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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1화

한구운의 눈에 이준혁은 늘 세상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따듯함과 아름다움도 이 점잖은 척하는 남자에게 뺏기고 말았다.

한구운은 부드럽고 젠틀한 겉모습과는 달리 계략에 능한 편이었다.

“왜 쇼라고 생각해요? 형을 형이라고 하는 게 틀린 건 아니잖아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 들어봤죠? 혈연관계는 쉽게 안 바뀌어요.”

이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아예 한구운을 공기 취급했다.

한구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혼잣말을 늘어놓았다.

“원지민 씨도 임신했으니 이제 형님도 대를 이을 수 있게 되었네요. 와이프만 둘이라니, 형만큼 부러운 사람이 없어요. 근데 혜인이는 어떻게 설득한 거예요? 좀 가르쳐줘요. 그래야 나도 앞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잘 달래줄 수 있을 거 아니에요.”

한구운은 허심하게 질문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비아냥대는 말투였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누군지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내 와이프는 윤혜인 한 명뿐이야.”

이준혁은 두터운 살기를 뿜어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리고 윤혜인은 내 아내야. 앞으로 한 번만 더 윤혜인의 이름을 입에 올리면 서울에서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해줄게.”

한구운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형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내가 아버지 아들인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족보에 못 올라가면 어때요? 그렇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한구운은 한 번의 실패로 결정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남아도는 게 인내심이라 다음 기회에 만전을 기하면 된다.

“족보에 오르지 못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지?”

이준혁이 하찮다는 눈빛으로 한구운을 힐끔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선 그룹의 모든 산업이 너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뜻이야. 그리고 너를 끔찍이 아끼는 이천수 씨도 그 산업을 결국 내게 물려줘야 한다는 거야. 너한테 이전한 그 재산도 내가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어.”

한구운의 얼굴이 순간 구겨졌다.

이 일로 그냥 체면이 조금 구겨질 거라 생각했기에 제일 신경 쓰지 않는 게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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