히스테리나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그녀는 항상 존재하지 않는 일들을 상상하는 것처럼 보였다.이준혁은 더 이상 원지민을 곁에 두고 증거를 찾으려는 계획을 포기했다.그리고 이런 사람을 문현미의 곁에 두는 것도 너무 위험했다.“이 비서, 원지민 씨를 원씨 가문으로 돌려보내 줘. 거기서 잘 감시하라고 전달해 주고 또다시 미친 짓을 한다면 정신병원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60화

    이준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문현미를 한동안 응시하다가 아무 말 없이 윤혜인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원지민은 그들이 모두 떠난 것을 느끼고 나서야 떨리던 몸이 진정되었다.그녀는 문현미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어머님, 고마워요.”문현미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고맙긴 왜 그러니, 지민아.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물론이죠. 이제 슬슬 약 드실 시간이 되었네요. 제가 약 가져다드릴게요.”원지민은 웃으며 말했다.원지민이 나간 후, 문현미는 천장을 바라보며 아침의 일을 곰곰이 떠올렸다.그녀가 머리가 어지러웠던 건 원지민이 준 물을 마신 후였다.그리고 넘어졌던 이유는 잡고 있던 손잡이가 갑자기 풀려버렸기 때문이다.‘왜 손잡이가 풀렸을까...’문현미는 속으로 원지민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또한 원지민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문현미는 원지민을 곁에 두려고 애쓴 것이었다. 최소한 원지민은 지금 자신을 쉽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의심하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원지민이 다시 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문현미는 즉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민아, 너무 무리하지 마라.”“괜찮아요. 저 안 힘들어요.”원지민은 물과 약을 건네며 문현미가 약을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편히 쉬세요. 어머님.”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현미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이선 그룹 대표 사무실.이준혁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잠시 후, 그는 명령을 내렸다.“1월부터 5월까지 내가 밖에 있었던 모든 기록을 가져와. 원지민과 내가 겹쳤던 시간들을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지 조사해봐.”주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이런 조사는 사실 모래 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다. 특히 몇 달 전의 일을 다시 뒤집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잠깐!”주훈이 문 앞에 도달하자 이준혁이 그를 불러 세웠다.이준혁은 갑자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61화

    임호는 고개를 저으며 급히 부인했다.“아닙니다.”하지만 이준혁은 확신하고 있었는지라 천천히 말했다.“방금 당신 머리카락을 채취해서 이미 대조해 봤어.”그러자 얼굴이 순식간에 죽은 듯이 창백해지며 임호는 입술을 악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명확히 설명해!”이준혁은 다리를 꼬고 앉아 차갑게 말했다.“그렇지 않으면 이씨 집안의 명성을 더럽히고 출처가 불분명한 그 아이를 없애라고 명령할 거야.”“안 돼요!”임호는 갑자기 격렬하게 반응했다.이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호가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마침내 임호는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제 아이가 맞습니다.”이준혁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을 정확히 듣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윤혜인을 힘들게 설득해 다시 얻었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 때문에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할 뻔한 상황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이준혁은 손가락으로 소파를 두드리며 말했다.“자선 행사 때 있었던 일이었지, 맞지?”임호는 깜짝 놀라며 이준혁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당황했다.이준혁은 차분하게 말했다.“그날 당신은 웨이터를 통해 내 술을 바꾸고 원지민을 내 방으로 먼저 보내놓은 다음, 내가 오지 않자 당신이 직접 들어갔지.”임호를 단서로 확인한 덕분에 모든 것이 쉽게 밝혀졌다.그들이 겹쳤던 횟수는 많지 않았고 원지민의 임신 시기를 고려하면 금방 계산이 나왔다.자선 행사에서 묵었던 호텔의 CCTV도 확인했다.그 시간대에 발생한 문제를 떠올리니 이준혁은 임호가 일부러 CCTV를 고장 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들은 모든 것을 계획했지만 이준혁이 항상 경계심이 높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그날 술을 마신 후 약간 어지러움을 느끼자마자 이준혁은 주훈에게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지시했다.하지만 그 술은 약이 섞인 술이 아니었고 한약 성분으로 이루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만 있을 뿐, 다른 이상은 없었다.이러한 일이 드물지는 않았기에 이준혁은 이 상황을 주훈에게 맡기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62화

