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마치 차우미가 없어서 괴롭힘을 당한 것처럼 억울하게 들렸다. 그러나 차우미가 듣기에 심나연의 말은 그저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심나연이 지금 지루해서, 자기한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잊은 거. 요 며칠 너무 바쁘고, 또 다른 일이 있어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차우미의 진지한 답변에 심나연은 순간 멈칫했다.“아...”차우미는 심나연의 대답에 웃음기가 짙어져 이어 말했다.“그리고 성우 씨도 곁에 있어서, 제가 없어도 괜찮잖아요.”이 한마디가 그야말로 심나연의 가슴을 찔렀다.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곰 인형을 껴안고 그대로 얼었다. 손가락은 쑥스러운지 곰 인형의 귀를 계속 만지작거렸다.“아니에요. 오빠는 매일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항상 곁에 있지는 않아요.”이 말에 차우미는 더욱 확실했다.요 며칠 하성우가 항상 심나연 곁에 있으면서 그녀를 돌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말하지 않고, 다른 여자를 찾아갔다고 했을 거다.차우미는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밥은 먹었어요?”지금은 점심 식사 시간이었다. 심나연도 점심을 먹어야 했다.차우미의 물음에 심나연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번쩍 일어나 눈에는 빛을 내면서 흥분하며 말했다.“언니. 여기로 오세요!”“와서 같이 먹어요. 운전기사에게 데리러 오라고 할게요!”“네?”차우미는 멍했다. 심나연한테 간다고?심나연이 발을 다치고 나서 아직 그녀를 보러 간 적이 없다. 한번 가봐야 하긴 한다. 이건 방금 심나연이 전화가 올 때 생각해 둔 거다.하지만 오늘 점심은 안 되고 저녁은 괜찮았다.차우미가 말했다.“나연 씨. 저...”“그렇게 알아요!”“집에 혼자 있으니까 심심해 죽겠어요. 언니도 퇴근하셨는데 아직 점심 안 드셨죠? 기사님한테 바로 데리러 오라고 할게요. 점심 같이 먹어요. 기다리세요!”차우미의 말도 끝나기 전에 심나연이 말을 끊었다.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그냥
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일어섰다.아마 택배기사가 왔을 거다.차우미는 현관에 가서 문을 열자, 택배기사가 눈앞에 서 있었다.택배기사는 차우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차우미 씨.”차우미는 웃으며 말했다.“물건은 안에 있어요. 그래도 어제만큼 많지는 않아요.”차우미가 땅에 일찍이 나누어진 특산물을 가리켰다.택배기사는 대충 훑어보고는 말했다.“네. 어제랑 마찬가지로 무게를 다 재고, 사진이랑 송장 번호를 보내줄게요.”“네.”택배기사는 군말 없이 특산물을 들고 나가기 시작했다.혼자서는 버거워서 차우미도 같이 도와줬다.두 사람은 두 번 오가며 물건을 차에 실었다. 차우미는 시계를 보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그녀는 먹을 것도 거의 다 먹고, 적어둔 주소대로 거의 다 확인해서, 쇼핑몰에 가도 되겠다.간단하게 정리하고는 가방과 휴대전화를 들고 외출했다.다만,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문밖에 정장을 입은 말끔한 차림의 40대 중반의 중년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차우미는 멍하니 있다가 나가려는 발을 다시 걷었다.문고리를 아직 잡고 있던 차우미는 생판 모르는 사람을 보며 손가락을 살짝 오므리며 경계했다.그녀는 성격이 얌전하고, 말썽을 잘 일으키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다. 밖에서 혼자 자신을 어떻게 보호할 줄도 안다.지금 문을 열자마자 낯선 남자가 문 앞에 서 있는데, 차우미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누구세요?”중년 남자는 문을 두드리려고 손을 들고 있었다.차우미를 보고 중년 남자도 멍해했지만, 바로 물었다.“차우미 씨 아니신가요?”상대방이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말하는 것을 듣고, 차우미는 방금 심나연과의 전화를 되새겼다. 그리고 의아하면서 물었다.“누구...”차우미는 이 남자가 심나연이 말한 운전기사일 것으로 추측했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신원을 명확히 밝히기 전에는 섣불리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았다.그녀는 경계심이 강하다.차우미의 경계를
