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42화

Author: 이한나
매주 4개의 수업밖에 없었다. 이하진은 배우려 하지 않았지만 지나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윤혜인은 그에게서 금요일에 자신에게 못된 짓을 할거라는 나쁜 의도를 느꼈다.

목요일에 윤혜인은 수업이 없었기에 소원과 만나기로 했다.

두 사람은 디저트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소원은 핸드폰을 보다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준혁 이 개자식이 이렇게 빨리 혼인을 한다고?”

‘이준혁이 혼인...?’

“켁켁...”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사레가 들린 윤혜인은 기침을 멈추지 않았다.

소원은 재빨리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며 불평했다.

“이준혁 이 개자식,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정씨 집안 정유미와 매일 출퇴근을 같이해? 정말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처럼 한시도 떨어지지 않네. 네가 빨리 이혼하길 잘했어. 임세희가 떨어져 나가니 또 정유미가 오고, 후보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는 거 같아.”

윤혜인은 처음 들었을 때는 마음이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니 이번에는 정말 약속을 지키고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소원은 윤혜인의 기분이 가라앉은 걸 느끼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혜인아, 괜찮아?”

“괜찮아. 방금 사레가 들린 거야.”

윤혜인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 모습으로 돌아갔다.

소원은 입을 삐죽거렸다.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사레가 들리는 사람이 어딨어.’

그녀는 윤혜인의 팔을 잡고 말했다.

“우리 기분도 낼 겸 예쁜 옷 사러 가자.”

말하면서 두 사람은 한 브랜드숍에 들어갔다.

소원은 가운데 걸어놓은 옷이 한눈에 들어왔다. 짙은 녹색 캐시미어 코트에 흰색 원피스였다.

그녀는 직원에게 치마를 가져오라고 한 뒤 윤혜인에게 건네주었다.

“들어가서 입어 봐.”

윤혜인은 옷의 원단을 만져보고는 가격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옷을 입어볼 마음이 사라졌다.

그녀에게는 지금 빚이 있었고 외국에 나가 대학을 다니는데에도 돈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43화

    이준혁은 정갈한 수제양복에 검은색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그의 고상한 분위기는 타고난 것처럼 느껴졌다. 옆에 있는 여자는 그의 팔을 꽉 껴안고 매우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흡사 한 쌍의 남녀커플 같았다. 두 눈이 서로 마주쳤지만, 이준혁은 이내 윤혜인에게서 시선을 돌려 정유미를 바라보았다.“골라볼래요?”정유미도 윤혜인을 보고 이전 두 번의 만남이 떠올라 마음이 조금 불편했지만, 이준혁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또 금세 즐거워졌다.들어가서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이 윤혜인이 입은 옷에 한참 머물렀다.“저 옷 또 있나요?”정유미가 직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저희 매장은 맞춤형이라, 각 디자인마다 한 벌 뿐입니다.”정유미의 표정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그녀는 줄곧 환하고 선명한 색깔을 좋아했지 이런 짙은 녹색 같은 색깔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윤혜인이 입은 걸 보니 짙은 녹색 옷도 아주 잘 어울리고 눈길을 끄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곁눈질로 이준혁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윤혜인에게로 향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마음이 좀 아팠다.그렇다고 남과 옷을 뺏고 싶지는 않았기에 정유미는 이준혁의 팔을 잡고 고개를 돌리며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눈치 빠른 직원이 눈동자를 굴리며 정유미와 윤혜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비록 화려하게 입긴 했지만, 정유미의 신발이며 가방은 모두 맞춤 제작이었고 한눈에 봐도 재벌 집 딸 같아 보였다.게다가 옆에 있는 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아우라는 10여 년을 이 업종에 종사해온 직원이 보기에 틀림없이 부자 같았다.그러나 윤혜인은 그 옷이 자신에게 아주 잘 어울림에도 사지 않겠다는 의향을 내비치는 것으로 보아 직원은 그녀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럴 만도 한 것이 외투만 해도 몇천만 원 상당이기에 아무나 쉽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실적을 올릴 좋은 기회야.’곧 직원이 정유미를 불렀다.“손님, 잠시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44화

