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621 - Chapter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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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1화

사람은 살렸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약도 자주 먹어야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주혜민은 박미선과 주성건의 유일한 딸로, 더없이 귀하고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다. 주혜민이 원하는 대로 주고, 그들의 모든 사랑을 주혜민에게 주었다. 이에 따라 주혜민의 성격이 매우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제멋대로 행동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비록 주혜민이 자라면서 성격이 아주 좋아졌지만, 그 뼛속에 있는 본성은 그대로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해결되지 않으면, 본성이 드러나고 잔인하게 변한다.이번처럼 말이다.박미선은 몸으로 인해 집에서 전업주부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도 멍청하지 않다. 정상적인 사교도 다 있다.부잣집 사모님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모임을 가지고, 봉사활동도 자주 한다. 서로 돕고 이익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주성건이 회사 일을 주로 해결한다면 박미선은 집안일을 주로 한다. 부부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면서 주영 그룹을 키웠다.박미선도 머리가 없는 게 아니다.그들 자리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 중 바보인 사람은 없다.박미선은 요즘 주영 그룹의 상황을 알고 있고, NS 그룹 쪽의 난처함도 알고 있다.박미선 정도 나이를 먹은 여자는 주혜민보다 먹은 밥도 더 많고 경험도 더 많다. 나상준이 주혜민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남자가 여자를 신경 쓴다면 절대 상대 회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 이렇게 무자비하고 가혹한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모든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자기 자식이 최고이고, 누구도 비교할 수 없다.박미선은 주혜민의 어머니이고, 주혜민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나상준이 차우미와 결혼하기 전, 박미선이 보기에 나상준이 자기 딸과 아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주혜민이 나상준과 결혼하는 것을 아주 응원했다.그런데 나상준이 자기 딸을 아내로 맞이하지 않고 어느 가난한 집안의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 줄은 몰랐다. 자기 딸보다 못하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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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주혜민은 찻잔을 내려놓고는 못마땅한 얼굴로 박미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제정신이야?”주혜민은 엄마라고 해서 말을 살갑게 하지는 않았다. 박미선은 이 말을 듣고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박미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혜민이 계속 말했다.“절대 나상준이랑 헤어질 수 없다고. 그동안 오가는 정이 있는데, 그리고 NS 그룹 요 몇 년간 승승장구하는 거 봐. 다른 집안에 나상준이랑 비교 할 대상이 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물론 외국에도 있다고 하실 수 있지만, 난 외국 남자 싫어! 난 상준이가 좋아.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사람이야.”“다른 사람을 찾으라고? 말도 안 돼.”주혜민은 담담하게 이 몇 마디를 하고, 박미선에게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나상준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다른 남자는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박미선은 얼굴이 순간 굳어지고 안색이 더욱 청백해졌다.주혜민의 이 말이 너무 인정사정없다. 박미선을 골치 아프게 하고 초조하게 했다.그녀는 몸도 원래 좋지 않고, 요 몇 년 동안 정성을 다해 몸조리를 해왔다. 지금 주혜민의 몇 마디에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다.콜록…박미선이 기침을 하기 시작하자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주혜민은 언짢아 박미선 옆에 와서 앉아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린 후, 가사도우미를 불러왔다.“우 씨 아주머니. 빨리 약 좀 가져오세요.”“네, 아가씨.”가사도우미도 박미선의 기침 소리를 듣고 바로 약과 물을 가지고 왔다.“주세요.”“네.”