“언니. 괜찮아요. 그냥 오세요. 저랑 같이 식사해요.”차우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심나연이 이어 말했다.“참. 언니. 기사님 도착하셨죠?”“보니까 이제 거의 도착했을 것 같아요.”차우미는 심나연의 이토록 빠른 속도의 말을 듣고, 또 이 호텔이 하성우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약간 의아해했다.그녀가 생각하지도 못한 거여서 매우 의외였다.지금 생각해 보니 차우미와 나상준이 회성에 도착하자마자, 하성우가 둘을 이 호텔에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었을 거다.이제 다 알겠기에 의문이 풀렸다. 심나연의 말을 들으며 편안함과 웃음기가 가득했다.“도착했어요. 방금 도착했어요.”“그럴 줄 알았어요! 언니, 지금 오세요. 쉐프님보고 요리하라고 시켰어요. 지금 오시면 딱 맞을걸요.”“어서요!”심나연은 또 자기가 한 말을 마치고 전화를 탁 끊었다. 차우미가 거절할 틈을 주지 않았다.차우미는 다시 들려오는 전화 끊기는 소리에 좀 기가 막혔다.하지만 방금 심나연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 뒤 운전기사를 보며 말했다.“가시죠.”“네.”방금 심나연의 말이 그녀를 깨닫게 했다. 심나연이 회성 출신이고 회성에 대해 잘 알 것이다.심나연의 성격도 아이 같아서, 아이 물건을 어디서 사는 게 더 좋은지 알고 있을 거다.그래서 가기로 했다.심나연에게 여쭤보는 것이 직접 찾아보는 것보다 시간이 더 절약될 거다.차우미는 차에 올라타 호텔을 떠났다.차에 오른 차우미는 머리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났다.“기사님. 혹시 이 근처에 꽃이나, 과일을 파는 가게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네. 압니다.”“그럼, 먼저 그곳으로 데려가 주세요.”심나연을 보러 가는데, 빈손으로 가기에 좀 그렇다.“알겠습니다.”운전기사는 곧 차우미와 함께 꽃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직접 꽃을 골라, 점원에게 포장하라고 시켰다.돈을 지불하고 꽃 가게에서 나와 또 과일을 사러 갔다. 점원에게 과일 바구니로 포장하도록 했다.이 두 가지를 다 산 후에야 심나연을 찾아갔다.심나연은 회성에서 가장 유
차우미의 목소리는 화나거나 엄숙하지 않았고, 오히려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심나연이 그 말을 듣고 거기에 가만히 서 있었다.심나연이 차우미의 품에 안겨있는 꽃다발을 바라보며, 순간 눈에 빛이 났다.“언니. 그 꽃은 저한테 주는 거예요?”차우미가 그녀 앞에 다가가기도 전에 기대 찬 목소리로 물었다.차우미는 계단을 오르며 천천히 심나연에게 다가갔다.“나연 씨한테 안 주면, 누구한테 줘요?”꽃다발을 심나연에게 주고, 그녀는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고마워요! 언니!”심나연은 꽃다발을 받고 머리를 숙여 꽃향기를 맡는데 웃음이 절로 났다.차우미는 아이가 사탕을 얻은 것처럼 기뻐하는 심나연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과일 바구니를 가사도우미에게 주고 심나연을 부축했다.“내가 부축해 줄게요.”“네!”별장은 위아래 3층으로 지어져 있다. 거실은 모두 유럽산 수입 가구로 곳곳에 고급스러움이 배어 있다.차우미는 심나연을 소파에 부축하여 앉힌 다음 그녀의 발을 보았다.심나연이 활발한 성격이라, 하루 종일 휠체어만 타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공주 슬리퍼에 흰 양말을 신고, 나름 꾸몄다. 양말이 발목에 닿을 듯 말 듯했다. 차우미는 다친 발목이 부어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다행히 빨갛지는 않았다.차우미는 며칠만 더 쉬고, 별일 없으면 걷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자기도 전에 발목을 삐끗했던 경험이 있으니, 대충 보고 알 수 있다.심나연은 차우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자기에게 준 꽃다발만 보고, 냄새를 맡으며 계속 만지작거렸다. 얼굴에는 기쁨이 가시지 않았다.“언니. 제가 데이지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심나연은 꽃잎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차우미는 그녀의 말을 듣고 시선을 돌렸다. 심나연이 꽃을 만지고 냄새도 맡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며 말했다.“데이지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차우미도 꽃집에 들어가 여러 가지 꽃들을 보고, 한눈에 데이지가 마음에 들 거 같아서, 그 꽃을 골랐다.안개꽃도 골라 데이지