    윤혜인은 현실적인 사람이라 이런 따분한 일에 흥미가 없었다.말을 끝마치자마자 그녀는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나와 직원에게 건네주었다.소원은 화가 치밀어올라 가슴이 답답했지만 확고한 윤혜인의 태도에 그녀도 더 다투기 어려웠다.두 사람이 가게를 나서기도 전에 정유미가 벽을 가리키며 입어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준혁 씨, 나 이거 다 사도 돼요?”그러자 이준혁이 덤덤하게 대답했다.“네.”정유미도 달콤한 웃음으로 화답했다.“고마워요, 준혁 씨. 정말 나한테 친절하다니까.”“유미 씨가 기쁘면 됐어요.”유난히 부드러운 이준혁의 말투를 들은 윤혜인은 순간 혼란스러워졌다.윤혜인의 기억에는 이준혁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목소리를 내도록 강요할 때의 사나운 말투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지금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그녀는 소리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자기가 원하는 사람한테는 얼마든지 따뜻한 사람이었네.’정유미는 소원이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거만하게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뒤이어 그녀는 갑자기 발끝을 세우더니 이준혁의 볼에 입을 맞췄다.“당연히 기쁘죠.”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윤혜인은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휙 돌리고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었다.소원의 분노가 또다시 들끓었다.그렇게 정유미에게 ‘훈계’를 해주려는데 윤혜인이 그녀를 끌어당기며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는 의미였다.겨우 화를 참은 소원은 지나가며 매서운 눈길로 이준혁을 힐끔 바라보았다.‘쓰레기!’매장에서 나온 후 소원은 한참 동안 이준혁을 비난했다.“이준혁 씨 저 새 여자가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이지? 직접 쇼핑도 다 오고 말이야. 아마 저 여자 신분 때문일 확률이 커. 정씨 집안 요즘 대체 에너지 사업으로 돈 많이 벌고 있잖아.”윤혜인은 그들의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소원은 단번에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 물었다.“쇼핑하고 싶지 않으면 우리 이만 집에 돌아갈까?”그러자 윤혜인이 빙긋 미소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45화

    순간 정유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누군가에게 뺨을 얻어맞은 듯 얼굴이 유난히 아팠다.사실 조금 전 그녀는 정말 이준혁의 볼에 입을 맞춘 것이 아니었다. 거의 닿을 뻔할 때 이준혁이 빠르게 피했다. 그녀는 체면이 구겨질까 봐 일부러 크게 소리를 내었는데 뜻밖에도 그것이 남자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이준혁은 그녀를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정유미는 마음을 가다듬고 작은 보폭으로 뛰며 그를 따라갔다.‘아저씨가 어떻게 만들어준 기회인데, 절대 망치고 싶지 않아.’한편 1층.윤혜인과 소원이 화장품 매장을 구경하고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원이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자 윤혜인은 근처를 돌아다니며 그녀를 기다렸다.그런데 두 걸음 정도 걸었을까 그녀의 눈에 바닥에 떨어진 지갑이 보였다.검은색 소가죽 재질의 지갑 위에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윤혜인은 그것이 누구의 지갑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녀는 줍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문득 지간 안에 신분증 같은 물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준혁 씨 같은 사람은 신분증 잃어버리면 꽤 위험할 텐데.’결국 그녀는 지갑을 주웠고 안내 데스크에 맡겨 그에게 알려줄 생각을 했다.하지만 얼마 못 가 그녀는 이준혁이 난간에 서서 전화를 걸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곁에는 정유미도 보이지 않았다.번거로운 일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는 바로 앞으로 다가갔다. 어쩌면 습관이었을지도 모른다. 곧 윤혜인은 이준혁의 소매를 끌어당겼다.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남자가 휙 팔을 뿌리치며 짜증 난 말투로 말했다.“나 건드리지 말라니까요.”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조금의 방비 태세도 갖추지 못한 윤혜인은 충격을 견디지 못한 채 바닥에 털썩 쓰러졌고 지갑도 날아가 버렸다.손바닥이 쓰라려 윤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도 피부 껍질이 벗겨진 모양이었다. 발목도 삐었는지 찌릿찌릿 아파왔다.성가신 듯 여전히 찡그린 얼굴을 하고 그제야 이준혁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내 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46화