주혜민은 약과 물을 받아 박미선에게 먹였다.박미선은 약을 먹고, 마음속의 큰 감정 기복이 조금 진정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침하고 있었고, 그리 빨리 진정되지 않았다.주혜민은 박미선 옆에 앉아 계속 등을 두드리며 가슴을 어루만졌다. 박미선의 숨결이 가라앉고 나서야 동작을 멈추고 박미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모도 안 좋은데,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걱정하지 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박미선의 숨결이 가라앉히고 소파에 몸을 기대 눈을 감고 회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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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주 의사는 분명히 말했다. 박미선을 화나게 하지 말고, 무슨 큰 일이 생겨도 박미선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일단 환자 위주로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동안 주영 그룹에 이런 큰 문제가 생기고 한 것이 박미선의 지금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한다.인생을 편한 마음가짐으로 사는 게 어디 쉬운가?다들 속물이라 몹시 어렵다.주혜민은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다.“알겠습니다.”주 의사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당부하고는 자리를 떴다.주혜민은 박미선의 몸 상태를 알고 있다. 완전히 낫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를 억울하게 하고, 박미선을 따르는 것은 못 한다.주혜민은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있는 박미선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몸도 편찮지 않은 사람을 보고 너무 자주 돌아오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휴대폰을 들고 시간을 보고 가사도우미에게 말했다.“우 씨 아주머니. 잠깐 나와보세요.”박미선은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주변에 사람이 지켜있어야 한다. 주혜민의 말을 듣고 가사도우미는 박미선을 한번 보고 주혜민을 따라 나갔다.문을 닫히고, 주혜민은 조금 멀리 가더니, 멈춰 서서 가사도우미에게 말했다.“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먼저 갈게요. 엄마 좀 유심히 챙겨봐 주세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하고요. 엄마가 깨어나서 제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면, 일 보러 갔다고 하세요. 몸조리 잘하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회사 일은 저랑 아빠가 책임진다고 전해주세요.”가사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가씨.”주혜민은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났다.청주에 주혜민의 집이 따로 있다. 세 살짜리 아기도 아니고, 부모님을 따라 함께 살 수 없다.차에 시동을 걸고, 별장을 떠났다.이미 밤이 깊어 불이 켜져 있는 집은 거의 없었다. 거리에 차들도 보이지 않고, 드문드문 지나가는 차들만 있었다. 온 청주가 깊은 밤에 잠겨 있는 듯했다.주혜민은 운전하면서 머릿속은 요 며칠 일어난 일들로 가득 찼다. 그녀가 회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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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차우미는 약간 멈칫하다가 휴대폰을 들어봤다.전화가 온 거였다.여가현 세 글자가 띄었다.차우미는 여가현의 이름을 보고 어젯밤에 여가현이 아직 답장하지 않은 것을 떠올렸다.아마 이제 막 일을 끝났을 것이다.차우미는 전화를 받았다.“가현아.”휴대폰을 귓가에 대고 아침을 먹으면서 전화를 받았다.“미안. 어젯밤에 출장 중이었어. 비행기에서 내릴 때 벌써 11시라 메시지 보고 답장을 못 했어.”전화를 받자마자 여가현의 사과가 들려왔다.차우미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나도 너 바쁜 거 알잖아.”“안 급해.”“야. 네가 안 급해도 내가 급해. 맛있는 거 보내온다고 하는데 생각만 해도 설렌다.”여가현은 차우미가 특산품을 보내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보고 아주 기뻤다.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기대에 찬 여가현의 말에 차우미는 저절로 웃었다.“주소 좀 줘봐. 어제 다 사서, 오늘 점심에 쉴 때 보내려고.”“알았어!”“지금 보낼게!”여가현은 재빨리 차우미에게 주소를 보냈다.그녀는 워낙 일을 하는 데,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 바로 보내줬다.차우미 쪽에서 벌써 여기현이 보내온 메시지를 받았다.차우미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청주에 있는 여가현의 집 주소이다.차우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받았지? 옛날 주소 그대로야.”“응. 받았어.”“맞다. 