김정숙은 딱 봐도 심씨 집안에서 오랫동안 일한 티가 난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다.심나연은 김정숙의 말을 듣고, 그제야 차우미를 데려온 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걸 생각났다.“깜빡 잊었네요.”“언니, 우리 먼저 밥 먹으러 가요. 꽃은 다 먹고 할게요.”그러고 김정숙에게 말했다.“건들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제가 직접 하고 싶어요.”그녀의 말을 들은 김정숙은 웃으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김정숙은 부엌으로 가서 반찬을 꺼냈다. 차우미는 찻잔을 내려놓고, 심나연을 부축했다.“제가 부축해 줄게요.”“좋아요!”심나연도 사양하지 않고, 차우미를 잡고 몸을 기대어 식탁으로 갔다.“언니, 회성에 오신 지 좀 됐죠. 집밥이 그리울 거 같아서, 제가 쉐프님보고 집밥을 해달라고 했는데, 입맛이 맞았으면 좋겠네요.”사실 집밥은 그래도 엄마가 해준 반찬이 최고다. 그 어떤 쉐프도 엄마의 손맛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차우미는 음식을 가리지 않아서, 극단적으로 맛이 없는 음식 빼고는 다 받아들일 수 있다.심나연의 말을 듣고, 분명 신경 써서 준비한 반찬들이어서, 차우미는 매우 감격했다.“고마워요. 많이 먹을게요.”“하하. 그건 못 믿겠는데요. 언니 소식좌인데 많이 못 드실 거 같아요. 상준 오빠가 있으면 모르는데, 없으면 절대 많이 못 먹을걸요.”심나연이 갑자기 나상준 얘기를 꺼내자, 차우미는 순간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소식좌이긴 하지만, 누가 있다고 해서 많이 먹거나 적게 먹지는 않아요.”차우미는 그런 적이 없었다.그런데 심나연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차우미는 오히려 의심이 들었다.두 사람은 식탁에 와서 앉았고, 김정숙은 손을 닦는 수건을 가져다주었다.심나연은 손을 닦으며 말했다.“언니, 변명하지 마세요. 그냥 상준 오빠가 있으니까 많이 먹는 거예요.”“제가 그동안 다 지켜봤어요.”“언니는 거의 다 먹어가는데, 상준 오빠가 항상 반찬을 집어주는 거예요. 근데 오빠가
차우미는 순간 얼었다.심나연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차우미는 바로 기색을 되찾으며 말했다.“누가 먼저 고백했기보다는 소개팅으로 만났어.”심나연은 회성에서 차우미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심나연의 마음속에는 하성우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상준이 결혼했다는 것도 그냥 그 사실을 알았을 뿐, 형수님이 누구인지는 만난 적도, 알지도 못했다.그러나 차우미가 회성에 와서 그녀를 만난 후부터 심나연은 이 형수를 아주 마음에 들었다. 차우미의 온화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좋아했고, 몸에 배어있는 친절함이랑 일에 대한 진지함도 좋아했다. 특히 차우미가 나상준과 지내는 걸 보고, 더욱 좋았고 부러웠다.심나연은 숨기고 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냥 있는 대로 말하고, 물어보고 싶은 게 생기면 숨기지 않고 물었다.그래도 어디에서든 묻고 싶으면 묻고, 따지고 싶으면 따지는 것은 아니다. 상황을 봐가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머리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심나연 같은 집안의 자녀들은 정말 보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지금은 옆에 나상준도, 하성우도 없고, 차우미와 단둘이만 있으니, 자연스럽게 생각나서 물었다.사실 이것은 그녀가 진작부터 묻고 싶었던 거다.지금이 물어볼 좋은 기회였다.차우미의 대답을 들은 심나연은 눈이 순간 반짝이며 똑바로 앉아 섰다.“소개팅이요? 진짜로? 대박이다!”“전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저는 언니랑 오빠가 자연스럽게 만났을 줄 알았어요.”“언니, 오빠랑 어떻게 소개팅을 보셨는지 알려줘도 돼요? 너무 궁금해요!”심나연은 두 눈을 뜨고, 꿈쩍도 하지 않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차우미와 나상준이 어떻게 사귀게 됐는지 알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쓰여있었다.차우미는 자기 일을 밖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특히 감정적인 일은 더욱 그렇다.여가현과 아무리 좋은 친구 사이라 할지라도, 모든 일을 여가현에게 말하지는 않았다.차우미는
심나연이 나상준 얘기를 계속하는데, 나상준이 있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했다.그렇게 둘은 점심 식사를 다 하고 소파에 앉았다. 차우미는 심나연의 발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고, 꽃꽂이를 하는 걸 지켜봤다.물론 자신이 심나연을 보러 온 목적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심나연에게 회성에 아이들 물건을 파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려고 했다.차를 마시고 심나연에게 물었다.“나연 씨. 회성에 아이들 물건 파는 곳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심나연은 가위를 들고 꽃줄기를 자르고 있었다. 열심히 만지작거리는데, 보기에 정말 그럴싸했다.