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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주진희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너무 똑같아서 가짜라는 거예요.”

이천수가 말했다.

“한번 들어나 봅시다. 뭐라고 둘러댈 수 있는지 말이에요.”

“이 서예 작품은 어르신이 조부의 작품을 모방해서 쓴 것입니다. 하여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 어르신 본인의 글씨체로 모방 작품이라고 적어놓으셨죠.”

“근데 의뢰한 업체가 너무 덜떨어진 업체라 서예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문구를 보지 못하고 앞에 페이지에서 필요한 글자만 떼서 위조한 거죠.”

주진희가 마지막 페이지를 펼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어르신의 진짜 필적은 여기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이태수의 글씨체는 또렷하면서도 힘이 넘쳤다. 앞에 적힌 글씨체와는 아예 다른 경지였다.

이천수는 넋을 잃었다.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위조했는데 원본마저 이태수의 필적이 아닌 모방작이었기 때문이다.

이천수가 중얼거렸다.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천수 도련님, 어르신 아들로 그렇게 오래 사셨는데 어르신의 필적도 못 알아보는 거예요?”

주진희의 얼굴은 이제 온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설산 정상에 자라난 소나무처럼 올곧았다.

“정말 속상하고 실망스럽네요.”

아들로서 이런 짓까지 저질렀으니 실망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태수가 후계자를 아들이 아닌 손주를 선택한 것도 모자라 아들을 외국으로 몰아내 사업하게 한 원인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도덕이 없는 사람은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이태수는 자신의 혜안으로 이미 아들은 큰일을 맡길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아니야.”

이천수가 이성을 잃고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인 틈을 타 주진희의 목을 조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영감탱이, 왜 끝까지 나를 물고 늘어지는 거야.”

이천수는 이미 완전히 미친 상태였다. 체면이 바닥난 이상 더 신경 쓸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가까이 서 있던 이준혁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천수를 발로 걷어찼다.

쾅.

이천수가 바닥에 주저앉았으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찍었어?”

이천수가 제구실 못하는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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