보낼 때 운송장 번호도 같이 보내줘. 어디까지 왔는지 계속 확인하게.”여가현의 말은 그냥 들으려니 하면 된다. 먹는 걸 아무리 좋아해도 일만큼도 돈만큼도 아니다.하지만 차우미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웃으며 대응했다.“그래.”“근데 회성에 있는 일은 다 끝났어? 언제 안평시에 돌아가는데?”“내일? 모래?”“미리 좀 말해줘. 나도 시간 내서 안평시에 돌아가려고.”차우미는 여가현이 안평시에 돌아간다고 하니 멈칫했다.“너도 안평시에 가려고?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차우미가 완전히 잊어버린 일이 있다. 여가현은 헛웃음을 웃으며 말했다.“우미야. 동창회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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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맞아. 사실 별로 거기 싫어.”“내가 그럴 줄 알았어. 걱정하지 마. 이 언니만 믿고 있어! 내가 너 괴롭힘 안 당하도록 보호해 줄게!”여가현의 의리 넘치는 말에 차우미는 마치 아빠가 자식을 보호하는 그런 느낌이 들어 저절로 웃었다.“그래. 알았어. 너만 믿을게.”“그래. 그만하자. 곧 재판 시작해. 안평시 돌아가면 꼭 미리 말해줘. 잊지 말고!”“몇 년 만에 처음 있는 동창회인데, 내가 너를 업어서라도 같이 간다.”핸드폰에서 서류가 주고받는 알림음이 들렸다.“네. 네. 명심하겠습니다.”여가현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차우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메모를 눌러 근래에 동창회를 한다고 표시했다.그러면서 사촌 언니의 결혼식 날짜도 함께 써놨다.잊어버리지 않도록.차우미는 일이 많으면 바빠서 다른 일을 까먹을 때가 많다. 특히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더욱 쉽게 잊는다.메모를 다 하고 차우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아침 식사에 집중했다.나상준이 가서 차우미가 더 이상 약을 지어줄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 홀가분해졌다.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드디어 쉴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다. 일을 하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다른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아침을 먹으면서 차우미가 떠오른 게 있다.나예은에게 선물을 사줘야 한다.나상준이 지금 여기에 없지만 선물을 사러 같이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어기면 안 된다.다만, 차우미가 회성을 잘 알지 못한다. 비록 회성에 잠깐 있었지만, 여전히 낯설다.그리고 지금까지 혼자 회성을 돌아다닌 적도 별로 없었다. 근처에 쇼핑몰이 어디 있는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파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돌아오기 전에 회성을 둘러보고, 나예은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파는 곳을 찾으려고 했다.미리 가서 좀 알아두면, 나상준을 데리고 갈 때 바로 살 수 있다. 여기저기 찾아볼 필요도 없고,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나상준에게도 매우 좋은 생각이다.차우미의 마음속에도 어느 정도 생각이 있다.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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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마음이 안정되고 차우미는 회의실로 갔다. 들어가니 다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어제에 이어 회의를 계속했다.요 며칠 일이 잘 풀려가고 있다. 전에 잠시 멈추고 정리를 잘해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어제 오후에 다시 정리했더니 더욱 순조로웠다.한 단계 한 단계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업무에 집중하면서, 시간은 물 흐르는 듯이 흘러갔다. 시간이 벌써 점심에 다가왔다.차우미는 일을 다 마치고 일어나서 하종원에게 말했다.“교수님. 점심에 일이 좀 있어서 식사는 따로 할게요. 가서 점심 드세요.”하종원은 비록 나이대가 있지만, 젊은이들이 자기 시간을 가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차우미도 당연히 자기 시간을 가진다.하종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그래. 가서 일 봐.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하면 돼.”“네.”요 며칠 동안 하성우가 자리를 비고 있었다. 하지만 하성우가 있든 없든 업무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하종원도 더 이상 말하기 귀찮다. 어쨌든 무슨 일이 있으면 차우미보고 직접 연락하라고 하면 된다.차우미는 그들을 따라 엘리베이터로 같이 갔다. 하종원은 직원들이랑 식당으로 가서 식사하고 차우미는 다시 올라가서 방에 돌아갔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들어가 휴대폰을 꺼내 택배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먼저 물건을 가져가라고 하고, 나가서 구경할 예정이다.