    말을 끝마친 뒤, 그녀는 소원을 끌고 갔다. 이준혁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말이다.발목이 아픈 탓에 걸음걸이가 조금 어색했지만, 그녀는 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정상적으로 걸으려고 애썼다.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녀와 달리 뒤에 있는 이준혁의 안색은 어두웠다.정유미는 지갑을 건네받으며 중얼거렸다.“준혁 씨 전처 친구라는 사람 진짜 무섭네요. 전처도 선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다행이에요. 이미 이혼해서.”이와 동시에 정유미는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이윽고 고개를 들자마자 그녀는 이준혁의 차갑고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했다.“정유미 씨, 누가 당신 말이 다 맞는 거라고 가르쳤죠?”얼음같이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정유미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녀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준혁 씨, 나는...”정유미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는지라 이준혁은 그저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그 사람은 나한테 매달린 적 없어요. 내가 매달렸지.”정유미는 표정이 일그러졌고 마음도 상했다.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준혁 씨. 삼촌께서 분명히 앞으로 내가 준혁 씨 아내가 될 거라고 했단 말이에요...”“내 아내 될 사람은 아버지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이준혁은 더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자신의 지갑을 도로 주머니에 넣으며 차갑게 말했다.“이만 가보세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네요.”...IFC몰 입구.윤혜인의 발목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보고 소원은 화가 치밀어올랐다.‘이준혁 이 개자식!’걸으면 걸을수록 심해진다는 것을 알고 소원은 윤혜인을 부축해 입구에 도착해서 말했다.“내가 차 몰고 올 테니까 넌 여기서 나 기다려.”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거리에는 가로등이 하나둘 불을 밝혔다.입구에 앉아있던 윤혜인은 갑자기 코끝이 시큰거렸다.그러다 얼굴에 웬 차가운 감각이 느껴졌고, 손을 뻗어 만져보고 나서야 그녀는 눈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47화

    한구운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그는 여자의 집에서 샤워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윤혜인을 바라보았다. 화장기 없는 작은 얼굴은 유난히 하얗고 매력적인 분홍빛이 감돌았다.따스한 불빛 아래, 한구운은 심지어 그녀의 하얀 볼에 있는 작은 솜털까지 보아냈다. 입을 맞추고 싶은 얼굴이었다.한구운 역시 정상적인 보통 남자인지라 잠시 쳐다보고 있으니 곧바로 느낌이 전해졌다.그가 윤혜인에게 물었다.“그래도 괜찮겠어?”윤혜인은 미안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후회스러웠다.“미안해요, 오빠.”그녀는 한구운을 이용할 생각을 조금 갖고 있었지만, 상대방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바로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내 일을 나 스스로 해결해야지.’윤혜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수건 줄 테니 좀 닦아요.”그때, 한구운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의아해하며 돌아보는 윤혜인의 시선에는 반짝이는 한구운의 그윽한 눈동자가 들어왔다.“나 너 도와줄 수 있어.”여전히 의심스러워하는 윤혜인의 표정을 보고 그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내가 네 남자친구가 되어주면 되잖아, 맞지?”윤혜인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한구운의 목소리가 조금은 유혹적으로 들렸다.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구운은 일어나 외투를 벗고 손가락으로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샤워하러 갈게.”역시 한구운이 욕실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윤혜인은 ‘딩동’하는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현관문 방범 렌즈를 통해 이준혁이 문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윤혜인은 문을 열지 말지 망설였다.뒤이어 이준혁은 벨도 누르지 않고 바로 문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다.윤혜인은 이웃들에게 피해를 끼칠까 봐 급히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이준혁의 시선은 바로 윤혜인의 얼굴에 떨어졌다.원피스 잠옷 차림에 머리카락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피부가 분홍빛을 띠는 것을 보아, 그녀는 막 목욕을 마치고 나온 것 같았다.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준혁은 몇 달 동안 그녀를 보지 못한 것처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48화

    윤혜인은 평소처럼 침착하게 몸을 돌려 수건을 가져와 화장실 안에 넣어주었다.“이 대표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웬일이세요?”이준혁은 어리둥절했다. 더욱이는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웠다.한구운은 윤혜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사랑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대표님을 안으로 모셔야지, 왜 입구에 그냥 서 있으시게 만들어?”“시간이 너무 늦었잖아요.”윤혜인이 무표정하게 말했다.두 사람은 마치 이 공간에 이준혁이 없는 것처럼 친밀하게 행동했다.그는 얇은 입술을 꼭 다물고 새빨개진 눈으로 윤혜인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잤어?”상처받은 그의 검은 눈동자가 보이자 윤혜인은 잠시 혼란스러워졌다.이준혁은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기며 버럭 화를 냈다.“너한테 묻잖아, 두 사람 잤냐고?!”한구운도 손을 뻗어 이준혁을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그에게 세게 밀리고 말았다. 뒤이어 이준혁은 주먹을 높이 들고 한구운을 때리려고 했다.그러자 이번에는 윤혜인이 그를 단번에 그를 밀어내고 차갑게 말하는 것이었다.“이준혁 씨, 구운 오빠를 다치게 한다면 그냥 안 넘어갈 줄 알아요!”이준혁의 주먹은 공중에서 멈췄다. 그러고는 두 사람을 힐끔 쳐다보더니 갑자기 입꼬리를 씩 올렸다.‘웃겨, 너무 웃겨.’전에 그는 윤혜인과 한구운이 정말 사귄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게다가 이준혁의 조사에 따르면 그들 두 사람은 부모님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연인 행세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래서 이준혁은 윤혜인이 한구운의 여자친구 행세를 하는 것을 별로 개의치 않고 천천히 그녀를 빼앗으려고 했다.하지만 지금 그 모든 계획이 무너졌다.두 사람이 이미 잔 사이라니!다른 사람도 아닌 한구운이다. 그들의 결혼 기간 동안 줄곧 윤혜인에게 매달린 남자 말이다.한구운은 그들의 결혼에 여러 차례 도발을 행한 남자였다.‘누가 되든 다 괜찮은데, 왜 하필 한구운인 거야.’이준혁은 더럽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 심지어 조금 역겹기까지 했다.그는 손도 쓰고 싶지 않아 천천히 주먹을 내려놓았다. 그러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49화

