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341 - 챕터 350

1681 챕터

제341화

‘멈추라고?’이건 그녀가 번복한다는 뜻이었기에 오늘 발생했던 모든 일이 의미를 잃게 된다.윤혜인은 괴로움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한 시간 반 남았어요.”이준혁은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윤혜인의 고개를 잡고 돌리며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확실해?”윤혜인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눈물이 흘러나왔지만 물러서지 않았다.이준혁은 빨개진 그녀의 볼을 쳐다보며 애매하게 웃었다.그 웃음은 결코 즐거워서 웃는 웃음이 아녔다.윤혜인은 좋지 않은 느낌에 바짝 긴장했다. 그녀의 허리에 올려놓은 손도 차가워지고 있었다.이준혁은 웃음을 멈추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곧이어 그는 두 손으로 그녀를 세게 눌렀고 윤혜인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한 손으로 난간을 꽉 잡았다.이준혁은 반드시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정말 마지막 1분까지 조금도 낭비하지 않았다.이준혁은 그녀를 안아 욕조로 데려갔다. 그녀도 다른 것을 상관할 새가 없었다. 씻고 방으로 돌아와 보니 이준혁은 보이지 않았다.그는 약속을 지킨 것 같았다.그녀도 피곤한 나머지 더는 생각할 기력이 없어 침대에 엎드려 바로 잠이 들었다.윤혜인은 점심때가 되어서야 어렴풋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방문을 여니 소원이 그녀를 와락 안았다.“혜인아, 배고파.”윤혜인은 그녀를 앉히며 말했다.“잠깐만,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소원을 자리에 앉힌 뒤 윤혜인은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다. 뜨거웠던 어젯밤의 흔적이 은은하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소원이 눈치챌까 봐 두려워 방안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어젯밤에 이준혁이 베란다에서부터 침대까지 방을 어지럽혀 놓은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아주 깨끗했다. 심지어 쓰레기통도 깨끗하게 비어있었다.두 시간 안에 두 번의 관계가 있었지만 이준혁은 만족을 못 했을 것이다.소원이 옆방에서 자고 있었기에 긴장한 윤혜인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나중에 이준혁이 너무 괴롭힌 탓에 그의 뜻에 따라 소리를 내긴 했었다.다행히 술에 취한 소원이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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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매주 4개의 수업밖에 없었다. 이하진은 배우려 하지 않았지만 지나친 행동은 하지 않았다.윤혜인은 그에게서 금요일에 자신에게 못된 짓을 할거라는 나쁜 의도를 느꼈다.목요일에 윤혜인은 수업이 없었기에 소원과 만나기로 했다.두 사람은 디저트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소원은 핸드폰을 보다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이준혁 이 개자식이 이렇게 빨리 혼인을 한다고?”‘이준혁이 혼인...?’“켁켁...”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사레가 들린 윤혜인은 기침을 멈추지 않았다.소원은 재빨리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며 불평했다.“이준혁 이 개자식,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정씨 집안 정유미와 매일 출퇴근을 같이해? 정말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처럼 한시도 떨어지지 않네. 네가 빨리 이혼하길 잘했어. 임세희가 떨어져 나가니 또 정유미가 오고, 후보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는 거 같아.”윤혜인은 처음 들었을 때는 마음이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니 이번에는 정말 약속을 지키고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소원은 윤혜인의 기분이 가라앉은 걸 느끼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혜인아, 괜찮아?”“괜찮아. 방금 사레가 들린 거야.”윤혜인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 모습으로 돌아갔다.소원은 입을 삐죽거렸다.‘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사레가 들리는 사람이 어딨어.’그녀는 윤혜인의 팔을 잡고 말했다.“우리 기분도 낼 겸 예쁜 옷 사러 가자.”말하면서 두 사람은 한 브랜드숍에 들어갔다.소원은 가운데 걸어놓은 옷이 한눈에 들어왔다. 짙은 녹색 캐시미어 코트에 흰색 원피스였다.그녀는 직원에게 치마를 가져오라고 한 뒤 윤혜인에게 건네주었다.“들어가서 입어 봐.”윤혜인은 옷의 원단을 만져보고는 가격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옷을 입어볼 마음이 사라졌다.그녀에게는 지금 빚이 있었고 외국에 나가 대학을 다니는데에도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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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이준혁은 정갈한 수제양복에 검은색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그의 고상한 분위기는 타고난 것처럼 느껴졌다. 