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신분을 밝혔더니 아내가 후회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561 - 챕터 570

648 챕터

제561화

“인아야, 나 왔어.”기자들이 인터뷰하는 사이에 임유환은 서인아 뒤로 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아, 깜짝이야! 놀랬잖아, 왜 인기척도 없이 와!”그에 서인아는 정말 놀라긴 했는지 몸을 떠는 것도 모자라 가슴까지 쓸어내리며 말했다.“어... 나 말했는데...”생각보다 많이 놀라는 서인아에 임유환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여기가 너무 시끄러워서 안 들렸나 봐.”“우리 조용한 데로 갈까요?”임유환이 조명주와 최서우를 보며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그 시각, 사람들 틈에 섞여 있던 그 남자가 임유환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눈빛이 서늘해지며 안주머니에서 소음기를 장착한 검은 총을 꺼내 들었다.워낙에 조심스러웠던 행동이라 사람들은 그가 총을 들어 임유환을 겨냥할 때까지 그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유환아, 너 아까 어디 갔었어? 뭐 알아낸 건 있어?”서인아 역시 아무것도 모른 채 얘기하며 걸어가고 있었다.“아, 그게...”임유환도 자연스레 질문에 대답하려던 그 순간, 그는 갑작스레 느껴진 살기에 온몸이 굳어버렸다.그렇게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본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저를 향해 겨눠진 총구였다.“다들 엎드려!”임유환의 외침과 거의 동시로 남자가 방아쇠를 당겼고 총알은 인파를 뚫고 수많은 기자들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기자들이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그 잠깐 사이에 임유환은 다행히 총알을 피해냈다.그렇게 첫발이 허탕을 치자 남자는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기려 했는데 임유환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힘껏 땅을 굴러 호랑이마냥 남자의 앞으로 뛰어가서 그의 손목을 꺾어버렸다.그렇게 이번에는 총성 대신 남자의 손목이 부러지는 소리와 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임유환은 무표정으로 남자의 팔을 등 뒤로 꺾고는 그를 바닥에 눕혔다.임유환에게 제압당한 킬러는 자연스레 총까지 떨구어버렸다.“총이야!”총이 떨어지는 걸 보고서야 기자들도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다들 뒤로 물러났다.그 광경을 보고 있던 경찰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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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갑작스러운 사고는 모든 이의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었다.그 갑작스러움에 임유환조차 반응을 못 하고 뒤로 넘어가는 최서우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최서우의 뜨거운 피가 임유환의 얼굴에 닿았을 때 마침내 정신을 차린 임유환은 최서우를 받쳐 안으며 다급히 외쳤다.“최서우 씨!”관자놀이에서 흘러나온 새빨간 피가 임유환의 손까지 빨갛게 물들여가고 있었다.하지만 이미 의식을 잃어버린 최서우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어 임유환의 소리를 들을 수조차 없었다.“안돼요! 죽으면 안 돼요!”임유환은 떨리는 목소리로 최서우를 부르며 다급히 8개의 침을 관자놀이 꽂아 상처부터 틀어막았다.하지만 그래봤자 지혈만 했을 뿐 총알은 여전히 최서우의 머릿속에 박혀있었다.“젠장, 아직도 안 죽었어?!”그때 총을 쏜 남자는 아직도 살아있는 임유환을 보고 이를 갈더니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X발, 내가 오늘 너 죽일 거야.”그걸 본 임유환은 우레와 같은 소리를 지르며 순식간에 진기를 뿜어냈다.그 무시무시한 기운에 다들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임유환은 빠르게 경찰 앞으로 다가가 손으로 총구를 감싸 쥐고는 눈을 번뜩이며 남자를 노려보았다.악마를 연상케 하는 임유환의 표정에 깜짝 놀란 남자는 방아쇠부터 당겼지만 임유환이 그보다 먼저 총구를 휘게 만든 탓에 총알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총과 함께 터져버렸다.터져나간 총의 뜨거운 파편은 남자의 얼굴과 눈을 파고들어 눈까지 멀게 만들었다.그에 반해 임유환 얼굴에 튄 파편은 그저 자그마한 흔적만 남긴 정도였다.“아!”임유환은 피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에 울부짖으며 비명을 지르는 남자의 무릎을 걷어차 버렸다.그렇게 뼈가 부서져 버린 남자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임유환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주먹을 들어 남자의 척추뼈에 내리꽂았다.그 충격에 피를 토해내며 힘없이 바닥에 내리꽂힌 남자는 경련이라도 인 듯 몸을 떨어댔다.