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준혁이 윤혜인을 위해 나선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그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못이 박히듯 원지민의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그러자 조금 전 원지민이 내비친 그 자신감도 단번에 무너졌다.이준혁이 직접 입으로 그녀를 외부인이라고 인증한 셈이었으니 말이다.이윽고 문현미가 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려 했다.“아유, 준혁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지민이는 나를 친엄마처럼 생각해. 그러니 이 집도 지민이의 집이랑 같단다.”이 말에 원지민의 굳었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그녀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준혁아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하지만 원지민과 더 이상 얘기할 생각이 없었기에 이준혁은 문현미에게 말했다.“말씀하실 거 있으면 하세요. 혜인이가 못 들을 이야기는 없으니까요.”그의 말에는 윤혜인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 있었다.문현미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준혁이 네가 온진 그룹과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는 바람에 온진 그룹은 주식이 정지되고 심하면 상장 폐지까지 갈 수 있어. 너무 지나치게 행동한 건 아닌지 싶구나... 지민이가 네 아이를 품고 있는 만큼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우리 사이에 체면을 살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그러자 이준혁은 냉담하게 말했다.“엄마, 이번 처벌은 그래도 제가 온진 그룹 회장님 체면을 봐줘서 이 정도인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원지민과 이선 그룹 회장님이 결탁해 이익을 챙긴 것에 대해 우리 이선 그룹 법무부가 원지민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었어요.”원지민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준혁아, 정말 오해야. 그건 내가 아니라 삼촌이 먼저 나를 찾아와 네 뜻이라고 말한 거야. 이 일은 제가 어머님께도 설명했잖아요.”문현미는 그녀를 옹호하며 말했다.“그래, 준혁아, 나도 증명할 수 있어. 지민이는 절대 너에게 다른 마음을 품지 않았어. 아이를 생각해서라도...”“아이요?”이준혁은 피식 냉소를 지었다.“제가 여러 번 말했죠. 원지민이 가진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니에요. 아무리 손주를
원지민의 배를 응시하며 이준혁의 눈빛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원지민은 그의 시선에 심장이 크게 뛰었다.“세 달 반?”이준혁은 냉랭한 얼굴로 조용히 되물었다.하지만 원지민의 귀에는 그것이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며 몇 초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이 순간 그녀는 문현미가 몹시 원망스러웠다.‘말하지 않기로 해놓고 이렇게 쉽게 말을 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원지민이 대책을 생각하던 이준혁이 문현미에게 말했다.“엄마, 푹 쉬세요. 이 비서를 여기 두고 갈 테니 무슨 일 있으면 그 사람에게 시키시면 돼요.”이준혁은 아들로서 더 오래 머물러야 할 일이었지만 문현미가 원지민을 곁에 두겠다고 고집하는 이상, 그는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다.게다가 이곳에는 도우미들도 많고 이준혁은 몰래 사람을 시켜 집을 지키고 있었지만 표면적으로도 이 비서만을 남겨두어 원지민이 이곳에서 어떤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방지하려 했다.윤혜인은 공손하게 인사했다.“아주머니, 편히 쉬세요.”그러자 문현미는 눈을 굴리며 대놓고 그녀를 무시하는 표정을 지었다.윤혜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아랫사람으로서의 존중과 예의를 다했으니 문현미가 자신을 좋아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어차피 그들 사이가 더 가까워질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가자.”이준혁은 윤혜인의 손을 잡으며 한층 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그의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함과, 엄지손가락으로 그녀를 살며시 어루만지는 작은 움직임은 마치 윤혜인을 위로하는 듯했다.윤혜인은 눈빛을 반짝이며 이준혁을 향해 미소 짓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자신이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이준혁도 가볍게 미소를 지었고 그의 차가운 얼굴에 생기가 돌며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그리고 이 장면은 원지민의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주먹을 꽉 쥔 채로 원지민의 가슴은 질투로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준혁이 네가 이렇게 그냥 가버리면 어머님은...”원지민은 눈이 빨개지며 문현미가 넘어졌는데도 이준혁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내가 왜 가는
