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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윤혜인이 화들짝 놀라며 나가려 했지만 남자가 들어올 때 센서를 건드리지 않아 엘리베이터 문이 정상적으로 닫혔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야구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는 윤혜인의 곁에 바짝 붙어 섰다.

윤혜인은 꼿꼿이 선 채 온몸으로 그 남자를 경계했다.

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

윤혜인의 시선은 엘리베이터 화면을 향해 있었지만 곁눈질로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전혀 경계를 늦출 수가 없었다.

윤혜인은 남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걸 발견했다.

회관의 엘리베이터는 CCTV 사각지대가 없었다. 남자가 CCTV를 힐끔 쳐다봤다.

시간이 두 배로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가 드디어 지하 1층에 도착했다.

윤혜인은 다리가 뻣뻣하게 굳은 것 같았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도 남자는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마치 윤혜인이 먼저 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윤혜인은 딱딱하게 굳은 다리를 이끌고 밖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듯한 기척을 느꼈다.

차까지 열 걸음 조금 넘게 남았고 기사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윤혜인은 걸음을 재촉하며 겨우 두 걸음 내디뎠는데 누군가 어깨를 꾹 눌렀다.

온몸이 그대로 굳어버린 윤혜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팔꿈치를 뒤로 날렸다.

뒤에 있던 사람이 몸을 살짝 비켰다. 윤혜인은 이 틈을 타서 차로 달려갔지만 뒤에 있던 사람이 낮은 소리로 불렀다.

“혜인아...”

윤혜인이 고개를 돌려보니 이준혁이 서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윤혜인은 이준혁의 품에 폭 안기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준혁 씨...”

윤혜인의 떨림을 느꼈는지 이준혁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왜 그래?”

윤혜인이 남자가 따라오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무도 없었다.

너무 신경질적인지 모르겠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본 그 남자 몸에서 나던 진한 향기가 내국인과는 달랐고 외국인에게서 나는 향기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뒤에 없으니 아마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찾으러 온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 이때 까만 세단 하나가 옆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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