    “그 사람과 나는 가능성이 없어.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하고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 나는 우리 두 사람이 시도해볼 만 하다고 생각해.”보여주기식 연기를 할 때 한구운은 꽤나 잘했었다.외모가 되는 사람은 원래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기 쉽다. 게다가 한구운의 눈은 조금의 불순물도 없이 특히 깨끗하고 순수했다.윤혜인은 갑작스러운 고백에 약간 어리둥절했다.하지만 한구운 모습도 그녀를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윤혜인은 그다지 방비하지 않았다.그녀는 잠시 생각하고 입을 열어 말했다.“미안해요, 오빠. 저 아직은 연애할 생각 없어요. 이렇게 훌륭한 오빠한테는 더 좋은 여자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윤혜인, 자신을 비하하지 마. 내 눈에 너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야.”당당하고 진실한 한구운의 말은 정말 윤혜인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윤혜인의 반응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가 또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네가 더 넓은 무대로 나가면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쫓아다닐 거야. 그러니 너무 서둘러서 거절하지 말고 내 체면을 봐서라도 한동안 좀 고민하고 결정해줘.”윤혜인은 그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남자의 이런 열렬한 고백을 별로 마주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준혁에게서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녀와 이준혁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예전 그녀의 마음속에 이준혁은 신과 같은 고고한 존재였다.그가 그녀를 무시한 적이 없더라도 윤혜인은 자신이 이준혁과 사귈 자격이 없다 생각하며 항상 자신을 압박해왔다.사실 학생이던 시절 아무도 그녀를 쫓아다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윤혜인은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 타지에 남자친구가 있다는 거짓말을 지어내며 남자들을 막았다.나중에 결혼하게 되자 그녀가 속한 커뮤니티는 더욱 작아졌고, 거의 남자를 접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의 윤혜인에게는 다른 마음이 없었다.한구운의 고백은 그저 구애에 가까웠지 강요하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결정권은 여전히 윤혜인에게 있었다. 거절하려고 해도 그녀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50화

    김성훈 그의 말이 독하다는 것을 보아냈지만 마음속으로 믿지 않았다.“괜찮을 거야. 그러게 왜 자꾸 돌아가서 혜인 씨 일 막아? 넌 할 일도 없냐?”이준혁은 술잔을 깰 것처럼 두 손가락으로 꽉 쥐고 있었다.“이번엔 진짜야. 앞으로 혜인이가 뭘 하든 나랑 상관없어.”김성훈이 또 물었다.“왜, 혜인 씨가 너한테 미움이라도 샀어?”육경한도 옆에서 별일 아닌 듯 치부했다.“여자한테 뭘 그렇게 마음을 써. 그냥 다른 여자 몇몇 만나서 놀면 전부 잊혀질거야.”이준혁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런건 흥미 없어.”육경한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왜, 혜인 씨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반응하지 않아?”그러자 이준혁이 그를 힐끔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그런 거 아니야.”반응하는지 안 하는지도 사실 몰랐다. 애초에 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육경한이 말했듯이 이준혁은 정말 윤혜인을 만나야만 그런 일을 떠올리지 다른 여자에게는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그는 초조한 듯 담배를 입에 물고 한 모금 빨아들였다.김성훈은 육경한을 가볍게 툭 차며 웃었다.“불난 집에 부채질 좀 하지 마. 내가 지금 여자 불러주면 너 하러 갈 거야?”육경한이 눈썹을 치켜올렸다.“하지, 왜 안 해? 김 교수님께서 쏘시는 건데 감사히 받아야지.”“꺼져, 인마.”김성훈은 배시시 웃으며 또 한 번 그를 가볍게 툭 찼다.“요즘 소원 씨랑 또 침대에서 뒹군다던데, 왜, 다시 합하게?”“아니, 그냥 요즘 꽤 흥미가 생겨서.”소원을 생각하니 육경한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요즘 그녀는 매우 빠릿빠릿해졌다.소원이 지난번 자신이 육경한을 좋아한다고 말한 후부터 침대 위에서의 모습이 많이 변한 것 같았다.그렇게 육경한은 중독되게 되었다. 이전처럼 분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김성훈이 말했다.“척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그러자 육경한은 고개를 돌렸다.“남자가 그걸 좋아하는 게 정상이지. 모두가 너처럼 동자 스님이라도 되려는 줄