하지만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임유환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남자를 내려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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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누가 이렇게 시끄러워! 여기 병원입니다!”그때 한 중년 간호사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걸어 나왔다.“간호사님, 빨리 의사 선생님 좀 불러주세요!”간호사를 본 임유환은 다른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다급히 외쳤지만 돌아오는 건 간호사의 불친절이었다.“여기가 당신 집이에요? 진료예약부터 해요!”힘든 야근에 어렵게 눈을 붙였는데 하필 임유환이 그럴 때 소란을 피운 탓에 지금 간호사는 기분이 아주 나쁜 상태였다.“뭐라고요?!”임유환은 사람 목숨이 달린 이 상황에 여유롭게 예약이나 하라는 간호사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뭘 쳐다봐요? 귀먹었어요? 가서 예약하라고요!”노려보는 임유환의 시선에 기분이 나빠진 간호사는 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여기 사람 다친 거 안 보여?! 너도 죽고 싶어?!”간호사의 태도에 다시 화가 난 임유환은 진기를 뿜어내며 순식간에 간호사 앞으로 다가가 그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목이 잡힌 간호사는 두 발이 공중에 떠버린 채 말 못하는 아기처럼 웅얼대며 빨개진 얼굴로 발버둥을 쳤다.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의사가 흰자가 보이도록 눈이 뒤집힌 간호사를 보고는 다급히 임유환을 말리며 말했다.“그만 하세요! 이러다가 사람 죽습니다!”“그럼 당장 수술 준비해.”임유환은 정말 악마라도 된 양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일단 진정하고, 병원 절차대로...”“지금 당장 수술 준비하세요.”그때 서인아가 의사의 말을 끊으며 차갑게 말했다.“오늘 이 사람 못 살리면 다들 그만둘 각오해요.”단번에 서인아를 알아본 의사는 당황하며 바로 고개부터 숙였다.“네, 지금 바로 수술 들어가겠습니다!”“얼른 수술 준비해!”임유환이 서인아의 친구라는 것을 알아챈 의사는 바로 응급실 직원들에게 수술을 준비하라 일렀다.임유환은 그제야 간호사를 놓아주었다.목을 옥죄이던 손이 풀리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간호사는 몸을 떨어대며 임유환의 눈도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들이 침대를 끌고 나와서는 거기에 최서우를 눕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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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임유환은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포와 무력감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의술에 능한 임유환은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위급한지 잘 알고 있었다.시신경들이 가득한 뇌에 박힌 총알을 빼내다가 다른 걸 잘못 건드리기만 하면...“걱정 마 유환아, 서우 씨 괜찮을 거야.”임유환은 잔뜩 충혈된 눈에 눈물을 매단 채 자신을 위로하는 서인아를 바라보며 자책 어린 말을 했다.“다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한 거야. 나 때문에, 내가 너무 경솔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임유환은 아까 자신이 좀 더 조심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아 죄책감에 사로잡혀 버렸다.“네 탓이 아니야 유환아, 그 일은 누구라도 예상 못 했을 거야.”서인아도 위로를 하고는 있었지만 상상조차 못 했던 일에 심장이 떨리긴 마찬가지였다.“그래요 유환 씨. 얼른 힘내야죠. 서우도 유환 씨가 이러고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눈시울이 빨개진 조명주도 임유환을 다독였다.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생사불명의 상황에 놓여있으니 그도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수술이 잘 되길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뿐이었기에 일단은 힘을 내서 버텨야만 했다.“조 중령님 말이 맞아. 일단 좀 앉아봐. 서우 씨 강하고 운도 좋은 사람이니까 꼭 살 수 있을 거야.”“그래요, 전에 무당이 서우는 아흔아홉 살 까지 살 거라 그랬어요!”조명주도 애써 밝은 척하며 서인아와 함께 임유환을 위로했다.자신을 위해 애써주는 조명주와 서인아를 향해 임유환도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차디찬 병원 의자에 앉았다.수술실 등이 켜진 뒤로 이미 두 시간이나 지났지만 임유환은 여전히 긴장에 떨고 있었다.아직도 끝나지 않은 수술에 불안감까지 몰려온 임유환은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몸을 떨고 있었다.