옆에 있는 여자는 그의 팔을 꽉 껴안고 매우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흡사 한 쌍의 남녀커플 같았다. 두 눈이 서로 마주쳤지만, 이준혁은 이내 윤혜인에게서 시선을 돌려 정유미를 바라보았다.“골라볼래요?”정유미도 윤혜인을 보고 이전 두 번의 만남이 떠올라 마음이 조금 불편했지만, 이준혁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또 금세 즐거워졌다.들어가서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이 윤혜인이 입은 옷에 한참 머물렀다.“저 옷 또 있나요?”정유미가 직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저희 매장은 맞춤형이라, 각 디자인마다 한 벌 뿐입니다.”정유미의 표정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그녀는 줄곧 환하고 선명한 색깔을 좋아했지 이런 짙은 녹색 같은 색깔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윤혜인이 입은 걸 보니 짙은 녹색 옷도 아주 잘 어울리고 눈길을 끄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곁눈질로 이준혁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윤혜인에게로 향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마음이 좀 아팠다.그렇다고 남과 옷을 뺏고 싶지는 않았기에 정유미는 이준혁의 팔을 잡고 고개를 돌리며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눈치 빠른 직원이 눈동자를 굴리며 정유미와 윤혜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비록 화려하게 입긴 했지만, 정유미의 신발이며 가방은 모두 맞춤 제작이었고 한눈에 봐도 재벌 집 딸 같아 보였다.게다가 옆에 있는 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아우라는 10여 년을 이 업종에 종사해온 직원이 보기에 틀림없이 부자 같았다.그러나 윤혜인은 그 옷이 자신에게 아주 잘 어울림에도 사지 않겠다는 의향을 내비치는 것으로 보아 직원은 그녀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럴 만도 한 것이 외투만 해도 몇천만 원 상당이기에 아무나 쉽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실적을 올릴 좋은 기회야.’곧 직원이 정유미를 불렀다.“손님,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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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윤혜인은 현실적인 사람이라 이런 따분한 일에 흥미가 없었다.말을 끝마치자마자 그녀는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나와 직원에게 건네주었다.소원은 화가 치밀어올라 가슴이 답답했지만 확고한 윤혜인의 태도에 그녀도 더 다투기 어려웠다.두 사람이 가게를 나서기도 전에 정유미가 벽을 가리키며 입어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준혁 씨, 나 이거 다 사도 돼요?”그러자 이준혁이 덤덤하게 대답했다.“네.”정유미도 달콤한 웃음으로 화답했다.“고마워요, 준혁 씨. 정말 나한테 친절하다니까.”“유미 씨가 기쁘면 됐어요.”유난히 부드러운 이준혁의 말투를 들은 윤혜인은 순간 혼란스러워졌다.윤혜인의 기억에는 이준혁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목소리를 내도록 강요할 때의 사나운 말투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지금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그녀는 소리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자기가 원하는 사람한테는 얼마든지 따뜻한 사람이었네.’정유미는 소원이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거만하게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뒤이어 그녀는 갑자기 발끝을 세우더니 이준혁의 볼에 입을 맞췄다.“당연히 기쁘죠.”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윤혜인은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휙 돌리고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었다.소원의 분노가 또다시 들끓었다.그렇게 정유미에게 ‘훈계’를 해주려는데 윤혜인이 그녀를 끌어당기며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는 의미였다.겨우 화를 참은 소원은 지나가며 매서운 눈길로 이준혁을 힐끔 바라보았다.‘쓰레기!’매장에서 나온 후 소원은 한참 동안 이준혁을 비난했다.“이준혁 씨 저 새 여자가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이지? 직접 쇼핑도 다 오고 말이야. 아마 저 여자 신분 때문일 확률이 커. 정씨 집안 요즘 대체 에너지 사업으로 돈 많이 벌고 있잖아.”윤혜인은 그들의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소원은 단번에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 물었다.“쇼핑하고 싶지 않으면 우리 이만 집에 돌아갈까?”그러자 윤혜인이 빙긋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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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순간 정유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누군가에게 뺨을 얻어맞은 듯 얼굴이 유난히 아팠다.