Latest chapter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6화

    소원의 설명을 들은 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명확해진 게 아니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안전에는 조심해야 되니까 사람 4명 붙여줄게. 유진이는 내가 알아서 보안 강화하고.”육경한은 소원이 거절할 것 같아 그러는지 얼른 한마디 덧붙였다.“너는 지금 홀몸이 아니야. 내가 이러는 것도 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고.”육경한의 말이 맞았기에 소원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제 홀몸이 아니었고 유진도 엄마가 없어서는 안 되기에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어떻게든 조심하면서 안전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육경한이 골라준 보디가드는 의심할 여지 없는 안전한 사람들이었기에 소원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안상철도 소진용이 제일 믿고 맡긴 사람이었지만 결국 아버지를 배신한 걸 보면 이 세상에 영원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지금 갈 거지? 내가 데려다줄게.”육경한은 소원이 반대하지 않자 경찰이 지정한 병원으로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강민혜의 안내를 받아 안지영의 병실에 도착했다.문을 열어보니 안지영이 자그마한 몸집으로 무릎을 꽉 끌어안은 채 머리를 파묻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종이 인형처럼 삐쩍 마른 안지영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가까이 다가간 소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렀다.“지영 씨...”안지영이 소원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고개를 들지도, 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자 소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지영 씨,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하지만 경찰에게 단서를 줘야만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을 수 있어요...”가족을 잃은 슬픔은 소원도 겪어봐서 잘 알았다. 마지막 인사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을 보며 했으니 그 아쉬움과 후회는 사람을 통째로 집어삼킬 만큼 컸다. 소원은 그때 왜 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는지, 왜 같이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지 않았는지 후회했지만 그땐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안지영을 다독이던 소원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지영을 꼭 끌어안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5화

    소원이 육경한을 불러세우더니 따라서 나오며 병실 문을 닫았다.“현재 일은 내가 오해했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소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원은 옳고 그름에 명확한 사람이었기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인정하는 편이었다. 허심탄회한 모습은 쉽게 가질 수 없는 좋은 태도였다.육경한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티가 나지는 않았다.“도와준 거 아니야.”육경한은 연적을 도와줬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 같았다. 소원도 더는 이 문제에 집착하지 않고 본론으로 돌아왔다.“진아연을 찾고 있다고 들었는데 나도 찾고 있어. 찾으면 바로 나한테 알려줄래?”진아연이 잡혀들어가기 전에 물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만약 교활한 진아연을 그대로 들여보낸다면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게 뻔했고 베일에 싸인 배후의 지도를 받을 수도 있었다. 아무튼 직접 물어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응. 알겠어. 너는 일단 가만히 있어. 내가 찾고 있으니까.”진아연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아무도 몰랐기에 진아연을 찾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 배후는 신비로울 뿐만 아니라 수단도 만만치 않았다.소원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지만 의견을 수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일인데 무슨 일이 있든 직접 헤쳐나가고 싶었다.그때 소원의 핸드폰이 울렸다. 강민혜가 걸어온 전화였다.“소원 씨, 안상철이 죽었어요.”전화를 받자마자 강민혜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쿵.머릿속에서 뭔가 터져버린 것 같았다.‘삼촌이 왜?’소원의 계획대로라면 안상철은 지금쯤 안지영과 외국에 나가 있어야 하는데 왜 갑자기 죽어버린 건지 의문이었다.‘지영 씨는...’소원이 얼른 물었다.“그러면 지영 씨는요? 딸은 어떻게 됐어요?”강민혜가 말했다.“딸은 안전한 상태지만 충격을 많이 받아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요. 입을 열려 하지 않아서 경찰이 무슨 질문을 하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요.”“어... 어떻게 이런 일이...”소원은 믿을 수가 없었다. 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4화