원지민은 할 말을 잃었다.“계속 내 아이라고 주장하는데 내일 당장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줄게.”“안 돼!”원지민은 소리 지르며 거부했다.“내 아이를 죽이려는 거지? 날 속이려는 거라고! 절대로 그렇게 못 해!”원지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나 이미 검사했어. 이 아이는 분명히 네 아이야.”하지만 이준혁은 차갑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원지민, 내가 네가 내놓은 걸 믿을 것 같아?”그 말에 원지민은 순간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눈이 빨개져 윤혜인을 향해 달려들며 외쳤다.“다 너 때문이야! 너 이미 죽었잖아. 왜 다시 돌아와서 우리 관계를 망치려는 거야?!”그러나 윤혜인은 이미 이준혁의 보호를 받으며 그의 뒤에 숨어 있었다.옆에 있던 이 비서는 원지민의 손목을 단단히 잡으며 조금의 배려도 없이 그녀를 제지했다.원지민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이준혁, 우리 아이는 아들이야. 얘는 이씨 집안의 후계자라고! 넌 네 친아들은 인정 안 하면서 출신이 어떤지도 모르는 잡종을 받아들이겠다는 거야?”이제 그녀에게는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이준혁은 이미 원씨 가문을 철저히 망가뜨리기로 결심했고 원지민에게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그녀는 회사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피하려고 핸드폰을 꺼둔 상태였다.아마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원씨 가문은 파산 신청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는 이씨 집안의 며느리가 될 꿈을 꾸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 꿈에서 완전히 추락해 버린 것이다.이준혁은 원지민과 더 이상 한마디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정말이지 원지민이 히스테리나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그녀는 항상 존재하지 않는 일들을 상상하는 것처럼 보였다.이준혁은 더 이상 원지민을 곁에 두고 증거를 찾으려는 계획을 포기했다.그리고 이런 사람을 문현미의 곁에 두는 것도 너무 위험했다.“이 비서, 원지민 씨를 원씨 가문으로 돌려보내 줘. 거기서 잘 감시하라고 전달해 주고 또다시 미친 짓을 한다면 정신병원에
이준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문현미를 한동안 응시하다가 아무 말 없이 윤혜인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원지민은 그들이 모두 떠난 것을 느끼고 나서야 떨리던 몸이 진정되었다.그녀는 문현미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어머님, 고마워요.”문현미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고맙긴 왜 그러니, 지민아.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물론이죠. 이제 슬슬 약 드실 시간이 되었네요. 제가 약 가져다드릴게요.”원지민은 웃으며 말했다.원지민이 나간 후, 문현미는 천장을 바라보며 아침의 일을 곰곰이 떠올렸다.그녀가 머리가 어지러웠던 건 원지민이 준 물을 마신 후였다.그리고 넘어졌던 이유는 잡고 있던 손잡이가 갑자기 풀려버렸기 때문이다.‘왜 손잡이가 풀렸을까...’문현미는 속으로 원지민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또한 원지민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문현미는 원지민을 곁에 두려고 애쓴 것이었다. 최소한 원지민은 지금 자신을 쉽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의심하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원지민이 다시 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문현미는 즉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민아, 너무 무리하지 마라.”“괜찮아요. 저 안 힘들어요.”원지민은 물과 약을 건네며 문현미가 약을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편히 쉬세요. 어머님.”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현미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이선 그룹 대표 사무실.이준혁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잠시 후, 그는 명령을 내렸다.“1월부터 5월까지 내가 밖에 있었던 모든 기록을 가져와. 원지민과 내가 겹쳤던 시간들을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지 조사해봐.”주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이런 조사는 사실 모래 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다. 특히 몇 달 전의 일을 다시 뒤집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잠깐!”주훈이 문 앞에 도달하자 이준혁이 그를 불러 세웠다.이준혁은 갑자기