    원지민은 방 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고택에서 이 비서에 의해 강제로 차에 태워졌다.온종일 불안한 마음으로 있다가 그녀는 이준혁 앞에 무릎 꿇은 임호를 보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이준혁이 임호를 압박해 무슨 말을 하게 하려는 것 같았지만 원지민은 임호가 그런 말을 할 리 없다고 믿고 있었다.임호의 충성심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원지민은 침착하게 말했다.“준혁아, 임 비서를 이렇게 묶어둔 이유가 뭐야?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래?”이준혁은 냉정하게 대답했다.“직접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그러자 원지민은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임호, 말해봐.”하지만 임호는 고개를 숙인 채, 원지민의 말을 처음으로 대답하지 않았다.원지민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잠시 머뭇거렸다.“임호?”곧이어 임호는 방향을 바꾸어 무릎을 꿇은 채,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순식간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진홍색 피가 그의 이마에서 눈썹을 따라 흘러내리며 섬뜩한 장면을 만들어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 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이 한마디에 원지민의 가슴은 순간 차갑게 식어갔다.임호는 한 번도 원지민을 배신한 적이 없었고 그녀를 실망하게 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원지민은 입술을 떨며 애써 침착한 척 말했다.“임호, 잘 생각하고 말해!”임호는 그 의미를 이해했다. 원지민이 지금 자신에게 경고를 주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임호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아이가 강제로 없애질 것이고 원지민 역시 위험해질 테니 말이다.“아... 아가씨가 임신한 아이는...”임호는 이를 악물고 단숨에 말해버렸다.“제... 제 아입니다!”순간 원지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너... 너 농담하는 거지?!”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호, 넌 내 비서지 다른 사람이 아니야. 누가 널 협박해서 이런 말을 하게 한 거야?”그녀는 이준혁이 임호를 강제로 거짓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63화

    이준혁은 아이가 무고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비록 부모의 마음이 아무리 더럽더라도 그는 한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더러운 진실이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랐다.이준혁은 이것이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라 여겼다.방 안에서는 원지민이 지쳐 소파에 힘없이 기대어 있었다.임호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꿋꿋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원지민은 차갑게 말했다.“임호, 나는 너 같이 하찮고 더러운 인간의 아이를 절대 낳을 수 없어.”자신의 첫 경험을 이런 남자에게 줬다는 생각에 그녀는 눈에 보일 정도로 깊은 혐오감을 드러냈다.그녀는 다시 한번 임호를 발로 세게 차며 욕했다.“너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감히 나를 더럽힐 수 있어?”임호는 아무 말도 없이 원지민의 매를 받아들이며 그녀의 분노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그렇게 원지민이 다시 지쳐갈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 이 아이를 원합니다.”원지민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뭐라고?”임호는 얼굴에 흐르는 피가 원지민의 눈에 띄지 않도록 신경 쓰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 아이를 원한다고요.”“지금 무슨 자격으로 감히 그런 말을 해?” 곧이어 원지민이 손을 들어 올리자 임호는 그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그 눈빛은 어두웠지만 확고하고 단호했다.이 순간, 원지민은 처음 임호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원지민의 아버지가 그녀를 데리고 싸움 구경을 시켜준 날이었다.그날 임호는 맨손으로 다섯 마리의 코요테들과 싸웠고 마지막 코요테를 찢어놓을 때의 눈빛이 바로 지금 이 눈빛이었다.이러한 임호의 끈질긴 성격 때문에 원지민은 결국 그를 선택한 것이었다.이제 그 ‘코요테’가 반역의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깨달은 원지민은 즉시 경계심을 가졌다.그녀는 거만을 떨며 말했다.“이 아이를 남기고 싶어? 그럼 방법은 딱 한 가지야.”그러자 임호는 손을 풀고 다시 땅에 엎드렸다.“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원지민은 배를 만지며 경멸 섞인 웃음을 지었다.“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8화