    그때 문 뒤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소원이었다.소원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육경한이 이 정도로 양보했다는 것에 놀랐을 뿐이었다.“현재야...”“누나...”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네가 먼저 말해.”소원이 양보하자 서현재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누나, 그거 알아요?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한 건 다 안정된 삶을 되찾고 누나랑 행복해지기 위해서였어요. 하지만 지금은...”서현재가 뜸을 들이더니 씁쓸하게 말했다.“지금은 그저 누나가 잘 있기만 하면 다른 건 바라지 않을게요. 하지만 이것만 기억해요. 언제든 누나가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그 자리에 있을게요.”순간 서현재는 능력이든 다른 부분이든 육경한과 비길 자격이 없다는 걸 알아챘다. 앞으로 몇 년간 피타는 노력을 거쳐 원하던 자리까지 올라갈 수는 있지만 육경한처럼 해탈의 경지까지는 오르지 못할 것 같았다. 사람은 일단 사랑에 빠지면 이기적이고 쪼잔해지고 질투에 휩싸이기 마련인데 유진도 아이를 받아들였으니 소원이 이 모든 걸 받아들이는 건 시간 문제라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자꾸만 벼랑 끝으로 떨어졌지만 소원만 행복하다면 서현재로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소원은 그런 서현재를 보며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내뱉은 건 결국 한마디였다.“현재 너는 나의 영원한 가족이야. 유진도 그렇고.”서로에게 위안이 되던 나날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서현재가 유진을 돌봐준 것도 소원은 잊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든 앞으로든 서현재가 원하는 바를 이뤄줄 수가 없었기에 차라리 가족이라는 자리로 남는 편이 제일 나을 것 같았다. 게다가 소원은 이미 서현재에게 다시는 재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소원의 중점은 아이를 돌보는 것과 아버지가 만든 회사를 다시 일궈내는 것, 그 외에 다른 건 없었다.“누나, 나도 잊지 않을게요.”서현재는 이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병실로 돌아오는데 육경한이 침대맡에 앉아 깊은 눈동자로 유진을 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3화

    서현재는 육경한이 그를 내쫓는다는 걸 알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아직 망하진 않았어요.”육경한은 그를 관심해 주는 게 아니라 그가 쫄딱 망해서 서울에서 더는 살 수 없기를 바랐지만 서현재도 유진의 아빠라는 말이 떠올라 톡 까놓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육경한도 유진의 아빠인 서현재가 너무 궁색해지는 건 싫었다.“서한 가문의 제일 큰 라이벌이 요즘 해성으로 실사하러 갔다고 들었는데.”육경한이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말하자 서현재가 미간을 찌푸렸다. 서현재는 아직 모르는 소식이었다. 해성에서 새로 거론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이때 라이벌 회사가 해성으로 간다는 같은 프로젝트를 노린다는 의미였다. 라이벌 회사라 같은 영업 범위였기에 경쟁하는 건 정상이지만 토론이 끝나가는 프로젝트를 뺏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서현재가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고마워요.”육경한이 콧방귀를 뀌었다.“약육강식인 세상에서는 승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 능력이 부족한 건 다른 사람 탓해도 쓸모없어.”이 말은 서현재가 육경한이 했던 탄압을 복수라고 생각한다면 어리석다는 말이었다. 육경한이 없었다면 서한 그룹이 흔들릴 때 다른 회사에서 서한 그룹을 노렸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무너져가는 회사라도 떨어질 부스러기는 남아있었다. 게다가 서한 그룹은 완전히 가치를 잃은것도 아니었기에 기회를 노려 서한 그룹의 주문을 앗아간다면 체급을 늘이고 있는 회사엔 큰 이익이 될 수도 있었지만 육경한이 손쓴 덕분에 기회를 노리던 일부 회사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 회사들에게 육경한과 경쟁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으니 말이다.물론 육경한의 실력도 서울을 제패할 만큼의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가 사용하는 방식과 수단은 일반인이 감당하기에 매우 힘든 것들이었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는 3시간 만에 한 상장 회사를 파산하게 만든 적도 있으니 육경한을 건드린다는 건 목숨이 아깝지 않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육경한이 손쓴 덕분에 서현재도 숨 돌릴 시간이 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2화