임호는 고개를 저으며 급히 부인했다.“아닙니다.”하지만 이준혁은 확신하고 있었는지라 천천히 말했다.“방금 당신 머리카락을 채취해서 이미 대조해 봤어.”그러자 얼굴이 순식간에 죽은 듯이 창백해지며 임호는 입술을 악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명확히 설명해!”이준혁은 다리를 꼬고 앉아 차갑게 말했다.“그렇지 않으면 이씨 집안의 명성을 더럽히고 출처가 불분명한 그 아이를 없애라고 명령할 거야.”“안 돼요!”임호는 갑자기 격렬하게 반응했다.이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호가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마침내 임호는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제 아이가 맞습니다.”이준혁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을 정확히 듣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윤혜인을 힘들게 설득해 다시 얻었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 때문에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할 뻔한 상황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이준혁은 손가락으로 소파를 두드리며 말했다.“자선 행사 때 있었던 일이었지, 맞지?”임호는 깜짝 놀라며 이준혁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당황했다.이준혁은 차분하게 말했다.“그날 당신은 웨이터를 통해 내 술을 바꾸고 원지민을 내 방으로 먼저 보내놓은 다음, 내가 오지 않자 당신이 직접 들어갔지.”임호를 단서로 확인한 덕분에 모든 것이 쉽게 밝혀졌다.그들이 겹쳤던 횟수는 많지 않았고 원지민의 임신 시기를 고려하면 금방 계산이 나왔다.자선 행사에서 묵었던 호텔의 CCTV도 확인했다.그 시간대에 발생한 문제를 떠올리니 이준혁은 임호가 일부러 CCTV를 고장 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들은 모든 것을 계획했지만 이준혁이 항상 경계심이 높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그날 술을 마신 후 약간 어지러움을 느끼자마자 이준혁은 주훈에게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지시했다.하지만 그 술은 약이 섞인 술이 아니었고 한약 성분으로 이루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만 있을 뿐, 다른 이상은 없었다.이러한 일이 드물지는 않았기에 이준혁은 이 상황을 주훈에게 맡기고
원지민은 방 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고택에서 이 비서에 의해 강제로 차에 태워졌다.온종일 불안한 마음으로 있다가 그녀는 이준혁 앞에 무릎 꿇은 임호를 보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이준혁이 임호를 압박해 무슨 말을 하게 하려는 것 같았지만 원지민은 임호가 그런 말을 할 리 없다고 믿고 있었다.임호의 충성심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원지민은 침착하게 말했다.“준혁아, 임 비서를 이렇게 묶어둔 이유가 뭐야?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래?”이준혁은 냉정하게 대답했다.“직접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그러자 원지민은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임호, 말해봐.”하지만 임호는 고개를 숙인 채, 원지민의 말을 처음으로 대답하지 않았다.원지민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잠시 머뭇거렸다.“임호?”곧이어 임호는 방향을 바꾸어 무릎을 꿇은 채,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순식간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진홍색 피가 그의 이마에서 눈썹을 따라 흘러내리며 섬뜩한 장면을 만들어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 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이 한마디에 원지민의 가슴은 순간 차갑게 식어갔다.임호는 한 번도 원지민을 배신한 적이 없었고 그녀를 실망하게 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원지민은 입술을 떨며 애써 침착한 척 말했다.“임호, 잘 생각하고 말해!”임호는 그 의미를 이해했다. 원지민이 지금 자신에게 경고를 주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임호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아이가 강제로 없애질 것이고 원지민 역시 위험해질 테니 말이다.“아... 아가씨가 임신한 아이는...”임호는 이를 악물고 단숨에 말해버렸다.“제... 제 아입니다!”순간 원지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너... 너 농담하는 거지?!”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호, 넌 내 비서지 다른 사람이 아니야. 누가 널 협박해서 이런 말을 하게 한 거야?”그녀는 이준혁이 임호를 강제로 거짓말