차우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녀는 잠시 멍하더니, 눈을 크게 뜨고 큰 소리로 말했다.“언니, 임신하셨어요?”“네?”모처럼 차우미가 소리를 질렀다.그녀는 심나연의 알 수 없는 뇌 회로에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임신?말도 안 되는 소리다.전에 전화 통화에서 심나연에게 물건을 사겠다고만 했을 뿐, 무엇을 사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때 말했더라면 심나연의 반응이 이 정도로 놀라진 않을 것이다.심나연은 차우미의 놀란 모습을 보고, 가위와 꽃을 내려놓고, 그녀의 평평한 배를 바라보며 말했다.“언니, 아이 물건은 왜요? 임신하신 거 아니에요? 몇 개월 됐어요?”“이제 막 가졌죠?”“저 볼래요!”차우미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이미 임신 중임을 스스로 확정하고, 차우미의 배를 만졌다.심나연의 손은 빠르게 차우미의 배에 떨어졌다. 심나연은 호기심과 흥분함에 만져보는데, 차우미는 그걸 보고 어이없는 듯 웃었다.정말 어이가 없었다.“나연 씨, 저 임신 안 했어요.”차우미는 찻잔을 내려놓고 심나연의 손을 잡고 자신의 배에서 떼어갔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잠도 같이 안 자는데 어떻게 임신하겠는가.아직 처녀라고 해도 된다.임신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아니에요?”“정말이요?”“언니, 정말 임신 안 하셨어요?”연이은 질문에 심나연이 차우미가 임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하고, 믿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차우미는 심나연이
심나연의 또 한 번의 갑작스러운 말에 차우미는 또 얼었다.차우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심나연은 자기가 물어보지 말아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심나연은 바로 입을 막고, 자신이 말실수한 것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차우미는 이혼 하고 처음으로 나상준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에 그녀는 마음이 흔들렸다.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는 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지금 심나연이 갑자기 물어보자, 그녀도 무의식적으로 이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나상준을 좋아하는지.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하는 기간에는 나상준을 좋아했는데, 이혼 하고 나서는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 같았다.혹시나 아직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내려놓은 건 같았다.인생에서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없다. 그렇다고 이혼 하고 나서 슬퍼하고 우울하면서 가족을 걱정시키는 일도 안된다.차우미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그녀는 언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잘 안다. 장단점을 따져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생각한 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지금 좋아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삶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녀가 잘살아야 하고, 앞으로의 삶을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차우미는 자기 생각에 심취해 심나연의 안색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심나연은 차우미를 보는데, 그녀가 웃지 않고 무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아마 차우미가 나상준을 좋아하는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심나연은 차우미의 이런 모습을 보고, 눈을 껌뻑거리더니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아당겼다.“언니?”심나연은 차우미와 나상준이 이혼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상준이 차우미를 붙잡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물론 하성우가 알려준 것이다.하성우는 일부러 심나연에게 알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말이나 할 까봐 걱정돼서, 그리고 나상준의 계획에 지장을 줄까