    상황이 매우 긴급했기에 육경한은 몸이 채 낫지도 않았는데 병원으로 나와 곁을 지켰고 소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결정을 내릴 때가 된 것 같았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일은 운이 좋으면 빨리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10년을 기다려도 힘들었다. 게다가 유진의 몸 상태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소원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유진에게 그 알약을 먹이려고 했고 육경한도 동의했다. 소원도 잘 회복하고 있었고 임신까지 했다는 건 약효가 정말 신기하다는 의미였다.약을 먹기 전에 소원과 육경한이 유진의 손을 잡고 격려했다. 유진은 두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용감했고 오히려 웃으며 두 사람을 위로했다.“아빠,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유진이 꼭 나아서 더 좋은 유진이가 될게요.”유진은 그 알약을 먹은 후로 고열에 시달리는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몸이 작기도 했고 체질이 약해서 감당 능력이 어른과는 비길 수 없었다.소원은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고 서현재도 소식을 받고 달려왔다. 유진이 커가는 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 그 감정이 여간 두터운 게 아니었기에 유진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온 것이다. 육경한은 서현재를 보고도 드물게 화를 내지 않았고 쫓아내지도 않았다. 아마도 서현재의 눈빛에서 유진에 대한 걱정을 보아내서 그런 것 같았다.서현재는 정말 유진을 끔찍이 아꼈고 유진도 서현재를 좋아했기에 육경한은 유진이 깨어났을 때 기분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길 바랐다. 아버지가 된 후로 육경한은 무슨 결정을 내릴 때 그렇게 차갑지 않았고 감정이라는 게 들어갔다. 아버지가 되면서 얻은 제일 큰 변화였다.지금 이 세 사람에겐 같은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유진의 건강이었다.세 사람이 이렇게 화목하게 병원 복도에 앉아 있은 건 처음이었다. 유진이 여기 있으니 병원의 모든 전문가가 대기하고 있었고 조금만 이상을 보여도 바로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알약을 복용한 이튿날 밤, 유진이 잠에서 깼고 얼굴에 윤기가 감도는 게 상태가 매우 좋아 보였다. 검사 결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1화

    진아연의 죄는 이루 말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아직도 벌을 받지 않고 멀쩡하게 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소원은 진아연을 꼭 찾아내 벌받게 하고 진아연 뒤에 숨어있는 사람이 누군지 잡아내겠다고 다짐했다.‘그 배후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짓을 벌였는지도 알아내야 해.’소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안지영이 불안한 표정으로 옆방에서 건너오더니 소원에게 말했다.“언니, 우리 아빠... 아무 잘못 없는 거 맞아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지영 씨 아빠 살인범 아니에요. 지영 씨가 있으니까 삼촌이 무슨 결정을 하기 전에 늘 지영 씨를 생각하더라고요. 지영 씨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삼촌이 엄청 노력한 건 사실이에요.”안지영이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아버지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뻐했다.“언니, 언니도 하루빨리 아저씨 죽인 범인 찾아내길 바라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어요.”소원에게 남은 유일한 목표는 그 사람을 찾아내어 응당한 벌을 내리는 것이었다. 소원은 미리 친구에게 연락해 지금 당장 두 사람을 데리고 나가게 했다. 안상철의 힘을 빌리면서 소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든 두 사람을 보호해야 했고 최대한 비밀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국으로 잠깐 피신해 있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소원은 그 자리에서 나오며 강민혜에게 소식을 알렸다. 강민혜는 소원이 안상철을 믿은 것에 놀란 듯 보였다. 다만 오래전 일이라 별다른 증거가 없는 게 문제였다. 예를 들면 안상철이 소진용을 아래로 밀어버리는 장면에 대한 증거가 없었기에 안상철의 말만으로는 죄를 물을 수가 없었다.소원이 말했다.“나는 삼촌 믿어요. 오래 알고 지내기도 했고 오늘 얘기를 나누면서 느꼈는데 내가 예전에 알던 그 삼촌이 맞았어요.”소원이 안상철을 믿기로 한 원인 중 하나였다. 안상철은 소원을 해치려는 생각이 없었고 결국 손을 대지 않았다. 딸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소진용처럼 마음이 약한 사람일 것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0화