    하지만 그때는 딸을 구하는 데 급급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눈에 뵈는 것도 없었다.“그러다 결국 그 여자의 요구를 들어주게 됐어요. 해산 회의를 하는 날 모든 사람이 아래층에 모여있을 때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죠. 어디로 가면 CCTV를 피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서 나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사모님은 그날 사무실에 함께 계셔서 그날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만난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소원은 전미영도 이 일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만 전미영은 뒤에 큰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그렇게 진실은 오랫동안 묻히고 말았다.안상철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 영상을 대표님께 보여주면서 가끔은 어른이 살아있는 게 자식들에겐 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죠. 딸이 힘든 거 보기 싫으면 이제 결정할 때가 되었다고 말이에요.”“내 말을 들은 대표님이 한참 동안 말을 아끼셨어요.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달리 딸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딸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게 하는 건 아니라면서 딸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대표님은 자살하면 소원 씨가 충격을 받을까 봐, 모든 걸 자기 잘못으로 돌릴까 봐 걱정했어요. 대표님은 참 좋은 아버지였고 소원 씨를 참 잘 알았죠.”소원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더니 이내 두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음이 너무 아파 숨 쉬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안상철이 말했다.“그때는 나도 너무 감동해서 내가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딸을 구하겠다고 똑같이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해치려 한 내가 너무 미워서 그 자리에서 바로 모든 걸 털어놓았어요. 대표님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면서 하시던 말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안 비서, 이번만큼은 내가 용서할게요. 같은 아빠니까 용서하겠지만 앞으로 절대 이런 실수는 하지 마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요.”안상철이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아빠로서 똑같이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마터면 아빠의 자격을 잃은 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7화

    소원이 무릎을 꿇자 충격을 받은 안상철이 입술을 뻐끔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지영아, 다른 방에서 나 기다려.”안지영이 가지 않고 이렇게 물었다.“아빠, 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어요?”“말 들어.”안상철이 말했다. 안지영이 알면 자책할 게 뻔했기에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죄책감이라는 족쇄는 안상철이 평생 지는 걸로 족했고 딸만큼은 여생을 아무 부담 없이 즐겁게 지내길 바랐다. 만약 아버지가 그녀를 위해 양심에 반하는 일을 했다는 걸 알면 안지영은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안지영은 안상철이 걱정되어 이렇게 물었다.“설마 소원 언니한테 무슨 짓 하려는 거 아니죠?”안상철이 그런 안지영을 보며 말했다.“아빠 못 믿어? 걱정하지 마. 아빠 절대 사람 죽인 적 없어.”이 말에 안지영은 청심환이라도 먹은 것처럼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옆방으로 향했다. 이제 방안에는 소원과 안상철만 남았다.안상철이 앞으로 다가가 소원을 부축하더니 말했다.“소원 씨, 일어나요.”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나 삼촌 믿어요. 하지만 진실이 뭔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안상철이 입을 열었다.“소원이 예상이 맞아요. 대표님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거예요.”소원의 마음은 마치 무수히 많은 화살에 맞은 것처럼 너무 아팠다.‘아빠가 자살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거라니...’안상철이 그해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그해 해산 회의를 하기 전에 어떤 여자가 저를 찾아왔어요. 돈은 섭섭지 않게 줄 테니 말하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죠. 무슨 일이냐 했더니 어떤 물건을 대표님께 보여드리면 된다고 했어요. 좋은 물건은 아니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준 테이프 안에는...”안상철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소원 씨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영상이었어요. 남자가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소원 씨 얼굴이 아주 또렷하게 나왔더라고요. 나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6화

