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습니다, 가주님. 지시대로 하겠습니다.”“그래, 다들 이만 나가봐.”“예!”정서진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을 한 부하들이 나가고 고요해진 서재에서 정서진의 두 눈은 다시 차갑게 식어갔다.이번 암살이 실패한 것도 그리고 임유환이 무제의 실력에 오른 것도 전부 정서진의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었다.스물일곱의 나이로 무제의 경지에 올랐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정서진이었기에 정서진은 더더욱 임유환을 살려둘 수가 없었다.그리고 임준호와 채수빈 역시 임유환과 만나게 해서는 안 되었다.그들이 만남을 이어오다 자칫해서 임유환이 그날 일에 대해 알게 된다면 정씨 집안에는 큰 화가 미칠 것이기에 우선은 그것부터 막고 봐야 했다.그리고 임유환을 어떻게 죽일 건지는 천천히 다시 계획을 세워 두 번의 실패는 없게 한 번에 끝내야 했다....깊은 밤, 연경 제일병원.임유환은 밤이 깊었음에도 전혀 잠이 오지 않았고 머릿속엔 온통 최서우 생각뿐이었다.그래서 아까부터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꼭 모은 채 최서우가 빨리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유환아, 소파에서 좀 쉬어. 여긴 내가 보고 있을게.”그때 임유환은 제 곁으로 다가와 다정히 속삭이는 서인아에 한참 만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서인아가 바라본 임유환의 눈에는 실핏줄이 가득했다.아마 지친 몸을 정신력으로 버텨내다가 생긴 것 같았다.“괜찮아, 내가 있을게.”하지만 임유환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너랑 조 중령님도 오래 있었는데 얼른 가서 쉬어. 내 걱정은 말고.”“그렇지만 너 눈이...”서인아는 임유환을 이대로 뒀다간 그에게도 무슨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져 걱정스러운 눈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괜찮아, 이 정도로 나 어떻게 되지 않아. 그보다 네가 종일 뛰어다니느라 고생했지.”임유환은 서인아를 달래듯 다정히 바라보며 웃었다.“아냐, 나 안 힘들어. 그럼 나도 여기 같이 있을게.”그에 서인아도 웃으며 의자를 끌어와 임유환 옆에 앉았다.“나도 잠
“서우 씨, 나 기억 안 나요?”의아한 표정의 최서우를 보는 임유환의 얼굴도 서서히 굳어갔다.“누... 누군데요?”말을 하며 몸을 일으키던 최서우는 절반쯤 일어났을 때 머리에서 느껴지는 깨질듯한 통증에 순간 숨을 들이마시며 이를 악물었다.“서우 씨!”그에 걱정된 임유환이 달려가 최서우를 부축하려 했지만 최서우는 단번에 그 손을 내친 채 미간을 찌푸렸다.“뭐 하는 짓이에요!”최서우에게 얻어맞은 임유환의 손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찌릿찌릿한 통증이 전해지는 것 같았지만 임유환은 그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놀라버렸다.설마 기억을 잃은 걸까, 그게 아니라면 저를 이토록 경계하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서우야, 나는 알아보겠어?”그런 최서우가 마찬가지로 걱정된 조명주가 나서며 다급히 물었다.“명주야!”다행히 조명주는 알아본 듯 최서우가 환히 웃었다. 하지만 이내 의아한 듯 물어왔다.“명주야, 너 지금 사관학교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여깄어?”“그리고 나는 왜 또 여깄는 거야? 여기 병원 같아 보이는데.”정말로 기억을 잃은 듯해 보이는 최서우의 말에 조명주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너 진짜 아무런 기억도 없는 거야?”“기억이라니? 무슨 기억 말하는 거야?”하지만 조명주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최서우는 여전히 어리둥절해 보였다.“우리 지금 학교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그래!”“우리 지금 3학년이잖아. 방학에 여행 가기로 한 거 안 잊었지?”“근데 너 아까 내가 물어본 말에 대답 안 했어 아직. 네가 왜 우리 학교에 온 거야?”“그리고 내가 왜 여깄어? 나 아까까지 도서관에서 책 보고 있었는데...”“서우야, 너...”당황스러워하는 최서우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조명주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기로 했다.“서우야, 아무래도 네가 기억을 잃은 것 같아.”“기억을 잃었다고?”조명주의 말에 깜짝 놀란 최서우가 몸을 일으켰지만 이번에도 관
