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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윤혜인은 현실적인 사람이라 이런 따분한 일에 흥미가 없었다.

말을 끝마치자마자 그녀는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나와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소원은 화가 치밀어올라 가슴이 답답했지만 확고한 윤혜인의 태도에 그녀도 더 다투기 어려웠다.

두 사람이 가게를 나서기도 전에 정유미가 벽을 가리키며 입어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준혁 씨, 나 이거 다 사도 돼요?”

그러자 이준혁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네.”

정유미도 달콤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고마워요, 준혁 씨. 정말 나한테 친절하다니까.”

“유미 씨가 기쁘면 됐어요.”

유난히 부드러운 이준혁의 말투를 들은 윤혜인은 순간 혼란스러워졌다.

윤혜인의 기억에는 이준혁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목소리를 내도록 강요할 때의 사나운 말투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소리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자기가 원하는 사람한테는 얼마든지 따뜻한 사람이었네.’

정유미는 소원이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거만하게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뒤이어 그녀는 갑자기 발끝을 세우더니 이준혁의 볼에 입을 맞췄다.

“당연히 기쁘죠.”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윤혜인은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휙 돌리고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소원의 분노가 또다시 들끓었다.

그렇게 정유미에게 ‘훈계’를 해주려는데 윤혜인이 그녀를 끌어당기며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겨우 화를 참은 소원은 지나가며 매서운 눈길로 이준혁을 힐끔 바라보았다.

‘쓰레기!’

매장에서 나온 후 소원은 한참 동안 이준혁을 비난했다.

“이준혁 씨 저 새 여자가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이지? 직접 쇼핑도 다 오고 말이야. 아마 저 여자 신분 때문일 확률이 커. 정씨 집안 요즘 대체 에너지 사업으로 돈 많이 벌고 있잖아.”

윤혜인은 그들의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소원은 단번에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 물었다.

“쇼핑하고 싶지 않으면 우리 이만 집에 돌아갈까?”

그러자 윤혜인이 빙긋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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