    하지만 지금은...안상철이 들고 있던 막대기를 놓으며 말했다.“가요.”소원을 보내주는 건 안상철이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자비였다. 아니면 정말 소원을 쓰러트리고 강에 던져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상철은 어릴 때부터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던 소원이 생각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안상철이 말했다.“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찾아오지 마요. 다치고 싶지 않으면 얼른 가요.”소원이 입을 열었다.“삼촌, 난 그저 사실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 아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과거 얘기가 나오자 안상철은 가슴이 철렁했고 이내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지만 안상철도 결국 딸을 보호해야 하는 아버지였고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하는 아들이었기에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마음을 다잡은 안상철이 막대기로 소원을 가리켰다.“소원 씨, 5분 줄게요. 그래도 안 간다면...”안상철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소원은 갈 생각이 없었다. 안상철이 이렇게 내쫓는다는 건 아직 양심을 완전히 말아먹은 건 아니라는 의미였다.그때도 딸을 살리기 위해 순간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피해자의 딸인 소원은 안성철을 용서할 수 없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로서 느끼는 무력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진실을 묵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삼촌,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절대 가지 않을 거예요.”소원이 꿋꿋하게 말했다.“기회를 줘도 제 발로 걷어차네요.”안상철이 손에 든 막대기를 흔들며 소원에게 달려들었다.“아악...”옆에 있던 안지영이 놀라서 울음을 터트리며 안상철의 팔을 잡고 울먹였다.“아빠, 아빠... 제발 다른 사람 다치게 하지 마요...”안상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봤다. 지금 마음을 모질게 먹지 않으면 앞으로 더는 그녀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안지영이 울면서 말했다.“소원 언니가 나 살려줬는데... 이러면 안 되죠.”안상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5화

    소원은 안지영이 말한 주소로 향했다.지난번의 교훈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소원 혼자 갔다. 괜히 안상철을 놀라게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혼자 가야 무언가라도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안지영이 보내준 장소는 꽤 멀리 있는 교외였다.안지영의 말로는 안상철이 안지영을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차를 타고 외진 변두리 작은 마을로 간 뒤 거기서 출발하려는 모양이었다. 물론 떠날 방법은 아주 많았다.소원이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교외에도 집이 몇 채 있었다.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폐교가 된 학교 안에 숨어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소원은 문 앞에 도착한 뒤 안지영이 말한 대로 뒤쪽 담장의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학교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 곳곳에 잡초가 무성한 것이 그야말로 숨기 좋은 장소였다.소원은 교실 하나하나를 돌아다니며 확인했고 마침내 세 번째 교실을 찾았다.교실 안에는 키가 크지만 몸이 약간 구부정한 사람이 서 있었다. 소원은 그 사람이 안상철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안상철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만 등이 살짝 구부러져 있는 것이 삶에 많이 짓눌린 듯했다.소원이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문을 두드리자 안상철이 즉시 경계 태세를 취하며 몸을 돌렸다. 손에 두꺼운 몽둥이를 쥔 채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안상철은 소원을 본 순간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는 소원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소원이 먼저 말했다.“상철 삼촌, 오랜만이에요.”안상철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여기에 어떻게 온 거예요?”소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안지영이 먼저 말했다.“내가 말했어요. 아빠, 내가 소원 언니를 불렀어요.”“지영아, 너 미쳤니?”안상철이 화를 내며 말했다.“내가 한 말 다 잊었니?”“안 잊었어요.”안지영이 흥분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안 잊었기 때문에 소원 언니를 부른 거예요. 아빠가 나를 데리고 외국으로 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4화

    주석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금은 미열이 나는 것뿐이에요.”소원은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었다.일단 미열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주석훈은 소원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말했잖아요. 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다고.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거예요. 소원 씨와는 상관이 없어요. 다 내 운명이니까 자책하지 마세요.”주석훈이 이렇게 말할수록 소원은 더욱 미안해져 조용히 한마디 했다.“주 변호사님, 그렇게 위로하지 않아도 돼요. 저도 제 책임이 크다는 거 알아요. 내가 갑자기 아프지만 않았어도 주 변호사님이 저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은 없었겠죠. 그러면 그 취객에게 물리지도 않았을 것이고요. 이미 일어난 일, 우리 같이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도해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주 변호사님에게 큰 빚을 졌으니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반드시 도울게요.”주석훈이 말했다.“내가 어떻게 말해도 소원 씨는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하겠군요. 하하, 그럼 진짜로 문제가 생기면 소원 씨에게 부탁할게요.”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마디 한 주석훈에 그나마 마음이 놓인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꼭이요!”이때 소원의 전화에 낯선 번호가 걸려왔다.문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지만 전화기 너머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소원이 물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계속 말하지 않으면 끊을게요.”소원이 장난 전화인 줄 알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상대방이 말했다.“소원 언니...”소원은 깜짝 놀랐다.목소리만으로도 안지영임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지난 며칠 동안 안지영의 집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강민혜가 말했다. 가족들이 집에만 틀어박힌 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그리고 안상철도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아무래도 그들이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안상철이 눈치를 챈 것이다.소원이 아무리 초조해해도 나타나지 않으면 그를 찾을 수 없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3화