“기억이 안 나.”기억을 잃기 전에 최서우가 임유환을 남다르게 생각한다는 걸 아는 조명주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물었다.“다시 잘 생각해봐. 정말 모르겠어?”“응, 모르겠어.”“그래...”조명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임유환은 저를 떠올리지 못하는 최서우를 보며 마음 한편이 아파왔다.“서우야, 그럼 서인아 씨는 알아?”포기하지 않고 묻는 조명주에 최서우는 아까와는 상반되는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당연하지!”“서인아 씨는 우리 여자들의 우상이잖아. 예쁘고 카리스마도 있고. 어린 나이에 벌써 재계 여왕님이시잖아.”서인아에 대한 칭찬을 줄줄이 늘어놓던 최서우는 그제야 임유환 옆에 서 있는 또 다른 여자를 주의 깊게 보았는데 그 실루엣이 서인아와 너무나도 흡사했다.“서인아 씨? 어떻게 여기 계세요?”서인아는 눈을 크게 뜨고 묻는 최서우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서우 씨가 기억을 잃었으니 당연히 모르겠죠. 우리 아까 같이 밥도 먹었는데.”미소를 짓는 서인아의 눈에는 기억을 잃어버린 최서우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했다.“우리가 같이 밥을 먹었다고요? 서인아 씨랑 저랑요?”한편 최서우는 자신이 서인아와 함께 밥도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연신 되물었다.“명주야, 나 얼마나 잔 거야?”최서우는 좀 전까지만 해도 깊은 꿈을 꾸고 있었다. 너무나도 생생해서 마치 현실 같은 꿈을.분명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너무 피곤해서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누가 제 이름을 부르는 게 들려서 힘껏 눈을 떠봤더니 지금 이 상황이었다.“수술한 시간까지 다 하면 열두 시간쯤 됐어.”“열두 시간이면 그렇게 길지도 않은데...”조명주의 대답에 최서우는 혼자 중얼거렸다.현실에서는 고작 열두 시간 지났을 뿐인데 꿈속에서는 한 세기를 보낸 것 같았다.“응, 빨리 일어나서 다행이야.”“지금 어디 불편한 덴 없어?”걱정스레 묻는 조명주에 최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냥 머리가 좀 아픈 것 말고는 다 괜찮아.”“
“어...”제 예상과는 다른 반응에 임유환이 벙쪄있자 조명주도 얼굴을 붉힌 채 말했다.“유환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빨리 옷 내려요!”“하...”이러면 둘의 첫 만남이라도 떠올리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별 소용이 없자 임유환은 실망한 듯 옷을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더 나았을 정도로 최서우는 빨개진 얼굴로 임유환을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세차게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킨 최서우는 조명주를 보며 입을 열었다.“명주야, 내가 진짜 이런 변태를 구하려고 총을 맞았다는 거야?”“어...”최서우에게 자신이 변태 취급을 받는 날이 올 줄은 몰랐던 임유환은 입꼬리가 떨려오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서우야, 유환 씨는 변태가 아니야.”그렇게 말을 잇지 못하는 임유환을 대신해 조명주가 해명을 해주고 있었다.“너랑 유환 씨는 병원에서 처음 만났어. 그때 유환 씨 배에 난 상처를 살펴준 게 너고, 그리고 너 때문에 유환 씨 상처가 다시 벌어지기도 했었어.”그때까지만 해도 쌩쌩하게 돌아다니며 임유환을 괴롭히던 최서우를 생각하니 조명주는 제가 괜히 부끄러워졌다.“알겠어.”조명주가 저를 속일 리 없었기에 최서우도 그런가 보다 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임유환이라는 사람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그때 최서우를 자극할 다른 방법이 떠오른 임유환은 다시 입을 열었다.“서우 씨가 전에 나를 잘생긴 환자분이라고 불렀던 건 기억 나요?”“잘생긴 환자분이요?”임유환의 말을 들은 최서우는 이불로 온몸을 감싸며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의심스럽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당신 진짜 변태 아닌 거 확실해요?”“아니에요...”저를 노려보는 최서우에 임유환의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졌다.지금의 최서우는 마치 대학 시절로 돌아가 버린 것 같았다.조효동이라는 인간에게 상처받지도 않고 남자를 혐오하는 병 같은 것도 없는 활발하고 해맑았던 그때로.하지만 저마저도 깨끗이 잊어버렸다는 사실에 임유환은 슬퍼질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최서우