    진아연이 소진용을 죽이려 한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소진용의 죽음으로 육경한과 소원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만들고 소원이 아버지의 투신을 육경한이 건넨 파일때문이라고 생각해 육경한을 죽도록 원망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소원은 육경한을 죽이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 테고 진아연은 어부지리로 육경한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가 되어 결국엔 육경한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치다니, 진아연은 정말 뱀보다 더 잔인하고 독한 여자였다.사실 소원은 소진용의 죽음을 계속 의심하고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다 겪었을 텐데 딱 봐도 흠집이 많은 계약서 때문에 옥살이할까 봐 투신자살할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소진용은 절대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소원도 아버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기에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어머니 전미영까지 쓰러졌으니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마음이 잿더미가 된 소원은 좀비처럼 살면서 차분하게 정리할 힘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숨을 쉬는 것조차 죄라고 생각했다.모든 걸 털어놓은 안상철은 그제야 홀가분해졌다. 마음의 짐을 떠안고 살면서 털어놓을 엄두를 내지 못한 건 결국 복수가 두려워서였다. 범인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면 계획을 알고 있는 안상철을 가만둘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범인이 안상철만 노린다면 안상철도 두려울 게 없었지만 돌봐야 할 딸도 있고 모셔야 할 어른도 있었기에 그들까지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할 수는 없었다. 이제 와서 묵혀뒀던 사실을 털어놓은 건 소진용에 대한 죄책감이 커서였지만 다 털어놓음으로써 안상철의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소원은 이제 안상철의 처지를 알았고 안상철이 왜 진실을 말해주려 하지 않았는지 이해했다.“삼촌, 지금 이대로 출국해서는 안 돼요. 너무 위험할뿐더러 지영 씨도 힘들 거예요. 내가 전화번호 하나 줄 테니까 그 사람한테 연락하면 무사히 출국할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9화

    안상철은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살이 떨렸다.“아래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길래 대표님께 무슨 일이 생겼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아까만 해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던 분이 왜 갑자기 뛰어내린 건지 의문이었죠.”안상철의 머릿속에 그 남자가 떠올랐다. 낯선 사람이었고 다급하게 현장을 벗어난 걸 봐서는 회사 직원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안상철이 소진용의 죽음을 의심한 건 이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소진용의 컴퓨터가 켜져 있었는데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영상이 아직도 재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소진용이 얼마나 딸을 사랑하는 데 자살할 마음을 먹었다 해도 딸에게 불리한 동영상은 무조건 지우지 켜두고 갔을 리 만무했다. 적어도 다른 사람이 올라와 조사할 것을 대비해 딸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조치했을 텐데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는 것이다.하지만 안상철은 이내 여기 있다가 발견되면 무조건 연루된다는 생각에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게 떠올라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허둥지둥 USB를 빼서 사무실에서 나왔다.그 뒤로 시골에 숨어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고 소진용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 숨어있다가 소식을 알아보러 나왔는데 신문 기사에 소진용이 자살했다고 적혀있는 걸 보고 이 사실이 이대로 묻혔음을 알게 되었다. 안상철은 기회를 노리고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자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안상철에게 외국 의사의 연락처를 보내줬다.소식이 잠잠해지자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수술하러 나갔지만 약간의 휴양 시간만 가지고 다시 귀국했다. 외국은 적응하기 힘들뿐더러 누구든 총을 소지할 수 있었기에 늘 안지영이 괴롭힘을 위험해질까 봐 전전긍긍하다가 고민 끝에 그래도 국내가 안전할 것 같아 안지영을 데리고 귀국한 것이다.그렇게 5년간 안정된 삶을 살면서 모든 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소원이 찾아오면서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아챘다.안상철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소원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8화

    하지만 그때는 딸을 구하는 데 급급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눈에 뵈는 것도 없었다.“그러다 결국 그 여자의 요구를 들어주게 됐어요. 해산 회의를 하는 날 모든 사람이 아래층에 모여있을 때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죠. 어디로 가면 CCTV를 피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서 나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사모님은 그날 사무실에 함께 계셔서 그날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만난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소원은 전미영도 이 일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만 전미영은 뒤에 큰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그렇게 진실은 오랫동안 묻히고 말았다.안상철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 영상을 대표님께 보여주면서 가끔은 어른이 살아있는 게 자식들에겐 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죠. 딸이 힘든 거 보기 싫으면 이제 결정할 때가 되었다고 말이에요.”“내 말을 들은 대표님이 한참 동안 말을 아끼셨어요.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달리 딸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딸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게 하는 건 아니라면서 딸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대표님은 자살하면 소원 씨가 충격을 받을까 봐, 모든 걸 자기 잘못으로 돌릴까 봐 걱정했어요. 대표님은 참 좋은 아버지였고 소원 씨를 참 잘 알았죠.”소원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더니 이내 두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음이 너무 아파 숨 쉬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안상철이 말했다.“그때는 나도 너무 감동해서 내가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딸을 구하겠다고 똑같이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해치려 한 내가 너무 미워서 그 자리에서 바로 모든 걸 털어놓았어요. 대표님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면서 하시던 말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안 비서, 이번만큼은 내가 용서할게요. 같은 아빠니까 용서하겠지만 앞으로 절대 이런 실수는 하지 마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요.”안상철이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아빠로서 똑같이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마터면 아빠의 자격을 잃은 뻔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