    그러나 그의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육경한은 감정을 억누르며 이 신비한 인물의 다음 액션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황진수가 계속 말했다.“하지만 최근에 그때 당시 한 청소부가 바닥에서 펜을 주웠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청소부는 그 펜이 예뻐서 손자에게 주기 위해 가져갔대요. 청소부를 찾아가 무슨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은 없는지 물었더니 그제야 말하더라고요.”황진수는 청소부에게서 가져온 펜을 꺼내며 말했다.“바로 이겁니다.”육경한이 사인펜을 손에 들고 살펴봤다. 무게도 어느 정도 무거운 것이 가치가 상당할 것 같았다.평소 육경한이 사용하는 사인펜과 비슷했다.평소 글을 잘 쓰지 않는 소종은 뭔가 쓸 일이 생기면 손에 잡히는 펜을 아무것이나 집어서 글을 썼다. 이런 고급스러운 사인펜을 소지할 리가 없었다.이 펜은 소종의 거친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황진수도 같은 생각이었다.“소종 비서는 이런 펜을 사용한 적이 없어요. 조사해 봤는데 이건 이탈리아 왕실 귀족들이 사용하는 사인펜이에요. 한 자루에 수천 달러가 넘죠. 일반 사람들은 펜의 브랜드를 신경 쓰지 않아요. 이 펜의 주인은 아마도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이 펜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아요. 사람 자체가 우아하고 점잖을 거예요. 물론 내면은 그렇지 않겠지만 그런 척하겠죠.”황진수의 분석은 아주 일리가 있었다. 배후 인물이 누구인지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귀족용 펜이라 서울에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야. 이탈리아 쪽 주문 리스트를 받아서 서울에 있는 사람과 연관이 있는 인물이 없는지 확인해 봐.”육경한이 말했다.이 사람은 배후에 계속 숨어 있었기에 그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라고는 이 펜뿐이었다.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적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어 밝은 곳에 있는 그들은 매우 수동적인 상황이 되었다.육경한은 속으로 반드시 이 사람을 빨리 잡아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든 소원이 출산하기 전에 배후에 있는 조종자를 제거해야 했다.“그리고 진아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2화

    오랫동안 약을 먹은 소원이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은 약이 그래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말해줬다.게다가 무녀의 장수 효과도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평생 늙지 않는 그런 신비로움은 없었다.육경한이 말했다.“난 서현재를 믿지 않아. 내가 사람을 시켜 확인해 볼게. 그다음에 결정하자.”서현재를 믿지 않는다는 육경한의 말에 소원도 더 이상 그와 논쟁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아이를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이다. 서현재를 믿지 않으니 본인이 믿는 사람을 찾겠다는 것은 이 일을 매우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줬기에 굳이 논쟁할 필요도 없었다.“알았어. 하지만 시간을 너무 오래 끌지는 마.”소원이 한마디 했을 때 소원의 전화가 울렸다.발신자를 보니 주석훈이었다.오기 전에 주석훈에게 병원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던 그녀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자 주석훈이 걱정되어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통화버튼을 눌러 주석훈에게 곧 갈 것이라고 말한 소원이 전화를 끊었을 때 육경한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이만 가 봐야겠어.”육경한이 말했다.“주석훈, 너무 가까이하지 마. 그다지 믿을 만한 사람 같지 않아.”육경한이 직감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사실 사람을 시켜 조사도 해봤지만 아무 단서도 찾지 못했다. 이력이 훌륭했고 신상 정보도 매우 완벽했다.하지만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느꼈다.소원에게 접근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주석훈이 예전에 이선 그룹에서 일한 것도 확인해 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소원이 물었다.“왜 그러는데?”소원은 육경한이 무슨 증거를 찾았거나 의심스러울 만 한 단서라도 있는 줄 알았지만 육경한은 단답형으로 한마디 내뱉었다.“직감이 그래.”소원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육경한 씨, 모든 사람을 본인 생각으로만 판단하지 마. 세상에 그렇게 많은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어디 있어.”소원의 말에 육경한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 믿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1화