“미안해요, 정말 기억이 안 나요...”그때 힘들어하는 임유환을 보아낸 최서우가 미안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괜찮아요, 서우 씨가 눈 뜬 걸로 난 충분해요. 기억은 천천히 회복하면 되죠.”최서우의 사과에 정신을 차린 임유환은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최서우를 보며 말했다.“그리고 기억을 못 해낸대도 괜찮아요. 우리 앞으로 천천히 알아가요. 나에 대한 서우 씨 인상이 좋은 쪽으로 바뀔 수 있게 나도 노력할게요.”“일단 내 소개부터 할까요? 난 임유환이라고 해요.”최서우는 내밀어진 임유환의 손을 보며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의 진심 어린 눈을 보고 결심한 듯 손을 내밀었다.“최서우예요.”“그럼 우리 이제 다시 알아가 봐요.”임유환은 제 손을 잡아 온 최서우를 보며 웃었다.“누워있어요. 간호사한테 의사 선생님 모셔오라고 할게요. 검사 다시 해봐요.”“고마워요.”저 낯선 고맙다는 말을 들은 임유환은 순간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고개를 떨구었다.예전 같았으면 잘생긴 환자분이라며 놀리듯 말했을 최서우인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모두 사라져버려 임유환은 또다시 차오르는 눈물을 감추려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갔다.최서우는 조명 탓에 유난히 길고 처량해 보이는 임유환의 뒷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파왔다.그리고 저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라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명주야, 나랑 저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였어?”“친구.”조명주는 최서우의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사이가 아주 좋은 친구였어.”“사이좋은 친구?”혼자 중얼거리는 최서우의 눈동자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다.5분 뒤, 병실로 들어온 의사는 최서우에게 간단한 검사를 진행했고 기억을 저장하는 부분에 손상이 있는 것 말고는 다른 이상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정말 기억상실이 맞긴 한 것 같았다.“선생님, 그럼 제 친구가 기억을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그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임유환의 질문에 의사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최서우 씨
“아니에요... 그냥...”최서우는 고개를 젓는 임유환을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며 물었다.“그냥 뭐요?”“그냥...”임유환은 수술 때문에 머리가 다 밀려버려 원래의 미모를 잃어버린 최서우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또 눈시울을 붉혔다.“그냥... 내가 서우 씨를 지키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해서 그래요.”“남자가 뭐 이렇게 감성적이에요. 나도 같이 슬퍼지잖아요.”자책하는 임유환을 보고 있자니 최서우의 가슴도 같이 저릿해 났다.“그래요 유환 씨, 서우 힘들게 깨어났는데 기뻐해야죠!”그때 덩달아 슬퍼진 조명주가 일부러 임유환을 나무라며 말했다.“하하, 미안해요.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눈에 뻔히 보이는 억지웃음이었지만 다들 그 웃음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최서우의 일을 겪으면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가 한층 더 돈독해진 것 같았다.혼자 연경에 있을 때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는데 서인아는 이런 낯설지마는 따뜻한 느낌이 마음에 든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때 보고를 위해 병원에 온 흑제가 그들에게로 다가갔다.“임 선생님께서 알아보라고 한 일 거의 다 알아내긴 했는데...”“근데 뭐요?”말을 멈추는 흑제에 임유환은 눈을 치켜뜨며 그를 바라보았고 서인아와 조명주 역시 긴장한 듯 흑제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그 경찰이 잡혀가는 도중에 혼자 독을 먹고 자결했답니다.”“독을 먹고 자결해요?”흑제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아까의 일을 떠올리는 임유환이었다.임유환을 공격하던 검은 옷의 킬러들과 같은 방법으로 자결한 걸 보니 아마 한패인 듯싶었다.“그 사람 자료는 찾았어요?”“그건 못 찾았습니다.”“사람을 시켜서 시스템을 뒤져봤는데 그런 사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답니다.”“역시 계획 살인이었네요.”고개를 젓는 흑제에 임유환의 눈빛이 다시금 차가워졌다.“그럼 그 가짜 기자는요? 똑같이 독을 먹고 자결했겠네요?”“네...”“하하, 정말 철저히 계획된 움직임이네요.”냉소를 흘리던 임유환은 이내 드는 의문에 다시 흑제를 바라