사실 조금 전 그녀는 정말 이준혁의 볼에 입을 맞춘 것이 아니었다. 거의 닿을 뻔할 때 이준혁이 빠르게 피했다. 그녀는 체면이 구겨질까 봐 일부러 크게 소리를 내었는데 뜻밖에도 그것이 남자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이준혁은 그녀를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정유미는 마음을 가다듬고 작은 보폭으로 뛰며 그를 따라갔다.‘아저씨가 어떻게 만들어준 기회인데, 절대 망치고 싶지 않아.’한편 1층.윤혜인과 소원이 화장품 매장을 구경하고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원이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자 윤혜인은 근처를 돌아다니며 그녀를 기다렸다.그런데 두 걸음 정도 걸었을까 그녀의 눈에 바닥에 떨어진 지갑이 보였다.검은색 소가죽 재질의 지갑 위에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윤혜인은 그것이 누구의 지갑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녀는 줍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문득 지간 안에 신분증 같은 물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준혁 씨 같은 사람은 신분증 잃어버리면 꽤 위험할 텐데.’결국 그녀는 지갑을 주웠고 안내 데스크에 맡겨 그에게 알려줄 생각을 했다.하지만 얼마 못 가 그녀는 이준혁이 난간에 서서 전화를 걸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곁에는 정유미도 보이지 않았다.번거로운 일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는 바로 앞으로 다가갔다. 어쩌면 습관이었을지도 모른다. 곧 윤혜인은 이준혁의 소매를 끌어당겼다.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남자가 휙 팔을 뿌리치며 짜증 난 말투로 말했다.“나 건드리지 말라니까요.”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조금의 방비 태세도 갖추지 못한 윤혜인은 충격을 견디지 못한 채 바닥에 털썩 쓰러졌고 지갑도 날아가 버렸다.손바닥이 쓰라려 윤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도 피부 껍질이 벗겨진 모양이었다. 발목도 삐었는지 찌릿찌릿 아파왔다.성가신 듯 여전히 찡그린 얼굴을 하고 그제야 이준혁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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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말을 끝마친 뒤, 그녀는 소원을 끌고 갔다. 이준혁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말이다.발목이 아픈 탓에 걸음걸이가 조금 어색했지만, 그녀는 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정상적으로 걸으려고 애썼다.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녀와 달리 뒤에 있는 이준혁의 안색은 어두웠다.정유미는 지갑을 건네받으며 중얼거렸다.“준혁 씨 전처 친구라는 사람 진짜 무섭네요. 전처도 선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다행이에요. 이미 이혼해서.”이와 동시에 정유미는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이윽고 고개를 들자마자 그녀는 이준혁의 차갑고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했다.“정유미 씨, 누가 당신 말이 다 맞는 거라고 가르쳤죠?”얼음같이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정유미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녀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준혁 씨, 나는...”정유미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는지라 이준혁은 그저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그 사람은 나한테 매달린 적 없어요. 내가 매달렸지.”정유미는 표정이 일그러졌고 마음도 상했다.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준혁 씨. 삼촌께서 분명히 앞으로 내가 준혁 씨 아내가 될 거라고 했단 말이에요...”“내 아내 될 사람은 아버지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이준혁은 더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자신의 지갑을 도로 주머니에 넣으며 차갑게 말했다.“이만 가보세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네요.”...IFC몰 입구.윤혜인의 발목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보고 소원은 화가 치밀어올랐다.‘이준혁 이 개자식!’걸으면 걸을수록 심해진다는 것을 알고 소원은 윤혜인을 부축해 입구에 도착해서 말했다.“내가 차 몰고 올 테니까 넌 여기서 나 기다려.”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거리에는 가로등이 하나둘 불을 밝혔다.입구에 앉아있던 윤혜인은 갑자기 코끝이 시큰거렸다.