이준혁은 아이가 무고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비록 부모의 마음이 아무리 더럽더라도 그는 한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더러운 진실이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랐다.이준혁은 이것이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라 여겼다.방 안에서는 원지민이 지쳐 소파에 힘없이 기대어 있었다.임호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꿋꿋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원지민은 차갑게 말했다.“임호, 나는 너 같이 하찮고 더러운 인간의 아이를 절대 낳을 수 없어.”자신의 첫 경험을 이런 남자에게 줬다는 생각에 그녀는 눈에 보일 정도로 깊은 혐오감을 드러냈다.그녀는 다시 한번 임호를 발로 세게 차며 욕했다.“너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감히 나를 더럽힐 수 있어?”임호는 아무 말도 없이 원지민의 매를 받아들이며 그녀의 분노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그렇게 원지민이 다시 지쳐갈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 이 아이를 원합니다.”원지민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뭐라고?”임호는 얼굴에 흐르는 피가 원지민의 눈에 띄지 않도록 신경 쓰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 아이를 원한다고요.”“지금 무슨 자격으로 감히 그런 말을 해?” 곧이어 원지민이 손을 들어 올리자 임호는 그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그 눈빛은 어두웠지만 확고하고 단호했다.이 순간, 원지민은 처음 임호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원지민의 아버지가 그녀를 데리고 싸움 구경을 시켜준 날이었다.그날 임호는 맨손으로 다섯 마리의 코요테들과 싸웠고 마지막 코요테를 찢어놓을 때의 눈빛이 바로 지금 이 눈빛이었다.이러한 임호의 끈질긴 성격 때문에 원지민은 결국 그를 선택한 것이었다.이제 그 ‘코요테’가 반역의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깨달은 원지민은 즉시 경계심을 가졌다.그녀는 거만을 떨며 말했다.“이 아이를 남기고 싶어? 그럼 방법은 딱 한 가지야.”그러자 임호는 손을 풀고 다시 땅에 엎드렸다.“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원지민은 배를 만지며 경멸 섞인 웃음을 지었다.“
별장을 나서는 이준혁은 마음 깊은 곳에서 몰려오는 홀가분 함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윤혜인은 그를 믿고 있었지만 원지민이 어떤 수단을 사용했는지 몰라 이준혁은 그동안 매우 불쾌해 있었다.이제 그는 드디어 그 두 사람 앞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주훈이 운전석에서 물었다.“대표님, 어디로 갈까요?”이준혁은 창밖을 내다보았다.울창한 나무들과 깨끗한 거리, 모든 것이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달밤으로 가자.”이 시점에서 그는 당연히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었다.곧 주훈의 차가 달밤에 도착했다.안전벨트를 풀고 내려 문을 열려고 할 때, 이준혁의 전화가 울렸다.김성훈이었다.이준혁은 그가 그저 심심해서 전화를 건 것이라 생각하며 전화를 끊고는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김성훈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어쩔 수 없이 이준혁은 전화를 받았다.“왜?”김성훈의 목소리는 약간 무거웠다.“준혁아, 결과 나왔어.”“무슨 결과?”“지난번 병원에서 네가 의식 불명 상태였을 때, 내가 해외 친구한테 부탁해 네 혈액 검사를 했거든?”“그래서?”김성훈의 목소리는 엄중했다.“임세희가 너한테 주사한 건 변이라는 바이러스였어. L국 생물 실험 연구소에서 불법으로 유출된 것으로 전 세계에 단 두 쌍뿐이야. 해독제는 없어.”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준혁은 날카롭게 말했다.“두 쌍이라고 했지? 하지만 난 한쪽만 주사 맞았어.”김성훈은 순간 당황했다.이준혁의 멘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공포에 빠졌을 텐데 그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냈다.“그래. 변이 바이러스는 쌍으로 존재해.”김성훈이 설명했다.“내가 그 연구소와 연락을 해봤는데 그곳 전문가에 따르면 한쪽만 주사된 상태에서는 몸에 해가 없대. 하지만 나머지 한쪽이 주입되는 순간부터 정말 돌연변이가 시작되는 거지.”“그러니까 지금 내가 안전한 이유는 임세희가 한쪽만 주사했기 때문이라는 거야?”“맞아.”이준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