“있긴 한데 왜 그러세요?”“제가 잠시 머물 수 있을까요?”“당연하죠!”일부러 조심스레 묻는 임유환에 흑제는 심장이 철렁했다.주인님이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물을 때마다 수명이 깎여나가는 듯 불편했다.하지만 아직 임유환의 신분을 노출할 수는 없었기에 흑제는 억지로 임유환에게 맞추며 연기를 이어나갔다.“감사합니다, 흑제님.”임유환의 미소에 흑제도 얼른 두 손을 모으며 인사를 했다.“별말씀을요, 집은 제가 얼른 비워놓겠습니다.”“감사합니다.”그에 임유환도 호탕하게 웃어 보였고 제 주인의 의도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흑제는 그냥 그가 시키는 대로 하기 위해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갔다.흑제가 나가자 임유환이 환경과 프라이버시를 강조할 때부터 의아하게 생각하던 서인아와 조명주의 시선이 임유환에게로 향했다.공교롭게 두 여자 모두 혹시 집에 여자를 두려는 건 아닌지 의심을 한 탓에 심문하듯 임유환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 따가운 시선을 느낀 임유환은 저도 모르게 눈꼬리를 떨며 물었다.“왜 그렇게 봐요?”“별장은 왜 빌리는 거야?”먼저 질문을 한 서인아는 죄인을 추궁하는 듯 날카롭게 물었다.“왜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건데?”“하하.”역시 여자는 감성의 동물이라더니 프라이버시에만 집중하고 환경을 강조한 건 까맣게 잊어버린 서인아에 임유환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왜, 뭐 찔리는 거라도 있어?”하지만 임유환의 웃음에 서인아는 아까보다 더 집요하게 임유환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의심이 더 짙어진 것 같았다.“그럴 리가.”임유환은 멋쩍게 웃으며 해명을 했다.“환경 좋고 프라이버시 확실한 데로 알아봐달라고 한 건 서우 씨의 회복을 위해서야.”“서우 씨 회복?”잠시 당황하던 서인아는 이내 임유환의 뜻을 알아차렸다는 듯 물었다.“너 설마 서우 씨를 별장으로 옮기려는 거야?”“응.”고개를 끄덕인 임유환은 제 계획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앞으로 서우를 별장에 들이고 제가 매일 옆에서 침 치료를 해줄 생각이었다.그러면 기억력을 자극하는 데
“고마워, 인아야.”서인아의 동의까지 받은 임유환은 갑자기 없던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별장엔 언제 들어갈 건데?”“상황 좀 지켜보다가 서우 씨 좀 괜찮아지면 그때 퇴원할 거야.”“그래.”서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뜩 충혈된 눈을 하고 있는 임유환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서우 씨도 이제 깨어났으니까 너도 좀 쉬어. 여긴 나랑 명주 씨가 지킬 테니까 걱정 말고.”“응.”이번에는 임유환도 거절하지 않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푹신한 소파에 누우니 온몸의 긴장이 순식간에 풀리면 임유환은 빠르게 잠에 들었다.“인아 씨도 가서 쉬어요. 내가 서우랑 같이 있을게요.”임유환이 눕는 걸 확인한 조명주는 웃으며 서인아를 향해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난 저기 잠깐 앉아있을게요. 오늘은 우리 둘이 번갈아 가면서 서우 씨 돌봐요.”“좋아요.”조명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인아도 소파에 가 앉았고 침대 곁에는 최서우와 조명주 두 명만이 남아있었다.“서우야, 너도 좀 쉴래?”조명주는 최서우도 금방 깨어나서 피곤할 것 같아 걱정스레 물었다. “난 괜찮아.”하지만 최서우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소파에 누워있는 임유환에게로 돌렸다.임유환을 보고 있으니 아까 제 앞에서 배를 까보이던 게 생각나 최서우는 얼굴을 붉히며 조명주를 향해 물었다.“명주야, 내가 진짜 저 사람이랑 친했었어?”“응.”최서우의 질문에 조명주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우린 도대체 어떻게 친해진 거야? 그리고... 어느 정도로 친해진 건지 알려줄 수 있어?”호기심에 가득 차 묻는 최서우를 보며 조명주가 입을 열었다.“당연하지.”“너랑 유환 씨는 한 달 전에 알게 된 거야. 그때 유환 씨가 서인아 씨를 지키다가 크게 다치고 S 시 제일병원에 실려 왔었어.”“그때 수술 집도의가 너였는데 임유환 씨 회복속도가 유독 빨라서 의학에 열정이 넘치던 네가 흥미를 느끼게 된 거지.”“그래서 너는 임유환 씨한테 연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는데 유환 씨가 거절했었어.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