그러다 얼굴에 웬 차가운 감각이 느껴졌고, 손을 뻗어 만져보고 나서야 그녀는 눈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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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한구운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그는 여자의 집에서 샤워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윤혜인을 바라보았다. 화장기 없는 작은 얼굴은 유난히 하얗고 매력적인 분홍빛이 감돌았다.따스한 불빛 아래, 한구운은 심지어 그녀의 하얀 볼에 있는 작은 솜털까지 보아냈다. 입을 맞추고 싶은 얼굴이었다.한구운 역시 정상적인 보통 남자인지라 잠시 쳐다보고 있으니 곧바로 느낌이 전해졌다.그가 윤혜인에게 물었다.“그래도 괜찮겠어?”윤혜인은 미안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후회스러웠다.“미안해요, 오빠.”그녀는 한구운을 이용할 생각을 조금 갖고 있었지만, 상대방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바로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내 일을 나 스스로 해결해야지.’윤혜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수건 줄 테니 좀 닦아요.”그때, 한구운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의아해하며 돌아보는 윤혜인의 시선에는 반짝이는 한구운의 그윽한 눈동자가 들어왔다.“나 너 도와줄 수 있어.”여전히 의심스러워하는 윤혜인의 표정을 보고 그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내가 네 남자친구가 되어주면 되잖아, 맞지?”윤혜인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한구운의 목소리가 조금은 유혹적으로 들렸다.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구운은 일어나 외투를 벗고 손가락으로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샤워하러 갈게.”역시 한구운이 욕실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윤혜인은 ‘딩동’하는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현관문 방범 렌즈를 통해 이준혁이 문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윤혜인은 문을 열지 말지 망설였다.뒤이어 이준혁은 벨도 누르지 않고 바로 문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다.윤혜인은 이웃들에게 피해를 끼칠까 봐 급히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이준혁의 시선은 바로 윤혜인의 얼굴에 떨어졌다.원피스 잠옷 차림에 머리카락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피부가 분홍빛을 띠는 것을 보아, 그녀는 막 목욕을 마치고 나온 것 같았다.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준혁은 몇 달 동안 그녀를 보지 못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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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윤혜인은 평소처럼 침착하게 몸을 돌려 수건을 가져와 화장실 안에 넣어주었다.“이 대표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웬일이세요?”이준혁은 어리둥절했다. 더욱이는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웠다.한구운은 윤혜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사랑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대표님을 안으로 모셔야지, 왜 입구에 그냥 서 있으시게 만들어?”“시간이 너무 늦었잖아요.”윤혜인이 무표정하게 말했다.두 사람은 마치 이 공간에 이준혁이 없는 것처럼 친밀하게 행동했다.그는 얇은 입술을 꼭 다물고 새빨개진 눈으로 윤혜인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잤어?”상처받은 그의 검은 눈동자가 보이자 윤혜인은 잠시 혼란스러워졌다.이준혁은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기며 버럭 화를 냈다.“너한테 묻잖아, 두 사람 잤냐고?!”한구운도 손을 뻗어 이준혁을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그에게 세게 밀리고 말았다. 뒤이어 이준혁은 주먹을 높이 들고 한구운을 때리려고 했다.그러자 이번에는 윤혜인이 그를 단번에 그를 밀어내고 차갑게 말하는 것이었다.“이준혁 씨, 구운 오빠를 다치게 한다면 그냥 안 넘어갈 줄 알아요!”이준혁의 주먹은 공중에서 멈췄다. 그러고는 두 사람을 힐끔 쳐다보더니 갑자기 입꼬리를 씩 올렸다.‘웃겨, 너무 웃겨.’전에 그는 윤혜인과 한구운이 정말 사귄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게다가 이준혁의 조사에 따르면 그들 두 사람은 부모님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연인 행세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래서 이준혁은 윤혜인이 한구운의 여자친구 행세를 하는 것을 별로 개의치 않고 천천히 그녀를 빼앗으려고 했다.하지만 지금 그 모든 계획이 무너졌다.두 사람이 이미 잔 사이라니!다른 사람도 아닌 한구운이다. 그들의 결혼 기간 동안 줄곧 윤혜인에게 매달린 남자 말이다.한구운은 그들의 결혼에 여러 차례 도발을 행한 남자였다.‘누가 되든 다 괜찮은데, 왜 하필 한구운인 거야.’이준혁은 더럽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 심지어 조금 역겹기까지 했다.그는 손도 쓰고 싶지 않아 천천히 주먹을 내려놓았다. 