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던 서인아는 차디찬 임유환의 두 손을 다정히 잡아주며 말했다.“걱정 마 유환아, 서우 씨 괜찮을 거야.”“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 인아야...”좀 전까지만 해도 헤어지기 아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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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분노를 꾹꾹 눌러 담은 듯한 목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지며 흑제의 심장까지 철렁이게 했다.임유환이 이토록 화난 모습은 난생처음 보는 흑제였기에 다급히 그의 말에 대답했다.“예, 임 선생님.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임유환의 말 한마디에 흑제가 서둘러 사람을 풀며 달려나가는 모습을 본 서인아와 조명주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지만 수술실의 등이 계속해서 켜져 있는 지금 그런 거에 정신을 팔 여유가 없었다.세 시간, 네 시간, 다섯 시간...시간은 지체없이 흘러 어느새 다섯 시간이나 훌쩍 지나 있었다.“왜 아직도 안 끝난 거야.”임유환은 조급함을 이기지 못하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수술실 주변을 맴돌았다.그의 눈은 더욱더 빨갛게 충혈됐고 눈 속에는 불안과 공포가 가득 차 있었다.임유환의 이성은 수술이 길어질수록 최서우가 살아날 확률이 희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필 총이 뇌에 박혀버린 탓에 수술이 까다롭고 또 과다출혈의 위험도 있어 수술시간은 최대 6시간이 한계인데 이미 다섯 시간이나 지나버린 것이다.그러니 지금은 앞으로 한 시간 안에 수술이 끝나지 못한다면 최서우의 목숨이 정말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공포라는 감정이 임유환의 심장을 옥죄어왔고 임유환의 손발은 빠르게 식어가며 그의 몸까지 파르르 떨려왔다.“유환아, 괜찮아. 서우 씨 괜찮을 거야.”그걸 본 서인아는 임유환을 다정히 토닥이며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임유환 어깨에 걸쳐주었다.은은한 나무 향이 코끝으로 전해지자 그제야 조금 안정을 되찾은 임유환이 서인아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고마워...”서인아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임유환의 시린 손을 꼭 잡아주었다.그렇게 긴장감 속에서 시간은 또 30분이나 흘러버렸다.하지만 여전히 닫혀있는 수술실 문에 임유환은 저도 모르게 서인아의 손을 꽉 잡았다.십분, 이십 분...최서우의 생사를 가를 시간이 고작 10분밖에 남지 않았다.임유환은 수술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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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의사의 어두운 얼굴을 본 셋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임유환은 일말의 희망을 품고 다급히 물었다.“선생님, 수술은 성공적인 건가요?”목소리에서 불안감이 새어 나오는 임유환을 보며 의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있죠.”“다행히도 환자를 데려올 때 누가 이미 응급처치는 끝내놨더라고요. 은침으로 혈 자리를 막은 덕분에 과다출혈은 피해서 수술할 시간은 충분했어요.”“후...”의사의 말을 들은 셋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서인아와 조명주도 자연스레 응급처치를 한 임유환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의사의 말에 셋은 다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환자분의 상황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에요.”“총알이 뇌를 조금 빗겨나가서 뇌가 망가지는 건 피했지만 그래도 다른 시신경들이 많이 다친 상태에요. 아마...”“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불길한 의사의 말에 임유환은 잔뜩 긴장하며 물었다.“아마 뇌 쪽 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이 있을 겁니다. 환자분이 언제 깨어나실지도 잘 모르는 상태고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그럼 계속 의식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그럼... 식물인간이라고 봐야 합니다.”“식물인간이요?”놀란 듯 되묻는 임유환에 서인아와 조명주의 표정 역시 다시 어두워졌다.“네.”의사도 안타까운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그러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아, 그리고 환자분 가족은 어느 분이시죠? 와서 사인하셔야 해요.”“제가 가죠.”최서우가 이렇게 된 건 다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 임유환은 먼저 나서며 말했다.“같이 가.”