“여보세요.”휴대폰에서 택배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차우미가 말했다.“안녕하세요. 어제 사우스 호텔에서 택배 가지러 오라고 한 차우미입니다. 오늘 추가로 좀 더 부치려고 하는데, 지금 시간 괜찮으실까요?”“지금은 제가 밥 먹고 있어서 안 되고, 20분 후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차우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네. 그럼, 식사 다하시고 오세요. 호텔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어제 있는 방 번호가 아니라 다른 방 번호라서 문자로 알려드릴게요.”“네. 알겠습니다.”차우미는 전화를 끊고 자신의 방 번호를 택배 기사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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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이 말은 마치 차우미가 없어서 괴롭힘을 당한 것처럼 억울하게 들렸다. 그러나 차우미가 듣기에 심나연의 말은 그저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심나연이 지금 지루해서, 자기한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잊은 거. 요 며칠 너무 바쁘고, 또 다른 일이 있어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차우미의 진지한 답변에 심나연은 순간 멈칫했다.“아...”차우미는 심나연의 대답에 웃음기가 짙어져 이어 말했다.“그리고 성우 씨도 곁에 있어서, 제가 없어도 괜찮잖아요.”이 한마디가 그야말로 심나연의 가슴을 찔렀다.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곰 인형을 껴안고 그대로 얼었다. 손가락은 쑥스러운지 곰 인형의 귀를 계속 만지작거렸다.“아니에요. 오빠는 매일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항상 곁에 있지는 않아요.”이 말에 차우미는 더욱 확실했다.요 며칠 하성우가 항상 심나연 곁에 있으면서 그녀를 돌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말하지 않고, 다른 여자를 찾아갔다고 했을 거다.차우미는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밥은 먹었어요?”지금은 점심 식사 시간이었다. 심나연도 점심을 먹어야 했다.차우미의 물음에 심나연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번쩍 일어나 눈에는 빛을 내면서 흥분하며 말했다.“언니. 여기로 오세요!”“와서 같이 먹어요. 운전기사에게 데리러 오라고 할게요!”“네?”차우미는 멍했다. 심나연한테 간다고?심나연이 발을 다치고 나서 아직 그녀를 보러 간 적이 없다. 한번 가봐야 하긴 한다. 이건 방금 심나연이 전화가 올 때 생각해 둔 거다.하지만 오늘 점심은 안 되고 저녁은 괜찮았다.차우미가 말했다.“나연 씨. 저...”“그렇게 알아요!”“집에 혼자 있으니까 심심해 죽겠어요. 언니도 퇴근하셨는데 아직 점심 안 드셨죠? 기사님한테 바로 데리러 오라고 할게요. 점심 같이 먹어요. 기다리세요!”차우미의 말도 끝나기 전에 심나연이 말을 끊었다.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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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일어섰다.아마 택배기사가 왔을 거다.차우미는 현관에 가서 문을 열자, 택배기사가 눈앞에 서 있었다.택배기사는 차우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차우미 씨.”차우미는 웃으며 말했다.“물건은 안에 있어요. 그래도 어제만큼 많지는 않아요.”차우미가 땅에 일찍이 나누어진 특산물을 가리켰다.택배기사는 대충 훑어보고는 말했다.“네. 어제랑 마찬가지로 무게를 다 재고, 사진이랑 송장 번호를 보내줄게요.”“네.”택배기사는 군말 없이 특산물을 들고 나가기 시작했다.혼자서는 버거워서 차우미도 같이 도와줬다.두 사람은 두 번 오가며 물건을 차에 실었다. 차우미는 시계를 보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그녀는 먹을 것도 거의 다 먹고, 적어둔 주소대로 거의 다 확인해서, 쇼핑몰에 가도 되겠다.간단하게 정리하고는 가방과 휴대전화를 들고 외출했다.다만,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문밖에 정장을 입은 말끔한 차림의 40대 중반의 중년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차우미는 멍하니 있다가 나가려는 발을 다시 걷었다.문고리를 아직 잡고 있던 차우미는 생판 모르는 사람을 보며 손가락을 살짝 오므리며 경계했다.그녀는 성격이 얌전하고, 말썽을 잘 일으키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다. 밖에서 혼자 자신을 어떻게 보호할 줄도 안다.지금 문을 열자마자 낯선 남자가 문 앞에 서 있는데, 차우미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누구세요?”중년 남자는 문을 두드리려고 손을 들고 있었다.차우미를 보고 중년 남자도 멍해했지만, 바로 물었다.“차우미 씨 아니신가요?”상대방이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말하는 것을 듣고, 차우미는 방금 심나연과의 전화를 되새겼다. 그리고 의아하면서 물었다.“누구...”