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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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그 사람과 나는 가능성이 없어.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하고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 나는 우리 두 사람이 시도해볼 만 하다고 생각해.”보여주기식 연기를 할 때 한구운은 꽤나 잘했었다.외모가 되는 사람은 원래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기 쉽다. 게다가 한구운의 눈은 조금의 불순물도 없이 특히 깨끗하고 순수했다.윤혜인은 갑작스러운 고백에 약간 어리둥절했다.하지만 한구운 모습도 그녀를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윤혜인은 그다지 방비하지 않았다.그녀는 잠시 생각하고 입을 열어 말했다.“미안해요, 오빠. 저 아직은 연애할 생각 없어요. 이렇게 훌륭한 오빠한테는 더 좋은 여자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윤혜인, 자신을 비하하지 마. 내 눈에 너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야.”당당하고 진실한 한구운의 말은 정말 윤혜인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윤혜인의 반응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가 또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네가 더 넓은 무대로 나가면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쫓아다닐 거야. 그러니 너무 서둘러서 거절하지 말고 내 체면을 봐서라도 한동안 좀 고민하고 결정해줘.”윤혜인은 그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남자의 이런 열렬한 고백을 별로 마주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준혁에게서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녀와 이준혁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예전 그녀의 마음속에 이준혁은 신과 같은 고고한 존재였다.그가 그녀를 무시한 적이 없더라도 윤혜인은 자신이 이준혁과 사귈 자격이 없다 생각하며 항상 자신을 압박해왔다.사실 학생이던 시절 아무도 그녀를 쫓아다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윤혜인은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 타지에 남자친구가 있다는 거짓말을 지어내며 남자들을 막았다.나중에 결혼하게 되자 그녀가 속한 커뮤니티는 더욱 작아졌고, 거의 남자를 접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의 윤혜인에게는 다른 마음이 없었다.한구운의 고백은 그저 구애에 가까웠지 강요하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결정권은 여전히 윤혜인에게 있었다. 거절하려고 해도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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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김성훈 그의 말이 독하다는 것을 보아냈지만 마음속으로 믿지 않았다.“괜찮을 거야. 그러게 왜 자꾸 돌아가서 혜인 씨 일 막아? 넌 할 일도 없냐?”이준혁은 술잔을 깰 것처럼 두 손가락으로 꽉 쥐고 있었다.“이번엔 진짜야. 앞으로 혜인이가 뭘 하든 나랑 상관없어.”김성훈이 또 물었다.“왜, 혜인 씨가 너한테 미움이라도 샀어?”육경한도 옆에서 별일 아닌 듯 치부했다.“여자한테 뭘 그렇게 마음을 써. 그냥 다른 여자 몇몇 만나서 놀면 전부 잊혀질거야.”이준혁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런건 흥미 없어.”육경한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왜, 혜인 씨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반응하지 않아?”그러자 이준혁이 그를 힐끔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그런 거 아니야.”반응하는지 안 하는지도 사실 몰랐다. 애초에 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육경한이 말했듯이 이준혁은 정말 윤혜인을 만나야만 그런 일을 떠올리지 다른 여자에게는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그는 초조한 듯 담배를 입에 물고 한 모금 빨아들였다.김성훈은 육경한을 가볍게 툭 차며 웃었다.“불난 집에 부채질 좀 하지 마. 내가 지금 여자 불러주면 너 하러 갈 거야?”육경한이 눈썹을 치켜올렸다.“하지, 왜 안 해? 김 교수님께서 쏘시는 건데 감사히 받아야지.”“꺼져, 인마.”김성훈은 배시시 웃으며 또 한 번 그를 가볍게 툭 찼다.“요즘 소원 씨랑 또 침대에서 뒹군다던데, 왜, 다시 합하게?”“아니, 그냥 요즘 꽤 흥미가 생겨서.”소원을 생각하니 육경한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요즘 그녀는 매우 빠릿빠릿해졌다.소원이 지난번 자신이 육경한을 좋아한다고 말한 후부터 침대 위에서의 모습이 많이 변한 것 같았다.그렇게 육경한은 중독되게 되었다. 이전처럼 분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김성훈이 말했다.“척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그러자 육경한은 고개를 돌렸다.“남자가 그걸 좋아하는 게 정상이지. 모두가 너처럼 동자 스님이라도 되려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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