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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한구운은 따끔거리는 볼을 살펴볼 새도 없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천수를 바라봤다.

이천수도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빈털터리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전에 보유한 해외 자금도 지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천수는 고개를 돌려 한구운을 외면하며 서글픈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얼른 가자. 그런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아니면 나도 더는 너 같은 아들 필요 없어.”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한구운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는 이천수를 확 밀친 채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이천수의 눈동자에는 분노와 서글픔이 담겨 있었다.

주진희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천수 도련님,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이천수는 창백한 얼굴로 공손하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아저씨, 구운은 제가 잘 단속할게요.”

아까 보였던 태도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이준혁은 이천수의 축 처진 뒷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주진희에게 말했다.

“아저씨, 서울에 며칠 더 계세요. 제가 서울 구경 시켜드릴게요.”

주진희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제 어르신 보러 가야죠.”

이준혁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

주진희는 자식이 없었기에 이태수를 가족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산에서 지내는 게 익숙해 시끄러운 곳을 싫어했다.

차에 오른 주진희는 밖에 공손하게 서 있는 이준혁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련님, 정말 제가 천수 도련님께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준혁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에 할아버지가 전하라고 한 말씀이 있다면 아저씨가 저한테 말씀하셨겠죠. 그게 아니라 해도 다 할아버지의 뜻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 그래.”

주진희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역시 작은 도련님은 어르신이 직접 키운 후계자십니다. 쓸데없는 호기심은 가지지도 않고 해결해야 할 일에 우유부단하지 않으시니 말입니다.”

차에 시동이 걸렸다.

이준혁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저씨, 조심히 들어가세요.”

주진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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