그때 서인아가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곳은 연경이니 임유환이 지리도 잘 모를 것이고 또 자신이 동행하는 편이 최서우에게 제일 좋은 병실을 찾아주는 데도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 서인아였다.“그래.”그리고 그런 서인아의 마음을 아는 임유환도 고맙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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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그때 서인아를 구하느라 폐허 속에 갇혀있던 탓에 임유환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었다.임유환은 철근에 배가 찔려 몇 바늘씩이나 꿰맨 채로 누워있었는데 다행히도 스승님의 혹독한 훈련과 수많은 약재 덕분에 남다른 회복속도를 자랑하며 열몇 시간 만에 몸이 거의 다 회복됐었다.그래서 당시 임유환의 주치의이자 의학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최서우의 주의를 끌게 된 것이다.임유환에게 흥미가 생긴 최서우는 말끝마다 잘생긴 환자분이라며 임유환을 유혹해댔고 임유환더러 자신의 연구를 도와달라고 졸라왔었다.하지만 그 연구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던 임유환은 표본으로 잘려나가긴 싫었기에 단호하게 거절했었다.하지만 임유환의 예상과 반대로 그 거절 뒤에 따른 것은 최서우의 더욱 강력해진 유혹이었다.최서우는 임유환의 상태를 살펴본다는 이유로 병실에 들어와 그의 복부를 손가락 끝으로 쓸어내리며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었다.그에 온몸에 소름이 돋은 임유환은 너무 흥분한 탓에 상처까지 다시 벌어져 버린 것이다.최서우는 그제야 의사를 데려온다는 말만 남기고 멋쩍은 듯 병실을 빠져나갔다.그렇게 주치의에게 버려진 채 혼자 어금니를 깨물며 고통을 참아내던 그 날의 추억을 회상하던 임유환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다.지금의 임유환은 최서우가 다시 눈을 떠서 잘생긴 환자분이라며 저를 쫓아다녀 주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다.일어나주기만 한다면 임유환은 최서우의 부탁이라면 다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었다.연구실에 끌려가서 그녀의 표본이 된다 해도 기꺼이 모른 척 같이 가줄 수 있었다.“서우 씨, 얼른 좀 일어나요 제발...”임유환은 고개를 숙인 채 기도하듯 중얼거렸다.“서우 씨가 일어나기만 하면, 멀쩡히 눈만 떠주면 서우 씨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요. 그게 뭐든 다 들어줄게요...”임유환의 간절한 기도에 답변하듯 최서우의 오른손의 손가락 하나가 살짝 움직였다.하지만 그마저도 단 한 번으로 끝났고 손가락은 다시 움직임을 멈추었다....한편 정씨 집안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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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알겠습니다, 가주님. 지시대로 하겠습니다.”“그래, 다들 이만 나가봐.”“예!”정서진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을 한 부하들이 나가고 고요해진 서재에서 정서진의 두 눈은 다시 차갑게 식어갔다.이번 암살이 실패한 것도 그리고 임유환이 무제의 실력에 오른 것도 전부 정서진의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었다.스물일곱의 나이로 무제의 경지에 올랐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정서진이었기에 정서진은 더더욱 임유환을 살려둘 수가 없었다.그리고 임준호와 채수빈 역시 임유환과 만나게 해서는 안 되었다.그들이 만남을 이어오다 자칫해서 임유환이 그날 일에 대해 알게 된다면 정씨 집안에는 큰 화가 미칠 것이기에 우선은 그것부터 막고 봐야 했다.그리고 임유환을 어떻게 죽일 건지는 천천히 다시 계획을 세워 두 번의 실패는 없게 한 번에 끝내야 했다....깊은 밤, 연경 제일병원.임유환은 밤이 깊었음에도 전혀 잠이 오지 않았고 머릿속엔 온통 최서우 생각뿐이었다.그래서 아까부터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꼭 모은 채 최서우가 빨리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유환아, 소파에서 좀 쉬어. 여긴 내가 보고 있을게.”그때 임유환은 제 곁으로 다가와 다정히 속삭이는 서인아에 한참 만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서인아가 바라본 임유환의 눈에는 실핏줄이 가득했다.아마 지친 몸을 정신력으로 버텨내다가 생긴 것 같았다.“괜찮아, 내가 있을게.”하지만 임유환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너랑 조 중령님도 오래 있었는데 얼른 가서 쉬어. 내 걱정은 말고.”“그렇지만 너 눈이...”서인아는 임유환을 이대로 뒀다간 그에게도 무슨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져 걱정스러운 눈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괜찮아, 이 정도로 나 어떻게 되지 않아. 그보다 네가 종일 뛰어다니느라 고생했지.”임유환은 서인아를 달래듯 다정히 바라보며 웃었다.