차우미는 이 남자가 심나연이 말한 운전기사일 것으로 추측했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신원을 명확히 밝히기 전에는 섣불리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았다.그녀는 경계심이 강하다.차우미의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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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언니. 괜찮아요. 그냥 오세요. 저랑 같이 식사해요.”차우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심나연이 이어 말했다.“참. 언니. 기사님 도착하셨죠?”“보니까 이제 거의 도착했을 것 같아요.”차우미는 심나연의 이토록 빠른 속도의 말을 듣고, 또 이 호텔이 하성우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약간 의아해했다.그녀가 생각하지도 못한 거여서 매우 의외였다.지금 생각해 보니 차우미와 나상준이 회성에 도착하자마자, 하성우가 둘을 이 호텔에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었을 거다.이제 다 알겠기에 의문이 풀렸다. 심나연의 말을 들으며 편안함과 웃음기가 가득했다.“도착했어요. 방금 도착했어요.”“그럴 줄 알았어요! 언니, 지금 오세요. 쉐프님보고 요리하라고 시켰어요. 지금 오시면 딱 맞을걸요.”“어서요!”심나연은 또 자기가 한 말을 마치고 전화를 탁 끊었다. 차우미가 거절할 틈을 주지 않았다.차우미는 다시 들려오는 전화 끊기는 소리에 좀 기가 막혔다.하지만 방금 심나연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 뒤 운전기사를 보며 말했다.“가시죠.”“네.”방금 심나연의 말이 그녀를 깨닫게 했다. 심나연이 회성 출신이고 회성에 대해 잘 알 것이다.심나연의 성격도 아이 같아서, 아이 물건을 어디서 사는 게 더 좋은지 알고 있을 거다.그래서 가기로 했다.심나연에게 여쭤보는 것이 직접 찾아보는 것보다 시간이 더 절약될 거다.차우미는 차에 올라타 호텔을 떠났다.차에 오른 차우미는 머리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났다.“기사님. 혹시 이 근처에 꽃이나, 과일을 파는 가게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네. 압니다.”“그럼, 먼저 그곳으로 데려가 주세요.”심나연을 보러 가는데, 빈손으로 가기에 좀 그렇다.“알겠습니다.”운전기사는 곧 차우미와 함께 꽃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직접 꽃을 골라, 점원에게 포장하라고 시켰다.돈을 지불하고 꽃 가게에서 나와 또 과일을 사러 갔다. 점원에게 과일 바구니로 포장하도록 했다.이 두 가지를 다 산 후에야 심나연을 찾아갔다.심나연은 회성에서 가장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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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차우미의 목소리는 화나거나 엄숙하지 않았고, 오히려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심나연이 그 말을 듣고 거기에 가만히 서 있었다.심나연이 차우미의 품에 안겨있는 꽃다발을 바라보며, 순간 눈에 빛이 났다.“언니. 그 꽃은 저한테 주는 거예요?”차우미가 그녀 앞에 다가가기도 전에 기대 찬 목소리로 물었다.차우미는 계단을 오르며 천천히 심나연에게 다가갔다.“나연 씨한테 안 주면, 누구한테 줘요?”꽃다발을 심나연에게 주고, 그녀는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고마워요! 언니!”심나연은 꽃다발을 받고 머리를 숙여 꽃향기를 맡는데 웃음이 절로 났다.차우미는 아이가 사탕을 얻은 것처럼 기뻐하는 심나연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과일 바구니를 가사도우미에게 주고 심나연을 부축했다.“내가 부축해 줄게요.”“네!”별장은 위아래 3층으로 지어져 있다. 거실은 모두 유럽산 수입 가구로 곳곳에 고급스러움이 배어 있다.차우미는 심나연을 소파에 부축하여 앉힌 다음 그녀의 발을 보았다.심나연이 활발한 성격이라, 하루 종일 휠체어만 타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공주 슬리퍼에 흰 양말을 신고, 나름 꾸몄다. 양말이 발목에 닿을 듯 말 듯했다. 차우미는 다친 발목이 부어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다행히 빨갛지는 않았다.차우미는 며칠만 더 쉬고, 별일 없으면 걷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자기도 전에 발목을 삐끗했던 경험이 있으니, 대충 보고 알 수 있다.심나연은 차우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자기에게 준 꽃다발만 보고, 냄새를 맡으며 계속 만지작거렸다. 얼굴에는 기쁨이 가시지 않았다.“언니. 제가 데이지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심나연은 꽃잎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차우미는 그녀의 말을 듣고 시선을 돌렸다. 심나연이 꽃을 만지고 냄새도 맡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며 말했다.“데이지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차우미도 꽃집에 들어가 여러 가지 꽃들을 보고, 한눈에 데이지가 마음에 들 거 같아서, 그 꽃을 골랐다.안개꽃도 골라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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