    말투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어젯밤부터 오늘까지 그 일로 육경한은 입맛이 없어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오직 다른 남자에게 사줬던 이 죽을 맛보고 싶었다.육경한이 소심한 것을 알고 있는 소원은 혹시라도 주석훈에게 태클을 걸까 봐 일부러 설명을 덧붙였다.“주석훈의 병문안을 간 것은 주석훈이 나를 돕다가 다쳤기 때문이야. 게다가 꽤 심각해. 나 때문에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이 고통을 받는데 어떻게 가보지 않을 수 있어?”“참 착하기도 하지.”육경한의 약간 비꼬는 듯한 말에 소원이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이 남자, 과연 그녀가 알고 있던 그 육경한이 맞나?너무 이상하게 변한 것이 아닌가?도도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나니 말이다.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하지만 소원은 육경한의 감정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착한데.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 착한 것은 아니야. 사람을 가리거든.”너무나 명확한 말에 육경한이 침묵하다가 말했다.“저기 있는 생선 먹고 싶어.”소원은 순간 멈칫했지만 육경한이 환자인 것을 감안해 생선 배 부분의 가시 없는 살을 떼어 죽과 함께 먹여 주었다.생선 배 부분의 살을 소원에게 먼저 먹여 주는 것은 육경한의 옛날 습관이었다.육경한은 생선을 다 먹은 뒤 말했다.“배불러.”소원이 말했다.“좀 더 먹어. 그래야 빨리 회복하지. 그러면 황진수 씨도 배 아픈 척 안 해도 되고.”소원은 황진수가 배 아프다고 했던 것이 연기인 것을 알아차렸다.육경한도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는 빈 생선 뼈를 보며 한마디 했다.“소원아, 나 후회해. 전에 너에게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하지 말걸... 많이 후회하고 있어.”소원은 순간 손이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육경한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아이가 또 생겨서인지 몰라도 왠지 그녀에게 남다른 감정이 생긴 것 같았다.두 사람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이준혁은 육경한의 행동과 일 처리 방식이 너무 극단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0화

    컵을 받아 물을 마신 육경한은 이내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컵을 내려놓자 소원이 말했다.“그럼 밥 먹어. 난 갈게.”육경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원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가려 했다.문 앞까지 왔을 때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육경한이 침대에서 떨어졌다.키가 188cm인 남자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바닥에 넘어져 있으니 매우 허약해 보였다.소원은 급히 가서 육경한을 부축했다.“일어날 수 있겠어?”소원은 갑자기 허약해진 육경한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침대에 있던 사람이 왜 갑자기 바닥에 떨어지냐 말이다.이내 육경한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파.”이 말을 들은 소원은 순간 육경한이 꾀병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색을 보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관자놀이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상처 난 등이 촉촉한 것을 보니 아마도 상처가 다시 터진 것 같았다.황산에 의한 상처는 피가 아니라 고름이 나오기에 소원은 상처가 터졌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날 육경한이 망설임 없이 뛰어든 것을 생각하니 차마 모른 척할 수는 없었기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힘주지 마. 날 잡아. 조심하고.”소원의 팔에 기댄 육경한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오랜만에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에 육경한은 심장이 졸깃했다. 소원의 몸에서는 여전히 은은한 향기가 났다. 그 냄새는 마치 약처럼 아픔을 잊게 했다.육경한을 다시 침대에 눕힌 소원은 침대 높이를 조절해 그가 더 편안하게 앉을 수 있게 했다.모든 것을 마친 후 소원이 돌아서자 육경한은 그녀가 또 떠날까 봐 급히 말했다.“소원아, 나 배고파.”순간 소원은 조금 전 넘어진 것이 진짜로 고의는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되었다. 조금 전 넘어지면서 손을 다쳐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간병인은 어디 갔어?”“간병인 없어. 평소에 황진수가 도와줘.”육경한의 말에 소원이 짜증 내며 한마디 했다.“왜 간병인을 안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