“아냐, 나 안 힘들어. 그럼 나도 여기 같이 있을게.”그에 서인아도 웃으며 의자를 끌어와 임유환 옆에 앉았다.“나도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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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서우 씨, 나 기억 안 나요?”의아한 표정의 최서우를 보는 임유환의 얼굴도 서서히 굳어갔다.“누... 누군데요?”말을 하며 몸을 일으키던 최서우는 절반쯤 일어났을 때 머리에서 느껴지는 깨질듯한 통증에 순간 숨을 들이마시며 이를 악물었다.“서우 씨!”그에 걱정된 임유환이 달려가 최서우를 부축하려 했지만 최서우는 단번에 그 손을 내친 채 미간을 찌푸렸다.“뭐 하는 짓이에요!”최서우에게 얻어맞은 임유환의 손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찌릿찌릿한 통증이 전해지는 것 같았지만 임유환은 그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놀라버렸다.설마 기억을 잃은 걸까, 그게 아니라면 저를 이토록 경계하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서우야, 나는 알아보겠어?”그런 최서우가 마찬가지로 걱정된 조명주가 나서며 다급히 물었다.“명주야!”다행히 조명주는 알아본 듯 최서우가 환히 웃었다. 하지만 이내 의아한 듯 물어왔다.“명주야, 너 지금 사관학교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여깄어?”“그리고 나는 왜 또 여깄는 거야? 여기 병원 같아 보이는데.”정말로 기억을 잃은 듯해 보이는 최서우의 말에 조명주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너 진짜 아무런 기억도 없는 거야?”“기억이라니? 무슨 기억 말하는 거야?”하지만 조명주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최서우는 여전히 어리둥절해 보였다.“우리 지금 학교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그래!”“우리 지금 3학년이잖아. 방학에 여행 가기로 한 거 안 잊었지?”“근데 너 아까 내가 물어본 말에 대답 안 했어 아직. 네가 왜 우리 학교에 온 거야?”“그리고 내가 왜 여깄어? 나 아까까지 도서관에서 책 보고 있었는데...”“서우야, 너...”당황스러워하는 최서우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조명주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기로 했다.“서우야, 아무래도 네가 기억을 잃은 것 같아.”“기억을 잃었다고?”조명주의 말에 깜짝 놀란 최서우가 몸을 일으켰지만 이번에도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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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기억이 안 나.”기억을 잃기 전에 최서우가 임유환을 남다르게 생각한다는 걸 아는 조명주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물었다.“다시 잘 생각해봐. 정말 모르겠어?”“응, 모르겠어.”“그래...”조명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임유환은 저를 떠올리지 못하는 최서우를 보며 마음 한편이 아파왔다.“서우야, 그럼 서인아 씨는 알아?”포기하지 않고 묻는 조명주에 최서우는 아까와는 상반되는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당연하지!”“서인아 씨는 우리 여자들의 우상이잖아. 예쁘고 카리스마도 있고. 어린 나이에 벌써 재계 여왕님이시잖아.”서인아에 대한 칭찬을 줄줄이 늘어놓던 최서우는 그제야 임유환 옆에 서 있는 또 다른 여자를 주의 깊게 보았는데 그 실루엣이 서인아와 너무나도 흡사했다.“서인아 씨? 어떻게 여기 계세요?”서인아는 눈을 크게 뜨고 묻는 최서우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서우 씨가 기억을 잃었으니 당연히 모르겠죠. 우리 아까 같이 밥도 먹었는데.”미소를 짓는 서인아의 눈에는 기억을 잃어버린 최서우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했다.“우리가 같이 밥을 먹었다고요? 서인아 씨랑 저랑요?”한편 최서우는 자신이 서인아와 함께 밥도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연신 되물었다.“명주야, 나 얼마나 잔 거야?”최서우는 좀 전까지만 해도 깊은 꿈을 꾸고 있었다. 너무나도 생생해서 마치 현실 같은 꿈을.분명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너무 피곤해서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누가 제 이름을 부르는 게 들려서 힘껏 눈을 떠봤더니 지금 이 상황이었다.“수술한 시간까지 다 하면 열두 시간쯤 됐어.”“열두 시간이면 그렇게 길지도 않은데...”조명주의 대답에 최서우는 혼자 중얼거렸다.현실에서는 고작 열두 시간 지났을 뿐인데 꿈속에서는 한 세기를 보낸 것 같았다.“응, 빨리 일어나서 다행이야.”“지금 어디 불편한 덴 없어?”걱정스레 묻는 조명주에 최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냥 머리가 좀 아픈 것 말고는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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